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압도적이고 경이롭다. 우리는 도저히 이 소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정은의 소설들은 집요하고 매서우며 날렵하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구질구질한 삶의 면모를 메스로 도려낸다. 결혼은 안착도 아니고 안정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습관적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인물들은 어느 날, 흔들리기 시작한다. 굳건하다고 믿었던 땅이 흔들릴 때 사람은 더 이상 우아함을 가장할 수 없다. 가면은 벗겨지고 화장은 지워지며 거짓말은 멈추고 생생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2015년 장편 《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을 출간한 이후 2018년 여름까지 쓴 3편의 중편과 4편의 단편을 묶은 이정은소설가의 신작 소설집. ‘이정은 소설의 결정판’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경지에 달한 특유의 입담과 해학, 절정에 이른 날렵한 필치가 돋보이는 7편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
독자들은 이렇게 읽었다. “언제 펼쳐보아도 ‘오늘’이 될 수 있는 작품.《피에타》는 그런 작품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글이 우리의 영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충실하며 지속적인 집필 작업으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해 온 이정은의 신작《피에타》. 상상력과 현실이 만나 오랜만에 책 읽는 재미를 선물한다.
삶의 현장에서 찾은, 가슴 울리는 스토리 과소평가된 소설가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기대하며!
피에타를 보자마자 섬광처럼 내 뇌리를 스친 것은 자식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이다. 허물어진 피에타! 미켈란젤로의 말년의 피에타가 수세기를 지난 지금 동양에 있는 한 여자의 잠자던 영혼을 깨운 것이다. 어머니가 감당해야 했던 인고의 세월, 감추어져 있던 기억 저편에서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전율한다. 어머니 슬픔이 긴 세월을 넘어와 딸의 가슴을 울리면서 심연을 일깨운다. 나는 잊었던, 잊고 싶었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피에타〉 34~35
신은 유독 어머니에게만 강요했던 것 같다. 삶의 마지막까지 따라다녔을 저 깊고 질긴 상처, 엄청난 고통과 슬픔, 바로 그 속에서 오순도순 살라고, 그리고 나처럼 부활하라고, 더 높이 올라 영원히 안식에 이르라고. 그런 터무니없는 신의 요구를 어머니는 어떻게 감당했을까? 어머니는 자식을 잃는 십자가 죽음을 체험했고, 자신을 버렸고, 이웃을 섬기며 돌보았고, 죽을 때까지 신에게 순종했다. 온전한 맡김이 이런 것이라고 보여 줬다. 어머니는 나에겐 종교가 되었다. -〈피에타〉 76
어머니를 통해서 나는 세상을 본다.
어머니 생각을 알고,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어떤 잘못을 해도 어머니는 늘 내 편임을 안다. 유일하게 나를 위해 빌어 줄 사람, 바로 나의 수호신이다.
나의 수호신! 어머니는 당신의 딸인 나를 위해 기도하셨다. 저에게는 당신께 간청할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것을 제 생전에 이루어 주십시오. 허황한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마십시오. 먹고 살 만큼만 주십시오. 배부른 김에 “야훼가 다 뭐냐”고 하며 배은망덕하지 않게, 너무 가난한 탓에 도둑질하여 하느님 이름에 욕을 돌리지 않게 해 주십시오(잠언 30장 7~9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