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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서 반납하고 희망도서 받고 빌려야할 책을 찾고 나면 꼭 신간도서 코너를 한 번 훑는다. 특히 요즘 작은책방에 관한 책들을 파고 있어서 서지번호 000번대를 열심히 본다. 그렇게 운 좋게 만난 이 책은 재미있게 읽다가 읽으면서 깨달았는데 사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책방에 대한 이야기인 듯하다(이 책에서 언급한 책방 중 현실에 존재하는 책방이 하나라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기획편집자들은 이 책 서두 ‘시작하며’ 부분에서 천연덕스럽게 여기에 글 쓴 22명 책방지기가 직접 다녀와 쓴 글이라고 서술하고 있음). 일본 작은 책방 서적들에서 이미 들어본 유명 책방지기들이 ‘꿈꾸는’(아직 존재하지 않는? 그들이 만들고 싶은?) 책방을 위치와 세밀한 모습까지 묘사하며 마치 존재하는 듯 소개하거나 책방지기와의 (아마도 가상)인터뷰를 글로 정리한 모음집이다. 마치 작은책방에 관한 단편소설집을 읽는 듯한 기분 때문에 너무 참신하고 흥미로운 기획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 매력 터지는 지점은 여러 한계와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는 책방에 관해, 작은책방에 대해 평소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실험하는 책방지기들이 무한한 상상을 펼쳐 글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방들이 다들 신박했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 깊은 책방들이 있었다. 위 인터뷰는 대형서점 내 소규모 비밀서점을 운영하는 책방지기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글이다. 위와 같은 생각으로 책방을 운영한다면 크거나 취급 책이 많을 필요가 없다. 안 그래도 작은책방이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과 차별화하면서 지속적으로 운영을 가능하게 만들려면 결국 독자들이 ‘작은책방=책방지기’라고 인식할 정도로 특유한 색깔이나 큐레이션이(물론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상존하고 있음) 있어야 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독자가 멀고 찾기 어려운 책방까지 굳이 찾아가는 이유는 작은책방이 드러내고 있는 어떤 인격성이나 그 책방 색깔을 담아 구성한 서가 책등을 구경하는 재미를 만나기 위해서일 테다.
비슷한 이유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각 책방지기가 자신의 책방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며 특유 가치를 지향하고 이윤을 내는지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일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어떤 지역에 갈 때 계획 세워 여러 군데 책방 투어하기를 취미로 삼은 이후 그 작은책방 특유 큐레이션에 따라 책등을 구경하고 내가 이미 의미와 재미 있게 읽은 책을 찾는 재미를 누리고 있다. 그런 책을 많이 발견할수록 그 책방과 책방지기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하는 경험을 할 때 즐겁다. 물론 내가 재미와 의미 있게 읽었다고 해서 꼭 좋은 책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게 오프라인 작은책방에서 내게 좋지만 아직 나는 몰랐던 책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충족하곤 하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책방에 대한 글을 읽으며 핵공감했다. 이 책방은 특이하기도 책방지기가 컨셉을 잡아 꽤 긴 분량으로 심혈을 기울여 쓴 서평이 상품이다. 위와 같은 운영 방식이라면 서평이 주요 취급 상품이고 책은 덤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듯하다(소극적이지만 여기 예스블로그 파워문화블로거들도 미션수행 포인트와 애드온, 우수리뷰 포인트 등으로 자기 서평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있음, 다시금 꼭 ‘오프라인 물리적 책방’이어야 하나, 정의의 범위를 아주 넓게 잡으면 이렇게 양질 서평들이 쌓인 온라인서점 블로그 역시 책방지기 인격성이 드러나는 일종의 작은책방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음). 서평을 읽고 구미가 당기면 독서로 이어진다. 자기 서평을 돈 받고 팔 수 있을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데 놀랐다. 