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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에서 괜한 말로 내년에는 꼭 책을 출간해보겠다고 했다. 실은 작년부터 하고 있는 말이다. 목표가 있으면 좀더 열심히 한해를 살지 않을까 나를 격려하는 말이기도 하고, 같은 내용의 모임을 오래 하면서 한번쯤 결과물을 내보여야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든다. 또 최근 독립출판물에 대한 소식도 자주 들리고 주변에도 출간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 조금 욕심을 내보고 싶은 마음도 드는 중이다.
문집이나 동인지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온전히 내 이름 만으로 책을 내는 일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이런 소극적인 생각은 미뤄두고 내년은 출간을 목표로 한 해를 살고 싶다. 막상 출간을 사실로 잡고 보니 어떤 방식으로 해야할 지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안고 주위를 둘러보니 의외로 출간 경험을 나누는 책들이 많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자비출판, 투고, 독립출판. 그 중에 이 책은 투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가장 먼저 투고 출판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우선 책이 얇아서 마음에 든다. 142쪽에 편집자의 입장에서 투고하는 방법을 정리해놓았다. 막연히 원고가 완성되면 몇몇 출판사에 투고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고민만 깊어질 뿐이었지만 편집자들이 투고 작품을 대하는 생각을 알수 있게 돼서 좋았다. 투고 전에 읽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어떤 책이든 제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제목만으로 구입했다.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이 잘 담겨있을 거라는 기대를 제목에서 보았다. 다행히 내용이 제목에 충실해서 책을 산 것에 후회가 들지 않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이 한 두 권이 아닐 걸 생각하면 이 책처럼 일정한 독자를 유혹하는 제목을 만드는 일은 출간에서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일 같다.
머릿말에서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을 한정한 부분도 좋았다. "이 책은 출간을 목적으로 쓴 자신의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하려고 마음먹은 예비 저자가 참고하면 좋을 만한 사항들을 편집자의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다." 이런 첫 문장으로 시작해 처음에는 독자층을 좁게 잡았지만 나중에 읽다보면 글쓰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을 만한 내용이어서 곧 일반 독자에게까지 넓혀나가는 것이 많은 책을 출판한 편집자답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만들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가지를 넓히지 않으면서 둥치를 굵게 키우는 노련사 정원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책을 만지는 직업인 답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오랫동안 길잡이 역할을 해 준 책들은 정답이나 해법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그 책을 읽기 전보다 좀 더 나은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책, 그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질문할 수 있게 한 책"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부터 내 출간 의지는 주눅이 들어버린다. 하지만 본문에 들어가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어떻게 해야 편집자의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는 투고가 될까, 끝까지 읽어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저자가 투고자들에게 하는 첫 질문은 "왜 투고하는가?"다. 왜 당신의 글이 꼭 출판되어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고나서도 기운을 잃지 않으려면 자신의 글에 어떤 크기의 자신감이 있어야할까. 저자는 조지 오웰의 은유를 빌어 예비 투고자의 기운을 한 번 더 뺏는다. "당신의 원고는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세상)과 사람들(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거울 앞에 선채 당신 자신만을 비추며 독백하고 있는가?"
편집자의 첫 질문 앞에서부터 나는 할 말을 잃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쓴 원고는 나를 비추는 '거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다음부터는 좀 무심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그렇구나. 편집자들에게 배달되는 그 많은 투고작들은 예비 작가들의 허영심에 불과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실제로 편집자들의 메일에 쌓이는 작품들은 다양하지만 새롭지는 않다고 한다. 개인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편집자의 눈에는 익숙한 내용이고 책이 될 수 없는 조건으로만 이루어진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원고는 '책'이 되는데 그건 편집자의 까다로운 조건을 뛰어넘는 매혹이 있기 때문이다.
이 뒤의 내용은 실제로 원고를 완성 한 뒤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는 과정, 천신만고 끝에 원고가 채택된 후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편집자의 경험으로 간략하지만 진정성있게 적어놓았다. 출판사와 계약한 뒤 책 출간에 관여하는 부분과 자신이 쓴 내용이 어느 장르에 들어가는지, 또 친절하게도 투고하기 전에 읽어보면 좋을 책의 목록까지 제공하고 있다.
나는 솔직히 이 책을 읽은 뒤 투고에 대한 의지가 몽땅 꺾였다. 일단 내가 내려고 하는 책의 내용이 앞에서 말한 '유리창'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편으론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더 힘을 내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며 책을 만들기 전에 좀 더 많이 고민하고 성실하게 원고를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또 독자보다 저자가 되기 쉬운 요즘에 좀 더 신중하게 출간에 접근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편집자의 눈에 들 가능성이 별로 없는 내 원고의 특성을 알게 되었으니 출판사 투고는 멀어졌다. |
| 이 책의 저자는 편집자로 십여 년간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어왔는데, 한달 평균 110건씩 들어오는 투고 원고를 보게 된다고 합니다. 예비 저자가 참고하면 좋을 내용을 내용을 정리하여 안내서로 이 책을 썼다고 하며, 책을 쓰고 나서 투고 전에 생각해야 할 중요한 질문과 개별 과정을 통해 출판 가능한 원고가 되는 조건을 쓰고 있으니 원고를 쓰고 있거나 출간을 목표로 하는 독자가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