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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첫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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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희랍어 시간 l 문학동네 ㅣ 2011>을 읽은 후에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찾아서 읽기도 했다. 소설, 에세이, 동화까지, 그 중의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ㅣ 비채 ㅣ 2007>은 작가의 삶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는 책이다.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얇은 책인데, 노래 CD가 수록되어 있다. 한강 작사, 작곡, 보컬이라고  씌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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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희랍어 시간 l 문학동네 ㅣ 2011>을 읽은 후에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찾아서 읽기도 했다. 소설, 에세이, 동화까지, 그 중의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ㅣ 비채 ㅣ 2007>은 작가의 삶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는 책이다.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얇은 책인데, 노래 CD가 수록되어 있다. 한강 작사, 작곡, 보컬이라고  씌

여져 있다.  

작가는 " 소설을 쓰기 전에 시를 썼고, 시는 원래 노래에서 나왔으니까."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p.6)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마음만 소박하게 담자고....

이 책 속에는 흘러간 추억 속의 노래들이 많이 소개된다. 그 노래에 얽힌 오래되어서 빛바랜 추억담까지.

그녀는 글쓰기 뿐만아니라, 음악에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꿈 속에서 선명한 피리 소리를 듣고, 꿈에서 깨어나 그 노래의 소절을 적을 수 있으니.

어느날은 가사없이 피아노와 첼로, 목관악기의 합주를 꿈 속에서 듣고 오선지에 그려 넣을 수 있었으니.

노래에 얽힌 사연도 다양하여, 가곡, 소리, 가요, 팝송 등의 이야기가 정겹게 펼쳐진다.

아버지의 노래인 <황성옛터>, 그리고 어머니의 노래인 <짝사랑>

한강의 글이 다소곳한 듯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조용히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주듯이, 한강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부른 10곡의 노래도 그녀를 닮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강의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동화를 읽었기에 한강의 작품의 특색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등을 읽으면서 작품을 해석하기에 쉽지 않고 깊이가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 읽게 된 <여수의 사랑>은 한강이 1994년, 1995년에 문예지 등에 게재한 단편소설 6편을 첫 창작집으로 출간한 책이다.

당시에는 한강이 신예 작가였다. 1993년에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했고, 1994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소설집인 <여수의 사랑>은 1995년에 출간됐고, 2012년에 개정판이 나온다.

<여수의 사랑>이 출간됐던 당시의 책 소개글은 다음과 같다.

" 젊은 날의 상실과 방황을 진지하고 단정한 문체로 그려보이는 신예 작가의 첫 소설집. 작가는 세속적 희망을 버리는 대신,삶의 근원성으로서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이끌어내고,운명과 죽음에 대한 어두운 갈망과 그것들과의 때 이른 친화감을 키워낸다. " <1995년 여수의 사랑 책 소개글 중에서>

한강의 작품에 대한 문학성은 이미 '황순원 문학상', '만해 문학상', '동리 문학상', '이상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 한국소설 문학상'을 받으면서 입증이 됐다.

2016년에는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있어서 수상을 하게 된다.

<여수의 사랑>에 수록된 작품은.

<여수의 사랑> : <리뷰> 1994년

<질주> : <한국문학 > 1994년

<어둠의 사육제 > : <동서문학> 1995

<야간열차> : <문예중앙> 1994

<진달래 능선> : <샘이 깊은 물> 1994

<붉은 닻> : <서울신문> 1994

이 중에 <붉은 닻>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다.

<여수의 사랑>에 대한 출판사 책소개글을 보면,

" <여수의 사랑』이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스물일곱번째로 출간되었다. 저자 한강은 삶의 치욕들을 헤집어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버리고 지운 기억을 되살리는 지난한 시간을 겪게 한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인간’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온 아픈 시간을 깨우는 뼈아픈 각성의 시간이며, 그때의 기억은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자가 동력을 가동하게 한다.
한강이 자신의 작품에서 그리려고 하는 것은 존재의 피로감, 희망 없음이 주는 좌절감 같은 근원적인 정서적 상황이다. 한강의 인물들은 떠나고, 버리고, 방황하고, 추락하고, 죽음 가까이에서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을 그리워한다. 그러면서 존재의 ‘살아 있음’을 일깨운다. 그녀는 삶의 근원성으로의 외로움과 고단함, 운명과 죽음에 대한 갈망 속에서 그것들과의 친화감을 키워낸다. 그녀가 껴안는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은 우리가 어떤 욕망에 사로잡혀 바쁘게 살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를 끈덕지게 사로잡고 있다.

(...) ( 문학과 지성 소설 명작선 27 여수의 사랑 / 문학과지성사 ㅣ 2012, 책소개글 중에서)

<여수의 사랑>에 실린 6편의 단편소설들은 하나같이 세상에서 소외된 외로운 인생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장기에 겪어야 했던 가족의 붕괴, 청춘들이 보여주는 아픈 가족사.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운명을 따라 흘러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하게 해준다.

