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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집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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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 많은 것들이 존재했음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단 하나의 증거로 인간의 기억력을 꼽을 수 있다. 허나 인간은 기억하고자 안간힘 씀에도 많은 것을 잊는다. 반대로 잊으려 노력해도 잊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거짓, 왜곡된 무언가를 기억하기도 한다. 이런 걸 감안하면 인간의 기억력은 정확하다고만 할 순 없다. 과연 믿어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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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 많은 것들이 존재했음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단 하나의 증거로 인간의 기억력을 꼽을 수 있다. 허나 인간은 기억하고자 안간힘 씀에도 많은 것을 잊는다. 반대로 잊으려 노력해도 잊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거짓, 왜곡된 무언가를 기억하기도 한다. 이런 걸 감안하면 인간의 기억력은 정확하다고만 할 순 없다. 과연 믿어도 좋은가는 또 다른 문제 같다. 긍정과 부정은 매순간 뒤바뀐다. 같은 시간 속에서 우린 달리 생각하고 판단하며, 그에 따라 기억 또한 변한다.

 

저자는 사람들로부터 최초의 집에 대한 기억을 수집했다. 질문에 대한 응답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굳이 오래 전 살던 집의 구조 등을 떠올리는 일이 귀찮았을 수도 있다. 이미 망각해 버린 많은 것들을 애써 떠올리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제법 상세한 그림을 그렸다. 이제 더는 자신과 상관이 없지 싶은 그 공간은 동떨어진 듯하면서도 현재의 나와 맞닿아 있었다. 공간은 공간으로만 존재치 않았다. 그 안에는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깃들어 있었다. 평범했는지라 기억하려 들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제 기억 속 첫 번째 집에 관한 기억에 얽혀 있었다. 사람 각자가 하나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존재라는 말이 실감났다.

많은 집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예전의 모습과는 달라진 상태였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이루어진 동네의 경우 집은 둘째치고 집 주변의 모든 환경이 확 바뀌었다. 아이들과 뛰놀던 골목이며 놀이터 따위가 아파트 단지 혹은 상업지구로 변모했다. 레온사인 간판이 밤이면 화려한 불빛을 쏘아댈 테지만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따스함을 더는 기대해선 곤란했다. 변화를 알고 이야기를 읽으니 모든 이야기가 애틋하게 다가왔다.

예전과 똑같을 순 없겠지만 지난날과의 단절을 극복하려는 시도도 있긴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폐허 마냥 홀로 남은 집에 들어가 살려 들었던 한 인물은 딸은 안 된다는 말에 고개를 떨궜다. 그 집에는 이제 친척의 이름이 부착됐다. 그는 더는 고향에 가질 않는다고 했다. 차라리 집의 실체가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버젓이 존재하는 집을 기억으로만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집을 허물겠다는 가족의 결정에 홀로 맞서 싸웠던 이도 있었다. 지은 지 40년 넘은 집을 유지할 이유가 무에 있겠냐는 말에도 이유는 있었다. 몇 달 동안 열심히 찍은 사진이 이제는 그에게 작은 위로를 선사할 따름이다. 사람은 저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평가한다. 다른 식구들은 가치를 두지 않는 옛집이 그에겐 어쩌면 하나의 세상이었을 수도 있다.

도봉구 도봉동에 있다는 한 집에 관한 이야기는 내 흥미를 자극했다. 저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집까지는 아닐 테지만 일만 평 대지 위에 건물 다섯 동은 시선을 끌만 했다. 더구나 내가 거주하는 도봉구 내에 그와 같은 집이 존재한다니. 역설적이게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오래도록 손을 댈 수 없어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다. 서울 하늘 아래 이와 같은 집이 드물다 보니 집은 드라마 촬영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모두에게 낯선, 하지만 승희 씨에겐 이 공간이 너무도 익숙한 무엇이었다.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결코 적응할 수 없는 낯섦이기도 했다.

 

나에게 과연 집은 어떠한 형태로 기억되고 있는가. 현재 거주 중인 집에 들어온 건 20002월경이다. 그 전에는 같은 아파드 바로 앞 동(베란다에 서면 빤히 보인다.)에 살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같은 단지 또 다른 동에 살았던 적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가난했던 나의 부모가 결혼 후 처음으로 장만했으며 내가 태어나기도 한 바로 그 집에 대해서는 도통 떠오르는 내용이 없다. 너무 쉽게 나는 내 일부를 버렸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내가 되려고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q*****2 2019.02.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