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5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1%
  • 리뷰 총점8 45%
  • 리뷰 총점6 4%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9.0
  • 30대 9.0
  • 40대 8.0
  • 50대 8.0

포토/동영상 (26)

리뷰 총점 종이책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우리는 모두 떠난 자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우리는 모두 떠난 자들" 내용보기
알베르토 망구엘은 독서는 여행자와 같다고 표현했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책 속에서 우리는 많은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에 이입되어 주인공들의 세상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다. 생소했던 나라나 도시가 친근하게 다가오고, 그들이 숨쉬고 살았던 장소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 일은 어쩌면 작가의 생각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일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우리는 모두 떠난 자들" 내용보기

알베르토 망구엘은 독서는 여행자와 같다고 표현했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책 속에서 우리는 많은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에 이입되어 주인공들의 세상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다. 생소했던 나라나 도시가 친근하게 다가오고, 그들이 숨쉬고 살았던 장소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 일은 어쩌면 작가의 생각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일이다. 작가의 숨결에 속해 그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는게 소설 읽는 일이다. 대부분 단편을 읽을 때는 하나의 작품을 천천히 읽는게 옳다. 하지만 다음 작품이 궁금해 이어서 읽다보면 소설 속 여러 인물들이 하나의 장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임재희 작가의 아홉 편의 단편들이 그랬다. 단편들 속의 인물들이 마치 장편소설 속 인물들처럼 다가왔다. 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 한국에서 타향에 살고 있는 동생 가족을 만나러 떠난 사람, 남편과 이혼후 새로운 언어를 쓰는 곳에서 조화를 만드는 사람. 감전 사고를 당한 남편이 떠난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여성.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살아 숨쉬었다.

 

 

소설의 제목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정들었던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곳이 어디든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건 두려움을 동반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아 과감하게 떠난다. 비록 두렵고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알수 없어도 말이다.

 

우리가 고향을 떠나 타국으로 향해도 마찬가지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동생 부부를 만나러 엄마와 함께 일년에 한번씩 가는 그곳의 헌책방에서 한국 사람이 분명한 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가 위안을 받는 일이라는 것을. 외국의 헌책방에서 한국 책과 판소리가 들어있는 LP판을 집어들고 눈물이 나올것처럼 감동을 받았던 일 또한 고향의 것을 발견했기 때문인가.

 

어린 나이에 미국에 입양된 압시드. 그의 영어 이름은 친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다. 스펠링 ABCD로 된. 자기가 아는 모든 영어 단어를 이용해 이름을 지어주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 참 뭉클했다. 아무리 이해못한다고 하지만 이처럼 이해되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머나먼 이국 땅에 자식을 보내면서 그곳에서 불릴 이름을 만들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표제작을 읽는데 이 소설집이 가진 주제를 담고 있지 않았나 싶다. 노동절 연휴기간때 찾아온 한국이라는 나라. 어머니가 한국인이지만 자신에게는 그저 다른 나라였다. 잠시 머물다 간 곳이라는 사실 뿐. 스탠바이 티켓을 구매한터라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호텔에서 하루 혹은 이틀을 머물러야 했다. 작은 행동 하나에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한 친근함을 느꼈다는 감정이 중요할 것이다. 거부하고자 했으나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엇. 자신이 태어난 혹은 자라온 나라에 대한 감정이 아닐까.

 

투박하지만 느리고 친근한 남자의 목소리가 오래된 것들을 환기시키며 의식을 붙들었다. 좋은 기억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들이었다. 밤인데 밖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이 도시의 어둠은 희미한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또 다른 하루였다. (219~220페이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중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결국 어딘가에 속한 삶. 이게 우리가 원하는 삶이 아니던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것도,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찾는 일도 어딘가에 속하지 못했기에 떠나온 여정이 아니던가.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8.09.27. 신고 공감 8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그곳이 어디라도 괜찮아
"그곳이 어디라도 괜찮아" 내용보기
한때는 나를 아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어리석게도 그런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이 아는 노래, 그들이 보는 영화, 그들의 취향에 나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 모든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아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면 그뿐이었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다르다는 것만 인정하면 좀 수월했다. 비
"그곳이 어디라도 괜찮아" 내용보기

 한때는 나를 아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어리석게도 그런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이 아는 노래, 그들이 보는 영화, 그들의 취향에 나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 모든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아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면 그뿐이었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다르다는 것만 인정하면 좀 수월했다. 비슷하게 닮았으니 같을 거라고 나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이 다르니까, 사는 곳이 다르니까. 임재희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를 읽으면서 나는 ‘다르다’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소설 속 이야기는 내가 살아온 삶과 비슷한 부분이 하나도 없는데도 ‘다르니까 괜찮다’고 말이다.

 

 임재희의 소설 속 인물은 떠나온 이들이거나 떠나온 곳으로 돌아온 이들이다. 소설의 제목처럼 말하자면 그곳에 속하거나 이곳에 속하는, 혹은 그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이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피부색이 같고 외형적으로 닮았지만 다른 언어를 쓰거나 같은 언어를 쓰더라도 생활 습관이나 사고가 달라 어울리기 힘든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독이 가득하다. 어쩌면 그것은 작가 임재희의 고유한 감성이 묻어있기에 가능한지도 모른다. 임재희의 소설을 처음 읽었고 작가의 말을 읽기 전에 수록된 9편으로 인해 그녀가 타국에서 살거나 돌아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결국 자신의 일부를 드러내기 마련이니까.

