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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가 본 백화점의 여러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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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라는 소설가를 안다면, 그가 자연주의를 이끈 최고 인물 중 하나라는 사실은 명실상부한 것이고, 그의 대부분 소설은 그에 걸맞게 해피엔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많은 '루공-마카르 총서' 중 유일하게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 작품이 바로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다.   에밀 졸라는 세계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봉 마르셰 백화점'을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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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라는 소설가를 안다면, 그가 자연주의를 이끈 최고 인물 중 하나라는 사실은 명실상부한 것이고, 그의 대부분 소설은 그에 걸맞게 해피엔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많은 '루공-마카르 총서' 중 유일하게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 작품이 바로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다.

 

에밀 졸라는 세계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봉 마르셰 백화점'을 중심으로 많은 조사를 하며 글을 써 나가는데, 그 노력은 책의 여러 부분에서 나타난다. 정가제 판매, 세분화된 상품 진열, 자신이 올리는 매출에 따라 받는 추가수당. 그리고 아직도 이어져오고 있는 파격적인 '세일'을 통한 여성들의 지갑 공략. 책을 읽는 내내 2000년대를 보고있는 듯한 착각에 휘말려들었다.

 

글은 에밀 졸라 답게 상당히 잘 쓴 편이다. 여러가지 직유와 은유를 적절히 섞어 묘사를 해나가는 것은 물론, 요즘 현대판 드라마에서 판을 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자신의 작품에 집어 넣는 등 스토리에 있어서도 딱히 비판할 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두 주인공인 무레와 보뒤의 사랑이야기가 좀 더 몰입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이 든다. 은은한 향수처럼 퍼지는 보뒤의 매력에 조금씩 젖어가는 자본가 '무레'의 의식의 변화나 흐름은 나로써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여럿 있었다. 예를 들자면 한낱 백화점 판매원이었던 그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데, 너무나도 고질적이고 현실감이 없다고 해야할까. 로맨스 소설가가 아닌듯, 백화점의 행태와 소상인들의 몰락 등 여러 사회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데에서는 아주 성공적이었으나, 정작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표현해내는데에는 조금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라 추천할 이유는 아주 많으니, 에밀 졸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다른 책들은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는게 사실이니까.

 

에밀 졸라는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괴물을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요즈음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대기업과 소매상인들의 싸움은 대형 판매건물이 들어서면서 상권의 힘은 어디로 쏠리는지를 똑똑히 알 수 있다. 2권 어느 부분에서, 백화점이 언젠가는 식료품을 팔 날이 머지 않았다고 쓴 그의 예지력은 감탄을 금할 수 없을 따름이다. 몇 백년을 앞서 미래를 예견한 에밀 졸라. 그는 과연 프랑스 문학의 거장중 하나였다.

 

w******1 2016.04.14.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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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세상을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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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치장한 한 여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몸부림치고 있는 표지만으로도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들려줄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에밀 졸라의 이 소설은 백화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사랑에 대한 말한다. 하나의 거대한 백화점이 어떻게 주변 시장의 상권을 잠식하는지, 자본을 따라 움직이는 온갖 군상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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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게 치장한 한 여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몸부림치고 있는 표지만으로도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들려줄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에밀 졸라의 이 소설은 백화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사랑에 대한 말한다. 하나의 거대한 백화점이 어떻게 주변 시장의 상권을 잠식하는지, 자본을 따라 움직이는 온갖 군상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은 주인공 드니즈가 두 남동생과 함께 큰아버지를 찾아 파리에 도착해서 거대한 백화점을 보고 놀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골에서 상경한 드니즈에게 백화점은 닿을 수 없는 곳이자 갈망의 대상이었다. 백화점의 등장으로 자신이 신세를 져야 할 큰아버지의 가게가 몰락하고 있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 큰아버지 가족을 비롯한 주변 상인들에게 백화점은 증오의 대상이었지만 파리의 여인들에게는 누구나 꿈꾸는 곳이었다. 드니즈는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에 판매원으로 취직한다. 드니즈는 동료와 상사에게 무시당하며 고된 생활을 이어가면서 점점 백화점에 적응해 나간다.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인 백화점 사장인 무레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주변 여인들의 권력을 이용한다. 그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백화점을 확장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고객들의 눈을 배려하려고 애쓰는 건가? 두려워 할 것 없네. 그들의 눈을 홀리란 말이야. ……자! 여기 이렇게 빨강! 초록! 노랑! 이렇게 해보라고!” p. 85 - 1권