한강의 작품은 한 권씩 찾아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 읽은 <여수의 사랑>은 우연히 인터넷 서점 중고사이트에서 보게 됐다. 내가 읽은 책은 2012년에 출간된 특별판이다.

한강 소설집 <여수의 사랑>이란 책이 있기에 구입하게 됐는데, 한강의 초기 작품이지만 요즘 발표하는 작품에 뒤지지 않는 문학성이 돋보이는 소설들이다.

 

 

n******5 2018.10.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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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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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등단 작품 「붉은 닻」이 수록되어 있는 작품집이다. 1995년 초판된 것으로 2012년 새롭게 출판되어 나왔다. 그 과정에서 소설 한 편이 누락되었는데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미처 보지 못한 「저녁 빛」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하고.      아주 어두운 소설이었다. 어둠은 소설 전반에 걸쳐 포진해 있었다. 어둠, 한 단어면 그만인 것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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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의 등단 작품 「붉은 닻」이 수록되어 있는 작품집이다. 1995년 초판된 것으로 2012년 새롭게 출판되어 나왔다. 그 과정에서 소설 한 편이 누락되었는데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미처 보지 못한 「저녁 빛」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하고.

 

   아주 어두운 소설이었다. 어둠은 소설 전반에 걸쳐 포진해 있었다. 어둠, 한 단어면 그만인 것을 참으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때문에 매일 밤이면 찾아오는 뻔한 손님이 매번 다른 냄새를 몰고 와 다른 무게의 여운으로 사라졌다.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기발한 표현들에 혀를 내둘렀다. 혓바닥은 자주 텁텁해졌다. 그럴 때면 내민 혀를 입 안으로 잽싸게 당겨 쏙 숨겨두고 자주 쩝쩝 소리를 냈다. 쩝쩝 거리며 음미하듯 당신들의 이름을 불렀다. 명환, 영진, 인규, 진규, 동영, 동식, 쩝, 쩝……. 묘하게 쌍을 이루고 있는 그들. 반대인 듯 하면서도 어디선가부터 꼭 닮아 있는 두 사람. 그들을 짝지어 부른다. 자흔, 정선, 영현, 동걸, 정환, 황씨, 쩝, 쩝 …….

 

 

   「여수의 사랑」 정선은 병적인 결벽증이 있어 계속해 속을 게워내고 악착같이 손을 씻는다. 더러워서, 더러움을 견딜 수 없어서 (15p) 닦고, 털고, 빨고, 씻는다. 함께 살던 이들 모두 나가고 자흔이 들어왔다. 공통점이라고는 피로한 기색뿐 인 두 사람의 물과 기름 같은 생활이 시작된다.

짐 가방을 들고 평생을 떠도는 자흔의 생이 보였다. 얼굴 가득 지쳐 보이는 미소와 외로운 표정을 하고 어딘지도 모를 고향을 찾아서 헤매는 존재의 외로움이 먹먹하다. 정선은 계속 손을 씻었고 그 때마자 언젠가 그녀가 뿌리쳤던 아이의 조막손이 함께 떠올랐다.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건 아픔이었을 곳, 여수. 그 곳에서 과연 둘은 만났을까. 조용히 바라본다. 혼자보단 둘이 나을테니까.

 

 

   「질주」 남자는 어릴 때 동생을 잃었다. 동네 아이들의 구타로 목숨을 잃은 동생을 위한 복수극을 펼치며 상처투성이의 유년기를 보냈다. 자신의 두 팔이 칼날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꼈던 시절(76p)이었다. 그리고 이제 서른이 된 남자는 비정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남자는 달린다. 그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달릴 때 뿐(77p) 이었기에. 손바닥에 손톱이 패여 흉이 지도록 주먹을 움켜쥐고 이를 꽉 물고 버티는 인규의 모습이 처절하다. 병이든 어머니는 인규에게 전화를 걸어 죽은 진규를 찾으며 “다시 너를 낳고 싶다!” 울부짖고 이 밤이 끝날 무렵, 자신도 어디선가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며 인규는 또 달리고, 나는 그네들이 모르고 걸린 인생의 그 덫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까봐 목이 메인다.

 

 

   「어둠의 사육제」 나는 희망으로 버텼다. 그러나 인숙언니의 배신으로 돈도 희망도 잃었다. 인숙언니의 말마따나 나는 평생 이용만 당하다가 신세를 망칠 인물이었다. (100p) 나는 서울의 유일한 친척인 이모의 아파트에 신세를 지기로 한다. 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 (103p) 집 베란다를 방 삼아 지냈다. 불빛 찬란한 서울의 야경을 쏘아보며. 그렇게 지내던 지난 봄, 남자는 나에게 대뜸 집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었다. “내 집을 주고 싶소.” 라며.

