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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봄(春)산문집『나라는 여자』
"임경선의 봄(春)산문집『나라는 여자』" 내용보기
"내가 가진 결핍과 상처의 맥을 조심스레 짚어가면서 나는 그것들이 나라는 여자를 더 정직하고 선명하게 만들어주었음을 알았다. 그것들은 나를 이루는, 나에게 소중한 가치들을 알려주는 핵이었다." (270쪽)   『엄마와 연애할때』 (http://blog.yes24.com/document/6676522) 로 임경선을 만났다. 아이의 성장을 쓴 육아일기가 아닌 한 여자가 엄마가 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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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결핍과 상처의 맥을 조심스레 짚어가면서 나는 그것들이 나라는 여자를 더 정직하고 선명하게 만들어주었음을 알았다. 그것들은 나를 이루는, 나에게 소중한 가치들을 알려주는 핵이었다." (270쪽)

 

『엄마와 연애할때』 (http://blog.yes24.com/document/6676522) 로 임경선을 만났다. 아이의 성장을 쓴 육아일기가 아닌 한 여자가 엄마가 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육아일기였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딱 30대 여성들이 떠오른다. 그녀들이 읽으면 참 공감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봄이 되면 업무에 치인다. 내가 업무를 주도해 처리하는 모습이라기 보다 업무가 나를 휘둘고 있는 느낌. 그 느낌은 보통 7월까지 계속 된다. 그래서 봄이 마냥 설레기만 하고 좋다기 보다 순간순간 갑갑해지고 피곤해진다. 어쩜 이렇게 좋은 계절에 일에 치이고 있다는 상대적인 억울함때문에 갑갑함과 피곤함이 더 커질지도 모른다. 오늘처럼 입에 단내나고 엉덩이 땀띠날 정도로 일을 해야하는 날엔 임경선의 글이 뻑뻑한 일상의 기름칠을 해줄 수 있다. 그녀의 글은 부드럽고 말랑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이 살아있다. 딱딱해진 어깨에, 무거워진 눈꺼풀에, 달디단 냉커피 한잔 들어오는 기분이다.

 

그녀의 전작을 읽었을 때 이미 느꼈지만 연애와 사랑에 대하여 굉장히 솔직하다. 사랑에 대한 표현을 솔직하게 한다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연애 경험을 툭 까놓는다는 의미다. 태어난 아기를 안고 기뻐하는 남편을 보며 그 전에 결혼까지 염두하고 사귀던 남자와의 이별이 순간 떠올랐다는 부분을 읽으며 피식 웃고 말았다. 나 역시 가족 안에 있으면서 문득 상황의 찰라에 옛 남자들이 떠오르곤 했는데, 그때마다 남편을 앞에 두고 내가 왜이런 생각을 해, 하며 죄책감을 느꼈던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다른 여자들도 그렇구나, 더 이상 죄책감 가지진 말자, 자연스런 현상인가보다 하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거기에서 오는 안도의 웃음이었다.

 

그녀는 '계속 연애하는 여자'다. 꾸준히 연애를 했다. 물론 상대는 계속 바뀌었다. 바람둥이는 아니다. 남들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면박을 주어도 그녀의 곁엔 늘 애인이 있었다.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연애하는 것은 아닐까, 라고 나 스스로에게도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땐 그것을 수긍했다. 어쩜 사랑하는 그 자체가 좋아서 사랑하고 싶어 안달나고 거기에 몰입하려 드는 거라고 스스로 인정해버렸다. 그때의 설레임과 황홀함, 그것만큼 원초적이고 생생한 감정의 드나들음이 있을까. 거기에서 오는 세포의 예민함, 일상의 충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게 있을까. 그래서 연애가 좋았다. 연애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결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혹자는 운명론을 논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연애하는 여자들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을 만큼 또 순진하지는 않다. 그 대신 그녀들이 직접 목격하고 만지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운명적인 사랑의 '순간들'이었다. 그 찰나의 황홀경을 느끼게 해준 몇 번의 운명적인 순간들이 그 다음 사랑을 낙관적으로 꿈꾸게 할 만큼 깊고 강렬했던 것이다." (95쪽)

 

그녀의 결핍들을 유년시절부터 차곡히 담아냈다. 오랜 해외 체류, 잦은 전학, 유학, 암투병, 사랑과 이별 등 그녀라서 조금은 특별한 경험들도 있었지만 특별한 결핍들이라고 느끼는 건 그녀의 글솜씨때문이기도 하다. 글이 잘 읽힌다. 막히지 않는 가독력을 지닌 문장들이면서도 가끔은 쉼표 찍고 곱씹고 싶게 만드는 정류장 같은 틈이 있다. 거기에서 한호흡 깊이 들이쉬고 다시 읽기 시작하기 좋은 에세이집이다. 여자라면, 여자라서, 많이들 공감할 책이다.

 

 

 



g********s 2013.05.20. 신고 공감 11 댓글 21
리뷰 총점 종이책
내 상처를 숨기지 않고 계속해서 이 공간에 기록해나가려 한다_임경선, 《나라는 여자》
"내 상처를 숨기지 않고 계속해서 이 공간에 기록해나가려 한다_임경선, 《나라는 여자》" 내용보기
흔들리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은 불안에 떨거나 불확실성에 몸서리치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 나를 제대로 깊이 충족해주는지를 차근차근 알아가려는 필요한 과정이었다. 예측 가능하게 안정된 상황에 처하는 것, 그것은 비현실적이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아?'라고 자꾸 스스로를 들볶을 것만 같았다. 그 흔들림이 싫어서 손쉬운 행복을 택했다 해도, 그런 쉬운
"내 상처를 숨기지 않고 계속해서 이 공간에 기록해나가려 한다_임경선, 《나라는 여자》" 내용보기





