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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쓰기 방식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쉬이 고치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필요치 않은 자리에 쉼표 넣기. 예컨대 이런 식으로.
대부분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쉼표 하나 때문에 손을 뗄 수 없었다, 이 책으로부터.
<외로워서 완벽한>은 영화 감독 장윤현의 에세이집이다.
편집자의 입을 빌려 소개하자면 좀 특별하게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감정의 결을 응시하'는, 이병률 시인의 추천사를 빌려 말하자면 '아름다운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책이다.
장윤현 감독을 만나보았다. 그는 예술인의 독특함이라던가 예술업계의 화려함을 지니지 않았다. 동네 아저씨같은 투박함, 소년같은 무구함을 감추고 있었다. 이 사람의 눈과 가슴, 입과 손으로 만들어진 책은 세련되진 않았지만 real했다. 푹 끓여낸 사골처럼 재료의 맛이 배어진 국물을 우린 진짜배기라 부른다. 책에 대해 떠올리려니 문득, 낙원 상가 뒷골목에 있는 2000원짜리 수더분한 국밥 한 그릇이 떠오른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안전선 안에만 머무르며 즐기는 사람'과 '그 선을 훌쩍 넘어 끝없이 길을 가는 사람'으로 (191쪽). '외로워서 완벽한'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난 대답했다. 혼자 영화보기, 혼자 미술관에 가기처럼 혼자가 되었을 때 더 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그래서 공감했다고. 장윤현 감독은 말했다. 외로움의 시간을 완벽해지기 위한 도약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그는 선을 넘어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많은 에세이는 위로와 공감을 목적으로 한다. 별다르지 않은 모습들 속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 느끼며 투명한 손의 쓰담쓰담을 받는다. 어떤 에세이는 힘을 준다. 일어나라고, 행동하라고 부추긴다. 투명한 손이 방바닥에 들러붙은 엉덩이를 떼어내준다. 장윤현의 에세이는 솔직하다. 자신이 본 걸 보여주고, 알게된 걸 알려주고, 그런 식이다. 부담이 없었다. 식은 커피를 마시는거마냥 쉬웠다.
그의 글을 읽을 때, 내 곁에는 커피 한 잔이 오래 놓여있었다. 뜨거울 때부터 차갑게 식을 때까지. 청량하게 식은 커피에서 맡아진 아릿한 향이 나에겐, 외로워서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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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의 만남은 네이버 이웃의 이벤트로 책을 선물로 받은 것으로 시작된다. 만남부터가 따뜻해서 인지, 읽는 내내 따뜻한 향기가 솔솔 풍겨 나온다. 사람 사는 냄새가 좋다. 가식적이지도,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내 입맛에 딱 맞는 커피 한 잔 마신 향기로운 하루를 보낸 기분!!
영화 '가비'의 감독이라는 장윤현의 산문집!
술, 담배, 커피,어린 시절엔 이런 기호식품들을 즐기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어떤 맛이기에 시시때때로 찾아대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처럼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왔을 때, 그 첫 맛은 너무도 고약했다. 술이나 담배나 커피나 매한가지, 쓰고 독하고 떫었다. 어째서 이것들을 수시로 즐기는 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나는 언제 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나? 중 2 때부터 였던 것 같다. 커피 한잔 마시고, 밤새워 공부하는 겉멋을 좀 부렸던 것 같다. 맛이나 향을 즐겼다기 보다는 잠이 안오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나름의 그 때의 멋. 아주 가끔 그렇게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려 커피를 잘 못 마셨다. 서른즈음부터 직장에서 힘들 때마다 커피 한잔 씩 마시면, 기분도 좋아지고 피곤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부터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하루에 한잔으로 시작해서, 두 잔, 세 잔은 마셔야 되는 중독자가 되어버렸다.
커피의 매력은 무엇일까?
쓴맛을 왈칵, 듬뿍 안겨준 뒤에 아주 인색하게, 아주 잠깐 달콤한 맛으로 위로해주는 에스프레소는 인생을 참 많이 닮았다. 실패의 좌절감, 위기의 순간 느껴지는 긴장, 그 속에서 거짓말처럼 솟는 용기까지.... 지난하고 불확실하기만 한 일상에서 반짝이는 우연을, 운명을 마주 할 때 삶은 달콤해진다. 그러니 당신, 그 스쳐 지나가는 달콤함을 맛보고 싶다면, 설탕 없는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견뎌보길.
인생을 닮았기 때문에 그토록 커피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가끔은 삶이 엇나간다는 생각에, 상처받아 숨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그를 위로한 건 한잔의 커피였다. 낯섦과 두려움으로 만난 새로운 곳에서도 내가 기대 하지 않은 커피 한잔에 설렘과 떨림으로 인생을 마주 한다. 인생의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은 우울증 환자들의 병동에서도 그들을 위로 해준 건 말없이 의시가 건네는 따뜻한 커피나 차 한잔이다. 술 한잔 마시면 사람들이 무장해제가 되듯, 처음 만나는 남녀도 따뜻한 차 한잔으로 만남을 시작하지 않던가?
