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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제목을 보고 로맨스 소설책인줄 알았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내용과 형식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현재 한국이 연애 불능인 이유를 촘촘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서 설명한 책인데다 교수가 대학 수업시간에 했던 강연을 엮어서 낸 책이라 2020년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생생한 질문, 답변들도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단숨에 올해 나의 최애 책으로 등극!!! 이런 스타일 책 너무 좋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것을 정확한 언어로 설명해서 내 마음을 말끔하게 정리해준 교수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속이 씨원!
교수는 90년대부터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사회학적,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동시에 정신분석적인 접근으로 한국인들의 마음을 예리하게 설명했다. 이렇게 정신분석적인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 너무 좋다… (다시 한번 내적 소리지르고 갑니다)
책을 읽다가, 내가 90년대, 2000년대에 재밌다고 보고 읽었던 미디어들이 대거 분석되는데 충격적이기도 하고, 내가 얼마나 세뇌되었던가도 깨닫는 계기도 되었다.
20대 여자 생활 백서? 이런 책은 내용도 하나도 기억 안나지만 표지를 보니까 왠지 집 책꽂이에 꽂혀있던 모습이 플래시백으로 떠오름… 소름… 그당시 내가 저거 읽고 여자라면 이래야지!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을까, 거부감을 느꼈을까. 기억나지 않지만 이 자체로 소름이 돋는다.
특히나 절절하게 다가왔던 부분들: 드라마 밀회를 분석해 사랑을 욕망과 결여로 설명한 부분 **욕망의 세계에서는 네가 가진 것으로 나의 결여를 채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기반한 격렬함이 있지만, 네가 가진 것이 없어지면 나는 결여를 채우기 위해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사랑의 세계에서는 나의 결여와 너의 결여가 서로를 알아보고 그것을 견디기 위해 함께 있으며, 결여란 ‘없음’이므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내가 너를 떠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지점은 플러팅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시아와 서양에서의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를 비교하며, 플러팅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데, 결국 상대를 내가 소유할 수 없으니 내가 가진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 그리고 이 과정이 끝나지 않음을 인지할 때 관계 속에 긴장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 여거지는, 혹은 결혼하면 품절남, 품절녀, 라고 부르는 문화에서 상대방의 가치를 존중하고 긴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없어지면 매력도 없어진다. 더이상 갈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면 긴장은 없어지는 법이니까...
**플러팅과 유혹은 상대방이 내가 절대로 소유할 수 없고,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는 타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가능한, 말하자면 커뮤니케이션의 근원적 불가능성 속에서 추구하는 일시적 가능성의 세계인 것이죠**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책이 떫고 비관적인 톤이 아닌, 그래도 사랑의 감각을 통해 우리가 삶을 채워가자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해주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재미있는 책,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