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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는 현실 정치에 뛰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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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릴라는 책에서 여섯 명의 철학자를 비판한다. 그 철학자들은 마르틴 하이데거, 카를 슈미터, 발터 벤야민, 알렉상드르 코제브,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이다. 이들 중 코제브의 이름은 이 책에서 처음 만났다. 나머지 다섯 철학자들 가운데 저서를 가지고 있는 이는 벤야민과 푸코의 둘에 불과하며 다 읽은 책은 하나도 없다. 즉 저 여섯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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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릴라는 책에서 여섯 명의 철학자를 비판한다그 철학자들은 마르틴 하이데거카를 슈미터발터 벤야민알렉상드르 코제브미셸 푸코자크 데리다 등이다이들 중 코제브의 이름은 이 책에서 처음 만났다나머지 다섯 철학자들 가운데 저서를 가지고 있는 이는 벤야민과 푸코의 둘에 불과하며 다 읽은 책은 하나도 없다즉 저 여섯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은 셈이다

   

어디에서 본 대로 우선 책의 에필로그를 먼저 읽고 각자에 대한 마크 릴라의 비판을 들여다봤다비판의 방향은 이 철학자들이 자신들이 정립한 사상 체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등 학계에 머물러 있지 않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오히려 자신들을 망쳤다는 데 있다그들이 세운 사상의 정체성까지 의심받거나 자신들의 사상을 그들 스스로를 위해 악용했다고 릴라는 주장한다

  그런데 에필로그에서도본문에서도 데리다에 관한 내용을 읽기 전까지는 도대체 글쓴이가 비판하고 싶은 지점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몹시 혼란스러웠다글쓴이의 시각이 비평으로 보이지 않고 억지를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사상가들이 이상하다기 보다는 글쓴이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다소 짜증도 났다하이데거나 슈미트는 나치 권력에 부역한 바가 있으니 비판 받을 바가 분명하다고 보였지만 벤야민이나 코제브푸코 등은 그냥 비판하고 싶은 대상을 욕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책의 내용만으로는 벤야민의 경우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열정을 보이기는 했나 싶을 정도였고 공산주의와 메시아주의의 혼동으로 표현한 내용은 적어도 이 책에 쓰인 사항만으로는 그런 사상의 합종연횡은 으레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코제브나 푸코의 현실 참여를 비난하는 장면에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글질만 하라는 건가 하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데리다의 상황을 대하면서 겨우 릴라가 뭘 얘기하려 하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초기에는 유럽에 몰아치던 공산주의의 바람과도 거리를 두고 학문의 영역에 터를 닦던 데리다가 현실과 관련된 영역과 연결되면서 모호하고 탐탁지 못한 사고와 행위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릴라가 우려하던 바가 무엇인지 느껴지더라는 것이다릴라는 학자들이 자신들의 책상에서 세상을 향해 고나리짓하는 것까지 정치 참여로 보고 반대한다그럴 정신이 있으면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더 분석하고 자신이 세운 사상 체계와 어긋나는 부분이 무엇이지 찾아서 그를 바로잡을 수 있는 보다 발전된 사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에필로그에 글쓴이의 관점을 투영했지만 본문을 비판적으로 읽지 않고 글쓴이가 역설하는 바를 이해할 수는 없다글쓴이의 관점은 분명하다철학자는적어도 정치철학자는 정치의 현장에 뛰어들지 말고 한발 떨어진 강단에서 비판의 시각을 지니고 사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을 유지함으로써 어설프게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은 물론 세상에 기여한다는 사고를 견지한다릴라는 다음의 글로 책을 마무리한다우리의 역사가가 지식인의 배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반드시 들여다보아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지식인의 내면이다(p.247). 

  데리다 부분을 읽으면서 릴라의 정신이 향하는 지점을 이해했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릴라의 정신에 완전하게 동의하기는 어렵다철학자는 자신이 보는 진리의 방향으로 정치 행위에 뛰어들면 안 된다는 말인가그냥 상아탑에서 학자연하며 논문 쓰고 책 쓰면 된다는 뜻인가현실에 발을 담그고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킬 수는 없다는 것인가

  릴라는 현실 정치에 뛰어든 철학자들이 오히려 사상의 전제정에 빠져든 상태라고 해석한다나치에 부역한 하이데거나 슈미트조차도 전후 자신들이 나치에 이용당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사상을 나치라는 정치 체제를 이용해 실현하려했다고 주장한 면에서는 이런 해석 또한 타당성을 부여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책을 옮긴이는 책의 말미에 자신이 모호하게 생각했던 바를 릴라에게 서면으로 질문하고 답을 받았는데 릴라는 플라톤을 어떤 철학자로 생각하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시라쿠사에서 보여준 플라톤과 디온의 행동은 이것과 동일한 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두 사람은 정치 세계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도 않으면서즉 정치를 비철학자에게 남겨 두면서 두 사람은 아무도 철인왕들의 도시를 건설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전제 군주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고신중한 행위를 통해 전제자를 물러나게 하려고 노력했으며특히 디온의 경우 때때로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습니다그것이 우리 전부에게 주어진 모델이 아니겠습니까? (p.262~263) 디온이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정도는 정치 참여 행위가 아니라고 보는 것인데 여전히 그 모호한 경계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정도 번역이면 잘된-적어도 나쁘지 않은편이라는 평가를 들은 바 있지만 읽는 동안 자주 혼란스럽고 불분명해서 쉽지 않게 책을 읽었다책에 나오는 사상가들의 사상에 대한 이해 없이 접근한 탓이 없지 않겠지만 원문부터 그런 것인지 아니면 한국어로 옮긴 결과물이 그런 것인지 글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 그들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이런 관점에서 내용에 대한 평점을 설정했다)

  정치철학이나 정치사상 쪽에 흥미를 둔 독자라면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겠다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은 아니라고 본다나로서는 어떤 상황을 대할 때 해당 상황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통찰의 필요성은 마음속 깊이 담아두려고 한다

   

   

P.S

이 책에서 비판하는 철학자는 프랑스 사람 셋독일 사람 셋이다미국 사람도 없고 영국 사람도 없다미국이나 영국에는 책에서 다룰 만큼 영향력을 지닌 철학자가 없기 때문일까아니면 네오콘의 대부로 알려진 레오 스트라우스 계열의 인물로 분류되는 릴라가 현실 정치에 영향을 미친 자신의 계열이 도마 위에 오르기를 두려워한 탓일까?

a******9 2019.03.03.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