흔들리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은 불안에 떨거나 불확실성에 몸서리치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 나를 제대로 깊이 충족해주는지를 차근차근 알아가려는 필요한 과정이었다. 예측 가능하게 안정된 상황에 처하는 것, 그것은 비현실적이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아?'라고 자꾸 스스로를 들볶을 것만 같았다. 그 흔들림이 싫어서 손쉬운 행복을 택했다 해도, 그런 쉬운 행복은 어느덧 싱거워졌다. 내가 나일 수밖에 없는 기쁨과 한계를 동시에 느끼는 것이 좋았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당연하다는 듯이 편안하게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행복이라는 개념에 편안할 수가 있지? 애초에 나는 너무 삐딱하고 비관적인지도 모르겠다. 전형적인 행복감 혹은 성취감을 느낄 때면 그것을 오래오래 느긋이 즐기기보다도, 성질이 급해서인지 이 느낌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가장 먼저 의식했고, 지금 얻은 이 행복이 이내 시시해지리라는 것을 미리 시무룩하게 받아들이며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또 반대로 남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전형적인 불행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면 그 누구보다도 먼저 내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다. 더불어 내게 여전히 욕망이 있음을 확인할 때 느끼는 그 격정적이고 예민한 감각은 '불행'이 아니라 '결핍'에 가까웠고, 그 결핍을 채우려고 속에서 울컥하는 본능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때 진정한 천국의 맛을 보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삶의 모든 측면에 회색주의적인 부분이 있었다. 항상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며 중간 어디에선가 흔들리는 태도. 어떤 식으로든 고착되는 것에 굉장히 숨막혀했던 것 같다. 유동적이고 흔들리는 가운데 가지게 되는 안정감이 좋았다. 온몸의 세포를 예민하게 곤두세우며 스스로의 상황을 조금씩 움직여가고 있다는 확실한 감촉이 들 때, 가장 충만하고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p, 206~208 















늦게 잠들게 될거라는 걸 알지만 모두 잠든 이 시간에 글을 적는게 좋다. 조용하고 날이 밝기 전까진 당장 끝내야 할 일이 없으니 마음이 여유롭고,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고맙게도 정신없던 오후보단 시간이 느리게 느리게 가주는 것만 같다. (비록 줄어든 수면시간으로 내일 하루 정신이 몽롱할지언정)

항상 새로운 글을 적기 전엔 항상 이전에 썼던 글들을 살펴본다. 아니 구경한다는 말이 맞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다시 보면 낯 간지러워지는 글들이 많아서 오랜 시간 두고 볼 순 없고, 돈이 없을 때 옷가게 밖에서, 화장품가게 밖에서 아이쇼핑하듯 힐끗 힐끗 그저 구경하는 것이다.

예전에 적었던 글을 쭉 보다보면 드는 한 가지 생각은 '너무 어두운 이야기, 내 상처였던 이야기들을 적은걸까..' 인데 그럴때마다 심하다 싶은 글들은 비공개로 돌려두어야 하나 여러번 생각하다가도, 이내 '이런 모습도 나야' 라며 내버려두길 반복한다.

임경선 작가님의 《나라는 여자》를 읽고 이제 그런 고민은 그만두기로 했다. 이렇게 힘들다, 지친다, 이 길이 맞는걸까 적어놓은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녀의 말에 의하면 '흔들리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은 불안에 떨거나 불확실성에 몸서리치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 나를 제대로 깊이 충족해주는지를 차근차근 알아가려는 필요한 과정'(p, 206) 인 것이니까.

  







임경선 나라는여자.JPG








어린 시절,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던 그녀,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프리랜서로 생활하고 있는 그녀이다. (트위터에 오늘의 작업공간이라며 올라오는 예쁜 카페, 예쁜 공간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 곳에 머물러 지겨울만큼 지겨워진 나와는 상반된 모습에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24년을 살아도 전주의 구석구석을 알지 못하는데,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떠돌며 마음 둘 곳 없었던 그녀의 삶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측은한 마음도 머물고,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그녀이지만 살펴보면 갑상선암 때문에 긴 투병생활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 후에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 했던 그녀였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런 상처들을 꽁꽁 숨기지 않고 이 책에 담아냈다. 책을 보면 그녀는 이렇게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저기 떠돌며 마음 둘 곳 없었던 상처로 인해 빠른 눈치와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해내는 여자가 되었고, 갑상선암이라는 상처 때문에 지금 그녀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여자가 되었으니 그 상처들이 그녀가 멋진 '어른 여자'가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 내가 안고 있는 상처들도 분명 내 안에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 믿음을 가진 채, 내 상처들을 숨기지 않고 계속해서 이 공간에 기록해나가려 한다. 언젠가 내가 정말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자가 되었을 때 내 상처를 함께 보고 위로해준 많은 분들께  '잘했다!' 는 칭찬과 축하의 말을 들을 생각을 하니 설레는 새벽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그냥 '묵혀내야' 하는 시간이 있다. 살기 위해 죽은 듯이 살아내야 하는 시간. 
-p, 56


딸에게 있어 아빠가 인생의 첫 남자라면, 딸은 그런 아빠와 언제쯤 한번은 춤을 춰볼 수 있을까? 외국 영화의 결혼식 피로연 장면에서 새 신부와 그녀의 아버지가 댄스 플로어에서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첫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정작 먼 훗날, 나의 결혼식에서 현실의 아빠는 갓 결혼한 딸과의 춤이나 포옹은커녕, 하객들의 눈을 피해 피로연장 밖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가 혼자 눈시울을 적셨다고 친구들이 일러주던데…. 그럴 줄 알았다면 그날 밤 브라질리안 댄스파티에서 나는 그의 손을 잡아 댄스 플로어로 초대했어야 했다.
-p, 74~75


