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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님이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뜨거운 여름 지나고 가을에 받은 『소설가의 사물』은 작가 님 표현대로 한 편의 편지가 되어 제 가슴에 날아왔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은 무너지고 사라지고 다시 생겨납니다. 그 마음을 다 잡는 일이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오래전부터 저는 작가 님의 소설을 좋아해서 열심히 읽은 소리 없는 독자입니다. 스무 살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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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님이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뜨거운 여름 지나고 가을에 받은 『소설가의 사물』은 작가 님 표현대로 한 편의 편지가 되어 제 가슴에 날아왔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은 무너지고 사라지고 다시 생겨납니다. 그 마음을 다 잡는 일이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오래전부터 저는 작가 님의 소설을 좋아해서 열심히 읽은 소리 없는 독자입니다. 스무 살이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방 안에서 책만 읽었다던 작가 님의 내밀한 고백이 저를 더 소설의 세계로 이끌었는지도 모릅니다. 


  사방이 책으로 가득한 옥탑방에서 자매들과 부모님이 자는 사이에 책을 읽고 글을 쓴 기록을 읽으며 문학으로 향하는 길에 서 있곤 했습니다. 작가의 소개 말에 실린 열일곱 번째 책인 『소설가의 사물』을 방금 다 읽었습니다. 오전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오후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 쉬는 하루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이책을 좋아했는데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해 처분한 뒤로는 전자책을 읽고 있습니다. 『소설가의 사물』이 전자책으로 나오길 기다려 구매했습니다. 사자마자 읽어 버렸습니다.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하루에도 필요한 물건들은 많습니다. 어제저녁에는 이 가을과 겨울에 들기 좋은 텀블러를 덜컥 구매해버렸습니다. 작가 님도 텀블러 두 개를 번갈아 사용하신다는 부분을 읽고 사길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취향이 같다는 건 놀라운 일이니까요. 헐거운 마음을 다잡고 일하러 갈 때는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텀블러에 물을 담고 역시 귀여운 캐릭터 필통과 수첩을 챙겨 가방에 넣습니다. 발걸음이 가벼워지길 기다립니다. 


  『소설가의 사물』에서 소개해주신 소설과 영화, 사물들의 이야기를 잘 기억해 놓겠습니다. 그중에 제가 가장 먼저 읽고 싶은 작품은 록산 게이의 「언니가 가면 나도 갈래」입니다. 전자책으로는 없네요. 종이책으로 읽어보려고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저는 『소설가의 사물』을 읽고 작가 님의 일상과 표정을 조금은 알아버린 듯하여 친밀감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를 읽고 같은 제목으로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문학이 전부였습니다. 문학이 아니면 안 된다는 철부지로 살았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을 줄 알고 상심한 일이 생겨도 웃어넘기는 처세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문학이 아니면 어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라며 욕심을 버리고 있습니다. 욕심을 버린다고 썼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가끔은 마음이 아프고 입술을 깨물곤 합니다. 


  상대를 정해 놓고 편지를 써 본 적이 오래입니다. 다시 생각해 봅니다. 저는 오래도록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정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물론 단 한 번도 답장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쓴 편지에 주된 내용은 '여기 있기에 문제없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편지의 수신인은 문학입니다. 새침하고 말이 없는 신경질적인 그에게 저는 구애의 문장을 쉴 새 없이 쓰고 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여기 있기에 문제없이 살고 있다는 내용을 받은 그는 얼마나 우스울까요. 매번 좌절하고 혼자 실망하고 망설이는 제가 한심해 보일 텐데 그는 말없이 묵묵히 제 수다를 들어주고 있습니다. 


  『소설가의 사물』에 담긴 내용을 읽어가며 우리는 만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낯선 거리에서 움츠러드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문구점에 가서 연필, 엽서, 공책을 고르는 풍경이 떠오릅니다. 손수건은 늘 두 개씩. 티셔츠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입는 가족들의 등을 바라보는 일. 조카의 내면 일기를 읽으며 마음이 뜨거워지는 일. 우리의 일상이 닮아 있다고 느끼는 건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기에 소설을 읽고 사물에게 의미를 부여해줍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책상에는 어제 도착한 신간 책들과 유리컵 두 개, 필통과 공책, 마스킹 테이프, 외출용 노트북이 있습니다. 사 놓고 먹지 않은 초콜릿 과자도 하나 있네요.


