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0%
  • 리뷰 총점8 5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10.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인문책시렁 80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인문책시렁 80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내용보기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80《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마음산책 2017.10.30.강엿을 꺼내려고 손을 대어 보기도 전에 항아리 뚜껑만 떨어져 깨졌다. 그 소리에 뛰어나온 엄마는 속이 상해서 나를 깨양나무에 묶어버렸다. “작은아버지야아! 최 석사야아!” 나는 살려 달라고 울며 외치며 요동을 쳤다. 몸을 틀어대니 끈이 풀어져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갔다. (20쪽
"인문책시렁 80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내용보기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80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마음산책

 2017.10.30.



강엿을 꺼내려고 손을 대어 보기도 전에 항아리 뚜껑만 떨어져 깨졌다. 그 소리에 뛰어나온 엄마는 속이 상해서 나를 깨양나무에 묶어버렸다. “작은아버지야아! 최 석사야아!” 나는 살려 달라고 울며 외치며 요동을 쳤다. 몸을 틀어대니 끈이 풀어져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갔다. (20쪽)


그대로 집에 가면 좋으련만 나는 이삼일에 한 번꼴로 삼덕동 파출소 앞 헌책방에 들러야 했다. 시간이 많은 날은 본정 안 골목의 헌책방인 태양당서점까지 진출한다. 시나리오, 영화잡지, 미술책 …… 돈이 모자라서 짜증이 날 뿐이지 책 사는 기쁨이란 정말 대단했다. (47쪽)


1955년 1월 6일에 나는 또 녹음실로 찾아갔다. 이번에는 대답 내용이 바뀌어 “연초부터 16mm에다 여자 작품을 녹음할 수는 없다”라고 한다. 녹음실 책임자 이름은 지금 잊었지만, 위의 말은 녹음 조수들이 나에게 한 말이다. (162쪽)


영화광이라면 누구가 기본이겠지만 나도 좋아하는 영화는 보통 두세 번 보고 다섯 번, 열 번 보게 되는 영화도 있다. 그중 1936년 독일 기록영화 〈민족의 제전〉은 스무 번쯤 본 것 같다. (219쪽)


김신재, 홍은원, 이제 두 사람 다 저세상으로 가고 나 홀로 남아서 생각한다. 인생이란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과 인생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하는. (267쪽)



  지난날 얼마나 많은 가시내가 사내하고 싸워서 울타리를 허물어야 했는가를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무렵 이 땅에서 살지 않았고, 가시내라는 몸을 입은 오늘이 아닌, 사내라는 몸을 입은 오늘이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살지 않은 그 지난날에 숱한 가시내가 숱한 사내하고 부딪히면서 흘린 피땀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길을 고요히 눈을 감고 돌아볼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서 그때 그분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그리면 뜻밖에도 그 아픔이며 슬픔이며 눈물이 마치 그림처럼 줄줄이 머리에 떠오르더군요.


  대단했구나, 엄청났구나, 놀라웠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러다 눈을 뜨면 어느새 마음에 확 떠올랐던 그림이 모조리 자취를 감춥니다. 다시 눈을 감고 고요히 있으면 어느덧 아까 그 그림이 다시 떠오르면서 주루룩 흐릅니다. 높다란 울타리를 허물던 손길을, 모진 가시울타리를 맨손으로 무너뜨리던 눈물자국을 하나하나 되새깁니다.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박남옥, 마음산책, 2017)이라는 책은 박남옥이라는 분이 남긴 이야기를 갈무리한 책입니다. 책이름처럼 한국에서 첫 여성 영화감독으로 지낸 나날을 바탕으로, 1923년부터 2017년 사이에 어떤 삶을 지었는가 하는 애틋한 노래가 흐릅니다.