굳이 순순히 죄를 인정한다면 내가 상대를 처음부터, 혹은 도중부터라도 '더' 사랑했다는 점이다. 적당히 나 좋다는 괜찮은 남자와 '사귀어주는' 것보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겨 온몸과 온 정신의 예민함을 끌어 모아 최선을 다해 그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 더 깊은 충만감을 주었다. 물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애태우고 마음 닳고 차일 가능성은 높지만 어쩔 수 없이 항복하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것, 상대 앞에서 자신 있게 무력해지는 것마저도 행복했다.
어차피 상대를 진심으로 좋아하면 그 어떤 연애라도 백 퍼센트 상처 받게 되어 있다. 사실, 연애를 '잘'하는 여자들은 그만큼 자주 차일 각오를 한 여자들이었다. 남자에게 늘 먼저 이별을 고하는 대단한 여자들이야말로 자기 좋다는 남자와 '사귀어주기만 한' 불쌍한 여자들일 것이다.
-p, 92


연애가 정말 그렇게 좋은 것일까라는 의심도 함께 들었다. 사실 연애는 위태위태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연애를 안 하고 있는 사람들은 연애 못한다며 불안해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상태가 더 자유롭고 평화롭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통감하고 있다. 연애하는 여자들은 어쩌면 이리도 적응과 변화에 더딜까? 좀 '드라이'하게 살아볼까 다짐해봐도, 다시 말하지만 원래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이것은 놓인 정황에 따라 때로는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된다. 저주임을 알면서도 또 한 번 강을 건너고 만다.
그 모든 환희와 파멸의 과정을 강 건너에서 '드라이'하게 지켜보는, 연애 안 하는 여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럼 왜 또 연애해?"
혹자는 운명론을 논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연애하는 여자들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을 만큼 또 순진하지는 않다. 그 대신 그녀들이 직접 목격하고 만지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운명적인 사랑의 '순간들'이었다. 그 찰나의 황홀경을 느끼게 해준 몇 번의 운명적인 순간들이 그 다음 사랑을 낙관적으로 꿈꾸게 할 만큼 깊고 강렬했던 것이다.
사랑이 어떤 형태로든 가시적인 결실을 가져다줄 수 없음을 그녀들은 어느 순간부터 눈치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운명을 느끼게 하는 그 충만한 순간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만들어놓고 갔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라는 자연스러운 체념이 슬픔을 대신했다.
-p, 94~95


사람을 좋아하는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나의 대답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Fuzzy : 애매모호한, 불분명한, 흐릿한
나에게 연애 감정이란 명료함 속에서 생기지 않고 애매함과 몽롱한 분위기, 즉 짙은 안개와도 같은 공기감 속에서 생겨났다.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공기 농도가 짙어지면 아뿔싸 그것이 시작됐음을 알았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흔들려'보인다. 눈빛은 언제라도 와락 울음을 터뜨릴 것 같고, 심장은 오랜 시간 달달 끓인 양 부들부들 언제라도 상대의 말 한마디에 홈이 파일 지경이다. 이렇게 시야가 흔들리고 흐려지는데 감각만이 한층 더 예민해지는 느낌은 오로지 두 경우, 사랑에 빠졌을 때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뿐이다. 그것은 아마도 행복감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버릴 정도로 압도적이라 어딘가 호흡이 뭉개지고 흐트러지는 것이리라.
사랑에 빠지면 감정의 결이 보송보송한 털처럼 하나하나 살아나 금방 흥분하고 아리고 울기도 참 잘 운다. 기쁨만큼 슬픔도 자주 찾아와 그 절망적인 공기감은 심장을 돌로 누르는 것만 같다. 평소보다 호흡도 잘 안 되고 소화도 안 된다. 연애의 즐거움은 보이지 않는 상대 마음을 상상하며 느끼는 스릴에 있는데, 상대의 언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서 그 사람이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말풍선이 생기는 것이나 많은 감정을 담은 침묵 어린 눈동자의 응시도 fuzzy한 감정에 한몫한다.
Fuzzy한 기운이 극대화되면 '쟤랑은 언젠가 자겠구나……'라는 막연한 직감이 스멀스멀 부끄럽게 올라오기도 했다. 신은 가만히 엿듣고 있다가 절묘한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윽고 그 영롱하고 따뜻한 느낌이 가시고 시야가 선명해지기 시작하면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할 때임을 알았다.
사랑이 식은 후 그 사람의 표정이, 몸짓이, 말투가 달라지는 것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느냐고 나는 통탄했다. 그러나 사실 그 사람이 변한 게 아니었다. 사람의 정신과 감각을 뒤흔드는 바이러스가 어느 날 저절로 빠져나가 본래의 상태로 돌아온 것뿐이었다. 잠시 우리는 감염되었고 사랑이 그 사람에게 그림자처럼 아우라를 드리웠다. 아름답고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내 앞에 가져다준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죄가 없고 차라리 사랑에 감사하기로 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랑은 얼마나 자의적인가. 사실 사랑이라는 것은 혼자서 겪어가는 감정에 불과한 것 아니던가.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각자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사랑이란 혼자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사랑으로 서로를 바꿀 수 있다는 데에 애초에 비관적인 것일까. 그 사람이 그랬던 건 많은 경우 내 탓이 아니었다.
가령, 우리를 가장 괴롭게 하는 온도의 차이, 열정의 차이.
'그래, 난 그 사람만큼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 이렇게 흔들리는거야.'
'그는 나를 나만큼 좋아하지 않아.'
서로에 대한 감정의 깊이가 다른 경우도 있겠지만 나는 점점 이것은 상대적인 문제가 아닌 절대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나는 열정의 포용 범위가 애초에 다른 것이다. 기질적으로 열정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사람이 있고, 머리로는 열정을 원하지만 막상 다가오면 그 소용돌이에 말려드는 것에 겁먹는 사람도 있다. 각자가 가지고 갈 수 있는 감정의 한계점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아무도 그 지점을 알려줄 수 없다. 사람들은 종종 '내가 상대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아서 그래'라며 이게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무언가 상황이 바뀌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쪽의 기초체온이 낮은 것을 두고 상대방을 탓할 수는 없다. 
열정적인 연애를 하던 사람은 늘 열정적이었고, 담백한 상대를 골라놓고도 그를 상대로 열정적이었다. 담백한 사람들은 열정적인 상대를 앞에 두고도 늘 담백함 이상의 것을 주지 못했다. 늘 나만, 나 혼자만 그 당연한 사실을 못 보고 있었다.
-p, 118~121