내가 겪은 마니아들은 '꼭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이렇게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더 아끼는 사람들이었다. 그 분야 이야기라면 누구의 이야기든 경청했고, 자신이 최고라고 고집을 피우는 대신 '그런 게 있단 말이야?' 홀라당 넘어가서 일단 해보는 실천력 강한 사람들이었따. 그게 바로,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들 아닐까. 모든 것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그 즐거움을 따뜻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들. - 고수들은 타인의 취향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다.
차가운 시절, 고종의 곁에는 커피가 있었다. 얼어붙은 공기 속, 그가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서양에서 온 그 독특한 맛과 향의 음료였을 것이다. 조선의 왕은 커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피나 차는 원래부터 세련, 낭만, 멋과 친했던 건 아니다. 그 옛날, 커피나 차는 힘들고 외로운 사람의 위로제였다. 시공간을 초월해 누구에겐들, 커피는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라가 기울어도, 자식이 수술실에 들어 갔을 때도, 실업으로 인한 끝없는 비참함을 커피한잔, 차 한잔으로 위로 받는다.
책이나 옛날 드라마에 나오는 계란 동동 띄운 모닝커피도,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를 따라 갔던 다방도, 늘 커피하면 비엔나 커피를 주문해서 마시던 기억들도 처음 만나 소개팅을 하던 남자들도 떠오른다... 비엔나에 가니 비엔나 커피는 없다던데... 커피와 함께 나의 추억도, 나의 아픔도, 나의 기쁨도 모두 하나씩 하나씩 끄집어 내며 나를 마주한다.
생두가 원두가 되듯,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끝은 언제나 시작으로 이어진다.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에서 끝의 끝까지 가는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그런 순정이 부럽다.
그렇게 식어버린 커피라도 맛있다는 걸, 그 나름의 맛이 있다느 걸 사람들은 몰라준다. 식어가는 커피처럼, 세상엔 오래 겪어볼수록 다양한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커피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장인이나 덕후들은 커피를 꼭 이렇게 마셔야 한다는 주장하지 않았다. 내 입맛대로 남의 취향을 조절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바로 사람을 대하는 기본자세임을 ,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나랑 딱 맞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너무 나랑 딱 맞는 맞춤 옷 같다. 이런 남자라면 정말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로워서 완벽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커피향기를 취하며, 행복을 만나듯,
우리도 커피와 함께 삶을 만나고, 사람을 발견해보자. 한권으로 조용한 사치를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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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게 하려고 한 말들은 아니겠지만.. 이 책에는 나를 위로하는 말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고통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말없이 건네는 따스한 커피처럼 포근하고,
답이 안보이는 상황 속에서 숨이 꽉꽉 막혀 올 때의 담배 한 모금처럼 후련하다.
몇 구절들을 소개해 본다.
- 내세울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사람을 패배자라고 부를 수는 없다.한번이라도 전부를 걸고 무엇인가 해본 사람은,그 지독하고 지극한 판에서 끝까지 가본 사람은 안다.문제는 승패가 아니라 거기까지의 과정임을.
- 실패는 겪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실패나 불행의 냄새에 민감한 이들이 거리를 두고 물러난다는 것을 실감할 때, 또 그 자격지심으로 예전처럼 선뜻 커피 한잔 마시자는 말을 건네기가 힘들어질 때 와락 외로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외롭기 때문에, 실패했기 때문에 더 잘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는 것을 안다. 무례를 견디는 순간의 커피 한잔이 얼마나 생생하게 맛있고 고마운지, 시 한편과 음악 한곡이 얼마나 왈칵 다가와 위로가 되는지 말이다
- 만약 누군가, 청춘의 한복판을 지나는 이가 이별의 고통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아마 그를 위로한다며 로스팅에 대해 늘어놓을 것이다. 생두가 원두가 변하는 그 과정은 사랑과 이별만큼 믿기 어려운 것이니까. - 가열하지 않은 생두처럼 살아 있는 모든 생물체는 수분을 포함한다. 그 수분이 몸에서 분리되는 과정이 바로 죽어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생두의 죽음이 원두의 시작이 되듯, 때때로 무언가의 끝은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예비하곤 한다.
- 이별로 인해 고통스러워할 때, 우리 너무 절망하지 말자. 생두가 원두가 되듯,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끝은 언제나 시작으로 이어진다.
- 상처입은 자는 더 낮은 쪽에 머물렀다는 이유만으로 자타가 더 위쪽에 머문다고 과신하는 누군가들이 함부로 버린, 난폭한 감정에 더 자주 노출된다.
그러나 이 짧은 몇몇 줄로 이 책의 진가를 다 설명하기란 역부족란 생각이다.
커피 한잔 같이 하고 싶은 사람에게 커피 좋아하냐며 이 책 한 권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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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의 장윤현 감독이 책을 냈다고 하기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다 영화에서 느꼈던 것 이상의 섬세한 감정선들이 커피향처럼 진하게 다가와 읽는 내내 평화로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