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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에이커 숲에서 다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 어렸을 때 집에는 친척에게 받은 낡은 디즈니 동화 전집이 있었다. 많이 헤져서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고, 몇 권은 없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읽을 책이 생겨 엄청 좋아했던 것이 기억난다. 전집을 한 번씩 다 읽어본 후 제일 마음에 드는 책 몇 권만 계속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그 책들은 모두 지금은 없지만 그림이나 내용을 아직 기억한다. 그 중 가장 많이 읽어 본 것은 ‘곰돌이 푸’.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혼자만의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내가 곰돌이 푸의 유일한 사람 친구인 크리스토퍼로 변해서 백-에이커 숲에서 노는 상상. 아이에게 읽어 줄 책을 고르다가 어린 크리스토퍼와 풍선을 가지고 있는 곰돌이 푸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표지에 눈길이 갔다. 내가 ‘곰돌이 푸’를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아이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와! 곰돌이 푸랑 크리스토퍼다. 아빠가 어렸을 때 ‘곰돌이 푸’ 좋아했어. 읽어줄까?” 첫 장을 넘기니 웬 아저씨와 풍선을 든 곰돌이 푸가 손을 잡고 있다. ‘뭐지?’ 소년에게 백-에이커 숲은 친구들과의 티파티, 모험, 게임으로 가득한 멋진 곳이었지요.언제나 그랬듯, 시간은 흘렀고 소년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숲의 친구들과도 멀어졌지요. 그 아저씨는 나이가 들고 키가 자란 크리스토퍼 로빈이었다. 곰돌이 푸는 소년이 다시 숲으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찡그린 표정을 짓고, ‘중요함’이 든 가방을 꼭 쥐며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몰랐다. 그래서 곰돌이 푸는 말한다. 난 어딘가가 나한테 찾아오길 그냥 기다려. 쉬는 거지. 안개가… 안개가 아닐 때까지 말이야 어른이 된 크리스토퍼는 그럴 수 없다. 문제는 해결하고, 길은 찾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었으니까. 어른 크리스토퍼에게 어린 시절의 여유와 단순함은 불행히도 없어졌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곰돌이 푸는 강요하지도 화내지도 않는다.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뿐이다. 길을 못 찾고 뱅글뱅글 돌기만하고, ‘중요함’이 든 가방이 열리고 종이들이 날아가자 크리스토퍼는 소리를 친다. 괴로워하는 크리스토퍼에게 곰돌이 푸는 언제나처럼 풍선을 내민다. 이젠 풍선으로 즐거워하는 어린 크리스토퍼가 아니다. 인생에는 풍선이나 꿀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난 소년이 아니야. 어른이라고 어렸을 때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많은 소중한 것들이 더 이상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 어른이 되는 걸까. 크리스토퍼가 곰돌이 푸에게 소리치며 하는 말은 아름다운 추억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을 갖게 했다. 맞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의 세상은 현실이다. 하지만 동화는 ‘영원이 자라지 않는 피터팬 세상’이면 좋겠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 곰돌이 푸와 헤어진 크리스토퍼는 ‘헤팔럼프 잡기’ 함정에 빠진다. 아무리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크리스토퍼는 지쳐 잠들고 꿈을 꾼다. 꿈속에서 푸는 말한다. 어느 때는 아무것도 안 하는 일, 그게 할 일이야 그렇게 하면 종종 가장 멋진 무엇이 생기기도 해 곰돌이 푸의 말처럼 크리스토퍼는 가만이 있었고, 웅덩이에 물이 차서 저절로 빠져나오게 된다. 더 이상 괴물 ‘헤팔럼프’를 믿지 않지만 두려워하는 이요르, 피글렛, 아울, 캉가, 티거 등 옛 친구들을 위해 가짜 ‘헤팔럼프’를 만들어 싸워서 이긴다. 어린 크리스토퍼가 그랬던 것처럼 동심으로 돌아가서. 크리스토퍼는 다시 만난 곰돌이 푸에게 소리지른 것을 사과한다. 그러자 곰돌이 푸는 말한다. 난 생각이란 게 거의 없는 곰인걸 이젠 어른 크리스토퍼와 풍선을 쥐고 있는 곰돌이 푸가 어깨동무를 한다. 옛날부터 둘이 앉아 있던 그 나무아래에서. 곰돌이 푸와 친구들은 그대로 인데, 크리스토퍼 로빈만 변했다. 마지막 어깨동무하는 어른 크리스토퍼의 뒷모습이 슬퍼 보인다. 동심을 잃은 어른. 내 모습이다. 순수하게 사람을 대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합리적인 이유와 논리를 찾는 어른이 된 것이다. 이 책은 나처럼 어렸을 때 곰돌이 푸를 좋아했던 어른도 보면 좋을 것 같다. 곰돌이 푸랑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고, 잃어버린 동심을 잠시나마 찾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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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곰돌이 푸를 보면서 대단한 사건이 풍선 잃어버리거나 이고르 꼬리 떨어지기 같은 것이라서 유아용이라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스펙타클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뽀로로 정도의 사건은 기대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그랬는데 이 그림책도 그렇다. 크리스토퍼 로빈이 성인이 되어 다시 곰돌이 푸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전히 비슷하다. 아마도 곰돌이 푸는 그냥 천천히 느긋하게 현실을 즐기라 뭐 이런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 빨리빨리 움직여야 하고 답답해 하는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가만히 있으라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보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