학교에서 주로 도망 다닌 곳은 도서관이었다. 책은 지식을 넓히고 생각주머니를 키우거나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책은 외로움을 달래고 현실의 고통을 삭히거나 잠시나마 잊게 하는 친구 역할을 해주었다.
서가의 비좁은 책장 사이에 몸을 깊숙이 숨길 때 마음이 가장 편안했다. 미국 종이책 특유의 오래된 나무 냄새가 배어나왔다. 알파벳 순서로 정리된 작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집어넣어가며 인사를 나눴다. 영어를 썩 잘하진 못했지만, 표지 그림이나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것부터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책장을 열었다. 그렇게 한 친구 한 친구 도서관에서 빌려 가 자기 전까지 침대에 누워 교제를 시작했다. 그것은 다음 날 학교에 가야 하는 고역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해주었다. 때로는 딱 한 권만 꽂혀 있는 작가의 책이 어쩐지 더 친근감이 들어서 집에 품고 오기도 했다.
나는 나에게 맞는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책을 찾는 데 더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의 추천보다는 나에게 와닿는, 나에게 진정한 즐거움을 주는 책들을 어느덧 첫 느낌만으로 잘 찾아내게 되었다. 읽다가 재미없다 싶으면 가차 없이 새 책을 집어들어도 되었다. 의리니 뭐니 불평하는 일이 없으니 사람보다 얼마나 공정하고 정직한가. 완독을 해야 인내심 있는 인간이 되는 양, 억지로 쓴 약 먹듯 읽을 필요가 없었다. 책은 내게 무리하도록 요구하질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애초에 그들이 책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짧든 길든 심리적으로 외톨이였던 시절이 있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외롭지 않을 수 있도록 책의 힘을 빌릴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월급날이 되면 그간 사려고 별렀던 책들을 장바구니에 한가득 담아가는 사람들이 참 사랑스럽다.
내가 지금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어렸을 때 책이 나에게 베풀어준 관대함에 내가 할 수 있는 미미한 보담에 다름 아니다. 글을 쓰다 보면 불현듯 내가 쓴 책들이 서가에서 서성이는 외톨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모습이 떠올라 조금 더 힘을 내게 된다.
-p, 145~146
 




s*****2 2015.11.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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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글을 쓰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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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임경선을 알게 된 건 지금은 없어진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의 간판 코너 '캣우먼 임경선의 헉소리 상담소' 덕분이다. 그녀는 당시 연애와 진로 등 이런저런 고민 때문에 잠못 이루던 나의 수많은 밤들을 달래주었던 치료사이자 은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 결혼을 했고, 딸이 하나 있고, 하루키를 좋아하고, 루시드 폴의 팬이라는 건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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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임경선을 알게 된 건 지금은 없어진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의 간판 코너 '캣우먼 임경선의 헉소리 상담소' 덕분이다. 그녀는 당시 연애와 진로 등 이런저런 고민 때문에 잠못 이루던 나의 수많은 밤들을 달래주었던 치료사이자 은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 결혼을 했고, 딸이 하나 있고, 하루키를 좋아하고, 루시드 폴의 팬이라는 건 그 때도 알고 있었지만, 암수술을 무려 네 번이나 받았고, 스물한 살 때부터 그 병을 앓았으며, 심각한 공황장애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있고, 좋아하던 일을 억지로 그만둬야 했다는 것은 최근에야 알았다.



어떤 이들은 내가 회사를 다니다가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하면 오래도록 염원했던 꿈을 이루었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글 쓰는 직업이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글을 쓰게 된 것도 몸이 아파 물리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없어서 부업으로 하던, 차선의 일이었던 글쓰기가 본업이 되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던 것뿐이다. 가끔 인터뷰에서는 그럴싸하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오랜 꿈에 도전하는 거예요"라고 둘러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글을 쓰는 것이나 회사를 다니는 것이나 각각의 아름다움과 추함이 존재한다. 단지 선택의 문제는 당시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 그때 물리적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분이다. 내 경우엔 회사를 오래 다녀서 익힌, 일을 대하는 태도 덕분에 칠 년 넘게 프리랜서롤 일할 수 있었다. 오래도록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해나갈 수 있게끔 기초 체력을 쌓게 해준 귀중한 경력이자 자산이다. (pp.197-8)



그녀가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헉소리 상담소'에는 가끔 '현재 하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 '꿈을 이루고 싶다'는 내용의 사연이 왔는데, 그 때마다 저자는 '그냥 직장 다녀라, 하고 싶은 일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잘라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저자나 옆에서 맞장구치는 혈님이나 자기들은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살면서 남들한테는 그러지 말라니 무슨 심보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알겠다. 저자는 처음부터 작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고, 건강 악화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차선책으로 시작한 일이 글쓰기였을 뿐이었다. 남들에겐 지긋지긋한 직장 생활이 그녀에겐 울면서 포기한 꿈이었다. 그러니 남들에게 '그만두라'고 딱 잘라 말할 수가 없었으리라. 회사든 꿈이든, 일이든 사랑이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현재에 충실하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이제는 더 울림 있게 느껴질 것 같다. 다음 책은 언제 내시려나. 