 

 표제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은 소설집 전체의 분위기를 집약할 수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엄마를 만나러 온 폴은 4박 5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둘러보고 돌아가려 한다. 스탠바이 티켓 때문에 공항 근처에서 대기해야 하는 폴은 자신을 대하는 이들에게서 비슷한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그들에게 완전히 속할 수 없는 자신을 확인한다.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것, 그것은 때로 위로가 되면서도 낯설다. 폴의 경우는 잠시 다니러 온 경우지만「히어 앤 데어」의 동희나 「천천히 초록」의 나는 다르다. 한국을 떠났다가 돌아온 동희는 계속 한국에서 살 수도 있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왜 돌아왔냐고 묻는 이들에게 동희는 답을 하지 못한다. 그녀 스스로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곳을 떠난 이들은 어떨까?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으로 떠났지만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는 고단한 삶이다. 마노아에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며 살기를 바랐던 「로사의 연못」속 부부는 마침내 꿈을 이룬다. 완벽을 위해 남편은 연못을 만들고 친구들을 불러 모으지만 그 안에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와 마주한다. 그것은 그들이 진실로 바랐던 건 그런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떠난 곳을 향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정착하기 위해 애를 쓰는 이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어머니를 모시고 미국에 사는 동생 부부를 만나러 온 「라스트 북스토어」의 나는 헌책방에서 한국어를 건네는 여자에게 설명할 수 없는 위로를 받는다. 우울증을 앓는 올케와 가장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동생에게도 누군가 그런 위로를 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누군가 우리의 끝, 세상이라는 이름의 아찔한 절벽 끝에 묵묵히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미안하리만치 깊은 위안을 받았다.’ (85쪽)

 

 9편 중에서 내 마음을 흔든 건 남편과 이혼하고 무작정 다른 언어를 쓰는 곳으로 떠나온 세레나의 사연「분홍에 대하여」와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 압시드가 들려주는 이름의 이야기「압시드」였다. 흐릿한 기억 속 생부가 자신을 입양 보낼 당시 알고 있던 알파벳 ABCD란 이름을 지었을 때 그 안에 담긴 사랑을 알기에 압시드는 그 이름을 사랑한다. 한국 이름 아닌 영어 이름을 지어주며 미국에서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사랑받는 아이였다는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미국에서 조화로 된 꽃을 만드는 세레나에게 말은 사랑이었고 존재의 이유였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세레나가 아는 말과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녀에게 세상은 두렵거나 무서운 곳이 아닐 터였다. 그러니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와 세레나의 말은 전혀 다른 언어였다. 그러니 노신사 주문한 핑크 장미를 세레나에게 핑크로 전했을 뿐이다. 오직 세레나만이 분홍과 핑크를 구분할 수 있었다.

 

 ‘세레나가 입술을 오므리고 분홍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분명히 그걸 느꼈다. 핑크가 절정으로 치닫던 어느 순간들의 화려함이라면 분홍은 붉은빛의 모든 열기가 다 빠지며 남긴 지울 수 없는 흔적이었다.’ (168쪽)

 

 단 한 번의 이동도 없이 나고 자란 곳에서 죽음을 맞는 이는 몇이나 될까. 우리의 삶은 가깝거나 먼 곳으로 이동한다. 이민이나 유학처럼 타국으로 이동, 공간의 이동뿐 아니라 가족을 떠나는 이동도 있고, 헤어짐으로 인한 관계의 이동도 있다. 이곳에서 그곳으로 떠났다가 이곳으로 돌아오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니 소설 속 그들에게 어딘가에 속하거나 정착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머문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아니까. 그곳이 어디든 말이다. 누군가와 같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었던 것처럼.

 

 

r*********s 2018.09.27. 신고 공감 6 댓글 5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임재희
"[서평]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임재희" 내용보기
이 책을 읽다가 문득 한 권의 책이 생각났다. [드림랜드]. 이민자들의 삶이 살아있는 그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민자의 입장이어서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나같이 어느정도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이민자들의 삶. 그런 단편들이 모여있던 이야기.  임재희 작가 또한 외국에서 오래동안 살다와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엿보이는 단편들이
"[서평]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임재희" 내용보기

이 책을 읽다가 문득 한 권의 책이 생각났다. [드림랜드]. 이민자들의 삶이 살아있는 그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민자의 입장이어서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나같이 어느정도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이민자들의 삶. 그런 단편들이 모여있던 이야기.

 

임재희 작가 또한 외국에서 오래동안 살다와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엿보이는 단편들이 가득한 한권의 책이다. 작가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다. 자신에게 있어서 영어란 밥벌이와 생활을 책임진 '생존'의 언어(269p)였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다른 언어에 능하고 원어민처럼 잘 구사하고 그속에 스며들어 사는 것처럼 보여도 이방인이라는 것을 자기 자신이 먼저 느끼고 있다는 사살이다. 살기 위해서 영어를 썼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용한 언어.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은 모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싶음을 피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외국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동희. 그녀는 한국 사람이지만 외국인 거주증을 받아서 한국에서 생활해야 한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 드나들자니 미국국적이 편하고 이곳에 살려고 하니 한국국적이 편할 것이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중이다.

 

그 어느 쪽을 버리지도 못하고 둘다 한손에 들고 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다가는 둘다 놓치기 마련이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서 만난 여자는 그녀에게 알려준다. 주어진 2년동안 잘 생각해보라고. 그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말이다. 그 시간동안 동희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남의 나라 살면서 가장 귀찮고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비자 연장이다. 내 나라 사는 동안에는 전혀 필요치 않은 그 일 말이다. 내가 남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가장 절실히 느끼게 되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가보면 외국인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한참을 기다리기는 예사고 보통일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왜 그나라에 머물러야 하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얼마고 얼마를 어디에 내었으니 이것을 연장해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나의 서류라도 빼먹었다거나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하지 못하면 오랫동안의 기다림도 허사로 돌아간다.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이력이 났다고도 하는데 그런 과정들이 싫어서 사람들은 영주권을 신청하거나 시민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보니 동희의 선택이 궁금해지게 된다. 그녀는 미국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한국을 선택했을까.

