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은 걸즈 앤 판처 리본의 무사 10권의 리뷰입니다. 사냥꾼과 사냥감이 시시각각 뒤바뀌는 진흙탕 난전 끝에 결국 이번에도 제대로 승부를 가리지못한 마호와 시즈카. 결과적으로 두근두근한 메인 매치가 김빠지는 무승부로 종결된데다 마침 전장에도 어둑어둑한 야음이 내리깔리기 시작하면서 쉴틈없이 달아오르기만하던 냄비속 배틀로얄도 어느새 고요한 소강상태를 맞이하게 됩니다. 오랜 역사가 증명하듯 누구나가 가장 방심하기 쉬운 시간대이면서도 그렇기에 오히려 서로 긴장을 놓질 못해 묘한 대치상황이 암묵적으로 유지되는 그 실이 툭 끊어지기 일보직전의 아슬아슬함. 대범한 누군가, 특히 시즈카 정도의 광기의 이단아라면 이 암묵의 룰을 깨부술 습격계획을 기꺼이 실행에 옮기고도 남을지도 모를테지만 의외로 그 고요한 침묵을 깨트린 주범은 따로 있었죠. 갑작스레 전장에 난입해 경계근무를 서던 각팀의 전차들을 무작위로 격파하기 시작하는 의문의 부대. 그 난데없는 재앙의 불길이 쏜살같이 지나간 뒤에 해치를 열고나온 습격자의 정체는 다름아닌 이전에 대회의 주최자 다즐링과 비밀스런 식사자리를 가졌었던 쓸데없이 부유해보이고 인맥이 많아보이는 바로 그 중년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녀들은 이 탱커슬론 전차전의 대선배들이라 할수있는 1세대 역전의 용사들이었던 겁니다. 그녀들이 어떤 이유로 다즐링과 손을 잡았는지는 그 누구도 분명히 알수 없죠. 어쩌면 우리들이 알지못하는 은밀한 이권이나 어른들만의 사정이 이 기습작전에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까마득한 후배들과 같은 전장에 서서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그녀들의 상기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 어떤 이권과 사정도 그들의 행동동기 앞에선 압도적인 후순위일 것이라 바로 확신할수 있을 겁니다. 연약한 후배들을 하나둘 친절하게 또 집요하게 몰아붙이고 지도해 마침내 완성된 밤중의 혼돈의 카오스. 덕분에 전장은 또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게 되었지만 앞서 설명했듯 굳이 이 역전의 용사들을 긴급 투입하지 않더라도 시즈카를 비롯한 누군가는 분명 야간의 기습작전을 실행에 옮겼을테죠. 그렇다면 그 역전의 용사들을 초빙해 아닌 밤중의 대혼돈을 야기한 다즐링의 의도는 대체 무엇일까요? 사실 가장 강한 자를 선발하겠다는 애초의 선전과 달리 그간의 그녀의 대회진행에는 그 홍보와 모순되는 여러 의문점들이 존재했었습니다. 배틀로얄이라는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이름값과 달리 매번 한쪽으로 승패가 쏠릴 때마다 자신만의 이해할수없는 특별 룰을 긴급 도입해 전장의 환경을 뒤흔들곤했던 다즐링. 마치 이 대회의 승자가 빨리 결정되는 것을 바라지않는듯한 의도적인 방해와 심술에 그동안 무수히 많은 참가자들이 속절없이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무방비하게 놀아날수밖에 없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전투의지에 불타는 전사들은 그 다즐링이 끓이는 큰 솥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고 있었죠. 후배들과의 마지막 유종의 미를 바라는 쿠로모리미네의 마호부터 점점 주변에 광기의 전염병을 퍼트리는 마성의 시즈카 공주, 그리고 지금까지는 멀리서 팔짱끼고 지켜볼 뿐이었지만 피래미들이 사라지자 귀신같이 자신이 나설 타이밍을 재고 맛난 열매만을 쏙 빼먹을 생각뿐인 영악한 야이카까지. 만일 다즐링의 개입이 없었다면 이 셋중에서 이미 배틀로얄의 우승자가 결정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즐링의 전차도 미학에 전혀 어울리지않는 시시한 결말일 뿐입니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플레이어들의 조기 우승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도 망각한채 온갖 심술궂은 특별 룰들을 마구잡이로 투하하던 다즐링은 흡사 짐승같은 전사들의 아비규환을 목도하면서 문득 자신이 추구하던 진정한 전차도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 감을 잡은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당장은 철없는 질투나 선넘은 장난으로 여겨질지 몰라도 그 모든 방해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최후의 한명이 영광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그날이면 이 대회에 참여했던 그 모두가 납득할만한 새로운 전차도의 경지가 눈앞에 펼쳐지리라. 그렇게 각자의 의도와 생각이 무엇이든간에 한데 뒤섞여 펄펄 끓기 시작하는 냄비속 탱커슬론 용광로. 나중에 뚜껑을 열었을때 나올 결과물들의 지분 대부분은 대체로 마호나 시즈카같은 슈퍼스타들이나 흑막 다즐링이 차지하고 있을테지만 어린애처럼 떼만 쓰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누군가를 이끌고 성장시키는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에 눈을 뜨기 시작한 프라우다의 카츄샤나 점점 멀리 있는 곳으로 떠나려하는 대장의 빈자리를 어떻게든 채우기위해 동분서주하는 성 글로리아나 여학원 학생들의 앙증맞은 활약들처럼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각양각색 매력만점 우량주들이 미리 그 자리를 선점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이들의 다크하면서도 새하얀 퓨전 볶음요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그 맛을 상상하며 계속해서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