YES마니아 : 플래티넘 j****y 2014.03.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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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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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사회에선 열 살 까진 친구란다. 그렇다면 아홉 살 차이 나는 임경선과 나는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 아니, 친구가 되고 싶다. 나이, 살아온 환경 모두 다르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 “이렇게 생판 모르는 타인과 감정의 교집합을 이뤄도 되는 건가,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정말 단짝 친구가 될 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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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사회에선 열 살 까진 친구란다. 그렇다면 아홉 살 차이 나는 임경선과 나는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 아니, 친구가 되고 싶다.

나이, 살아온 환경 모두 다르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

이렇게 생판 모르는 타인과 감정의 교집합을 이뤄도 되는 건가,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정말 단짝 친구가 될 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사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하고, ‘자신이 상상하는 최고치를 상대에게 투영한 독자의 입장이므로 그녀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건 나만의 착각일 확률이 높지만.

사실 나는 캣 우먼이란 닉네임을 이전에 들어본 적도 없었고 더더군다나 그녀가 꽤 유명하고 잘나가는 칼럼니스트란 사실도 몰랐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우연히 읽게 된 문장이(“아무리 봐도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정말로 가급적 아이가 가진 운명을 방해하지 않는 것, 그뿐인 것 같다.”) 감명적이라 지은이를 찾아 헤매다,엄마와 연애할 때란 책에 이 문장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책을 찾아 읽으면서 임경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외교관의 자녀, 갑상선 암 투병, 누구보다 열성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한 그녀가 딸을 낳아 기르는 이야기는 꽤 그럴싸했다. 일단 그녀는 현실적이었고 있는 척 하지 않았다. 실제론 어떨지 모르겠지만 책에 그려진 모습만으로 보면 자기 포장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매력을 느껴 그녀의 이름으로 출간된 또 다른 책을 찾았다.

나라는 여자.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임경선의 A-Z이다.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생각을 해왔고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자문자답 같은 에세이.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 좀 당황스러웠다.

사귄지 백일 쯤 된 연인끼리 첫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기차간에서 서로의 유년기를 속닥이며 몸과 마음뿐 아니라 흘러간 시간까지 공유하려는 것처럼, 그녀는 첫 장 외동딸이던 시절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굉장히 솔직하게. 아니나 다를까. 그건 서막에 불과했다.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면서 이렇게 까지 자신의 과거를 까발려도(?) 되나 싶을 정도의 솔직하다 못해 정직한 자기 고백들이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내 앞으로 밀려 왔다. 그러나 그녀가 만든 도미노 조각들이 촤르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꽤나 볼만했고 흥미진진했다. 급기야 자학적이기까지(?)한 그녀의 솔직한 자기 고백이 나로 하여금 묘한 안도감을 갖게 했다.

 

자신의 전혀 잘나지 않은 미흡한 부분들이야말로 스스로를 더 사려 깊게 설명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그러한 불완전함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낸 인생이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받아들임과 깨달음이다.” 책을 내면서 중.

 

이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왜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되는 과거를 시시콜콜 털어 놓았을까, 이런 이야기를 마음산책은 왜 출간 했을까, 잘 못 하면 가십거리 밖에 되지 않을 텐데.”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이 여자 참 용기 있고 건강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쭈뼛대다가 한 사람이 물고를 트면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처럼 임경선의 고백은 읽는 이로 하여금 오히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녀가 자신의 미흡한 과거를 선창하는 순간 나 또한 그녀와 같은 과거를 떠올리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말간 삶의 과오들을 꺼내어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성찰 없는 삶은 흘러가는 강물에 튜브 띄워놓고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로 떠내려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학적으로 보였던 그녀의 고백들이 처절한 자기 성찰의 과정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세상 사람들이 임경선 만큼만 용기를 내면 참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YES마니아 : 골드 h******6 2015.05.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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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의 문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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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캣우먼은 자신의 첫 소설집 반응에 복잡다단한 감정의 굴곡을 느꼈다. 에세이 출간 때와는 또다른 기대와 함께 자잘한 흥분까지 일었다. 독자들의 좋은 반응은 대형서점 베스트코너에 자신의 첫 소설집을 당당히 등극(?)시켰다. 그녀는 진정 비현실적인 광경처럼 느껴졌다. 처음으로 자신의 책을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난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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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캣우먼은 자신의 첫 소설집 반응에 복잡다단한 감정의 굴곡을 느꼈다.

에세이 출간 때와는 또다른 기대와 함께 자잘한 흥분까지 일었다. 독자들의 좋은 반응은 대형서점 베스트코너에 자신의 첫 소설집을 당당히 등극(?)시켰다. 그녀는 진정 비현실적인 광경처럼 느껴졌다. 처음으로 자신의 책을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난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철썩하고 가슴을 울렸다.

소설원고를 퇴짜놓았던 여러 출판사의 편집자들, 그리고 결국 인연처럼 출판을 흔쾌히 허락하여 초고를 공들여 고치던 일들...

대형서점의 소설코너에서 자신의 책을 확인하고 또 그 책을 보고있는 독자에게 다가가서 팔꿈치를 만지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싶었으나 그녀는 속으로 꾹 참았다.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던 그녀는 그대로 있다간 서점 한가운데서 코피가 빵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현실감각을 위해 정신을 차리고 주섬주섬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당대의 쟁쟁한 소설가들 사이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있는 그녀의 소중한 아이(?), 그 자랑스런 모습을 찰칵찰칵 서둘러 인증 샷을 담기 시작했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는 서점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깜딱이야... 멍하니 쳐다보는 그녀에게 그가 다시한번 정중하고 다부지게 말하며 사진촬영을 제지했다.

"사진 찍으시면 안 된다고요."

"네?... 아, 네......"

그녀는 그제야 정신이 화들짝 들었다.