  지은이 박남옥 님은 싸울 때에는 더없이 당찬 싸울아비입니다. 사랑할 적에는 그지없이 고운 사랑님입니다. 일할 때에는 가없이 듬직한 일꾼입니다. 놀이할 적에는 이보다 신바람나는 한마당이 없다 싶도록 재미난 놀이벗입니다. 그야말로 온삶을 온힘을 다해 바친,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그저 역사요 숨결이며 영화입니다. 이녁이 감독으로 찍은 영화는 딱 하나라지만, 이녁이 걸은 길이야말로 둘도 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영화로구나 싶어요. 부디 저 하늘나라에서 즐겁게 새로운 영화를 찍으시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h*******e 2019.07.1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박남옥, 한국 첫 영화감독
"박남옥, 한국 첫 영화감독" 내용보기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이 스스로 쓴 자신의 이야기다. 16mm 영화 <미망인>을 남기고 그 필름이 복원되어서 존재가 알려졌다. '노라노'만큼이나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당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물적, 문화적 혜택을 받으며 자랐다.작년인 2017년 95세로 타계했고 2002년 즈음에 집중적으로 자서전 원고를 집필해 놓았다. 경북 하양 출신인 박남옥이 묘사하는 대구의 풍
"박남옥, 한국 첫 영화감독" 내용보기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이 스스로 쓴 자신의 이야기다. 16mm 영화 <미망인>을 남기고 그 필름이 복원되어서 존재가 알려졌다. 
'노라노'만큼이나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당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물적, 문화적 혜택을 받으며 자랐다.

작년인 2017년 95세로 타계했고 2002년 즈음에 집중적으로 자서전 원고를 집필해 놓았다. 경북 하양 출신인 박남옥이 묘사하는 대구의 풍경은 대구의 진골목을 따라다니는 느낌이다.
경북여고와 이화여전을 나온 당대 여성 엘리트이자 시네마 키즈였던 박남옥은 투포환 선수로 활동할 만큼 기골이 장대하고 타고난 건강체질이었다. 장수를 누렸기 때문에 이런 귀한 기록도 엿볼 수 있고 말이다.

23년생이니 학교를 다닐 때는 식민지였고, 학교에서 배운 언어가 일본어였기 때문에 자필 원고에는 일어와 혼재돼 있어서 원고를 정리해야 했던 이경주가 애를 먹었노라 밝히고 있다. 식민지와 한국전쟁(박남옥 표현으로는 '한국동란')의 기억을 잘 적어 두어서 그 자체로 좋은 자료다.

"가난한 시절, 물자가 부족했던, 일본인이 멸시를 하든 말든, 그때가 우리 인생의 제일 좋은 때가 아니었을까. 그때의 추억들이 나를 오늘날까지 살아 있게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53)

경북여고 시절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가서 자신들을 멸시한 일본인에 대한 기억을 적어 놓으면서도 저렇게 적어 두었다. 이 책의 미덕이 이런데 있다.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절대 의지로 <미망인> 제작과정과 상영(흥행이란 말을 쓰고 있다)까지의 과정을 묘사해 두어서 이 자체로 근대 영화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나치 선전 다큐를 찍어 전범으로 몰렸던 독일의 여성감독 레니 리펜슈탈의 다큐를 여전히 가장 잘 찍은 다큐 영화로 꼽고 있으니 거칠것 없는 그녀의 신념과 예술관이 드러난다. 얼마전 읽었던 노명우의 <인생극장>에 배치된 영화가 박남옥의 자서전에도 종종 등장한다.

한국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에 대한 적대감, 이승만의 무능, 전쟁광 부시에 대한 미국시민권자로서의 걱정 등. 종횡무진의 이야기는 정돈되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당대사를 엿보는 즐거움이 있다.

영화 한 편 찍고, 동아전과로 유명한 동아출판사(박남옥의 둘째 형부가 동아출판사 사장)에서 오래도록 근무하면서 일하는 여성의 삶도 엿볼 수 있는 생활사 자료로서의 의미도 있다.

절대 빈곤의 시대에 도드라지는 부유한 삶은 많은 사진과 독서편력, 예술적 취향과 재능을 그녀(들)에게 남겼다. 전혜린과 노라노, 박남옥 등. 공교롭게 그 사진과 기록은 늘 '결정적 순간'과 '특별한 순간'의 기록이지만 박남옥의 자서전이 좀 더 특별한 것은 그 거침없는 스타일의 묘사 때문에 각 영역에 참고자료가 많을 것이다.

스스로 적는 일이 가장 유용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미 스스로를 적을 기회가 없는 사람에 대한 글을 적는 일을 맡았으니....

-<박남옥 한국 첫 여성 감독>, 박남옥, 마음산책(2017)

a****6 2018.04.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