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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멈춤 -- 안보윤 :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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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이야기를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담담하고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 작가, 안보윤의 신작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막장 가족의 최후는 이렇게 끝나는구나'라고 정리하겠다.   지구대에서 전화가 온 것은 유난히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유난히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일요일 아침, 이런 날은 창문을 열고 깊은 호흡과 함께 기지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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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이야기를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담담하고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 작가, 안보윤의 신작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막장 가족의 최후는 이렇게 끝나는구나'라고 정리하겠다.

 

지구대에서 전화가 온 것은 유난히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유난히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일요일 아침,

이런 날은 창문을 열고 깊은 호흡과 함께 기지개도 펴기 싫은 날이다.

기후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날이 맑던 흐리던 상쾌한 기분을 망가뜨리고 짜증과 불안함을 예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편하게 읽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지구대에서 변태아빠를 부정하는 해정과 다음 장면에서 불법낙태 시술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고교생 소녀 해정과 등교거부를 하는 12살 소년 해수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와 이 가족과 좋을 것 없는 인연이 있는,

그나마 그들도 별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뒤섞여 끝까지 전개된다.

 

해정은 가족은 '조건부 임시 고용인'으로, 호적은 '임시 고용계약서'로 평가한다.

이 말은 해정의 가족에게는 이미 최소한의 사랑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유복한 집안이면서 아빠는 성추행범이고 엄마는 젊은 화가와 바람이 나 가출을 한다.

어린 두 아이들은 보살핌과 사랑에서 팽겨쳐지고 서류 상의 가족해체 증명서만 발급되기를 기다리는 처지다.

 

해정은 채팅으로 만난 박기영을 통해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관심과 사랑과 위안을 얻으려 한다.

결국 임신을 하고 그것을 안 박기영에게 모텔에서 폭력을 당해 초주검이 되었음에도 연락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정은 박기영의 어머니인 순임에게서 불법 낙태 수술을 받는다.

 

해수는 아버지로 인해 학교에서 왕따가 되어 집안에만 틀어박혀 비디오만 본다.

게임팩을 사러 갔다 지하철에서 자신을 왕따시키고 폭력을 가했던 동급생들을 보고는 황급히 피하다가

누군가가 버린 주황색 비닐봉지에서 아기를 주워온다.

해수는 그 아기를 보며, 자신은 받지못한, 도움이 필요한 동생이라 여기며 살뜰히 보살핀다.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더이상의 이야기들을 쓸 수가 없다.

이 소설에 나온 등장인물들 모두는 가족의 사랑결핍이 만든 피해자들이다.

정현철, 엄마, 순임, 박기영, 선주, 과학선생과 그 아이,

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해정과 해수와 얽히며 그 불편한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종국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친다.

 

지 새끼 찢어 죽이는 건 짐승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댈 수 있었던 말은 순임의 할머니가 한 이 말이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다행이

작가의 말에서 위안을 얻었다.

잠깐만 멈춰서면, 잠깐만 눈을 돌리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보이고 들리고, 또 변할 거라고. 잠깐만.

 

m*******1 2012.03.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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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해서 불편한 소설 - 안보윤, 우선 멈춤
"잔혹해서 불편한 소설 - 안보윤, 우선 멈춤" 내용보기
2012년 말부터이기는 했으나, 2013년에 특히 책 읽는 시간이 줄었다. 월 평균 8권 정도는 읽었는데, 그 수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만큼 책을 읽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소설을 읽지 않았다. 이유는 딱히 없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많이 읽었다. 12월에만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최민석의 『능력자』,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잔혹해서 불편한 소설 - 안보윤, 우선 멈춤" 내용보기
2012년 말부터이기는 했으나, 2013년에 특히 책 읽는 시간이 줄었다. 월 평균 8권 정도는 읽었는데, 그 수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만큼 책을 읽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소설을 읽지 않았다. 이유는 딱히 없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많이 읽었다. 12월에만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최민석의 『능력자』,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등 연거푸 3권을 읽었다. 앞의 두 작품은 썩 괜찮았고, 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다소 식상했다.

그렇게 5개월만에 읽은 한국소설이 바로 안보윤 작가의 『우선 멈춤』이다. 문학동네 수상작을 모조리 섭렵하려고 도서관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문학동네 쪽의 문학상 수상 작품이 코드가 잘 맞았다. 그러던 중에 안보윤 작가의 『악어떼가 나왔다』를 접했다. 마지막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에 추리소설 기법으로 이야기를 탄탄하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필력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작가는 미인에 젊었다!