 

동희이 이야기를 그린 <히어 앤 데어>를 시작으로 남편과 아들, 딸을 모두 잃은 작은엄마 이야기를 그린 <동국>. 남의 나라 헌책방에서 오히려 한국적인 것을 느끼게 되는 <라스트 북스토어>. 자신이 태어났던 곳을 향하여 가는 이야기를 그린 <천천히 초록>. 자신이 바라는 넓은 집을 사고 남편이 그토록 원하는 연못을 팠지만 결국 원하던 연못은 완성되지 못했다는 <로사의 연못>.

 

더이상 쓸 수 없는 스타킹으로 조화를 만드는 여자와 알바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분홍에 대하여> . 남자는 예쁜 핑크로 된 꽃을 주문했지만 막상 꽃이 나오자 자신이 주문한 색과 다르다고 하는데 핑크와 분홍은 정녕 다른 것인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자신의 이름이 항상 불만이었지만 그 뜻을 이해하고 나니 자신의 신분을 이해하게 된 <압시드>. 표제작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미국애서 다시 한국으로 향한 엄마. 그런 엄마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온 폴. 그는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엄마가 한 선택을 이해했을까. 왜 돌아와야만 하는지 말이다. 삼남매가 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드>. 총 9편의 이야기가 오밀조밀하게 자리잡고 있다. 

 

앞서 말했던 [드림랜드]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책에서는 유독 떠났거나 돌아오거나 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아마도 자신의 입지를 표상해서 그려낸 주인공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에서는 작가의 삶이 묻어나온다. 글이라는 것이 사람의 인생을 드러내고 작가의 생활을 드러내는 것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읽을때면 또다른 모습의 이야기들을,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게 될까. 

b***8 2018.09.17. 신고 공감 5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내용보기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심 한 가운데에서 동동거리다 보면 문득 ‘고독’ 이란 것이 밀려들 때가 있다. 내 옆을 바쁘게 지나는 이들을 보며 저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적한 곳보다 오히려 번잡한 곳에서 느끼는 공허함이 더 크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지 세상을 떠도는 유목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p79, 『라스트 북스토어』이렇게 이야기하는 책 속 여러 화자들의 목소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내용보기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심 한 가운데에서 동동거리다 보면 문득 ‘고독’ 이란 것이 밀려들 때가 있다. 내 옆을 바쁘게 지나는 이들을 보며 저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적한 곳보다 오히려 번잡한 곳에서 느끼는 공허함이 더 크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지 

세상을 떠도는 유목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p79, 『라스트 북스토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책 속 여러 화자들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 농담처럼 이야기하던 ‘난 누구? 여긴 어디?’ 란 것이 유머로만은 느껴지지 않던 어느 하루를 떠올려보며 책을 펼친다. 




물론 여러 단편 속의 인물들은 더 낯선 곳에서 살던 이들이다. 언어가, 문화가 낯설기에 그들이 느끼는 거리감은더 컸을터. 실제로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듯 하다. '이민'을 가서 이국에서 생활하는 이주자의 복잡한 마음과 한국으로 다시 '귀환'을 했으나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귀환자의 감각이 연결되며 여러 단편들 사이에서 날실과 씨실로 엮인다. 


나를 떠올리면 그림의 한 부분이 지워지거나 뭉개져 있는 느낌이 들어. 시간의 한 부분이 뭉텅뭉텅 잘려나간 느낌이 든다고. 그런 기분 모르지? 머리와 다리만 있는 몸으로 사는 느낌.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 거냐는 질문도 하지 마. 날 자꾸 몰아내는 것 같아. 어디에서 사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해. 


p101, 『천천히 초록』


로사는 사람들이 그녀의 이름을 서툴게 발음할 때마다 뭔가 안에서 작은 것들이 질서를 못 찾고 헤매는 기분이 들었다. 한 방향으로 쭉 뻗어가던 선이 목표 지점을 바꾸며 트는 그런 느낌이었다. 


p125,  『로사의 연못』


이민을 간 이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이도 모두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상실감으로 슬퍼한다. 행복한데 불안하다고도 한다. 그저 한국에서만 살아온 나인데도 공명하게 되는 지점들이 생긴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지, 세상을 떠도는 유목민' 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기에. 그것이 공간적으로 직접 떠돌지 않더라도, 온라인 상에서든, 카뮈의 소설 『이방인』 에서 세상의 중심으로부터 분리된 듯한 주인공 뫼르소 처럼이든. ( 유목민이라는 단어에서 시작한 내 생각은 이방인으로까지 흘렀다. )  


오랜 여정 끝에 목표지점에 도달했다는, 안전한 곳에 두 발을 디뎠다는 안온한 느낌이 차올랐다.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행복이라고 불렀으니 집은 그 관념의 완전한 실체라고 그녀는 믿었다. 그랬던 로사가 언제부턴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행복한데 왜 불안한지 알 수 없었다. 뭔가 쫒기듯 연극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온 것만 같은 심정이 되었다. 불꽃이 한번 터지고 탄성을 내지르고 나니 모든 게 사라진 것만 같았다. 갑자기 찾아온 고요한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처럼 생경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p136, 『로사의 연못』

아르날 바예스테르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책에 담긴 아홉편의 소설들은 떠나오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다시 돌아와 마주친 혼돈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그 기록으로 독자들를 초대하여 ' 마음의 팔을 있는 힘껏 뻗어 포옹했다.(p270, 작가의 말 중에서)'


문학을 포함한 예술이 예술가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고, 그 경험에서 파생된 사유의 결과물을 우리에게 전달한다고 생각해보면 작가는 '현재 서 있는 곳이 우리가 존재하는 곳' 이라고 전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히어 앤 데어』 의 화자가 이야기 했듯이.


