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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목 시인의 시집 '연애의 책'이 좋아 한참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었다. 그래서 그녀의 새로운 시집을 기다렸다. 나의 블친이신 C님의 블로그에서 책 소개를 보자 마자 냉큼 산 지가 한참이나 지났는데 그녀의 시집을 펼쳐서 읽을 수록 나의 경계를 넘어가버린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계속 시집을 펼쳤지만 그래도 리뷰는 쉽지 않았다.
그녀의 시는 그물을 던졌으나 건져내지 못한 말이다. 움켜쥐었으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린 말이다. 즉각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의 말, 마음을 건드리는 느낌표의 말만을 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낮의 종려나뭇잎 하나라도 담쟁이 잎 하나라도 붙잡아 책갈피에 넣었어야 했는데 나는 실패했다!
시를 읽는 것은, 배움이, 노력이,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른 아침 그는 식물원으로 들어갔다. 해질녘 그가 식물원에서 나왔을 때는 전 생애가 지나가버린 뒤였다 로 시작되는 시집은 절반이 빛바랜 흑백사진이다. 교복은 입은 소녀와 소녀들, 철길을 걷는 아가씨들, 할머니 뒤에 숨은 손녀, 셋 또는 넷이 어깨를 감싸안은 친구들, 꽃 앞에 선 어린 소녀, 종려나무 사진으로 끝나고 종려나무의 시가 이어진다
22 종려나무가 있었다. 그는 이땅에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고, 그 중에 어떤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시간에 그는 자주 고개를 숙였고, 남몰래 주먹을 쥐었고, 그러다 하품을 하였고, 이대로 끝이 난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는 지루함을 견디며 종려나무 사이를 옮겨 다녔다.
다른 것이 아닌 그는 종려나무인 것이 좋았다. 길고 가느다란 잎과 뾰족한 끝이. 찌르기 전에 꺽이는 무력함이. 천천히 말라가는 목숨이. 때로 휩쓸리는 삶이. 여럿이 모여 있으면 징그럽기도 한 것이 좋았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도 그는 어깨를 움직여 그것을 흔들어 보았다. 그러면 사람들은 바람이 부는 줄 알았다. 그는 사람들을 속이며 계속해서 종려나무 사이를 옮겨 다녔다. 어떤 사람은 종려나무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어떤 사람은 휘파람을 불었고, 어떤 사람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거기에 있는지도 몰랐다.
마찬가지로 그는 불면에 시달렸다. 뒤척이다 뒤척이다 가까스로 잎사귀를 모으고 잠이 들었다. 그럴 때 함께 밤을 지샌 바다도 그랬다. 뒤척이다 뒤척이다 나중에는 돌아누울 힘도 없어 보였다. 그는 바다에 있을 때보다 산에 있을 때 자신을 건강하게 여겼다. 다시 한번 떠나기에 앞서 깊은 숨을 쉬었다. 그는 잠자코 서서 바다의 종려나무에서 산의 종려나무로, 낮의 종려나무와 밤의 종려나무 사이를 옮겨 다녔다.
그리고 삼나무도 능소나무도, 남천나무도, 자귀목도, 유목도, 부목도 있다 그녀가 토해 낸 나무들로 가득 찬 식물원 구경 한번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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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자귀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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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흑백사진이 49페이지에 걸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 사람의 일생 혹은 여러 사람의 인생이 겹쳐 있다. 마지막 두 장은 종려나무 사진이다. 그리고 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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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찾아갔는데도 친어머니가 만나는 걸 거부해 돌아가던 아비. 아비는 종려나무숲을 한참 걸으면서 친어머니가 궁금해할 자기 얼굴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결코 뒤돌아보지 않는다. 이 애증의 시퀀스와 묘하게 어울리는 시가 이 시집에도 있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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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작가님이 언급하신 것을 보고 다른 시집과 함께 사게 되었습니다. 저는 시를 많이 읽지 않은터라 사실 연애의 책보다는 조금 어려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책 표지도 예쁘고 사이즈도 알맞아서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다시 읽어보고 있어요. 책을 열면 함께 펼쳐지는 식물 사진들이 인상적입니다. 누군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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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목의 식물원』은 시인 유진목의 두 번째 시집으로, 나무와 식물의 언어로 인간의 생과 감정을 풀어내는 독창적인 작품이에요. 흑백 사진과 시가 어우러져 마치 식물원 전시처럼 펼쳐지며, 프랙털 같은 생명력과 순환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읽는 내내 나무로 살아온 전생의 기억이 스며들어,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표지부터 내용까지 감각적이고 아름다워요. 시를 사랑하거나 식물에 끌리는 분들께 강력 추천! 잔잔한 여운이 오래 가는 책입니다. |