2005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 2009년 자음과모음문학상 수상. '질주하는 검은 혀' 예스24 연재. 기타 등등. 안보윤 작가는 등단 이후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계속했다. 『악어떼가 나왔다』를 인상깊게 읽은 터라, 그녀의 작품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은 계속 품었다. 검색해 보니, 최근에는 『모르는 척』이라는 작품을 냈더라. 이번에 읽은 책은 최근작은 아니지만, 2012년 3월에 나왔으니 나름 신간이라 할 수 있는 작품.

얇은 책이다. 딱 봐도, 출근길 오가며 읽으면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을 분량.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책을 집중해서 읽지 못하겠다. 두꺼운 책은 피하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술술 읽혔다. 작품의 주요 소재는 가족이다. 가족 만큼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소재가 있을까. 그래서 가족은 소설에서,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중심 소재다. 그녀가 다룬 가족은 어땠을까. 책 뒤표지에서 표현한 대로 이 작품은 '개인의 괴물성'을 그린 소설이다.

준재벌 2세이나 찜질방에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일삼는 아버지(정현철). 큰 딸 대학 입학을 계기로 이혼하기만을 기다리다 마침내 가출해버리는 어머니. 30대 아저씨와의 성관계로 임신하고 낙태를 저지르는 딸(정해정). 아버지가 변태라는 이유 때문에 왕따 당하는 아들(정해수). 

이런 정씨 일가와 함께 서사를 지탱하는 인물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불법 낙태로 생계를 잇는 순임. 그녀의 아들인 박기영. 해정이 만난 30대 아저씨가 바로 이 박기영이다. 그리고 해정과 기영의 아이를 지운 사람이 순임. 해수의 상담 치료 선생님으로 등장하는 선주도 비정상적이다.

문자가 영상보다 잔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안보윤의 『우선 멈춤』이 증명한다. 해수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 선주가 자신의 죽어버린 영아를 빈 화분에 꽂는 장면. 이 두 장면에서 특히 소름이 돋았다. 고백하자면, 읽는 게 너무 힘들어 무수히 많은 단어를 건너 띄었다.

이런 느낌을 준 작가가 또 있다. 바로 편혜영이다. 『사육장 쪽으로』가 그랬다. 편혜영 작가의 작품은 좋았다. 은밀하게 잔혹함을 표현한다고 느꼈다. 그에 비해 이번에 읽은 『우선 멈춤』은 너무 적나라하다. 게다가, 중장편이다. 이런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소재는 단편에 더 어울리는 듯하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중장편이라고는 하나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진다. 서사에 긴장감이 없다. 인물이 평면적이다. 가족의 괴물성은 흔히 이야기하는 소재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이런 소재를 다룰 때, 아니 이런 소재 뿐만 아니라 다른 소재도 마찬가지지만. 서사를 탄탄하게 하려면, 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고민한 노력이 깔려 있어야 한다. 1980년대 계급, 1990년대 여성이 대표적인 분석틀이었을 텐데. 이런 거대 서사에 대한 냉소가 유행이 된 이후, 갈수록 단단한 서사를 찾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바란 소설은 이랬다. 가족이 있다. 멀쩡한 가족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판이다. 왜 이렇게 개판이 된 걸까. 글로벌 경기 위기에 이은 부동산 급락으로 하우스 푸어가 되었다. 뭐 이런 경제적인 분석? 개인이 괴물이 되는 데는 정치경제학적인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다뤄주지 않는다. 뭐, 안보윤 작가의 성향이 다른 쪽이니까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그럼에도 아직 안보윤 작가가 좋다. 첫인상이 강한 법, 『악어떼가 나왔다』에서 보여준 그 필력을 잊지 못하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3.05.26.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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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찡그릴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많으니 읽기 전에 우선 멈춰 생각을... 우선 멈춤
"얼굴 찡그릴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많으니 읽기 전에 우선 멈춰 생각을... 우선 멈춤" 내용보기
안보윤의 소설은 최근에 읽은 것들 중 가장 그로테스크 하였다. 그간 작가가 보여준 일상과 비일상,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있는 자라는 스탠스와는 조금 다르다. 있을 법 하지 않은 이야기와 있을 법한 설정이 유대감 속에서 서로 연대한다. 끈적끈적한 내용이 얽히고 설킨 채 조응한다. 선형적인 구성이지만 선형적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한 번 일어난 사건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
"얼굴 찡그릴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많으니 읽기 전에 우선 멈춰 생각을... 우선 멈춤" 내용보기
안보윤의 소설은 최근에 읽은 것들 중 가장 그로테스크 하였다. 그간 작가가 보여준 일상과 비일상,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있는 자라는 스탠스와는 조금 다르다. 있을 법 하지 않은 이야기와 있을 법한 설정이 유대감 속에서 서로 연대한다. 끈적끈적한 내용이 얽히고 설킨 채 조응한다. 선형적인 구성이지만 선형적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한 번 일어난 사건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지만, 앞에 일어난 사건과 항상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기 가슴은 연약하고 말랑말랑했다. 주삿바늘이 뚫고 들어가는 데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순임은 아기 심장에 주삿바늘을 꽂고 다급히 피스톤을 눌렀다. 발작하듯 몸을 떨던 아기가 우뚝 멈췄다. 주먹을 꽉 쥔 채였다... 순간 순임의 귀에 찢어지는 것 같은 비명 소리가 울렸다... 이명(耳鳴)의 시작이었다.” (p.23)


