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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익숙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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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와 시마다 마사히코의 소설은 될 수 있는 한 읽어보는 편이다. 사실 두 사람의 소설은 닮은 점이 없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일상에 닿아있으면서도 상처를 어루만지는 잔정이 흐르고 있다면 시마다 마사히코의 글은 일상의 허점을 공격하고 상처를 노골적으로 파헤치는 독소를 지니고 있다고 할까. 또한 바나나의 글이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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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와 시마다 마사히코의 소설은 될 수 있는 한 읽어보는 편이다. 사실 두 사람의 소설은 닮은 점이 없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일상에 닿아있으면서도 상처를 어루만지는 잔정이 흐르고 있다면 시마다 마사히코의 글은 일상의 허점을 공격하고 상처를 노골적으로 파헤치는 독소를 지니고 있다고 할까. 또한 바나나의 글이 순정만화 풍의 문체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 마사히코의 문체는 거칠고 관념적 냄새가 잔존하여 대중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를 젖히고 두 사람이 현재 새로운 세대의 일본 문학을 받치는 기둥이라고 감히 주장해 본다. '부드러운 좌익을 위한 회유곡'으로 스물 세 살의 나이에 화려하게 등장한 시마다 마사히코는 이후 몽유왕국을 위한 음악, 피안선생, 드림 메신저, 나는 모조인간, 미확인 비행물체, 떠오르는 여자 가라앉는 남자 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일군의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작가이다. 다른 동년배의 작가들에 비해 좀 더 급진적이고 파격적이며 자유분방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이 마사히코만이 갖는 장점이자 개성일 수 있겠다. 시마다 마사히코의 소설에는 작가의 자의식이 짙게 반영되는 편이다. 이를테면 무정부주의라든가 무국적성, 문화적 혼성주의, 정치적 냉소주의, 개방적 성의식 등... 국내 소설과 비교를 하자면 김영하 소설의 자유분방한 서사에 은희경의 날카로운 시선을 섞어놓은 것이랄까... 정확히 오 년 전에 쓰여진 이 책은 가까운 미래에 이슈가 될 만한 일들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이를테면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유전자분석이라든가 가상현실, 정보사냥꾼 등... 남루한 일상을 버티고 있는 삼십대 초반의 동창생들에 대한 이야기로 평범하게 시작한 이야기는 행방불명된 B의 행적을 좇는 화자에게 집중된 후 즉각 추리-SF 소설의 형식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무겁지는 않으나 섬뜩할 정도로 예리한 시선으로 현실을 정확히 분석한 후 그 모순에 기반한 가상세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니 가상세계의 모습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설 자체를 가상소설이라는 생소한 것으로 바뀌려는 과감한 시도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얄팍한 세계관이나 장밋빛 환상에 기댄 대중적인 판타지/SF 소설들과의 차별점은 확연히 돋보인다. 언젠가 미남탤런트 장동건이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연기력을 인정받는데 장애가 되는 듯하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접한 적이 있다. 시마다 마사히코 역시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 덕분에 글솜씨가 폄하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의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셈치고 무더운 여름밤을 이 소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인상깊은구절]
264 로코코에 대한 측량은 일단 그것으로 끝을 맺었다. 나는 어느 사이엔가 이 도시의 주민이 되었다. 하지만 내게 이주의 동기를 제공한 B군은 이미 여기에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로코코의 설계자, 헤커의 우두머리, 길가메시, 인공지능의 혼 등으로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었던 B군은 어느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세계로 망명해 버렸다. 지금쯤 그는 반 재미 삼아서 이곳저곳에 천지창조를 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터였다. 나는 얼마 동안 사쿠미와 함께 살 작정이다. 그녀는 내일이라도 당장 나 대신 다른 남자로 바꾸어 버릴지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그녀에 대한 신뢰를 잃지는 않게 되리라.
j******n 2001.07.0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무한 미로에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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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코거리를 읽는 내내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와 영화 매트릭스가 연상되었다. 음산한 분위기와 두려움이 저변에 깔려있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초 윌리엄깁슨을 선두로 제한된 의미로서 우울한 내지 암울한 미래에 관한 SF소설인 사이버펑크 문학이 시작되었다. 이 소설 역시 그러한 연장선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첨단과학기술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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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코거리를 읽는 내내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와 영화 매트릭스가 연상되었다. 음산한 분위기와 두려움이 저변에 깔려있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초 윌리엄깁슨을 선두로 제한된 의미로서 우울한 내지 암울한 미래에 관한 SF소설인 사이버펑크 문학이 시작되었다. 이 소설 역시 그러한 연장선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첨단과학기술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로코코라는 단어와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신화속의 길가메시의 등장은 묘한 시간적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소재뿐만 아니라 소설전체가 이러한 독자의 반응을 유도한다. 한번 발을 딛게 되면 다시는 빠져나갈수 없는 로코코거리라는 설정은 미래의 과학기술에 소극적인 길들여짐 혹은 적극적인 동참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것은 미래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현재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세계에 등장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은 거대도시에서 살고있는 도시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좀 더 복잡한 체계에서 살아가고 있을뿐.
YES마니아 : 로얄 3***e 2001.08.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