저..... 제가 그 책의 저자인데 그래도 안 되나요?하는 말이 입밖으로 나올뻔 했으나 순간, 마음의 여유와 웃음이 그녀를 감쌌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캣우먼은 종종걸음으로 서점을 빠져 나왔다.

그녀는 집에 돌아와 도둑촬영을 저지당한 이 이야기를 트위터에 올렸더니, 돌고 돌아 급기야는 서점에서 직접 사진을 찍어 친히 보내 주었다고 한다. 이야옹~

 

 

 

*사족- 캣우먼의 글은 재기발랄, 거침없는 문체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연애 카운셀러로서의 쿨한 입담에서 비롯된 관심은 칼럼, 에세이, 나아가 단편의 소설들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다양한 글쓰기는 종횡무진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결과물들로 그러한 것들이 오랜동안 세계를 두루 관찰하고 느끼며 삶의 한가운데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감각의 제국'(?)을 건설한바 오늘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그곳에서는 캣우먼이 내외적으로 겪은 다양한 상처와 아픔들이 어떤 방식으로 치유되었으며 예술로 승화되어 가는지 잘 보여주는 듯 하다. 수줍은 자신감으로 새로운 개인의 탄생을 꿈꾸는 현실주의자, 그리고 늘 연애하는 여자, 그리하여 캣우먼은 독자들에게 다양하게 읽힌다. 캣우먼의 쿨한 목소리는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이야옹~

 

 

j***5 2013.08.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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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라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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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의식이었다.  나는 결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일이 없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했다.  그것은 섭섭함과 후련함을 안겨주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통째로 새로워지는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고 거기에는 일말의 기대와 불안감이 뒤섞였다.  결코 변하지 못할 나를 단념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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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의식이었다.  나는 결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일이 없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했다.  그것은 섭섭함과 후련함을 안겨주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통째로 새로워지는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고 거기에는 일말의 기대와 불안감이 뒤섞였다.  결코 변하지 못할 나를 단념하면서도, 어쩌면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를 발견하지 않을까 설레기도 했다.  /p28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인데... 찾아보니 책표지 찍어놓은 사진은 없고... 타이레놀을 배경으로한 책 이미지만 있어서, 이 사진으로.

지인들의 평을 듣기전에 제목과 책표지에 끌려 호기심을 갖고 있던 책이었어요.  '나란 사람이란...', '나란 여자는?' 가끔 이런 생각 해보곤 했거든요.  임경선 작가의 글은 처음이었지만 담백한 문체, 어쩌면 그냥 한 여자의 이야기인데 좋았다는 분들이 은근 계셔서 궁금했던 차에 읽어보자! 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낸 그녀의 삶은 어찌보면 부럽다, 라는 생각을 해보게도 되었던거 같아요.  아버지의 직업때문에 이나라, 저나라를 다니며 생활해야했던 그녀에게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지기란 일찍부터 홀로서기를 해야한다는 걸 깨닫게 했었던것 같습니다.  익숙해질수 없는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들, 익숙해지기위한 시간들은 생각해보면 나 조차도 지금까지 거부하고 피하고 싶은 것들 이기도 했으니까요. 

 

 

때로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도 한다는 진부한 운명론적인 말을 결코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그 겨울과 봄을 거치며 시간의 흐름이 확실히 나를 그 이전과는 다른 장소에 가져다 놓았음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그냥 '묵혀내야'하는 시간이 있다.  살기 위해 죽은 듯이 살아내야 하는 시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나는 세월의 흐름이 안겨준 재생력에 겸허히 감사해야만 했다. /p55-56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어야만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까요?  끊임없이 어딘가에 소속되길 원하고 울타리를 만들고 싶어하는건 '나'라는 사람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완전하지 못한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으로 나 자신을 포장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가끔은 모든걸 좀 내려놓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러다 나만 낙오자가 되면? 이라는 생각에 완전히 내려놓지도, 그렇다고 잡고 있지도 못하게 되는거죠.  그렇게 어중간한 중간에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더 흔들흔들 하게 되었던건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바쁘게 다니는 와중에도 꼭 들고다니며 몇 페이지씩 읽으면서 반복해서 읽던 구절들이 꽤 많았던 책이었어요.  임경선작가의 다른 글들도 궁금해졌고, 언젠가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기면 차분하게 다시 읽고 싶은 책이기도 했구요.  내 인생도 이렇게 풀어서 글로 표현해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글... 곧 여름휴가 시작이죠?  '나라는 여자' 읽어보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가진 결핍과 상처의 맥을 조심스레 짚어가면서 나는 그것들이 나라는 여자를 더 정직하고 선명하게 만들어주었음을 알았다.  그것들은 나를 이루는, 나에게 소중한 가치들을 알려주는 핵이었다.  지금 내가 상처 입고 아픔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내 심장이 뛰고 있는 자리일 것이다.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예민한 감정이 건드려짐으로써 내 안에 원래부터 있던 단단한 무언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것들이 그 사람을 무엇보다도 그 사람답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p270

 

 



YES마니아 : 로얄 d******7 2013.07.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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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때처럼 제목에 이끌려 책을 사고, 책을 펼치고서는.. 어? 이 사람?! 하고 깜짝 놀랐다. 작년인가 재작년쯤에.. 역시 제목이 맘에 들어~ 빠져들 듯이 읽었던 [어떤 날 그녀들이]를 쓴 사람이었다. 그리고 든 생각이.. 난 또 낚였어~~^;;;ㅋ 임경선, 그녀의 소설이.. 내겐 그리 썩~ 재밌진 않았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눈이 갔다. 무슨 내용이였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책장 한 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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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때처럼 제목에 이끌려 책을 사고, 책을 펼치고서는.. 어? 이 사람?! 하고 깜짝 놀랐다. 작년인가 재작년쯤에.. 역시 제목이 맘에 들어~ 빠져들 듯이 읽었던 [어떤 날 그녀들이]를 쓴 사람이었다. 그리고 든 생각이.. 난 또 낚였어~~^;;;ㅋ