버스에서의 뻔뻔하고 무자비한 중년여자를 보고 친밀감과 함께 야릇한 슬픔을 느끼는 장면에 씁쓸히 동감했다. 다시 만난 인숙언니로부터 “넌 여전히 바보구나.”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안심이 되고 말았다. “아직도 사람이 선해가지고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나?” (133p) 라는 질문이 오래 맴돌았다. 불행한 사내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은 것, 그의 불행을 그만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은 결국 타인의 일, 개입되고 싶지 않다 라는 걸까. “넌 나보다 더 비겁한 인간이야.” 명환의 말이 가슴을 깊게 찔렀다. 어둠과 불빛들의 이미지가 강했던 소설이다.

 

 

   「야간열차」 동걸은 나와 다르게 일분일초를 맹렬하게 싸워나가고 있었다. 몸이 세 조각이라도 모자랄 것 같은 생활을 하면서. (153p) 그는 술만 마시면 말했다. “나는 야간열차를 타고 떠나겠어.” 그러나 환청으로까지 열차 소리를 들으면서도 동걸은 떠나지 못했다.

저무는 젊음에 관해서 생각했다. 어깨 위로 책임져야 할 짐들이 잔뜩 늘어나버려서 더는 아무 때고 떠날 수 없는 우리들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것과는 다른 검고 무거운 짐을 더 얹고 가는 동걸과 같은 이들에 대해서도. 오늘 밤 당장, 탈 수 있을까, 야간열차? 나는? 당신은? 그것의 의미는? 설레는 여행이 될 것인가, 배반을 동반한 도피가 될 것인가.

 

 

   「진달래 능선」 가난과 폭력으로 얼룩진 가계를 버리고 달아났던 정환은 십수 년이 지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고향도 가족도 찾을 수 없었다. 찾고 싶다, 난 그들을 찾고 싶다. 정환은 도처에서 자신의 희망을 유혹하는 끈질긴 목소리를 들었다. (213p) 정환은 황씨와 함께 산다. 그에게 혐오감과 동질감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황씨는 나무들을 불살랐다. 차츰차츰 자신의 생명을 불 속에 던져 소진해가는 것처럼(217p).  황씨가 마지막으로 태우는 진달래나무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무 한 그루에 얽힌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의미를. 두 여자 아이가 환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잠자코 본다.

 

 

   「붉은 닻」 동영이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두렵다. 외등을 비추는 곳을 피하여 가장 어두운 곳만을 짚어 걸어 나오는 동영을 보면서 친동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이 내려앉곤 했다. 안개 같은 녀석이었다. 골목골목을 헤매다가 제 발로 돌아올 뿐. 아버지의 실종, 죽음. 여지없는 흉몽과 그걸 이기기 위한 타락. 그리고 변하지 않고 돌아온 동생, 동영. 맨발이 된 동영은 바다를 향해 걸어간다.

동식의 두려움에 전염되었는지 동영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해야 했다. 동영의 모든 것에 덩달아 불안을 느끼게끔 했던 소설이다. 붉은 닻들의 풍경이 강렬했다. 거대한 무덤 같고, 무수한 운명들의 잔해를 연상시(254p)킨다던 그 정경이. 오랜 항해 끝에 돌아왔으나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하고 끝내 뭍에서 떠밀린 배들이 닻을 버려둔 채 망망대해 속으로 사라지고 난 흔적 같기도 (254p) 한 닻들을 보며 동영은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알고 싶었다.

 

 

   그들 모두는 죽음을 봤다. 그건 「질주」에서의 표현대로 ‘덫’이 되어 누구라도 놔주지 않는다.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영영 도망칠 수 없는 상처를 떠올린다. 이를 악물고 이들의 아픔을 제대로 마주보며 견딘다. 어둡다. 그리고 아프다. 그래도 봐야 했던, 그런 소설이었다.

 

   -花

 


o*****i 2013.04.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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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 살고 있나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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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 살고 있나라고 묻는다단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이어 '여수의 사랑'을 연달아 손에 든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했다. 초창기 작가 한강의 단편들을 통해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다.   '내 여자의 열매'에 팔 편, '여수의 사랑'에 여섯, 모두 열네 편의 단편소설을 접한다. 비교적 작가 한강의 초창기 작품들이다. 작가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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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 살고 있나라고 묻는다

단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이어 '여수의 사랑'을 연달아 손에 든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했다. 초창기 작가 한강의 단편들을 통해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다.

 

'내 여자의 열매'에 팔 편, '여수의 사랑'에 여섯, 모두 열네 편의 단편소설을 접한다. 비교적 작가 한강의 초창기 작품들이다. 작가로 출발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출발한 만남이다.