십 대 때 떠난 한국을 사십 대에 접어들면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불분명한 것들이 오히려 진실 같았다. <중략>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그녀의 의식만이 분명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그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딱히 공간성도 시간성도 없는 원초적인 그리움 같은 게 뭉실뭉실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p34, 히어 앤 데어



그동안 불행했던 자신의 처지를 부인하고 회피해왔던 『동국』 속 주인공이 스스로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시작했던 한 걸음처럼. 


이제 다 벗어버리고 싶어요. 세욱이 엄마라는 것도, 세미 엄마라는 것도. 나는 그냥 최동국.

예전에는 부끄럽고 남자 이름 같아서 안 썼는데, 동국, 최. 동. 국.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p63. 『동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더라도. 그래도 내가 딛고 서있는 곳을 느낄 수 있다면 이 또한 괜찮지 않겠는가. 



YES마니아 : 플래티넘 h*****a 2018.09.27.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그곳이 어디든, 다르지 않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그곳이 어디든, 다르지 않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내용보기
폴은 안 태우던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 탓에 어지러웠다. 엄마네 집도 서울도 아닌 낯선 도시에서 혼자 1박을 하는 기분이 이상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하루 같았다. 홀가분해야 하는데 되레 너무도 많은 것들이 출렁이고 있었다. 비로소 한국에서의 첫날을 맞이하는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219페이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반소매를 입고 1시간 정도 등산을 했
"그곳이 어디든, 다르지 않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내용보기

 

폴은 안 태우던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 탓에 어지러웠다. 엄마네 집도 서울도 아닌 낯선 도시에서 혼자 1박을 하는 기분이 이상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하루 같았다. 홀가분해야 하는데 되레 너무도 많은 것들이 출렁이고 있었다. 비로소 한국에서의 첫날을 맞이하는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219페이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반소매를 입고 1시간 정도 등산을 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한낮의 등산은 역시 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실컷 땀을 흘리고 나니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시리더라. 점점 해는 기울고 캄캄해지기 시작하니 그 시림은 체온으로만이 아니라 온몸에 느껴졌다. 이럴 때를 잘 견뎌야 한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더 크고 서럽게 다가오기 쉬울 때니까. 돌아갈 곳이 있다던가, 돌아가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는 그 추위를 덜 느낄지도 모르지만, 이도 저도 아닌 부유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온몸으로 맞이하는 시림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런 건지 한국인만의 정서인 건지 모르겠지만, 유독 그 소속감의 무게를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어디에 속해야만 안심이 되는, 그 소속이 없으면 버려진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특히 누구의 가족이라는 구성원이 아닌 경우 어디에 소속되지 못하는, 어쩌면 상실감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를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뭔가, 아주 큰 뭔가를 잃어버리고 사는 기분.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로 살아갈 수 있다. 반드시 어디에 속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속하지 않은 채로 살아가야 할 때 느끼는 감정도 안고 가야 한다. 임재희의 소설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그렇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경계인이자 주변인으로 느끼는 고독을 그렸다. 어떤 분명한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감정이었다. 법이 규정한 범위 안에서 그 신분을 드러내야 할 때 종종 찾아오는 느낌들. 어디의 누구입니다, 라고 말하지 못할 때 당황하기도 하는. 단편들 속의 주인공들 모두가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는 감정처럼 들렸다.

 

엄마를 만나러 한국에 온 폴은 정해진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려고 하지만, 스탠바이 티켓으로 공항 근처에 머문다. 자기를 호텔에 내려준 택시 기사, 호텔에서 만난 다른 손님과의 대화로 자신과 그들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또 완전히 비슷하지도 않다는 걸 느낀다. 같은 것을 느낄 때는 안심을 했다가도, 다른 것을 느낄 때면 따라오는 이질감. 잠깐 다니러 온 그의 이런 느낌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곳을 떠나와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이나, 이곳을 떠나 그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의 크기는 또 다르다. 「히어 앤 데어」의 동희는 미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국적 재취득의 선택을 해야 한다. 동희는 왜 돌아왔을까. 동희가 한국을 떠날 때도 다시 돌아왔을 때도 분명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때마다 이유는 있었을 테지만,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없는 분명함은 없었던 거다. 동희가 만난 어떤 여자의 말처럼, 어디에 사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서 죽느냐의 문제가 더 큰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문제를 내세우기에 앞서 여전히 어느 선에서 서성이는 삶을 이어가는 게 우리의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 이민자든 아니든, 여기에 살았든 아니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이민자의 삶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여자의 말이 맞았다. 동희는 미국에 살아도 한국에 나와 있는 지금도, 뭐가 하나는 쑥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뭘까. 그 커다란 빈 구멍은. 한국 국적을 재취득하면 좀 나아지려나. 동희는 자신도 모르게 상념에 빠져들었다. (30페이지, 「히어 앤 데어」)

 

「라스트 북스토어」의 ‘나’는 미국에 간다. 엄마를 모시고 동생 부부를 만나러 간 거다. 남동생과 올케의 미국 생활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불안함을 안고 사는 하루하루가 안쓰럽지만, 그곳을 쉽게 떠나지도 못할 것이다. 이국에서 보내는 며칠 동안 ‘나’가 느끼는 불안감은 의외의 곳에서 해소된다. 헌책방에서 만난 한국어를 쓰는 여자. 그녀의 몇 마디에 다가온 위로는 무엇이었을까. 그곳이 한국이 아니어서 그 몇 마디가 위로의 모습을 하고 다가온 건 아닐까? 「천천히 초록」의 ‘나’도 혼란스럽다. 미국에서 살았던 시간도 한국에 다시 돌아온 계기도 어정쩡하다. 다시 돌아온 이민자에게 한국에 다시 돌아온 이유를 묻지 말아야 하는지도 알았다.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 단편의 ‘나’를 통해 헤아리게 됐다. 무엇을 위해 떠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온다는 게 실패의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이들에게 떠남과 돌아옴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그게 실패의 원인일지라도 말이다.

