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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서평의 카테고리에 넣을 때 소설 시 희곡으로 할까 에세이로 할까 망설였다 그렇게 망설일 여지가 있을 정도로 이 책은 장르를 넘어 선다 정확히 말하자면 강정 시인이 열 네 명의 국내 시인의 시 열 네 편을 읽고 그 시로 촉발되는 산문을 쓴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들 열 네 명의 시인의 책이 아니고 강정 시인의 책도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열 네 명의 시인과 강정 시인의 책 모두 이기도 하다 강정 시인은 꿈꾼다 우주의 자그마한 쉼표 콤마씨가 되어 생의 호흡과 호흡 사이의 간결한 틈새와 생의 가장 날카로웠던 순간의 시절들을 부유하며 우주와 소통한다 그런 강정의 리듬을 따라 우주는 일그러지고 수축하다 다시 펴지며 알 수 없는 의미의 기호들이 명멸한다 그 기호들을 해독하는 강정의 마음의 결을 따라 확장된 너와 나의 공통의 언어가 새로 태어나고 그 언어의 근처에서 우리는 소통을 꿈꾼다 열 네 편의 꿈과 열 네 편의 침묵 그리고 그들 사이에 놓여 있는 우리 책을 읽다 보면 시는 궁극에는 사랑을 증거하는 복화술이 아닐까 하는 따뜻한 슬픔이 밀려온다 강정의 실패한 사랑의 흉터에서 흘러나온 이 즙의 언어는 우리가 알고 있거나 익숙했던 세상을 뒤집어 전복시키고 일순 다른 세상으로 변하는 어떤 곳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 곳에서 우리는 슬픔이란 사실 안심이며 떨리는 몸으로 치러야할 의식이라는 낯설지만 이미 경험한 듯한 기시감을 겪으며 사랑과 멀어진 우리의 아픔을 쓰다듬게 된다 세상의 아픔이란 자신의 안을 들여다 보는 성찰이란 덧없지만 소중한 지평의 연장선에서 만나게 되는 타인의 흔적과 나의 무엇과의 교집합 우리는 세상 속에서 흘러간다 그 마주침이 이별과 고통으로 점철되고 말지만 우주의 한 점 콤마가 찍히는 찰나의 순간은 영혼에 박힌 보석이 되어 의식 속에서 변화하는 영원이 된다 누가 그 표면 밑의 부호를 읽을 것인가 이 책으로 강정은 자신의 개인사를 정리하는 동시에 보편적인 연대라는 독자와 작가 사이의 교감을 시도했다 시인은 반역하는 행위속에 언어의 지층을 파고 번쩍이는 섬과을 보여준다 시인이 쓴 시적 산문이라는 지독하리만치 슬프고 달콤한 이 음료의 한 잔을 여러분에게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