 

어떤 특정한 사회 현실적 인과보다는 존재의 피로감, 희망 없음이 주는 좌절감 같은 근원적인 정서적 상황이다.” 작가 한강의 작품을 대하는 평론가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으로 다시 한강을 만나는 수고로움을 스스로 짊어지는 독자는 또 작품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함일까 

 

여수의 사랑’, ‘질주’, ‘어둠의 사육제’, ‘야간열차’, ‘진달래 능선’, ‘붉은 닻등의 작품이 실린 여수의 사랑내 여자의 열매에서 느끼는 정서와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여수발 기차에 실려와 서울역에 버려진 자흔과 아내를 잃은 아버지가 자신과 동생을 데리고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정선-여수의 사랑,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인규-질주, 식물인간이 된 쌍둥이 동생의 삶까지 살아내야 하는 동걸-야간열차, 백치 같은 여동생을 버리고 고향에서 도망친 정환-진달래 능선, 집과 고향을 버리고 고아처럼 떠돌며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영진과 인숙- 어둠의 사육제

 

버거운 현실을 살아가는 무겁고 아픈 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밀도 있게 그려가는 작가의 단편들에서는 숨쉬기의 버거움을 느낄 때가 많다. 짧은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읽게 되는 것도 모두가 같다. 왜 작가 한강은 이렇게 소외되고, 스스로를 벽에 가두며 살아가는 이런 인간형에 집중하게 되었을까?

 

작품해설을 보자. 초판본에 김병익은 희망 없는 세상을, 고아처럼이라는 제목으로 한강의 작품집 여수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반면, 신판 해설에서 강계숙은 ‘‘되삶의 고통과 우울의 내적 형식이라는 제목으로 작품 해설을 하고 있다. 같은 작품에 대해 시간을 달리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 한강이 추구하는 인간형의 근본에 이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세심하게 읽어간다.

 

현실을 이야기 하되 변형이니 왜곡이 아닌 직시를 통해 사람이면 누구나 안고 있는 내면의 자아와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무겁고 버거운 그래서 때론 한참을 쉬었다 읽게 하는 작가 한강의 작품들 속의 주인공이 내 안에도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m*****8 2016.07.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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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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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은 젊은 작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고독의 기록이다. 여수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인물들이 끝내 도달하는 마음의 지명이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떠나고, 버리고, 방황하며 서로에게서 그리고 세계로부터 밀려난다. 그러나 그 고립은 무감한 절망으로 닫히지 않는다. 동반자살의 기억, 가족의 죽음, 버려짐의 경험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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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은 젊은 작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고독의 기록이다. 

여수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인물들이 끝내 도달하는 마음의 지명이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떠나고, 버리고, 방황하며 서로에게서 그리고 세계로부터 밀려난다. 그러나 그 고립은 무감한 절망으로 닫히지 않는다. 동반자살의 기억, 가족의 죽음, 버려짐의 경험은 오히려 살아 있음의 감각을 더욱 예리하게 드러낸다. 한강의 문장은 차갑고 절제되어 있으나, 그 안에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뜨거운 갈망이 흐른다. 특히 죽음 가까이에서 비로소 감각되는 삶의 미세한 떨림은 독자에게 오래 남는 여운을 남긴다. 

여수의 사랑은 미완의 청춘이 던지는 질문들을 통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하면서도 기적 같은 일인지를 조용히 증명하는 작품이다.

#연말리뷰
j*****i 2025.1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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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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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비극적 사건으로 얽힌 영진과 정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을 안고 살아가지만, 여수의 풍경 속에서 서로에게 다가가며 치유를 받으려 한다. 여수라는 공간이 단순한 배경을 넘어서, 그들의 고통을 품고 서로 재회하는 공간이 된다. 한강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섬세한 문체가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했다.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던 사랑가 치유의 의미가 한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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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비극적 사건으로 얽힌 영진과 정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을 안고 살아가지만, 여수의 풍경 속에서 서로에게 다가가며 치유를 받으려 한다. 여수라는 공간이 단순한 배경을 넘어서, 그들의 고통을 품고 서로 재회하는 공간이 된다. 

한강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섬세한 문체가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했다.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던 사랑가 치유의 의미가 한껏 복잡하게 다가온다. 상처로  생긴 흉터는 말끔하게 사라질 수 없지만, 다른 형태로는 덮일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읽은 작품인 채식주의자와는 다르게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m*******4 2024.11.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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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첫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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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희랍어 시간 l 문학동네 ㅣ 2011>을 읽은 후에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찾아서 읽기도 했다. 소설, 에세이, 동화까지, 그 중의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ㅣ 비채 ㅣ 2007>은 작가의 삶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는 책이다.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얇은 책인데, 노래 CD가 수록되어 있다. 한강 작사, 작곡, 보컬이라고  씌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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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희랍어 시간 l 문학동네 ㅣ 2011>을 읽은 후에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찾아서 읽기도 했다. 소설, 에세이, 동화까지, 그 중의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ㅣ 비채 ㅣ 2007>은 작가의 삶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는 책이다.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얇은 책인데, 노래 CD가 수록되어 있다. 한강 작사, 작곡, 보컬이라고  씌

여져 있다.  

작가는 " 소설을 쓰기 전에 시를 썼고, 시는 원래 노래에서 나왔으니까."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p.6)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마음만 소박하게 담자고....