 

결국 누군가가 선택하는 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나거나 돌아와야만 하는 상황을 우리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게 대한민국 안의 어느 지역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라, 나라와 나라를 건너다니는 사람인 경우 계속 떠도는 느낌이 아닐까? 실제로도 그런 삶일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나 크고 작게 떠도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생 한곳에 정착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멀게 든 가깝게 든 옮겨 다닌다. 그 대상이 물리적인 지역이든 사람과의 관계이든. 소설 속 주인공들이 주변인이든 경계인이든, 이민자이든 아니든, 자기 삶을 이어간다는 건 똑같다. 누구나 겪는 상실에 우리는 서로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다. 그저, 언제나, 자신의 근원을 찾으려고 애쓰며 살아갈 뿐이다.

 

n******i 2018.09.30. 신고 공감 3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서평]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내용보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제각기 사연을 가진 9명의 이야기를 9편에 담은 단편소설집이다.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쉽게 외국인을 마주치고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떠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세계인과 함께 이 지구를 살아가는 일원으로 활발하게 문화 교류를 한다. 하지만 유독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부류에게만큼은 냉담한 사회인 것
"[서평]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내용보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제각기 사연을 가진 9명의 이야기를 9편에 담은 단편소설집이다.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쉽게 외국인을 마주치고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떠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세계인과 함께 이 지구를 살아가는 일원으로 활발하게 문화 교류를 한다. 하지만 유독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부류에게만큼은 냉담한 사회인 것 같다.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덧씌워진 사회에서 이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일 뿐이다. 국외이주자, 재외국민, 교포, 조선족 등 한국인이라는 뿌리는 같지만 국적이 다른 이들은 한낱 외국인일 뿐이다. 혼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고 이상한 시선으로 봤던 이 사회의 이중성은 그들이 이 땅에 설 자리를 잃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해외로 입양된 아이가 커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찾아왔을 때 이 낯선 나라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한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들은 쉽게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 제노포비아는 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을 말하는데 개방성과 포용성을 잃어버린 사회에서는 이들을 받아들일 마음이 되어있지 않다.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완벽한 주변인. 실존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에 온 폴의 하루를 통해 본 한국의 모습은 저마다 팍팍하게 사는 모습이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고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과 자신을 재단하고 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도 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주변인일 뿐인 그는 현실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에 속한 사람들일까? 세상에 태어나 한 곳에 머물다 가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인지 모르겠다. 지나친 민족주의와 혈족, 씨족에만 관심을 두는 우리에게 이해하기 힘든 영역일 지 모른다. 

세계의 흐름은 계속 변하고 있다. 이제 국제 결혼은 생경한 일이 아니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서로 잘 어울리는 사회로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마다 얽힌 사연들은 어느 누구에게 일어났을 법한 일들이다. 조금 더 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곁을 내어줄 수 있고 잘 정착하도록 작은 마음 씀씀이를 보여주면 좋겠다. 적어도 국제 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지 않은가. 무엇이 가장 한국적인가를 고민할 때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국적이 다르면 외국인으로 취급받는 사회. 그렇게 단절된 사회에서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이다. 임재희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지만 그가 애도하며 쓴 소설집은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되는 깊은 울림이 있다. 현실감있게 전해지는 사람들간의 대화와 등장인물의 설정은 우리가 애써 감추려 했던 민낯과 이중성을 드러내보이며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c******d 2018.09.28.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어쩌면 당신, 어쩌면 나일지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하루]
"어쩌면 당신, 어쩌면 나일지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하루]" 내용보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책 제목에서도 풍기듯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부초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한곳에 정착해 살고 있는듯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 해도 무방할듯!모두 9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에는 각각의 단편들이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단편
"어쩌면 당신, 어쩌면 나일지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하루]" 내용보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책 제목에서도 풍기듯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부초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한곳에 정착해 살고 있는듯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 해도 무방할듯!

모두 9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에는 각각의 단편들이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단편소설들이다. 미국에서 살아가다 한국에 잠시 다니러 온 사람이라던지 혹은 미국에 다니러 갔다가 방황하게 되는 사람이라던지 혹은 한국에 살면서 방황하는 사람들, 또는 이국의 땅에 살아가는 같은 동포와의 사이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나는 뉴욕의 헌책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라스트북스토어 이야기와 분명 한국인이면서 특이하게도 아랍권 어디쯤 될거 같은 이름을 가진 압시드의 고백같은 이야기, 입고 버리는 스타킹을 가져다 온갖 화려한 꽃으로 변신시키는 주인의 꽃집에서 일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가끔 동희에게 묻는다. 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냐고, 한국을 떠날 때 왜 떠나느냐고 물었던 사람들처럼.‘

첫번째 단편 [히어앤데어]의 인물이 느끼는 그 혼란스러움이 읽는 이에게 전해질 정도로 생생하고 세말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가의 문장들! 정말이지 떠날 때는 왜 떠냐고 물으면서 다시 돌아오니 왜 돌아왔냐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없는 그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동희! 꿈에 그리던 집을 짓고 살아가지만 종국엔 그 집을 지나쳐 갈 정도로 불안에 떨게되는 어느 여인! 동생이 사는 엘에이 다운타운 헌책방에서 한국 소설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 안도감을 느끼고 올케의 우울증을 실감하게 되는 어느 여인!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군사도시를 다니며 차라리 기억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나!

