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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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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원하던 것을 가까스로 손에 넣었다 할지라도 그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수없이 많은 경험으로부터 배운다. 그러나 그 과정을 또 끝없이 되풀이한다. 바보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무한반복의 헛된 짓거리를 죽을 때까지 계속하고 있으니 말이다.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 정상을 향해 바위를 계속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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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원하던 것을 가까스로 손에 넣었다 할지라도 그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수없이 많은 경험으로부터 배운다. 그러나 그 과정을 또 끝없이 되풀이한다. 바보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무한반복의 헛된 짓거리를 죽을 때까지 계속하고 있으니 말이다.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 정상을 향해 바위를 계속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그런 마음이 들 때 필요한 게 예술이 아닐까 싶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예술은 적어도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 과정에서 오는 순수한 기쁨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백 년 전에 고흐는 일기에 이렇게 적고 잇다. "나는 성공하는 일이 끔찍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축제의 다음 날이다." 28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8년 동안 8백 점의 그림을 남긴 고흐는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다. 정작 자신은 빵 한 조각과도 바꿀 수 없었던 자신의 그림이 이제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비싼 값으로 팔리는 걸 안다면 그는 무슨 말을 할까? 그럴 줄 알았다 흐뭇해할까? 또 다른 끔찍한 세상이라고 개탄을 할까?" (p109)

 

화가이자 수필가인 황주리의 산문집 <산책주의자의 사생활>을 읽었다.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지만 섬세한 붓터치와 간결한 구도로 한국인의 정서를 잘 살린 작품을 선보이는 그녀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그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러 피해왔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골목길 산책을 좋아하여 책의 제목마저 <산책주의자의 사생활>로 정했다 하니 그 내용이야 대충 짐작이 갈 터이지만 그녀가 그렸던 밝은 그림과는 달리 책에서 펼쳐 보이는 그녀의 사생활은 왠지 모르게 슬프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이 60이 넘으면 자신의 삶에서 아픈 상처 한두 가지쯤은 쉽게 찾아내게 마련이다. 시련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나 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의 고독이 나뿐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지닌 당연한 감정이란 걸 깨닫는 과정이다. 나도 너도 세상을 다 불태워도 시원찮을 만큼 외롭던 시절을 거쳐왔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는 이 세상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낮잠을 자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어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을 뿐임을 젊은 그대는 아는지." (p.48)

 

초등학교 시절 화집에서 처음 만난 고흐의 '해바라기'에 영혼을 잠식당했다는 작가는 고흐가 마지막 삶의 열정을 그림에 몽땅 쏟아부었던 파리 근교의 오베르쉬르우아즈를 찾아간 1990년대 초, 고흐 묘비 뒷면에 한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써놓을 정도로 고흐는 작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가족, 예술, 사랑, 여행, 나이 듦에 대해 진솔하게 들려준다. 게다가 여행을 좋아하기로 정평이 난 작가는 아프리카 탄자니아부터 남미의 볼리비아 포토시까지, 동유럽 사라예보에서 아시아의 마카오까지 작가가 다녀왔던 기록들을 가벼운 순간처럼 풀어놓는다.

 

"시간이 정지한 듯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하며 안타나나리보의 사랑스러운 골목길들을 걷다보면 우리가 왜 그렇게 조바심을 내며 바쁘게 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공부가 저절로 되는 곳이기도 하다. 넓은 평원 위 1천 개의 언덕마다 작은 마을들이 생겨 도시를 이룬 곳, 차를 타고 조금만 달리면 탁 트인 시골이고, 조금만 들어가면 세련되고 고풍스러운 도시인 자연과 문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안타나나리보에서 해 질 무렵 언덕 정상에 올라 도시의 파노라마 전경을 내려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p.256)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나는 감히 말하지 못한다. 그 말이 갖는 무게를 나이가 들수록 절절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그저 밝고 명랑한, 세상의 어려움이라고는 도통 모르고 지내왔을 듯한 사람에게도 남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숱한 시련들이 있다는 걸 잘 아는 까닭에 나는 감히 당신을 이해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오만은 삶이 지속되는 한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산책주의자의 사생활>을 읽지 않았더라면 황주리 작가의 밝은 면만 보고 나의 지레짐작이 다일 것이라고 끝없이 오해했을지도 모르는 것처럼. 

이달의 사락 s*****l 2018.11.27. 신고 공감 7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