이 책 속에는 흘러간 추억 속의 노래들이 많이 소개된다. 그 노래에 얽힌 오래되어서 빛바랜 추억담까지.

그녀는 글쓰기 뿐만아니라, 음악에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꿈 속에서 선명한 피리 소리를 듣고, 꿈에서 깨어나 그 노래의 소절을 적을 수 있으니.

어느날은 가사없이 피아노와 첼로, 목관악기의 합주를 꿈 속에서 듣고 오선지에 그려 넣을 수 있었으니.

노래에 얽힌 사연도 다양하여, 가곡, 소리, 가요, 팝송 등의 이야기가 정겹게 펼쳐진다.

아버지의 노래인 <황성옛터>, 그리고 어머니의 노래인 <짝사랑>

한강의 글이 다소곳한 듯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조용히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주듯이, 한강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부른 10곡의 노래도 그녀를 닮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강의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동화를 읽었기에 한강의 작품의 특색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등을 읽으면서 작품을 해석하기에 쉽지 않고 깊이가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 읽게 된 <여수의 사랑>은 한강이 1994년, 1995년에 문예지 등에 게재한 단편소설 6편을 첫 창작집으로 출간한 책이다.



당시에는 한강이 신예 작가였다. 1993년에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했고, 1994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소설집인 <여수의 사랑>은 1995년에 출간됐고, 2012년에 개정판이 나온다.

<여수의 사랑>이 출간됐던 당시의 책 소개글은 다음과 같다.

" 젊은 날의 상실과 방황을 진지하고 단정한 문체로 그려보이는 신예 작가의 첫 소설집. 작가는 세속적 희망을 버리는 대신,삶의 근원성으로서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이끌어내고,운명과 죽음에 대한 어두운 갈망과 그것들과의 때 이른 친화감을 키워낸다. " <1995년 여수의 사랑 책 소개글 중에서>



한강의 작품에 대한 문학성은 이미 '황순원 문학상', '만해 문학상', '동리 문학상', '이상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 한국소설 문학상'을 받으면서 입증이 됐다.

2016년에는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있어서 수상을 하게 된다.



<여수의 사랑>에 수록된 작품은.

<여수의 사랑> : <리뷰> 1994년

<질주> : <한국문학 > 1994년

<어둠의 사육제 > : <동서문학> 1995

<야간열차> : <문예중앙> 1994

<진달래 능선> : <샘이 깊은 물> 1994

<붉은 닻> : <서울신문> 1994

이 중에 <붉은 닻>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다.

<여수의 사랑>에 대한 출판사 책소개글을 보면,

" <여수의 사랑』이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스물일곱번째로 출간되었다. 저자 한강은 삶의 치욕들을 헤집어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버리고 지운 기억을 되살리는 지난한 시간을 겪게 한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인간’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온 아픈 시간을 깨우는 뼈아픈 각성의 시간이며, 그때의 기억은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자가 동력을 가동하게 한다.
한강이 자신의 작품에서 그리려고 하는 것은 존재의 피로감, 희망 없음이 주는 좌절감 같은 근원적인 정서적 상황이다. 한강의 인물들은 떠나고, 버리고, 방황하고, 추락하고, 죽음 가까이에서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을 그리워한다. 그러면서 존재의 ‘살아 있음’을 일깨운다. 그녀는 삶의 근원성으로의 외로움과 고단함, 운명과 죽음에 대한 갈망 속에서 그것들과의 친화감을 키워낸다. 그녀가 껴안는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은 우리가 어떤 욕망에 사로잡혀 바쁘게 살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를 끈덕지게 사로잡고 있다.



(...) ( 문학과 지성 소설 명작선 27 여수의 사랑 / 문학과지성사 ㅣ 2012, 책소개글 중에서)

<여수의 사랑>에 실린 6편의 단편소설들은 하나같이 세상에서 소외된 외로운 인생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장기에 겪어야 했던 가족의 붕괴, 청춘들이 보여주는 아픈 가족사.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운명을 따라 흘러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하게 해준다.



한강의 작품은 한 권씩 찾아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 읽은 <여수의 사랑>은 우연히 인터넷 서점 중고사이트에서 보게 됐다. 내가 읽은 책은 2012년에 출간된 특별판이다.

한강 소설집 <여수의 사랑>이란 책이 있기에 구입하게 됐는데, 한강의 초기 작품이지만 요즘 발표하는 작품에 뒤지지 않는 문학성이 돋보이는 소설들이다.

