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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의 방송영상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진에 이어 들이닥친 수십미터 높이의 해일에 해안 지방이 초토화 되는 모습은 현실이 아니라 재난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지경이었다. 우리와는 온갖 민족 감정으로 얽혀있는 이웃나라 일본에서 벌어진 아비규환의 현장을 매 시간 끊임없이 재생되는 뉴스로 접하는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더 큰 재앙을 보게 되었다. 지진에 이은 해일로 인한 정전과 침수앞에 '안전과 안심'이라는 경제 대국 일본의 자존심은 무너졌고 결국은 원자로 바깥을 싸고 있는 콘크리트 벽이 폭발하고 말았다. 그 장면은 9.11 테러 장면을 뉴스속보로 볼 때 만큼이나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금도 방사능을 공기중으로 뿜어내고 있고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새어나오고 녹아내린 핵연료를 수습하려면 앞으로 몇 십년이 더 걸릴 지도 모르지만 벌써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후쿠시마로부터 방출된 세슘의 20퍼센트는 일본 영토에 떨어졌지만 78퍼센트는 태평양으로 흘러갔고 나머지 2퍼센트가 일본 국외의 대지에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원전 사고 당시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해류가 우리나라 쪽으로는 오지 않는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한 것으로도 모자라 중국과 대만도 하고 있는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제한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표본 조사 만으로도 국민들에게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걸까? 오염된 음식물을 먹은 일본인들의 몸에서는 세슘이 검출되고 있는데 같은 선량의 외부 피폭에 비해 음식물을 통한 내부 피폭은 300 ~ 1000배 위험하다고 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 대한 건강 조사를 한 에브게냐 스테파노와 박사가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소개한다. 외부 피폭은 피할 도리가 없지만 내부 피폭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채소는 씻고, 5밀리미터 두께로 껍질을 벗기고, 다시 씻고, 데쳐라. 데친 물은 버려라. 고기나 생선은 2 ~ 3시간 소금물에 담가라... 복숭아나 당근, 사과, 포도 등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는 식품은 방사성 물질을 체내에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세슘이나 스트론튬이 축적되지 않도록) 칼륨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건포도와 건살구를 많이 먹어라...칼슘이 많이 든 치즈를 먹어라." 물론 우리나라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이 직접적인 방사능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충고라고 생각된다.
연이어 일본을 강타하는 재난을 보면서 지진, 해일, 방사능 중 무엇이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것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보다는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가 훨씬 컸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추산할 수 있으며, 지구와 후손들에게 지은 죄는 어떻게 씻을 수 있겠는가. 일본은 이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세계 유일의 피폭국가로서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핵알레르기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될 수 있었던 것은 핵발전이 경제적이라는 이유 외에도, 핵보유 능력을 갖고자 하는 군사적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선전하지만 핵연료를 채취하고 가공하는 과정과 사용후 핵연료의 보관이나 처리에는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게다가 원자로도 기계이므로 완벽하게 사고를 피할 수 없고 만에 하나 발생하는 사고처리를 위한 천문학적 비용을 생각하면 원자력은 경제적인 발전방식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원자로 20기를 보유한 세계 6위 원자력발전 국가이며 원전건설 플랜트 수출에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진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대신 분단국가로서 군사적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잠재적 침략자들이 공군기와 포병대같은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원자력발전소를 공격목표로 삼는다면 원폭에 못지 않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두려운 경고까지 하고 있다.
태양열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이 당장은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단계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가면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더 이상의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현재 가동하고 있는 원자로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음으로써 탈원전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방향을 천명한 독일과 일본의 현명한 결정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전말과 전망에 대한 보고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저자의 투철한 기자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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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한일성신학생통신사’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 프로그램은 ‘한-일 간 문화교류, 경제협력은
확대되고 있으나 역사 문제를 둘러싼 마찰은 여전히 첨예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생긴 기획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일본의 ‘국민 정서’를 좋아하지도 않고, 일본 정부의 정치적 행보를 정말 싫어한다. 평소 그들에게 관심도 없고, 접점도 없었다. 하지만 국제사회 내 일본 정부의 태도와 한-일 문제에 대한 일본
대학생들의 생각이 궁금했고, 무엇보다 공짜로 해외를 다녀올 수 있다는 점에 끌려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일정 중에 ‘일본 학생들과의 토론’이 있다. 토론회의
주제는 크게 원자폭탄 피해 문제(구체적인 사항으로 전후 행정 및 한국인 피폭자 보상문제)와 원자력발전소 개발 이 두 가지인데, 그래서 요즘에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특히 원전 개발에 대한 지식을 쌓고 있다. 덕분에
이번 기회에 많이 알게 되었다. 군대에 있을 때 에너지산업이 궁금해서 관련된 교양 서적을 두루 봤는데, 그 때 읽었던 책을 하나 다시 집었다.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 사회과학이나 정치 분야에서 판단이라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여전히 세계에는 수많은 쟁점들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가치관을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것도 똑같다. 나는 추가적인 원전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번 기회에 책에 대한 감상도 쓸 겸 원전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서 그 근거를 적어보려고 한다. 1. 과연 안전한가?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자들의 가장 든든한 논리는 ‘원자력은