각각의 단편속 인물들이 낯설지 않게 여겨지는건 아마도 우리 또한 그녀 혹은 그처럼 부초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약간은 미스터리하면서 충분히 공감하게 하는 이야기 전개와 문장이 흠뻑 빠져들어 읽게 만드는 단편소설집!
k*******7 2018.09.2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 임재희 소설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 임재희 소설집" 내용보기
인간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느끼는 고독감이 있다. 힘들고 우울할 때, 나를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생각, 그것은 바로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소외감 아닐까. 소설가 임재희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지 세상을 떠도는 유목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삶에 의미를 찾을 수는 없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고독하고 고독하지만 나만 고독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 임재희 소설집" 내용보기

인간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느끼는 고독감이 있다. 힘들고 우울할 때, 나를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생각, 그것은 바로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소외감 아닐까. 소설가 임재희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지 세상을 떠도는 유목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삶에 의미를 찾을 수는 없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고독하고 고독하지만 나만 고독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생각이 많아지는 그런 날, 이 시간에 어울리는 소설을 만났다. 오늘이 바로 이 책『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를 읽기에 좋은 날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임재희. 이 책은 경계인과 주변인의 실존적 고독감을 그린 임재희의 애도 소설집이다. 이 책에는 히어 앤 데어, 동국, 라스트 북스토어, 천천히 초록, 로사의 연못, 분홍에 대하여, 압시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로드 등 총 아홉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아홉 편의 소설들은 떠나오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다시 돌아와 마주친 혼돈에 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안에는 당신이 모르는 '나'도 있고 내가 모르는 '당신'도 있다. 낯설고도 익숙한 내 안의 타인들이라고 그들을 명명한다면 나는 그들을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초대해 내 마음의 팔을 있는 힘껏 뻗어 포옹했다. (270쪽)

 

첫 작품 <히어 앤 데어>부터 생각에 빠져들며 읽어나갔다. 소설을 읽을 때 속이 시끄러운 경우가 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어.'라는 느낌이 들어 공감하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맞아, 맞아', '그런 느낌일까', '나도 비슷한 느낌이었어' 등등 완전히 똑같은 상황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비슷해서 할 말이 많은 경우가 있다. 이 작품에서 동희는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아서 한국 국적과 미국 시민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엇비슷한 상황이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언젠가 하나는 정리해야 하는 애매모호 불투명한 미적지근한 위치…. 작가는 경계인과 주변인의 실존적 고독감을 담담한 필체로 무심코 툭 던지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읽다보면 지인 누군가의 이야기, 아니면 건너건너 알게 된 사람의 사소한 이야기같으면서도 그 무게감이 두둑하게 치고 들어와 나와 묘하게도 겹친다.

 

이 책으로 '경계인과 주변인'의 구체적인 상황을 하나씩 짚어보며, 나 또한 함께 애도하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특히 작가의 말을 보며 <압시드> 소설의 탄생 일화를 들으니 작품이 더욱 인상적으로 남는다.

언젠가 아들은 내게 압(Ab)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 애기를 들려주었다. 이민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에이브러햄(Abraham)이라고 다 쓰지 못해 결국 압(Ab)이라고 적었다고 했다. 그때 내 안에서 소설「압시드」는 이미 반이 만들어졌고 그날 밤 나는 어떤 격정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단숨에 초고를 써내려갔다. 압시드는 네 개의 알파벳(Abcd)으로 지은 소년의 이름이며 내 소설의 언어가 발화된 지점의 지명이기도 하다.「압시드」는 내 안에서 완성되지 못한 채 떠돌던 많은 이야기를 불러내었으니 이 소설집의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270쪽) 

 

소설을 읽을 때에 장편 소설보다 단편 소설집이 마음에 들어오기 더 어렵다. 첫 작품이 제대로 빗장을 풀어주어야 하고, 작품의 강약이 골고루 나뉘어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첫 작품이 너무 강렬해도 다음 작품이 그것을 받쳐주지 못하면 김빠진 사이다처럼 흐물흐물거리며 기대감이 사그라들기도 한다. 작품이 너무 비슷하거나 완전히 달라져도 독서를 멈춰버리는 계기가 된다. 시기적절한 소재도 집중해서 읽는 데에 한 몫 하는데, 이 소설집은 적절히 모든 것이 어우러진 느낌이다. '애도 소설집'인 만큼 아홉 작품들이 모아놓고 제를 지내는 듯한 느낌으로 실존적 고독감을 곱씹어보는 시간을 보낸다.

s*****a 2018.09.2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책 ::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_ 표류한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
"책 ::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_ 표류한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 내용보기
어딘가 정박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배와 같이,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9편이 실린 소설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9가지 이야기 속 9명 혹은 그 이상의 인물들. 그들은 어디에도 정박하지 못한 채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듯 보인다. 어린 나이에 해외로 입양된 사람, 갑자기 해외로 이민 간 사람, 또 다른 이유로 가족들과 멀어진 사람이 등장한다. 한국에서
"책 ::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_ 표류한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 내용보기




어딘가 정박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배와 같이,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9편이 실린 소설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9가지 이야기 속 9명 혹은 그 이상의 인물들. 그들은 어디에도 정박하지 못한 채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듯 보인다. 어린 나이에 해외로 입양된 사람, 갑자기 해외로 이민 간 사람, 또 다른 이유로 가족들과 멀어진 사람이 등장한다. 한국에서 미국에서 혹은 또 다른 곳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하지만 이야기 속 인물들이 내린 결론은 어디에도 자신이 뿌리내릴 땅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그 사실에 허탈해 하는 감정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각각의 상황과 삶의 경험이 다르듯 모두 다른 모습이다. 그 다른 포인트를 작가 임재희는 잡아낸다. 단편 소설의 형태로, 넋두리하듯 읊는 형태로, 주인공의 시선으로 혹은 다른 인물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인물들을 바라본다. 그 다른 소설 속에서 비슷한 점을 찾아낸다면 애써 괜찮은 척, 무덤덤한 척하지 않고, 삶을 견뎌내는 모습과 무심결에 나온 속마음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 그들의 마음속 고독의 자리가 꽤 깊다는 점이다. 