임경선, 그녀의 소설이.. 내겐 그리 썩~ 재밌진 않았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눈이 갔다. 무슨 내용이였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책장 한 켠에서 내 시선을 자꾸만 멈추게하던 이상야릇한 책..^;;ㅋ

이 책.. [나라는 여자]도 그랬다. 썩~ 재미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눈이 가고 자꾸만 끄적이고 싶어지는..;; 뭔가가 자꾸 적고 싶어졌다. 서른셋, 내 삶의 시작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생각나는 대로 마구 적고 싶었다. 솔직히.. 그렇게 막~ 뭔가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거에 비해, 나의 실행 횟수는 참으로 어이없지만..^;;;ㅋ 그래도 기뻤다! 뭔가가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는 게.. 참으로 오랜만에 있는 일인지라~ 내가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 좋았다!!

막~ 재미나지도, 뭔가 흥미진진하지도 않았지만,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 아주 고마운 책이였다.

 

 

p.50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내게 지난 일 년 사이에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완벽하게 계획된 인생에서의 탈락. 유학 생활을, 무엇보다도 공부를 그만두기도 할 것. 대신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그런 상황에 놓인 것. 사람은 크게 아팠다고 해서 생명과 건강,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개과천선…… 따위 하지 않더라. 다만 좀 더 씁쓸해지고 체념이 빨라지는 거라면 모를까.

 

p.55

호텔을 나와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메마른 자갈밭 해변을 혼자 거닐었다. 과거의 모습을 전혀 알 길이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어쩐지 내 모습 같았다. 눈을 감으니 바람 냄새가 났다. 비릿하면서도 매운 냄새, 세상 끝의 냄새였다. 나는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이 장소에 있다는 현실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이질적이었지만 여기서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p.91

바보가 아니니깐 머리로는 먼저 연락하거나 사랑한다 말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나이가 든다고 감정이 잘 통제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 나이가 돼서도 매번 조바심 내고 애간장을 태웠다. 가정을 표현하고 내지르고 싶어 안달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참 사람은 지긋지긋하게 안 변하는구나' 싶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 비록 그 후에 남는 것이 서로의 실체에 대한 실망과 몰이해, 그리고 마침내 이별이라 할지언정, 최소 매일 반나절은 그 사람과 몸과 마음을 꼭 끼운 채로 보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이런 정신 상태가 파멸을 보다 확실하게 가져다줄 걸 알면서도 나도 나를 어쩔 도리가 없었다.

 

p.144

학교를 다니다 보면 짝짓기는 은근히 많은 곳에서 필요했다. 버스에 두 사람이 나란히 타야 할 경우, 과학 시간에 실험을 할 경우, 포크댄스를 배울 경우, 체육 시간에 짝 맞춰 운동을 해야 할 경우. 어떨 때는 '너 나랑 같이 짝하자'라고 사전에 이심전심으로 예약을 해야 안심이 되었다. 우왕좌왕 누구도 나에게 먼저 냉큼 다가오지 않는데 어느새 다들 둘씩 꼭 붙어서 짝을 이루는 것을 보면 정신이 혼미해졌다. 혼자 남게 된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짝수로 남을 경우 겉도는 아이들끼리 하는 수 없이 짝을 맞춰야 하는 절망감도 그에 못지않았다.

 

p.188

관계에 대한 낙관성은 그 남자가 나를 놓고 가버림으로써 내게 주고 간 선물이었다.

 

p.248

이른바 청춘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 가면 예외 없이 받는 질문이 있다.

"지금껏 특별한 의식 없이 남들 따라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막상 대학에 들어와서 시간이 좀 지나니 이젠 뭘 하며 살아야 할지 걱정됩니다. 내 적성과 재능이 무엇인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인생을 어떻게 살면 되는지, 자신을 어떻게 하면 발견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실로 어마어마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나도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데!


YES마니아 : 로얄 j*******7 2013.07.01.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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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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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후유증일까. 하나의 목표에 전념하며 2년 여의 시간을 숨죽여 버텨온 날들이 지나가고 마음 한 곳이 공허하기만 했다. 얼굴엔 ‘스트레스’라고만 단언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염증이 이유 없이 꽃을 피웠고, 떠밀리듯 조급하게 나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어김없이 피곤함을 수반한 감정 노동에 나를 질리게 했다.   그 때 누가 이야기했더라. 캣우먼의 책이나 글을 찾아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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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후유증일까. 하나의 목표에 전념하며 2년 여의 시간을 숨죽여 버텨온 날들이 지나가고 마음 한 곳이 공허하기만 했다. 얼굴엔 스트레스라고만 단언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염증이 이유 없이 꽃을 피웠고, 떠밀리듯 조급하게 나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어김없이 피곤함을 수반한 감정 노동에 나를 질리게 했다.

 

그 때 누가 이야기했더라. 캣우먼의 책이나 글을 찾아보라고.

그랬었다. 몇 달 전 연재를 끝난 매주 금요일마다 업데이트 되던 그녀의 네이버 오디오 클립_ 퇴근 시간 그녀의 직설적인 상담을 틀어놓으며 공감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다시 찾은 그녀의 책이었다.

 

진정한 글쟁이는, 소설이 과연 답일까. 내가 손을 꼽는 작가들은 소설보다는 진솔한 에세이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해내곤 하는데, 그녀도 아마 그런 사람이 아닐까. 나라는 여자_ 지극히 담대하고 담담하게 타인의 상처를 바라보고 보듬어줄 수 있는 시선은 그녀의 삶 속에서 하나둘 쌓아올린 켜 일터.

