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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간 시립도서관, 자유열람실은 그다지 바뀐 게 없는데, 책을 빌리는 종합자료실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운치가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고 의자와 책상도 확 바뀌어서 앉아있기 편해졌다. 원래는 시집 몇 권 빌려기만 할 예정이었는데, 분위기에 취해 눌러앉아 시집을 읽는다. 시집은, 지나가다 어쩌다 발견한 원태연 시인님의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뭐야, 찬 거야, 차인 거야. 그런 생각은 나의 어리석음이었다. 시는 찬 거야, 차인 거야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였다.
2. <그저께 낮 2시 27분쯤> - (사랑하는 시가 있었으면 / 사랑하는 노래가 있었으면 /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으면 / 얼마나 좋을까 / 무식하고 / 못나고 / 많이 먹는 여자라도 / 내가 아니면 아무 일 못하고 / 내가 먹여주지 않으면 / 굶고 사는 여자 / 그런 여자가 있으면 / 물심양면으로 사랑해줄 텐데 / 내일도 오늘처럼 따분한 거 같으면 / 잠속에서 연애나 해야겠다 / 못생긴 강아지가 찡얼대고 / 담배는 꽁초도 없고 / 한숨만 나온다 / 사랑하는 라이터가 있으면 / 사랑하는 시가 있으면 / 사랑하는 여자가 있으면 / 도대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을까로 시작했지만, 정말 좋을까, 아니야, 다음번에는 이런 사랑하지 말아야지로 결론짓는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되는 시. 그래, 그러기 위해선 이별이 필요하지.
<이별역> - (이번 정차할 역은 / 이별 이별역입니다 / 내리실 분은 / 잊으신 미련이 없는지 /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 내리십시오 / 계속해서 사랑역으로 가실 분도 / 이번역에서 / 기다림행 열차로 갈아타십시오 / 추억행 열차는 /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 당분간 운행하지 않습니다>
운행하지 않는 열차처럼, 운행되지 않는 삶, 이별의 아픔은 그렇게 갑자기 다가온다. 어느 누구에게나.
<'자존심' 일부> - (요즘 마음속에서 / 자존심이 미련한테 혼나고 있어 / 니가 뭐 그리 잘났다고 / 날 이렇게 아프게 하냐고 / 너땜에 내가 왜 아파야 하냐고 / 그래도 자존심은 암말 안해 / 사과도 없이 듣기만 하고 있어 /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선가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 보기 좋게 미련을 남기고 말았다.
<알아!> - (넌 가끔가다 / 내 생각을 하지! / 난 가끔가다 / 딴 생각을 해)
나 무슨 생각하지? 그래, 네 생각. 그것도 딴 생각. 뭔소리야? 그래, 그렇게 무슨 소리인지, 무슨 일인지 모르게 이별은 오곤 한다.
<하여금> -(너로 하여금 / 나는 / 바보가 되어간다 / 나로 하여금 / 너는 / 너는 반복되는 필름이 되어간다)
바보가 된 이별은 사람을 성장시키곤 한다. 그래서, 다음 사랑이 더욱 빛날 수있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그럼 안녕> - (우리 다음 사랑이 찾아오면 / 지금 같은 실수는 하지 말자 / 우리 얘기는 이쯤에서 예쁜 추억으로 접어두고 / 찾아올 사람에게 충실할 수 있는 / 마음을 준비하자 / 행복하게 사는 거 잊지 말고 / 그래 난 이만 갈게 / 그럼 안녕)
어느 날 이별이 왔지만, 그 이별로 인해 다른 만남은 시작된다. 다른 만남의 시작은 결국에 행복한 만남이겠지만, 그 만남 또한 언젠가는 끝이 있기에, 우리는 늘 이별을 준비해야 하고, 대비하고 살아야 한다.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는 이별을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자세다. 그때를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다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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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 엄청 좋아하던 시집을 ... 아줌마가 되어서 다시 만나다니.. 마치 첫사랑을 만난것처럼 너무 설래이는 시집입니다~ 20대때의 풋풋한 사랑을 노래하는 시 한구절 한구절을 읽을때마다 가슴 한켠이 간질 간질 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아이키우느라,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잊고 지냈던 아릿한 사랑의 느낌을 새싹이 피어오르듯 한장 한장 시집을 넘길때마다 사랑의 마음이 자라나네요
얼마전에 무한도전 토토가를 보면서 좋기도 하고.. 아련하기도하고.. 또 눈물도 나고 그랬었는데 이 시집도 옛날의 이뻤던 그때를 다시 보는것처럼 너무 반가운 너무 고마운 시집이네요
한장 한장 아껴가면서 한글자 한글자 음미하면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언제 읽어도 좋은 이쁜 시집 한권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너무 많은 것을 느낄수 있는 시집한권.. 꼭 읽어보시길..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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