글에 따르면 그런 운영 방식이 책방 운영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외에도 대표가 몇 대에 걸쳐 바뀔 만큼 200년 동안 오래 책방 터를 유지해온 책방, ‘시’ 덕후를 겨냥한 장기 기차여행 코스, 닌자나 스포츠를 소재로 한 책방, 고향 섬으로 돌아온 책방지기가 운영하는 책방, 심령 공포물만 취급하는 책방, 주택 내 책방으로 첨단 기술을 동원한 전자책을 종이책들 사이에 비치하고 판매하는 책방 등 실제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은 책방 운영에 관한 참신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이번에 작은책방 관련 서적을 몰아 읽을 만큼 몰아 읽기도 했고, 이번에 제주 작은책방을 다니면서 거기서 만날 수 있는 독립출판물은 사실 안산에서 만날 수 있는데라는 생각, 최근 인스타에서 작은책방을 왕창 팔로우하면서(모아서 보고 있으려니 다들 책을 사라고 책을 사라고 말하고 있음) 운영 방식이나 인테리어나 취급하는 책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전통적 의미 책방을 떠올리면 지금은 책방과 다른 분야 간 경계가 현저히 사라지고 있기도 하고, 작은책방 유행 때문에 책방지기들도 어떤 지점에서 차별화해야 할지 고민하실 듯하다. 이 책은 그런 고민에 대한 통찰을 얻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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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51 《꿈의 서점》 하나다 나나코·기타다 히로미쓰·아야메 요시노부 임윤정 옮김 앨리스 2018.7.27. 누군가 생을 마감한 후에도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은 장서라는 형태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 거죠. (14쪽) “섬에는 책방이 없었어. 책방 정도는 있는 게 좋잖우. 이런 작은 섬에서 누가 책을 사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또 예상과 달리 모두 산단 말이지.” (53쪽) “책을 세세한 장르 구분 없이 연상 게임처럼 늘어놓고 있는 탓인지, 이곳을 찾는 분들은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을 훑어보시지요.” (111쪽) “저희 서점은 굉장히 작아서 책을 한 권 한 권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113쪽) “나무라는 게 차분히 관찰하면 저마다 표정이 모두 다릅니다. 이 나무는 과연 어떤 책으로 다시 태어날까 하고 상상하며 이름표를 붙이는 것도 이곳에서 하는 일입니다.” (242쪽) 커다란 가게 한켠에 책을 놓는 자리가 더러 있습니다. 고속도로 쉼터에도 한켠에 책을 놓곤 하며, 버스나루나 기차나루 가게 한켠에 책을 놓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런 곳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놓지 싶은데, ‘가볍게 읽다’는 무엇일까요? 슥 읽고서 종이쓰레기로 버릴 만한 책일까요? 남는 틈에 심심풀이로 삼는 책일까요?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라면, 어쩌면 여느 때에 안 찾을 만한 책일 수 있고, 남는 틈에 심심풀이로 읽는 책이라면, 우리 삶에 이바지를 안 할 만한 책일 수 있습니다. 나쁜 책도 좋은 책도 따로 없을 테지만, 책을 한켠에 애써 놓으면서 막상 마음이나 눈을 번쩍 뜨도록 이끄는 새로운 이야기에는 제대로 눈길을 못 두지 싶습니다. 《꿈의 서점》(하나다 나나코·기타다 히로미쓰·아야메 요시노부/임윤정 옮김, 앨리스, 2018)은 책을 으레 곁에 두면서 삶을 짓는 일본이라는 나라이기에 태어날 수 있는 책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일본이기에 이런 책이 태어날 수 있다기보다, 삶을 더 깊고 넓게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기에 이런 책이 태어날 만하지 싶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아직 사람들이 삶을 더 깊고 넓게 사랑하려는 길로 못 나아가지 싶습니다. 이런 길을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에서 못 배우기도 하고, 신문이나 방송이나 누리그물에서 안 다루기도 합니다. 둘레를 보셔요. 신문을 채운 이야기는 뭔가요? 방송에 누가 나오나요? 누리그물은 뭘로 가득한가요? ‘가볍게 읽는다’고 할 적에는 ‘빈틈 때우기’가 아니라 ‘빈틈을 내어 마음을 가볍게 하기’여야지 싶습니다. 책집 하나 없던 섬에 책집을 열어 ‘아주 무거운 책’을 제법 신나게 팔 수 있다고 하듯이, 한국에서도 이제부터 ‘가볍고 무겁고’를 떠나서, 함께 읽을 만하고 함께 새길을 여는 삶에 이바지할 책을 제대로 가리고 똑똑히 고르는 눈을 키워 가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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