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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세계 (2018년 초판)
바야흐로 기존의 틀에박힌 좀비물의 한계를 넘어 좀비장르의 새로운 특이점을 가져온 문제작이자 좀비와 인간의 로맨스라는 신박한 설정으로 헐리우드 영화로 제작되어 열광적 반응을 이끌었던 [웜 바디스]의 속편이 출간되었다. 전작에서는 굶주림에 허덕이며 살아있는 식량을 찾던 좀비에서 의식을 갖고 인간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R과 그런 R과 마음을 나누던 여성 줄리와의 기묘한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좀비의 모습을 벗어나 인간과 좀비 사이 중간에 끼어버린(좀비 보다는 인간에 더 가까운) R이 이권과 욕망을 위해 인간들끼리 서로 피흘리며 대립하는 모습을 한발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며 인간에 대해 고찰하는 모습이 숨가쁘게 그려진다. 식욕 이외의 욕구는 없었던 좀비가 바라본 인간들의 잔혹한 세상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자'들을 이용하여 실권을 잡기 위해 벌이는 끔찍한 생체실험과 학살장면들을 대두하면서 좀비보다 무섭고 공포스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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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영화는 물론이고 이 책의 전편인 <웜 바디스>도 읽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과연 내가 이 책을 제대로 따라잡을 수 있을지 조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소설의 특성상 전편을 몰라도 이 책에 나오는 내용만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서 혹시나 나와 비슷한 독자가 있다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전편을 읽었더라면 등장인물들의 인과관계를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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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바디스》의 후속작《타오르는 세계》, 전작에서 R의 이름을 붙여준 이는 줄리다. 정확히는 그리지오 줄리로서 그리지오 장군의 딸이다. 제목 '타오르는 세계'가 시사하는 것은 그들이 사는 세계가 불탄다는 것일까? 전작에서 좀비면서 이름없는 그가 공항 주변을 맴돌며 삶을 이어가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온 산 자 줄리를 만나면서 그녀를 구해주었고 목적없던 그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타오르는 세계'의 특징 중 하나를 말하자면 죽었다 되살아난 존재들이 살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좀비들은 단순히 생을 위해 살아잇는 생명체를 뜯어먹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들이 그런 욕구를 제어하고 사람과 산다는 것이 우선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언제 본 모습을 보일지 모르는 그들과 한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타오르는 세계》는 단순히 산 자와 죽은 자의 생존을 위한 전쟁이 아니다. 죽은 자들이 단순히 생존을 위해 살육을 하는 것이라면 산 자들은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동족을 죽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시티 스타디움'는 운동 경기장 안에 세워진 로렌스 소로 장군을 대표로 하는 작은 도시다. 직접 농사를 지어 생활해야 하지만 전기가 있어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다른 책에서 만난 것과 다르다. 길이 험난하기는 하지만 자동차를 끄는데 무리는 없다. 줄리가 R을 변화시켰다면 R도 줄리를 변화시켰다 말해야겠다. 둘의 조화는 다름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해주었으니까. 골드만 돔을 합병하는데 성공한 액시멈 그룹이 시티 스타디움에도 어둠의 손길을 뻤쳐왔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뭘까. 사람에게 손상을 입히지 않는 평화적 합병이 가능하기는 할까?
"우리가 어려움과 맞닥뜨린 곳은." "스타디움의 살아 있지 않은 인구와 그 주변 지역이야." (p.158) 입으로는 평화를 말하지만 행동은 폭력적인 액시덤 그룹, 전신이 민병대였다던 그들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변질되어 있는 것일지. 이미 죽었던 자들이 다시 회생한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그것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기에 액시멈 그룹에서 파견된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힘들었다. 전쟁에서 아군의 많은 피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의 지휘자를 죽이면 된다. 액시멈 그룹도 그런 전략을 펼친 것일까? 하지만 상대의 지휘자를 죽이는 것은 평화회담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R이 죽은 자에서 산 자로 돌아온 비밀이 서서히 풀려가고 있다. '역병과 반대인 치유의 금빛 반짝임'이 죽은 자를 죽은 자에서 산 자로 돌려놓고 있었던 것, 신비의 비밀은 뭘까?
반짝이는 금빛치유는 부패된 곳은 치유해줄 지언정 상처난 곳을 치료해주지는 않는다. 죽기 전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은 부패가 치료되더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줄리를 만나고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좀비 R, R을 시작으로 좀비가 다시 살아나는 기적은 일어났고 그는 죽은 자들 중에서 은연중 지도자로 인식되었나보다. 그러기에 맥시멈 그룹에서 R을 그토록 잡으려 혈안이 되어 뒤쫓는 것이겠지. 그들은 면담이라 말하고 우리는 고문이라 쓴다. 자신의 과거를 알수도 없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오로지 줄리만을 전적으로 믿고 행동하는 R, 과연 그들이 만들어 가려는 미래는 어떤 곳일까? 그리고 인간과 좀비가 서로 화합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예스'라고 말할때 용기있게 '노우'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 온통 찬성파 가운데서 반대를 외치는 사람의 운명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