<2018년 10월 18일>
n******5 2024.11.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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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이들의 삶에 박혀있는 우울한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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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의 이름에 눈길을 거두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 비단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유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6개의 소설 중 어느 하나에서도 처음 기대했던 느낌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이야기는 상실이 남기고 간 흔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울하고 고독하고 지쳐만 간다. 어떤 상황 가운데 이러한 글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의문이 생기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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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의 이름에 눈길을 거두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 비단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유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6개의 소설 중 어느 하나에서도 처음 기대했던 느낌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이야기는 상실이 남기고 간 흔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울하고 고독하고 지쳐만 간다. 어떤 상황 가운데 이러한 글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의문이 생기는 가운데 책 뒤의 해설에서 조금이나마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해설에서는 책이 출간된 90년대 중반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기저에 깔려있는 사회적·문화적 죽음을 그 이유로 들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작가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나타난 절망적인 일로 인해 여남은 생을 목숨이 끊기지 않은 채 힘들게 살아가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이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고 그 이후로도 여러 책을 출간함으로 개인의 슬픔을 넘어 다수의 슬픔을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와 같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니 《여수의 사랑》의 자흔이 여수(麗水)에서 느꼈던 여수(旅愁)의 감정은 나를 반가이 맞이해주는 이가 없다하여도 상처받을 필요 없다는 역설로 받아들이고 싶다.


#한강 #노벨문학상 #여수의사랑
f*******7 2024.11.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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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력 마주하기 ― 한강 [여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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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여수  한참 여수밤바다라는 노래가 소위 흥했던 시절이 있었다. 봄철이었던가, 바람이 좀 꿉꿉해지는 여름이었던것 같기도하다. 캠퍼스를 걸으면 여기저기서 기타소리와 함께 좀 우울하기도하고 또 다정하기도 한것 같은 노래 소리가 들렸고 편의점이나 카페에가면 그 노래만 주구장창 나오곤했다. 그 노래가 유행했던 이유는 그 노래가 왠지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들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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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여수

 

 한참 여수밤바다라는 노래가 소위 흥했던 시절이 있었다. 봄철이었던가, 바람이 좀 꿉꿉해지는 여름이었던것 같기도하다. 캠퍼스를 걸으면 여기저기서 기타소리와 함께 좀 우울하기도하고 또 다정하기도 한것 같은 노래 소리가 들렸고 편의점이나 카페에가면 그 노래만 주구장창 나오곤했다. 그 노래가 유행했던 이유는 그 노래가 왠지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들했다. 무슨 향수? 그리워할 고향이 우리에게 있던가? 동아리방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친구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곧, 그것이 이를테면 관용적인 표현 같은 것이라며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즈음 동아리 방에 모인 얼굴들은 모두 쓸쓸하고 버거워 보였다. 다들 과제며 취업준비에 바빠 얼굴에 옅은 피곤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우리는 인사치레로 항상 말했다. "과로하시는군요(24p)" 우리는 향수를 느낄만큼 오래 고여있는 기억을 가지지 못했지만 모두 향수를 느꼈다. 괜스레 쓸쓸해지고 외로워지고, 몸 부대낄 곳이 필요해지는 기분이 들면 이유없이 핸드폰 연락처를 주루룩 훑었다. 그러다가 괜찮은 이름을 하나 발견하면 잠시 고민하다가 연락을 보내곤 했다. [뭐해. 같이 저녁 먹을래?] 그렇게 성사된 모임은 잠시 피곤을 뒤집어쓴 얼굴을 가리고 히히덕 대다가 헤어졌고, 그러면 우리는 곧 또하나의 우울을 뒤집어 쓰곤했다. 우리는 모두 외롭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우울함과 객지에 있는 것만같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자신이 현대인이라는 증거와 같은 일이라고들 말한다. 한강의 소설은 우리의 외로움을 더더욱 자극한다. 여기에는 멋드러진 파트너를 만나 외로움이 극복되는 것같은 디즈니적 해피엔딩은 없고 주인공들은 잠깐 만나서 서로 볶닥대다가 서로 헤어져버리고 만다. 나는 이 소설이 영 뒷맛이 깔끔하지 않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이 소설을 읽는가?    

 

 

 

 

 1. 결벽증과 수조 속 물고기


여기에는 두 여자가 있다. 여수에 대한 두 가지 내력을 간직한 여자이다. 하나는 정선. 그녀는 강박증을 앓고 있으며 주기적인 위경련에 시달린다. 결벽증은 그녀로 하여금 모든일을 참기 힘든 일로 만든다. 그녀는 어린 시절은 여수에서 살았고 7살쯤에 여수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여수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 한 여자, 자흔은 태평하고 무심한 성격으로 여러 도시를 전전하다가 서울까지 올라왔고, 타이밍 좋게 정선의 룸메이트가 되어, 정선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자이다. 그녀는 오랜 떠돌이의 내력이 있지만 여수가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그 곳으로 언젠간 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녀의 무심한 성격 탓에 그녀는 온 몸에 상처가 많고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등의 우여 곡절을 겪는다.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내력 때문에 그녀들은 어떤 증상들을 안고 지낸다. 그 증상들은 그들 스스로를 힘들게 하기도하고 또 서로에게 불편함과 짜증을 유발한다. 자흔은 서울은 삭막하다며 어느날 갑자기 물고기가 든 수조를 들고 들어오고, 결벽증이 있는 정선은 그것이 불편하다. 또 위경련과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정선은 자흔에게 더러우니 자신을 보며 이야기하지 말라고 말하며 자흔을 밀어내고 자흔은 그것에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꾸역꾸역 그 둘은 여름을 넘긴다. 그동안 관계는 더욱 악화되어 결국 자흔은 정선을 떠나고, 정선은 자흔의 뜻을 대신 이루기라도 할 듯, 여수로 향한다.

