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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두 권의 페소아 시집을 출간했다. 앞의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에는 두 명의 이명 시인과 페소아가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한 단 한 권의 시집인 메시아에서 발췌한 부분을 수록했고, 이 책에는 가장 오랫동안 왕성하게 활동했던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인 알바루 드 캄푸스의 시 11편을 싣고 있다. 역자가 소개한 시인 알바루 드 캄푸스의 모습을 살펴보면,
포르투갈의 타비라에서 태어나 글래스고에서 교육받은 선박 엔지니어 알바루 드 캄푸스는 기술 전성시대를 시적으로 해석할 임무를 부여받은 도취된 모더니스트였다. 이명들 중에 가장 왕성한 생산성을 자랑했으며, 페소아가 죽을 때까지 그를 동반했을 정도로 장수 하기도 했다. (......) "페소아의 미친 쌍둥이 형제"라고 불리는 캄푸스는 확실히 시인의 광기 어린 측면을 대표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광기는 아니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227~228쪽 발췌-
수록된 11편의 시는 선박 엔지니어가 쓸 만한 용어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언뜻언뜻 페소아의 불안한 마음과 고독한 생활이 비친다. 한 사람이 완벽하게 자신을 감추고 다른 사람으로 살수는 없는 법이니까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부분 장시(長詩)들인데 전체적인 내용을 분석할 만한 능력이 내게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끄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맨 앞에 나오는 시 <아편쟁이>에서 '도랑에 빠지듯 아편에 빠졌다'나 '달이 내 운명처럼 떠오른다'는 구절을 읽을 때는 포르투갈 사람이나 우리나 비슷한 감정으로 사는 구나 싶어서 재미를 느꼈다. '이 인생이 시골 농가라는 것/ 섬세한 영혼을 지루하게 만드는.'은 시골생활을 하는 사람만이 느끼는 세부적인 감각이어서 좀 놀라면서 읽었다. '아 얼마나 많은 영혼이 나처럼 시키는 대로 하면서, 나처럼 신비주의자일까!'라는 구절에서도 내가 말하지 못한 것을 콕 집어표현해주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의 가장 큰 특징으로 기계 예찬을 들 수 있다. <승리의 송시> 첫 연을 소개하면
공장의 커다란 전등불들의 고통스러운 불빛 아래 나는 열에 들떠 쓴다 이를 갈면서 쓴다, 이 아름다움을 향해 야수가 되어, 고대인들은 듣도 보도 못한 이 아름다움을 향해.
이 뒤에는 기계 예찬의 언어들이 강렬하고도 거칠게 이어진다. '아, 엔진이 하는 것처럼, 내 전부를 표현할 수 있다면! /기계처럼 완전해질 수 있다면!', ' 나 엔진에 분쇄되어 죽어도 좋으리/소유당하는 여자가 달콤하게 허락하는 기분으로./용광로 속으로 나를 밀어 넣어라!' 등등. 제어되지 않는 기계처럼 과격하게 이어지는 언어들은 자주 의미 없는 의성어를 내뱉는다. <승리의 송시>는 아래처럼 끝맺는다.
훕-라, 훕-라, 훕-라, 훕-라! 헤-라! 헤-호! 호-오-오-오-오! 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
아, 모든 인간과 모든 장소가 될 수 없다는 것!
페소아는 평생 사무원으로 무역서신을 번역하며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그랬기에 자신의 이름으로는 발표하기 힘든 거친 언어의 시를 위해 이명을 사용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 뒤에는 이보다 더 과격한 시들이 언어의 바다에서 전쟁의 용사들처럼 사납게 으르렁 거리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천재 시인 이상의 시를 보는 것처럼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그래도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곳을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재미는 각별했다. 페소아의 시에 대해 더이상 어떤 말을 하기보다는 그의 시를 소개하는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시 중에 가장 짧은 시 한 편을 소개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페소아를 기억하기를 바라며.
기차에서 내리며
나는 기차에서 내리며, 동행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우리는 열여덟 시간 동안 함께 있었지...... 기분 좋은 대화 여행 속에 피어나는 우애. 나는 기차를 떠나는 것이, 놔두고 가는 것이 슬펐어. 영영 이름도 모를 우연의 친구를. 내 두 눈에서, 느껴졌네, 눈물이 글썽이는 것이...... 모든 이별은 하나의 죽음이라네...... 그래, 모든 이별은 죽음이지 삶이라 부르는 이 기차 속에서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우연이겠지 그리고 마침내 내려야 할 때가 되면우린 모두 서운해한다
인간적인 것은 모두 내 마음을 움직인다네, 왜냐하며 나도 인간이기에. 내 마음을 움직인다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건 사상이나 강령에 대한 친밀감이 아니라 진정한 인류와의 넓은 유대감이기에.
슬퍼하며 집을 나간 하녀가 향수 때문에 운다 그녀를 그다지 잘 대해 주지도 않았던 집을 그리워하며......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선 죽음이요 이 세계의 슬픔이다. 이 모든 것들이, 죽기에,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 온 우주보다 조금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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