  우리를 꿈꾸게 하는 사물들 곁에서 느리지만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s*****m 2018.10.25.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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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을 채워주는 사물들
"나의 마음을 채워주는 사물들" 내용보기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미국의 한 노작가가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느냐는 문학청년의 질문을 받고는 그에게 되물었다. "당신은 단어를 좋아하십니까?" p.256   단어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다. 애정이 담긴 물건, 찰나의 감정, 혹은 이루고 싶은 꿈들이 단어라는 실체를 갖고 나에게 간직되는 것. 그 간질거리는 느낌이 좋아 나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을 모아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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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잊어버렸지만 미국의 한 노작가가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느냐는 문학청년의 질문을 받고는 그에게 되물었다.

"당신은 단어를 좋아하십니까?"

p.256

 

단어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다. 애정이 담긴 물건, 찰나의 감정, 혹은 이루고 싶은 꿈들이 단어라는 실체를 갖고 나에게 간직되는 것. 그 간질거리는 느낌이 좋아 나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을 모아 메모장에 수집한다. 머리끈, 다이어리, 노트북, 스티커, 사랑, 평화, 명상, 산책, 헤드셋, 반지. 좋아하는 단어들을 나열하자면 이 페이지가 꽉 찰 때까지 쓸 자신이 있을 정도로 나는 좋아하는 단어가 많다. 모든 단어들이 각자의 주파수로 나의 마음을 두드릴 때마다 그 단어가 주는 떨림이 나를 자극시킨다. '오늘은 어떠한 단어가 나의 마음을 울릴까'하며.

 

단어를 좋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임에도 관심이 없다면 쉽게 좋아할 수 없다. 나에게는 "치약"이 그러한 물건인데, 새 포장지를 뜯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음에도 금세 바닥을 보이는 내용물을 보며 평소에 치약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반대로, 매일 마주침에도 항상 관심을 쏟는 물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의 "일기장"이다. 잠에 들기 전, 하루를 기록하는 일기를 쓴 지 벌써 3년이 지났음에도 나에게 집중하는 그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너무나도 반갑고 소중하다. 만약 우리 집에 불이 나서 딱 한 가지의 물건만 가지고 나올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일기장이 담긴 상자를 선택할 만큼 나는 나의 일기장을 사랑한다.

 

이렇듯 일상에 존재하는 사물을 좋아하게 되면 저절로 그것에 대한 글이 쓰고 싶어 진다. 조경란의 에세이집 <소설가의 사물>은 지도, 볼펜, 연필, 달력 등 저자가 좋아하는 사물들을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다. "오늘을 기록하고 오늘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p.9)라는 말로 시작되는 그녀의 에세이에서 일상과 사물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점심에 먹은 김치볶음밥, 글을 쓰며 마시는 커피 한잔, 갈색 포스트잇에 적힌 누군가의 진실된 마음에서 나는 오늘의 세상을 느낀다. 나 역시도 오늘의 행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매일 글을 쓴다.

 


"소설 쓰기란 결국, 하찮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기거나 진지한 것을 하찮게 생각하기 둘 중 하나다."

p.34

 

생각해 보면 그렇다.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글을 쓰다 보면 "이게 정말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하며 읽고 쓰는 것의 소중함을 의심하면서도, "세상의 따끔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읽고 쓸 수 있는 것에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다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라며 나의 꿈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하찮아 보이는 일상에서 반짝이는 재료들을 찾아내고, 진지한 상황에서 긴장을 풀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힘 덕분에 오늘도 나는 글을 쓸 수 있다. 하찮은 것과 진지한 것을 적절하게 번갈아 끼우면서 나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하루를 살아간다.


 

주기(注記): 사물을 기록하는 일.

 

