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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시작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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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로 “어느 호기심 많은 인간의 생각이 노벨상을 타기까지”라고 되어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과학과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탄 업적, 인물들만은 아니다. 그리고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생각하면서 연구한 것도 아니다(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노벨상’에 포커스를 두는 게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데, 과학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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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로 어느 호기심 많은 인간의 생각이 노벨상을 타기까지라고 되어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과학과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탄 업적, 인물들만은 아니다. 그리고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생각하면서 연구한 것도 아니다(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노벨상에 포커스를 두는 게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데, 과학자의 호기심과 그 호기심이 과학적 발견으로 결실을 맺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중심을 둬야 한다. 책의 내용도 그렇다.

 

많은 내용을 다루지만, 그렇다고 노벨상을 탄, 아니 가장 먼저 증명된 것들전반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자로서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것도 자신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 혹은 관심을 갖고 있기에 알아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것들은 비타민에 관한 것들이고, 콜레스테롤에 관한 것들이고, 적혈구와 혈액형에 대한 것들이기, 인체 내에서 에너지 생산, 좀더 전문적인 얘기를 하자면 ATP 생성에 관한 얘기들이고, 질소 화합물, 즉 암모니아와 요소 등과 같은 것들의 합성에 관한 것들이다. 당연히 이 발견들에 상당수가 노벨상이라는 보상이 주어졌다. 그러나 역시 저자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런 데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와 그 관심을 과학적 실험으로 옮아간 아이디어, 그리고 그들의 고군분투다.

 

어느 정도는 전문적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저자는 상당히 친숙한 표현으로,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자 애를 쓴다. 우리나라 저자의 과학 교양 서적이 대체로 논문 한두 개를 중심으로 한 가지 내용에 대해서 칼럼 형식이거나, 과학사의 재미난 얘기들을 모아놓은 것들이거나, 여러 리뷰(우리말로는 총설이라고 하는데)를 해설해놓은 형식이거나 한 경우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대로 전체적인 틀을 갖추고 그 안에서 놀고 있으며, 현장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답게 자신의 연구를 가미하면서 수준도 갖추고 있다. 그러고 보니 김홍표 교수가 쓴 다른 책들(이를 테면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도 그랬다.

 

그래서 이 책에서 과학적 발견과 그 사실들을 아는 재미가 있다. 알고 있었던 것도 적지않지만, 솔직히 잘 몰랐던 것도 있고, 알 수도 있었지만 그냥 건너뛰었던 것도 있다(화학과 관련된 것들이 그렇다). 그런데 알고 모르는 것의 구분, 혹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재미 같은 것이 이 책에서 취할 것의 전부는 아니다. 내게는 그런 게 더 중요할 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이 책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런 개별적인 내용보다는(그런 거야 이 책을 다시 보거나, 다른 책을 읽거나, 나중에 공부를 하거나 해서 알 수 있다) 과학의 가치라든가 과학의 태도라든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냥 호기심을 가져라, 창의적인 생각을 해라 등등의 얘기를 많이 하고, 이 책에서도 그런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배울 수 밖에 없는 것은 생각하는 자세일 수 밖에 없다. 어떤 것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마음과 그것이 정말로 중요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그것을 실제 과학으로 연결시켜 가는 과정 등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럴 수는 없지만,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누구는 정말 해야 하는 일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 나는 이 책을 높게 평가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는 좀 중구난방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딴 얘기를 하는 식이다. 그게 결국엔 얽혀 있고, 저자도 요령 있게 연결시키지만 좀 관심이 분산된다는 느낌이 적지 않다. 두 번째는 용어 문제다. 화학 쪽과는 달리 생물학 쪽은 용어 통일이 잘 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다. 그래서 책마다 다른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 책이 교양 수준이라면 고등학교 교과서의 용어 정도는 찾아보고 쓰거나, 적어도 한번쯤은 언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여기서 시트르산 회로라고 하는 것은 고등학교에서는 TCA 회로라고() 하고, 그 회로의 분자 이름도 조금씩 달리 부르는 게 있다(그런 것 말고도 좀 더 있다). 그리고 좀 자료 조사가 덜 된 것도 눈에 띤다.

그래도 나는 이만큼 알 지도 못하고, 이만큼 쓰지도 못하기에 비판은 이렇게 몇 가지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n*****m 2018.11.20. 신고 공감 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