 

개인성의 예의라_

생애의 절반가량, 그녀는 주로 어디 어디서 온 아이라고 불렸다. 살아본 이 세상의 나라들이 하나둘 차곡차곡 쌓이면서 초면에 어느 나라에서 살아봤어? 어느 나라가 제일 좋았어? 같은 질문도 자주 받았다. 나라 이름만 매번 달라질 뿐, 대개는 아웃사이더였다.

 

바깥에 자리한 자는 많은 것들이 시선에 들어온다. 안에 있는 사람은 시선을 돌려 바깥까지 살피려면 애써야 하지만 바깥에 있는 사람은 싫어도 중심과 주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떤 무리에 섞이면 나는 심리적으로 늘 경계선 밖에 혼자 나가 있는 상태라, 원의 중심을 차지하거나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원의 주변에서 겉돌거나 저항하거나 타협하면서 중심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의 역학 관계에 민감해졌다. 하여 그녀는 지극히 관계에 민감한 사람이었다는 것, 좋은 말로 하면 눈치고.

 

누군가의 인생을 상담한다는 것

어떤 일이든 음과 양의 부분이 있었다. 소진되고 허무한 느낌도 있었지만 기쁘고 뭉클한 시간들도 존재했다. 상담을 하면서 상대에게 봉사하듯, 혹은 상대를 약체로 보고 위에서 내려다보듯 하면 곤란했다. 나는 현실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자기 힘으로 어떻게든 그 고민을 짊어지거나 떨쳐내려는 사람들에게 마음 깊이 끌렸고 그런 그들을 접하는 느낌이 좋았다. 힘겨운 짐을 짊어지고 있지만 역으로 그것을 에너지로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이 짠해졌다.

 

뿐만 아니라 상담 글을 쓰면서 누구에게 뭐라고 하기 앞서 늘 나 자신부터가 좋은마음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서로에게 썩 괜찮은, 관대한 관계였다.

 

우연한 전직

프리랜서라는 것은 말 그대로 누가 먼저 일을 알아서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전의 것은 다 무효로 만들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다. ‘프로의 프리랜서는 취미나 자아 성취이 세계도 아니었다. 이 세계에선 팔리는일만이 의미가 있었다. 계속 이렇게 보이지 않는 꿈을 향해 꼼지락거리다 보면 원하는 것을 잡을 수 있을까 

 

어쩌면 프리랜서의 본질이라는 것은 내게 적합한 것이 뭘까?’난 정말 뭘 하고 싶은 걸까라며 적성이나 재능을 묻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내가 일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만들어서 부탁받은 일을 기분 좋게 성실히 하는 것, 그러다가 , 나는 이런 종류의 일을 잘할 수 있구나를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더 나아가서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의 개념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확장되는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다. 그렇게 일 의뢰가 저점 늘어나면 그때 그중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나가는 것, 그것이 이 아닌 현실의 프리랜서가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을 겹겹이 쌓는지도 모르고 몸집을 위로 옆으로 그저 부풀리며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상처 입고 피 흘리고, 까지고, 끊임없이 새살을 만들어내며 자신이 온전히 있어야 할 제자리에서 재생한다. 자신이 놓인 그 자리에서 그렇게 시큰하도록 선명하고 투명해져만 간다. 평생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수줍은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재생하며 살아간다. 나도 이렇게 좋은 어른으로 살고 싶은데 쉽지 않다.

 

또다시 찾아온 2018년의 봄_ 목련이 움틔우는 자리를 보며 3년 전 떠난 아빠가 생각나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봄밤을 맞고 있다. 나라는 사람의 8할 이상은 아빠에게서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겠지. 때론 머리가 커서 전학을 다녀야 했던 지난 날이 힘들어 아빠를 원망하기도 했었는데_ 그녀의 나지막한 이야기를 들으며 공직선배이자 멘토, 인생선배였던 아빠가 더없이 그리워졌다.

w********s 2018.03.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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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전혀 잘나지 않은 미흡한 부분들이야말로 스스로를 더 사려깊게 설명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그러한 불완전함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낸 인생이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받아들임과 깨달음이다.   -임경선 '나라는 여자' 中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매력있다.     무슨 일을 할 때 즐거운지 어느 상황을 불편해하는지 연애 타입은 어떤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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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전혀 잘나지 않은 미흡한 부분들이야말로 스스로를 더 사려깊게 설명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그러한 불완전함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낸 인생이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받아들임과 깨달음이다.

 

-임경선 '나라는 여자' 中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매력있다.

 

 

무슨 일을 할 때 즐거운지

어느 상황을 불편해하는지

연애 타입은 어떤지

이별 후유증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좋아하는 사람,여행,영화,음악,음식,책,,,타입은 어떤 것인지

살면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게 무엇인지

 

 

자기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복잡 미묘한 감정을 겪어보고 그 상황을 이겨냈음을 말하는 걸게다.

그만큼 자기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았다는 증거일 게다.

남을 탓하는 시간을 줄이고 나의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부분에 결핍이 있는지 세심히 살펴봤다는 걸게다.

 

 

그래서 작가 임경선이 매력적이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설푸는 類의 책을 안좋아하지만 그래도 작가 임경선이니까 '나라는 여자'를 읽었고

역시나.

 

 

'당신의 한마디로 내 인생이 변했어요!' 이런 거 말고 '아, 저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구나'라며 스스로 의심도 해보고 걸러내면서,

'그런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구나' 정도의 살짝 지나가는 '수긍'으로 받아들여 내 글이 그들의 생활에

찰기와 윤기가 되어주는 것이 좋았다.

- 나라는 여자 p174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 본질에는 더 가깝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을 보다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습성이 있다는,

이 매력적인 저자를 지켜보면서

윤기나는 사람이 되겠다는 욕심을 품고 살아갈 수 있어 좋다.

 

 

 

 



YES마니아 : 로얄 b******2 2013.07.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