선택의 문제는 늘 간단하면서도 복잡했다. 동희는 가족이 있는 미국을 자주 드나들어야 하니, 미국 국적이 아무래도 편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한국에 정착하려면 한국 국적이 좋을 거라는 생각 사이에서 잠시 갈등이 일었다. 그 어느 곳도 온전히 편한 곳은 없었다. 모든 게 완벽하게 서로 엇비슷했다.
<히어 앤 데어>, 11쪽

대학에서 <다문화·젠더·발전문제>나,<문화인류학> 수업을 들을 때면 빠지지 않았던 주제를 다룬 소설들이 낯설지 않았다. 그동안 나의 시선이 주로 아시아계 중 동남아 여성들의 결혼 이주, 조선족,  재일 교포 2세, 3세 등에 멈추어 있었다. 임재희 소설가의 작품들은 미국 이민을 주로 다루고 있다. 미국 이민, 입양을 경험한 사람들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인터뷰를 재구성한 걸 읽는 듯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소설 읽기 태도를 완전히 바꿀 수밖에 없었다. 글을 읽을수록,  중요한 것은 그 문제가 얼마나 다른 정도인지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지가 아니었다. 다른 문화권에서 겪어야 했을 정체성의 문제 본질이 어디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개인의 문제에 있다.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이야. 그렇게 다른 것들을 같은 조건으로 비교하면 고유한 것들이 묻혀버리고 말잖아."
<천천히 초록>, 110쪽


만약 이주, 이민의 문제만으로 소설들을 읽는다면, 과연 이 소설에서 독자인 내가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들이 겪어야 했던 혼란은 '그들의 혼란'으로 구별한다면, 표류하는 이들을 그저 먼발치서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닐까. 그들의 고민을 내 고민인 듯 끌어안아야 한다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민에서 내가 겪었을 법한, 어쩌면 내가 겪을지도 모를 고민을 발견할 시각으로 보지 못했다는 부끄러운 나의 읽기를 고백하는 것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것 같은 정체성의 혼란은 문화권이라는, 국가라는, 민족이라는 층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생각을 트이게 한 작품이 바로 <동국>이다. <동국>을 읽으며 가족 공동체에서도 찾지 못한 소속감을 나라는 존재 의미를 묻고 답을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국이란 인물을 통해 '나'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이 길에 들어섰을 때 나는 분명 무언가 내게 가깝게 다가오다 멀어지는 걸 느꼈다. 불분명한 기억이나 꿈일까. 희미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끊기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감정의 덩어리가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그것들을 애써 밀어내려고 하는 의식과 끝까지 붙들어보려는 의식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천천히 초록>, 94쪽


9편 소설을 읽으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이민 간 사람, 해외 입양된 사람, 국제결혼한 가정, 국제결혼 후 이혼한 사람. 이렇게 쉽게 요약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었다. 지나가며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모습 속에 담긴 삶의 깊이는 참, 깊었다. 외국인 등록증을 받으러 가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동희의 속마음처럼. "어떤 날은 외로움이 이유 같았고 또 어떤 날은 혼란스러움이 이유 같았는데, 그녀 자신도 정말 그것들이 이유가 되는 건지는 알 수 없었고, 그런 이유들은 때때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는 모욕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밖에 내보이지는 않았다. 삶이 그렇게 명쾌하거나 속 시원한 대답을 안겨주지도 않았다. (<히어 앤 데어>, 18-19쪽)" 그리고 동시에 우리 역시 삶이 생각만큼 명쾌하지 않아 힘겨운 때가 있다. 어디든 소속감을 가지고 싶지만 그것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힘겨운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때론 가족일 때도 있고, 학교일 때도 있고, 직장일 때도 있고, 마을 일 때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의 옆자리일 때도 있다. 국가와 문화 정체성에 비해서 작아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에 속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심리는 비슷해 보인다. 

삶의 격정적인 순간들이 다 지난 뒤에 남겨진 여운처럼 파스텔 톤의 꽃잎들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분홍에 대하여>, 154쪽


9편 소설 속 인물들의 마음에 스치는 공허감은 소속되지 못해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나만이 세울 수 있는 나의 존재감을 정박하지 못해 느끼는 고독이 아닐까 싶다. 소속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 나의 정체성을 소속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밀려나, 나 자체로 나의 존재감을 만드는 사유에 작가는 주목했단 생각이 든다. 물론, 대한민국에 태어나 대한민국의 문화에서 평범하게 자라온 사람과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나를 떠올리면 그림의 한 부분이 지워지거나 뭉개져 있는 느낌이 들어. 시간의 한 부분이 뭉텅뭉텅 잘려나간 느낌이 든다고. 그런 기분 모르지? 머리와 다리만 있는 몸으로 사는 느낌.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 거냐는 질문도 하지 마. 날 자꾸 몰아내는 것 같아. 어디에서 사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해?"라며 말하는 질문에 느껴지는 까칠한 감정을 통해 소설가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누구나 어디에 속해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나로 존재감을 느끼길 바란다'가 아니었을까. 