인생을 사물로 기록하는 표를 만든다면 어떤 목록을 추가할 수 있을까.(p.132)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사물들은 30개가 훌쩍 넘는다. 각자의 사물들에 담긴 에피소드를 즐기며 든 생각은 "더욱더 메모를 사랑해야지"였다. 모든 사물들에는 분명히 이야기가 담겨있다. 노트북이 고장 나 나의 글들이 다 날아갔을 때도, 5분마다 신발끈이 풀리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화에도,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나의 줄가라 니트도. 모든 사물들이 나의 글감이자, 나를 만드는 재료들이다. 오늘의 사물로부터 느낀 감정들을 쉽게 날려버리지 말고 기억하기로 했다. 작은 수첩이든, 핸드폰의 메모장이든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사물들에 더욱 집중하여 나의 기억을 지켜나가기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사물들이 궁금하다. 각자의 애정과 추억이 담긴 사물들. 단순한 "사물"의 영역을 넘어서 자신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사물들 말이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나의 사물'을 하나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사물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의 시작점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a*********9 2023.03.1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 인생 지도의 사물 몇 개는 [산문-소설가의 사물]
"내 인생 지도의 사물 몇 개는 [산문-소설가의 사물]" 내용보기
그래, 그렇지, 이 작가의 글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었지. 다행이고 또 고마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작가는 사물 하나만 두고도 글을 쓸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모든 작가가 다 그럴까? 살짝 의심도 해 보고.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노라고 해서 사물이 주인공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책 초반에 약간 헷갈리는 기분도 느꼈는데, 몇 편 넘기면서 알게 되었
"내 인생 지도의 사물 몇 개는 [산문-소설가의 사물]" 내용보기

그래, 그렇지, 이 작가의 글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었지. 다행이고 또 고마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작가는 사물 하나만 두고도 글을 쓸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모든 작가가 다 그럴까? 살짝 의심도 해 보고.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노라고 해서 사물이 주인공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책 초반에 약간 헷갈리는 기분도 느꼈는데, 몇 편 넘기면서 알게 되었다. 사물은 조연이었음을. 사물보다는 그 사물에 떠올린 소설 작품과 자신이 주연이었음을. 

 

소설가이니까 당연히 소설을 많이 읽었겠지, 어쩌면 이 또한 내 편견일 수도 있는데, 이 작가는 스스로도 많이 읽겠다고 했고 내가 보기에도 많이 읽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적절하게 그것도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떠올릴 수는 없었을 것만 같다. 더러는 내가 아는 작가의 이름과 아는 작품도 나왔지만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 약오르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소설가가 아니니까, 뭐, 하는 심정으로 다음 편을 읽었고, 또 새로운 작품을 소개 받고 그러기를 계속했다.     

 

작가가 1969년 출생이다. 나보다 몇 해 아래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비슷한 체험의 글을 보면서 잠시 과거에 머물러 보기도 했다. 그때는 그랬지, 그래서 좋기도 했지, 그래서 좀 서글프기도 했지, 그런 것. 작가가 내세운 사물에 대한 인상마저 내 기억 속 인상과 겹칠 때면 이런 동질감이 겹으로 짙어지기도 했고.  

 

이 책의 리뷰를 내가 처음 올린다는 게 이번만큼은 퍽 서운하다. 좋은 책인데 몰라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저마다의 인생 지도를 그리는 데 필요한 사소한 물건을 챙겨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책이기도 한데.

 

YES마니아 : 로얄 j***6 2019.06.25. 신고 공감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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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703 소설가의 사물
"책으로 삶읽기 703 소설가의 사물" 내용보기
숲노래 책읽기 2021.9.19. 책으로 삶읽기 703   《소설가의 사물》  조경란  마음산책  2018.8.25.     연휴 때 밀어둔 책들과 신간을 몇 권 읽었는데 그중에 중국 작가 장웨란의 단편 〈집〉을 보고는 다시 트렁크를 떠올리게 되었다. (37쪽)   조카들의 귀 청소를 해주면서 동시를 읊는다. (42쪽)   시간은 흐르는데 더 나은 인간이 되기는커녕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될까
"책으로 삶읽기 703 소설가의 사물" 내용보기

숲노래 책읽기 2021.9.19.

책으로 삶읽기 703

 

《소설가의 사물》

 조경란

 마음산책

 2018.8.25.

 

 

연휴 때 밀어둔 책들과 신간을 몇 권 읽었는데 그중에 중국 작가 장웨란의 단편 〈집〉을 보고는 다시 트렁크를 떠올리게 되었다. (37쪽)

 

조카들의 귀 청소를 해주면서 동시를 읊는다. (42쪽)

 

시간은 흐르는데 더 나은 인간이 되기는커녕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될까 봐 겁난다. 그래서 느리게라도 계속해서 읽고 생각하고 듣고 보고 쓴다. (64쪽)

 

책을 쓰고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삼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이긴 하지만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운이 난다. (114쪽)

 

보내지 않아도 좋을 그 편지를 한 자 한 자 필압筆壓에 담고 느끼며 썼던 이유는 이 세상 누군가 한 사람에게만은 내 고백의 글이 가 닿기를 바랐던 간절함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296쪽)

 

 