비교적 가장 안전하다’이다. 원자력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 논리는 아주 견고했다. 하지만 우리는 불과 반 세기도 되지 않아 원자력 때문에 지구가 지옥이 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체르노빌 한 번도 모자라 후쿠시마에서까지.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는 높은 진입 장벽 탓에 과학지식을 가지고 나누긴 어렵다. 우리는 역사적인 반례를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 방법은 전문적이진 않지만, 어쩌면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다. 라스무센 연구팀은 1975년 작성한 보고서 ‘원자로의 안전성 연구보고서(The Reactor Safety Study)’에서
“원자로는 절대 안전하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원자로가 방사능 유출 없는 노심용융 사고를 일으킬 확률은 1만
년 가동에 1차례, 방사능이 소량 유출되는 노심용융 사고는 100만 년에 1차례, 대량
유출되는 괴멸적 사고는 10억 년에 1차례 일어난다고 추산했다. 원전이 자동차나 비행기 심지어 허리케인, 낙뢰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나온 지 4년 후인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 섬에 있는 원전에서는 노심용융이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보고서가 100만 년에 한 차례 일어날 것이라고 본 사고가 미국이
원전 가동을 시작한 지 20년여 년 만에 발생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비슷한 패턴으로 발생했다. 일본은
지진과 쓰나미, 태풍 등 끊이지 않는 자연재해 탓에 ‘안전과
안심’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나라다. 그렇기에 재화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정부가 안전 조치를 취한 것만으로는 국민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수요자가 인정하고 안심할 수
있어야 비로소 국가가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인정받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원전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일본은 원자력 발전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진행했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많은 일본인이 모르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원전의 비상정지는 운전 7000시간 당 0.07회로 놀랄 만큼 적다. 또 원자로 압력용기는 일본의 한 제조회사가 세계 시장의 80퍼센트를 점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운전의 신규 건설이 진척되면서, 각국은 치열한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중국도 저렴함을 무기로 수출을 꾀하고 있다. 세계 제일의 안전한 원전을 세계에 확산시키는 것이야말로 일본이 세계의 공헌하는 길이다” _ 도요타 아리쓰네 ‘일본의
원전 기술이 세계를 바꾼다’, 2010 그러나 현실과 이론은 달랐다.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는
심각한 사고가 10만 년에 한 번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할 만큼 온갖 비상수단을 다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수단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사고를 피하진 못했다.
2. 그렇다면 효율적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무작정 ‘원자력은
안전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원자력 개발을
찬성하는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찬성
측의 주된 논거였던 ‘안전’이 빠진 자리에 ‘효율성’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의 주장은 이렇게 모아진다. ‘100% 안전하다고 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원자력을 포기할 순 없다.’ ‘비용적 측면에서 다른 에너지 개발에 비해 훨씬 절약된다.’ 과연 그럴까? 일단, 원자력과 타 에너지의 발전 비용을 비교했을 때 전자가 더 저렴하므로 효율성도 더 높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비교대상이 틀렸다.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발전 비용과 발전 사후 처리 비용(핵 폐기물 처리비용 및 사고 예방, 수습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에너지
산업의 목적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거나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가, 전 지구의 생존에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의 경우, 발전
비용은 눈으로 셀 수 있지만 그 외의 비용은 우리가 가늠할 수가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폐기물 매장’ 방식은 불완전한 처리 방법이기에 언제든지 상황이 달라질
수가 있고, 사고 후 처리 비용도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 뿐, 정확한 비용을 계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르노빌 사건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입은 피해, 국민들의 피해는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또한 여전히 국민들은
체르노빌에 접근할 수 없으며 국가도 체르노빌을 이용할 수가 없다. 지금도 피해는 진행 중인 것이다. 3.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개발의 역사는 15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자원의 가채연수가 50여 년 안팎임을 볼 때, 우리는 지구가 60억 년 동안 품고 있던 자원을 200여년 만에 다 써버렸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세대는 너무 이기적이다. 선대는 차치해 두어도 후대를 생각하면 가혹하리만큼 본인들만 생각하고 있다. 현재 가장 잘 ‘쓰고’ 있는 원자력의 성질을 알면 더 그렇다. 원자력 발전은 필연적으로
방사능을 방출하는데, 초기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부른다.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온 방사능 물질은 호흡이나 음식 섭취를 통해서 흡수되는데,
생물학적/물리적 반감기가 열 번 이상 지날 때까지 우리 몸을 피폭시킨다. 주목하고 싶은 건 물리적 반감기다. 물리적 반감기는 방사능 물질 자체의 방사선 방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을 말한다. 요오드131의 경우 8일, 스트론듐90과 세슘137은 30여 년이 지나야 그 강도가 반으로 줄고 플루토늄의 경우는 어쩌면 영원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 방사성 물질들은 태워 없앨 수도, 화학 처리할 수도 없다. 지금도 지구 곳곳 보이지 않는 곳에 그대로 존재한다. 사실 우리
세대가 땅 속에 그냥 ‘묻은’ 핵 폐기물은 동의 없이 내다버린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계속 원자력 발전을 옹호해야만 하는가? - 현실을 무시한 채 ‘원자력 발전을 중지하라’고
외치려는 건 아니다. 일단 원자력 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단계별로 실천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의 비율을
점점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의 수를 기존보다 10개 이상의 늘리려고 하고 있다. 정부의 논리는 ‘효율’과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한 대비’다. 정부에게 논리의 이면에 대해 묻고
싶다. 개발에 대한 강박인지, 표심을 위한 정치적 전략인지.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