 

 

 

 

 2. 사랑은 누군가를 어디론가 보내고

 

 우리도 나름대로의 내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내력으로 인해 어떤 삶의 방식들을 선택하게 되고, 또 그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주고 서로를 불편해 하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와의 관계는 사람을 움직인다. 그것이 디즈니적인 해피엔딩이 아닐지라도 그렇다. 자흔이 한 도시의 서점에서 일하면서 서점에 드나드는 대학생을 사랑하게 되고, 그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도시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처럼, 자흔은 정선을 움직였다. 정선에게 자흔은 특별했다. 자흔의 독특한 생활방식은 정선의 삶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자극했다.


"그 때, 어째서 나는 못볼것을 본 사람처럼 자흔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던가. 무엇이 내 몸속에서 잠들어있던 혈관 하나하나를 끄집어내며 끓어오르기 시작했던가." ( 42p)

 

 자흔은 헛구역질을 하는 정선을 말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다가는 결국 정선이 자신의 머리속 한 구석으로 몰아넣어둔 '여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뿐만아니라 자흔이 정선을 떠나고자했을 때, 정선은 자기를 떠났던 수많은 룸메이트들에게 하지 않았던 말을 처음으로 꺼낸다. "가지 말아요(56p)" 정선은 처음으로 함께 살 붙이고 지내는 룸메이트로서 자흔을 인정했고, 자신이 그토록 외로워왔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한쪽만의 바람대로 흘러가지는 않듯이, 다음 날 새벽 자흔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정선의 집을 떠난다. 정선은 자흔이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자신이 자흔과 함께 있는 동안 강박에 가까운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여수로 갈 다짐을 한다.

 

 

 

 

  3. 매듭을 지어야 할 것

 

 여수에 가기위한 기차를 타고서도 정선은 여전히 토악질을 멈추지 못한다. 하지만 여수로가는 기차 안에서 정선은 책 전반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내력을 되짚으며 그 고통스런 기억안으로 기꺼이 걸어들어간다. 정선이 여수에 발을 들였다고해서, 그것이 온전한 치료이거나 회복은 아닐 수 밖에 없다. 사랑이 마지막 해결책이 되어 해피 엔딩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주 폭력적이다. 외로움이 완전히 극복되어 왕자님을 만나는 디즈니적 해피엔딩은 사실은 그 이후의 삶을 숨기는 하나의 폭력이다. 우리는 잠시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점이 되어 세상을 헤메는 지극히 개인적인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서로 맞 부딪쳤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꿔 놓는다.

 

 퀴어에 대해 생각해보자. 개인의 내력속에 퀴어를 품고 있는 사람들은 그 내력으로 인해 어떤 증상들을 가지게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투쟁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숨기기 위해 분전할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고통받을 수도 있고, 커밍아웃을 통해 주위사람들이 불편해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서로와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아야 하는가. 외로움 속에 오래 오래 홀로 머물러야 하는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 우리는 그 본질적인 내력 속을 마주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사랑은 존재의 내력을 바꾸는 아주 큰 사건이기 때문에.   

  

 끝맛이 깔끔한 소설이 아닌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모두 어떤 향수를 가지고 있다. 외로움과 객지에서 떠도는 것 같은 부유감. 그러나 우리가 누구와 관계를 맺더라도 그것은 평생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로 만나는 이유는 뭘까를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그들에게 내 내력을 외치거나 혹은 숨기는 이유 말이다. 그건 아마 돌아가기 위해서. 정선이 결국 여수를 찾는 것처럼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각자의 아주 불편하고 색다른 내력을 가진채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내력을 온전히 '이해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내력을 들여다보고 헤집고 그래서 또 다시 그렇게도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r**********m 2016.03.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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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 절망의 병존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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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등단 후 20대 중반에 발표한 단편들을 모은 첫 소설집이다. 1994-1995년에 쓴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벌써 20년이 지난 소설들인지라 개정판에서는 지금의 감성에 맞게 소소한 어미들을 다듬었으며, 끝내 마음에 들지 않는 한 작품은 뺐다고 한다. 지금은 중견 작가가 된 한강의 대표 정서는 누가 뭐래도 슬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한결같은 기조는 『바람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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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등단 후 20대 중반에 발표한 단편들을 모은 첫 소설집이다. 1994-1995년에 쓴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벌써 20년이 지난 소설들인지라 개정판에서는 지금의 감성에 맞게 소소한 어미들을 다듬었으며, 끝내 마음에 들지 않는 한 작품은 뺐다고 한다. 지금은 중견 작가가 된 한강의 대표 정서는 누가 뭐래도 슬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한결같은 기조는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등의 최근작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러므로 한강의 초기작들을 읽는 건 그의 슬픔이 자리 잡은 원류(原流)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한강의 소설을 몇 편 읽어 본 사람이면 그의 초기작도 당연히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가 쓰였겠거니 짐작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짐작은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야기들은 심연의 상처를 가진 이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로 시작된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절대적인 상실감-혈육의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중심인물 두 명의 대립을 통해 이야기가 서술된다. 『여수의 사랑』의 정선과 자흔, 『어둠의 사육제』의 영진과 명환, 『야간열차』의 영환과 동걸, 『진달래 능선』의 정환과 황 씨, 『붉은 닻』의 동식과 동영의 관계가 모두 그러하다. 『질주』에서는 직접적인 인물의 병치가 없고 회고로부터 고통이 환기되는 구조를 가지지만, 혈육의 죽음이라는 상실감의 근원은 앞선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야기들은 대부분 한 명의 초점 화자가 다른 인물을 바라보고 있는 구조이며 중심인물들은 제각각의 상처와 상실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난하며 체념적인 이들은 동거를 통해 (여수의 사랑, 진달래 능선, 어둠의 사육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을 사랑하기도 어려운 불완전한 인간들이기에 남을 이해하기란 더욱 어려워 보인다. 희망 없는 바닥의 날들은 그저 견뎌내야 하는 걸로 보인다.