그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오래전에 와봤던 곳을 찬찬히 바라보는 사람처럼 창밖에 두었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히비스커스 붉은 꽃 하나가 소리 없이 활짝 피어날 것만 같았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220쪽

추석 날 읽어 의미가 남달랐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g*****9 2018.09.2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 현재 내가 서 있는 곳, 그곳이 내가 존재하는 곳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 현재 내가 서 있는 곳, 그곳이 내가 존재하는 곳" 내용보기
사람들은 어딘가에 속한다는 것, 소속감을 느낄 때 좀 더 안정을 느끼고 자신이 존재함을 느끼곤 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고독과 고통을 직접 느껴본 적은 없다. 난 평생을 태어나고 자란 곳에 소속되어 살고 있으니 말이다. 스스로 택한 것이든, 불가피한 선택이었든 어쨋든 그 소속감을 박차고 나간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언어, 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 현재 내가 서 있는 곳, 그곳이 내가 존재하는 곳" 내용보기

 

 

사람들은 어딘가에 속한다는 것, 소속감을 느낄 때 좀 더 안정을 느끼고 자신이 존재함을 느끼곤 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고독과 고통을 직접 느껴본 적은 없다. 난 평생을 태어나고 자란 곳에 소속되어 살고 있으니 말이다. 스스로 택한 것이든, 불가피한 선택이었든 어쨋든 그 소속감을 박차고 나간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언어, 다른 외모, 다른 문화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녹아들지만 그래도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순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어디에도 완벽히 소속되지 못한채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는 것을 느낄 때, 모호한 자신의 정체성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아마 그 상황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을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가장 잘 드러낸 소설, 그것이 바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다.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그녀의 의식만이 분명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그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딱히 공간성도 시간성도 없는 원초적인 그리움 같은 게 뭉실뭉실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저자는 서울에서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다 1985년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 2004년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언제부턴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2013년 <당신의 파라다이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이전 소설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저자가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그 상황들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소설에 모두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왜 한국에서 글을 쓰는 것일까라는 물음에 그녀는 생존의 언어였던 영어와 달리 자신이 진짜 사유하고 있던 언어는 한국어였고, 그 두 언어간의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많은 것들을 통해 소설을 쓸 수 있는 힘을 받았다고 한다. 

 

 

9개의 단편소설들로 채워진 소설집은 모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그 경계에서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히어 앤 데어’에서 동희는 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사람들은 왜 떠났던 한국에 다시 돌아온거냐고 묻지만 동희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천천히 초록’에서의 나 역시 자신의 뿌리를 찾아 온 한국에서 부모의 흔적을 되짚으며 자신이 느끼는 불안을 해결하고자 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에서의 폴 역시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살아가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동양계 외모로 미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며, 한국에서 역시 영어를 쓰는 외국인이라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모호한 위치에 있다. 반면 ‘분홍에 대하여’의 세레나는 남편과 헤어진 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미국으로 갔다. 그녀에게 언어는 단순한 대화의 수단이 아닌 사랑을 나누고 교감하는 주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역시 ‘압시드’를 보면 미국으로 입양을 가며 ‘ABCD’ 라는 특이한 이름을 갖게 된 주인공이 이름으로 놀림을 받으며 그 이름을 버리고 싶어하지만 그 이름이 자신의 생부가 아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지어준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그 이름에서 큰 위안을 얻는 것처럼, ‘라스트 북스토어’의 주인공 역시 미국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판소리 LP를 발견하고 한국인을 만나며 느끼게 되는 위안은 한국을 떠나와도 한국이라는 것이 가져다 주고 상징하는 것은 쉬이 지워지고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사의 연못’과 ‘로드’에서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이민자의 삶이 놓치고 있는 것, 결과가 아닌 그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중 ‘동국’은 한국에 사는 미국인이나 미국에 사는 한국인과 같은 비슷한 맥락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한국에 사는 한국인 동국의 인생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뭔가 함께 섞이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고 있음에도 동국의 인생은 그 누구보다 힘들고 고통스럽다. 여타 가족들의 도움도 받지 못한채 홀로 감당하는 그녀지만 결국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동국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은 장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익숙한 것에 몸과 마음을 기대고 의지한 채 살아온 것만 같았다. 익숙한 게 막연히 진실이라고 여겼고 익숙하지 않은 걸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세상은 언젠가 스스로 가야 할 곳으로 갈 거라는 바람을 희망이라고 오인했다.


 

 

 

사실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서도 외로울 수 있고 먼 타국에 있어도 그 나라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 속에 녹아들어 살아간다 해도 본능적인 이끌림이라는 것이 있는 것 아닐까. 큰 도시에 가면 한인타운이 있기 마련이고 어릴때 입양을 가도 성인이 되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부모를 찾고자 하는, 끊임없이 한국적인 것을 찾고 교감하려 노력하게 되니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낄 땐, 아마 자신의 근원을 찾게 되면 어느정도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을 찾지 못하더라도, 찾아가는 그 과정만으로도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에 속하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나라는 가장 중요한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내가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그 누구보다 그들의 삶과 고통을 잘 알고 있을 저자이기에,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그들을 잘 위로하고 애도할 수 있음을 이 소설을 통해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이 어른거렸지만 확실하게 보이는 것이 없어 답답한 사람들 같았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들 사이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몸은 자라 어른이 되었는데 어느 부분은 여전히 자라지 않은 채 과거의 시간 속에 머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때로는 분명한 것도 희미해졌고 희미한 것들 사이에서 날카롭게 빛을 반짝이는 것이 있어 혼란스러웠다.

 

m*********9 2018.09.2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