《소설가의 사물》(조경란, 마음산책, 2018)을 읽으며 밑줄을 그을 만한 데를 못 찾았다. 두벌째 읽으며 겨우 몇 군데에 빗금을 쳤다. 마음에 와닿은 대목은 아니나, 글님 속내가 드러나는구나 싶은 곳을 눈여겨보았다. 소설을 쓰고 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일하는 글님이라는데 옮김말씨라든지 일본말씨가 수두룩하다. “초등학교 때 살던 집의 재래식 부엌에서 나는 처음 요리를 했다(241쪽)”나 “책이라는 건 묘한 데가 있어서 한 문장이나 단어 하나만 봐도 그것을 읽고 있는 나의 삶, 나라는 존재로 곧장 눈을 돌리게 할 때가 많습니다(7쪽)” 같은 글은 겉보기는 한글이되 우리말은 아니다. 우리말은 이렇게 안 한다. “→ 어릴 적에 낡은 부엌에서 처음 밥을 지었다”나 “→ 책이란 재미있어서 슬쩍 보기만 해도 삶과 넋을 곧장 생각합니다”처럼 쓸 적에 비로소 ‘우리말’이라고 한다. “조카들의 귀 청소를 해주면서(42쪽)”는 어떨까? 우리말이라면 “→ 조카들 귀를 파 주면서”라 해야겠지. ‘-게 되다’나 ‘-해지다’는 모조리 옮김말씨+일본말씨인데, 이런 말씨는 글님 조경란만 쓰지 않는다. 웬만한 글꾼은 이처럼 쓰면서 무슨 글결인가를 못 느낀다.

 

이러다가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몇 달간 아무 데서도 청탁이 없었고(30쪽)” 같은 대목에서 넌지시 무릎을 쳤다. 이 책 《소설가의 사물》을 쓴 분, 이 책을 펴낸 곳이 무엇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길들이려’ 하는가를 느꼈다. ‘푸념과 하소연’을 밑밥으로 삼아서 ‘너 힘들지? 나도 힘들어? 우리 다 힘들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도록 이끄는 글을 엮어내는구나 싶다.

 

우리나라 숱한 글(소설)이 ‘사랑’이나 ‘연애’를 다룬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사랑도 연애도 아닌 ‘툭탁질’이거나 ‘다툼질’이거나 ‘살섞기·살부빔’에서 그친다. 사랑 아닌 줄거리를 그리면서 마치 ‘사랑’이라도 되는 듯이 ‘사랑이라는 낱말을 쓰며’ 사람들을 홀린다고 할 만하다. 서울 지하철을 모는 분이 사람들한테 남우세를 무릅쓰고서 ‘데이트폭력 살인자’ 이야기를 밝히며 도와주기를 바란 마음을 《소설가의 사물》을 쓴 사람이나 이 책을 펴낸 곳에서는 터럭만큼이라도 느끼거나 생각할까? 그들 모든 때린이(가해자)는 입에 발린 ‘사랑·연애·데이트’란 낱말을 주워섬긴다.

 

지난 2008년에 ‘조경란 《혀》 표절’이 도마에 올랐을 적에 적잖은 ‘문단주류 쇠밥그릇 평론가와 작가’는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왜 그들이 입을 다물었는가는 그해 2008년 〈프레시안〉에 나온 ‘방혁석 말’에 아주 잘 드러난다.

 

우리는 잘 생각해야 한다. 모든 ‘베낌질 말썽(표절 시비)’은 ‘문단권력자 + 문단주류 출판사 + 문단주류 쇠밥그릇 평론가·기자 + 큰책집(대형서점)’이 한통속이 되어 일어날 뿐 아니라, 이들이 똘똘 뭉쳐서 사람들 눈귀입을 싹 틀어막으려 한다. 몇 해 지났다고 스멀스멀 기어나와서 떡하니, 바로 그 ‘창비’에서 새책을 내놓은 신경숙을 보라. 고은이야 나이가 많아 책을 더 못 낼는지 모르나, 김봉곤은 어떨까? 도마에 오르지 않았으나 뒤에서 돈놀음·이름놀음·힘놀음을 하는 숱한 이들은 어떨까?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즐겁게 오래 살면서 허술하고 허접하게 껍데기를 내세워 장사를 하는 이들 민낯을 하나하나 느끼고, 우리는 스스로 새롭게 아름다우며 참다이 사랑스러운 글꽃을 가꾸면서 노래할 일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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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mod=news&act=articleView&idxno=12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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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9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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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21.09.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