혈육을 잃은 절대적인 상실감, 지키지 못한 가족, 가난. 이런 상처들은 치유할 수 있는 것인가? 한강은 쉽사리 치유를 말하지 않는다. 어느 작품들도 쉽사리 희망을 비추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상실감은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기에 함께 공명(共鳴) 한다. 작중 인물들은 의식하지 못한 채 그렇게 절망의 병존 속에서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그건 타자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과거를 만나고 화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밤하늘은 숨이 막히도록 어두웠다. 베란다 방에서 여러 번 밤을 지새워본 나는 아파트촌 위의 하늘이 가장 어두울 때를 지나서 새벽이 동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장 지독한 어둠이 가장 확실한 새벽의 징후임을 나는 수차례 보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새벽을 의심했다. 고질병을 가진 사람이 한차례의 통증이 지나갈 때마다 죽음을 확신하듯, 나는 얼마 안 있어 지나가고 말 어둠이 영원할 것만 같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히곤 했다. 135p

친구 녀석들의 모임이 재개되었다. 나는 왠지 그곳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혼자였다. 혼자라는 것은 피가 끓고 눈이 부신 젊음이 있을 때나 고통스러운 것이었지 이제는 내 몸에 잘 맞는 껍질이었다. 그 껍질 속에서 나는 편안했다. 186p

정환은 그동안 자신의 앙상한 희망을 혹사했다. 곰이나 원숭이 같은 짐승들을 먹이지 않고 채찍으로 다스리는 곡예사처럼 정환은 자신의 희망을 함부로 다루고 소모했다. 한데 이상한 것은 그것이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환의 지친 육체를 괴롭히는 것은 절망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무작정의 희망이었다. 의지나 가능성과는 무관한 성질의 감정이었다. 212p


h*******5 2016.01.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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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러버] 여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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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첫소설을 초판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말에 11월 독서는 여수의 사랑으로 정해졌다. 평가라기엔 우습지만 확실히 기존 작품들에 비해 뭔가 어리숙하고 또 어딘가 잘 쓴 소설들을 샘플링한 듯한 젊은 작가의 애씀이 느껴졌다.이 시기를 거쳐 지금의 한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는듯 해 벅차기도 했는데, 첫 소설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냄새가 짙게 났다. 팀 버튼 하면 기괴함이 떠오
"[북클러버] 여수의 사랑" 내용보기
한강의 첫소설을 초판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말에 11월 독서는 여수의 사랑으로 정해졌다. 평가라기엔 우습지만 확실히 기존 작품들에 비해 뭔가 어리숙하고 또 어딘가 잘 쓴 소설들을 샘플링한 듯한 젊은 작가의 애씀이 느껴졌다.

이 시기를 거쳐 지금의 한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는듯 해 벅차기도 했는데, 첫 소설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냄새가 짙게 났다. 팀 버튼 하면 기괴함이 떠오르듯이 한강은 굉장히 우울하고 또 땅에 발을 딛고 있지만 시선은 하늘 어딘가 다른 것을 보는 듯한 붕뜸이 있다. (어둠의 사육제가 특히 그러했다.)

인간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관심과 애착도 크게 느껴졌다. 동성이고 사랑을 그리는 내용이 아님에도 묘한 성애적 모먼트가 종종 보이기도 했다. (여수의 사랑, 야간열차) 이해 받기 조금 어려운 이들을 끊임 없이 독자에게 강매하며 좀 사랑해줘 라고 밀어넣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어쩌면 그 인물에 작가 자신을 투영한게 아닐지 생각해보게도 된다.
y*****b 2024.11.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