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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주인이라고 누가 그래요 /저자 이영문/출판 한문화/발매 2018.03.27.
P12 내게 농사는 그냥 '농사'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바른 도리를 심고 다듬고 가꾸는 일이다. 그 사람살이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자연이다. 사람들이 애써 갈아주지 않아도, 물을 주지 않아도 그저 저 좋을 대로 두기만 하면, 저절로 보드랍게 숨 쉬는 찰진 흙을 가슴에 품어내는 것이 자연의 오묘한 생명력이다. 농부는 그 땅 위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자연이 키워낸 부산물들을 먹을거리로 잠시 취하는 것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만 깨끗하게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시 자연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저 빼앗기만 하고 돌려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것은 농사가 아니라 '약탈'일 뿐이다.
P38~43 오십여 년을 농촌에 붙박여 살면서, 내가 겨울 들판의 왕성한 생명력을 깨달아 가기 시작한 지는 고작 삼십여 년 안팎이다. 그동안 과학을 맹신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화학농법이 아니라, 오직 순수하게 자연의 힘을 빌려 농사짓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면서 자연농법에 몰두했다. 그 결과 깨달은 것이 땅을 갈지도 않고, 물이나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그냥 마른 땅에 씨를 뿌려서 수확하는 태평농법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연이 이미 짓고 있는 농사에 힘을 보태는 태평농법은 그 힘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없이는 힘든 것이다.
멀고 긴 길을 돌아왔지만 깨달음의 지점에 이르고 보니 사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방법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사용해 왔던 자연 그대로의 농법이었던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공생의 법칙을 되살리자. 인간이 자연 위에 서 있다는 오만을 버리고, 겸허하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찾자.
P109~110 농약도 치지 않고 비료도 주지 않고 오로지 자연의 순리에만 맡긴 내 논에는 명주실처럼 얼기설기 쳐놓은 거미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농약을 뿌린 논에서는 절대로 거미가 살 수 없다. 거미줄은 내 논이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표시인 셈이다. 덕분에 다른 논에서 벼멸구 피해가 극심해서 뿌리에서 줄기까지 온통 갉아먹었을 때도 내 논 만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바로 거미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농약을 제대로 쳐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짐짓 걱정을 대신해 주기도 한다. 처음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 나이가 지긋한 이웃 농부들은 자생초가 무성한 내 논을 보고 한숨을 푹푹 내쉬며 타박을 해댔다. 그래도 해마다 벼멸구 피해를 비켜가는 것은 우리 논뿐이다.
P276 오늘도 바람과 파도는 별학섬을 쉼 없이 드나든다. 나는 그 바람을 잡을 수도, 파도를 멈출 수도 없다. 혼자 힘으로 할라치면 끝이 없지만 나는 자연이 준 선물을 이용해 섬 생활에 필요한 전력을 끌어오려고 연구하고 실험한다. 파력, 조력, 풍력 발전기가 전기에너지로 바뀌고, 그 힘으로 자체 개발한 '비토선'이 선착장을 오가며, 섬에 있는 가로등이 환하게 불을 밝힐 때 나의 가슴은 벅차오른다. 자연의 힘을 이용한 대체 에너지 개발은 사람과 자연, 생태계를 두루 살리는 거룩한 길임을 알기에.
《사람이 주인이라고 누가 그래요?(이영문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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