오래전 순임은 아들을 하나 낳았고, 무면허로 낙태를 시술하는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그 시술을 배웠다. 순임은 그렇게 여관에서 손님을 받았고 그 손님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아들을 키웠다. 아니 아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손님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순임은 막달에 접어든 여자 손님을 받았고, 여자의 뱃속에서 아이를 꺼냈으며, 놀랍게도 그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살아났고, 순임은 아기를 제 손으로 죽였고, 이명이 시작되었다. 순임의 손님은 거대한 몸피의 여동생을 대동하고 있었다.


순임의 아들 박기영은 엄마가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녀가 가져오는 돈만 있으면 되었다. 박기영은 채팅으로 만난 여고생 해정을 섹스 파트너로 삼고 있다. 해정의 아버지는 찜질방에서 어린 아이들을 건드리는 성추행 전력자였으며 해정의 엄마는 젊은 화가와 바람이 났다. 해정의 동생 해수는 아버지의 범죄가 학교에 알려진 이후 왕따가 되었고, 이제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는다. 해수의 상담을 위해 멀리 떠나 있는 아버지는 선주라는 여인을 그의 집에 들이민다. 선주는 거대한 몸피를 지닌 여자이다.


선주에게는 몇 명의 남편이 있었지만 모두들 그녀를 떠났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죽은 아이이고, 그녀는 그 아이를 처리하기 위해 화분을 하나 산다. 화분 안의 흙을 버리고, 그 안에 죽은 아이를 채운다. 그녀는 화분이 착한 아이의 집이라고 여긴다. 반면 선주와 상담을 받고 있는 해수는 어느 날 길을 나섰다가 비닐 속 상자에 들어 있는 아이를 발견하여 집으로 데려온다. 해수는 그 아이를 자신의 동생이라고 우기지만 결국 그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것은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주 뿐이다.


그 사이 해정은 박기영과의 콘돔 없는 섹스를 원하고 그 결과 원치 않는 임신을 하였다. 해정이 이를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 또한 선주이고, 해정은 선주로부터 순임을 소개 받는다. 순임은 해정의 아이가 자신의 아들의 아이임을 모르는 채 불법적인 시술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끝난 순간 이명이 사라짐을 느낀다. 하지만 그 30여년간 지속되던 이명이 사라졌다고 해서 평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다. 그녀는 이명이 없는 곳에서 또다른 공포를 맛볼 뿐이다. 그리고 순임은 소설의 에필로그에서 자신이 시술에 사용하던 큐렛을 귀에 박은 채 투신 자살하고 만다.


순임은 박기영을 낳았고, 박기영은 해정을 만났으며, 해정은 박기영의 아이를 순임의 시술을 통해 지운다. 순임은 오래전 한 여인의 아이를 죽였으며, 그 아이의 이모일 수도 있는 선주는 죽은 아이를 화분에 키우고, 해정에게 순임을 소개하며, 해수를 상담하는 중이고, 해수는 살아 있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고,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의 문제로 인해 경찰서에 모였을 때,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선언한다.


역시 그로테스크하다. 순임의 손에 들린 큐렛이 망령이 되어 떠도는 호러 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성추행과 원조교제와 불법낙태와 유아살해와 시신유기와 폭행과 왕따가 동시에 등장하는 소설이니 잔혹함을 피할 생각일랑 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멈춤’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어쩌면 독자를 향한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자 우선 멈춰봐...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이야기의 내용은 대략 이래...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볼 거야? 책의 제목이 묻고 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2.08.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