 

 백화점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지녔고 모든 여인의 사랑을 받는 무레에게 단 하나 갖지 못하는 게 있었다. 바로 드니즈의 사랑이었다. 드니즈에겐 돌봐야 하는 두 동생이 있었고 바람둥이로 소문 난 무레는 그저 탐욕스러운 사장으로 비춰질 뿐이다. 그럼에도 무레는 드니즈를 향한 마음을 멈출 수 없다. 드니즈 역시 그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환경과 위치 때문에 다가가지 못한다.

 

 소설은 두 남녀의 밀고 당기는 애정 이야기가 주가 아니라 백화점이란 공간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인간의 이야기다. 더 많은 물건을 팔고자 하는 욕망, 더 많은 것을 소요하고자 하는 욕망,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 더 많은 것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들이 가득하다.

 

 ‘계단은 온통 백색 휘장을 늘어뜨려 장식해놓았다. 피케와 바쟁으로 된 휘장이 번갈아 3층까지 난간을 따라 올라가면서 홀을 빙 둘러쌌다. 백색 천들이 위로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백조가 날갯짓을 하면서 날아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듯 보였다. 시선을 더 위쪽으로 향하면, 둥근 천장으로부터 새의 솜털 같은 새하얀 눈송이들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백색 담요와 백색 무릎 담요는 교회의 단기처럼 공중에 매달린 채 펄럭거렸다. 허공에 길게 늘어진 기퓌르 레이스가 흔들리는 모습은, 새하얀 나비들이 떼를 지어 윙윙거리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사방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레이스들은 어느 여름 하늘의 거미줄처럼 공중에 매달린 채 새하얀 숨결로 허공을 채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경이로움의 극치를 보여준 것은, 중앙 홀의 실크 판매대 위쪽에 마련된 백색 종교를 위한 계단으로, 유리 천장으로부터 늘어진 백색 커튼으로 이루어진 장막이었다.’ p. 275 - 2권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이 광경이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 에밀 졸라는 이처럼 백화점의 내부와 그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세세히 묘사해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 19세기 파리의 모습을  소설을 통해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책엔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의 모델이 되었던 19세기 파리의 실재 백화점과 직원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부록으로 있어 더욱 흥미롭다. 그 시대 과연 무엇이 그들을 백화점으로 이끌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소설 초반에 몇 십 명에 불과했던 직원이 점차 몇 천명에 이르고, 어디 그뿐인가. 매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고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생겨난다. 거대한 광고와 백화점 입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의 백화점의 풍경과 다르지 않아 놀랍기까지 하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짓밟고, 돈과 권력으로 세상뿐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다는 부질없는 믿음, 갖을 수 없는 것을 갖기 위해 자신을 망치는 모습을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그의 백화점은 흔들리는 믿음으로 인해 신도들이 점차 빠져나간 교회 대신, 비어 있는 그들의 영혼 속으로 파고들었다. 여인들은 공허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그의 백화점을 찾았다. 그리하여 예전에는 예배당에서 보냈던 불안하고 두려운 시간들을 그곳에서 죽여나갔다. 백화점은 불안정한 열정의 유용한 배출구이자, 신과 남편이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는 곳이며, 아름다움의 신이 존재하는 내세에 대한 믿음과 육체에 대한 숭배가 끊임없이 다시 생겨나는 곳이었다.’ p. 323 - 2권

 

 여인들에게 백화점은 무슨 의미일까. 정말 뭐든지 살 수 있는 공간, 뭐든지 채울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일까. 백화점이 없는 시골에 살고 있는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데 백화점 세일을 알리는 알림 문자와 광고지를 버리지 못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 일까.

 

r*********s 2012.05.08.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