| 초등학생 시절부터 유독 시가 어려웠는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욱 읽어보고싶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기왕 보는 거 훌륭한 시가 읽고 싶어 서치를 열심히 하던 중 추천 받은 시집이 식물원이었어요. 앞부분의 사진들이 시집의 이름과 수록된 시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시를 이해하며 본 것은 아니었지만 읽는 동안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즐거운 경함을 할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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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책의 문구를 보았어요 그게 구매하게된 이유입니다. 책표지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인테리어용으로도 좋을거같다 이생각으로 구매했어요 목차는 단순하게 숫자로 되어있었구요 딱 88페이지라 얇은 시집이라 휴대하기도 좋습니다. 책에 내용들이 좀 기묘하다고 해야할까요 문장들이 저랑은 생소한느낌이라 어색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웠습니다. 살아있을때도 살은 계속 살펴야하잖아 나는 빨리 뼈가 되고싶었어라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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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와 출구가 다르다는 문장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책을 다 읽은 후 온라인 서점을 뒤지다 뒤늦게 시마다 제목이 붙어 있단 사실을 알았다. 상단에는 넘버링이, 하단에는 작은 제목이 숨겨져 있는 시집이었다. 그래서 입구와 출구가 다르단 것이었구나. 마지막 시의 넘버링이 0이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고. 이 작은 식물원을 나오면 나의 전생이 지나가 있을 것이라고 일러줬지만,(첫 페이지-“해 질 녘 그가 식물원에서 나왔을 때는 전 생애가 지나버린 뒤였다.”) 나는 식물원의 입구와 출구를 서성이면서 내부로 다시 들어가고 또 맴돌곤 하였다. 운명의 신들의 이름을 붙인 마지막 시 <파르카이>는 세 번쯤 연이어 읽자 ‘아 너무 좋다’ 감정이 절로 일렁였다. 지나간 전생이 이 시에 있다. 시가 시작할 때 죽어간 여자이기도 했고, 시가 끝나갈 때 죽은 여자를 본 이이기도 했고, 여자로 사느니 즉사하고 싶었던 이이기도 했던 화자. 사랑하는 사람이 이미 죽었음을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고, 떠나온 집이 그리워 물린 젖을 혀로 밀어내고 악을 썼던 화자. 낯선 나무 이름을 한 시들을 제목과 함께 재차 읽고는, “어머니. 살아 있는 것이 힘이 듭니다.” 하고 기도하는 시의 제목은 왜 <부목>일까 생각해본다.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힘든데, 시인은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다. 식물원에는 나무같은 생들이 촘촘히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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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그는 식물원으로 들어갔다. 해질녘 그가 식물원에서 나왔을 때는 전생애가 지나버린 뒤였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집 시의 제목은 모두 숫자 였으며, 반절은 흑백 옛날 사진이며 반절은 시였다. 즉 총 40개의 시 중 20개는 오로지 사진으로만 있으며 나머지 20개는 시인것이다. 새로운 시집의 형태로서 받아들이기 어색함이 있었지만 그 낯섬으로 인해서 독특한 책을 얻게 된 기분이다. "그는 바다에 있을 때보다 산에 있을 때 자신을 건강하게 여겼다. (...) 그는 잠자코 서서 바다의 종려나무에서 산의 종려나무로, 낮의 종려나무와 밤의 종려나무 사이를 옮겨다녔다." [종려나무] 종려 사이를 옮겨다녔을 뿐 입구와 출구를 찾지 못했다. 나는 식물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생애가 다할까봐 안타까워지려한다. 그의 식물원을 지나가다 잠시 흘겨본 느낌이다. 어떻게 그의 식물원에 들어서면 좋을지 생각하게 된다. 입구와 출구를 찾기 위해서. 짐작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그의 마음에 그의 식물에 그의 종려나무에 조금이라도 닿아보고 싶어서. 그렇게 된다면 내 식물원에도 닿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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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목 시인의 <식물원> 리뷰. 유진목 시인의 <디스옥타비아> 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어서 시집도 사보았다. 나에게는 다소 난해한 시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유진목 시인의 색깔이 묻어나 왠지 좋았다. 들어가는 말 부터 사진까지도. 다른 시집도 읽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