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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날 몸을 녹이러 들어갔던 지하의 한 카페의 모퉁이에 꽂혀 있던 노란 표지의 책이었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꺼내들었다.
책 앞 부분을 뒤적거리다 "채소에 소금을 치며 샐러드가 되듯, 날씨에 노래를 쳐야 비로소 계절이 되는 것 같다"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왔다. 그렇다. 날씨만으로는 계절이 될 수 없다. 칼로 자른 듯 나눌 수 없는 미묘한 날씨 사이 사이에 노래 하나가 들어가야 비로소 계절을 느낄 수 있다. 열세 살 하얗게 눈 내리던 날 친구들과 길을 걸으며 듣고 불렀던 그 노래가 지금도 생생한 장면으로 마음에 남아 있다. 별 거 아니었던 여러 날들 중 하나가 반짝이는 기억 하나로 남아있는 건 그 날의 노래 때문이다.
김중혁의 말 그대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순간과 현재를 느끼게 된다. 좋은 음악은 시간을 붙든다. 힘든 어떤 날을 그나마 견딜 수 있게 해준다. 아름다운 순간 하나 하나를 각인 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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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소설로 작가 김중혁을 처음 접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내 취향은 아닌 소설이다. 나는 그의 유머스러운 스탠딩 코미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모든 게 노래」라는 산문으로 김중혁을 다시 만났다. 그의 산문은 정확하게 내 취향이다. 막 피어나는 연둣빛 싱그러운 새싹에 노래를 더하고, 한 여름 쨍한 햇빛에 노래를 더하고, 길거리에 우수수 떨어져 뒹굴거리는 낙엽더미에 노래를 더하고, 한 겨울 시린 하늘로 퍼지는 하얀 입김에 노래를 더해야 계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아는 그가 쓴 산문은 너무 오글거리지도 딱딱하지도 교훈적이지도 않아 좋았다. 노래 하나에 장면 하나 혹은 생각 하나로 써내려간 그의 산문을 읽고 소개해 준 노래를 찾아 듣는다. 춥고 시리고 하얀 날씨들이 아름다운 음 아래에 모여 겨울이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계절마다 찾아 읽고 싶어 겨울 부분만 읽었다. 봄이 되면 책장에서 꺼내 그의 봄 노래를 읽고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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