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의 리뷰를 접하고 이 리뷰를 쓰게 되었다. 어떻게 책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지 않고(본인의 말로도 내용은 아직 읽어보지도 않았다면서), 대단히 편협한 시각으로 단칼에 매도해버릴 수가 있을까. 이것이 소위 사이버상에서 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모처럼 이 책을 흐뭇하게 읽고 난 독자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책은 두 가지 미덕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작가의 말에도 나와 있지만, 제3세계 문학에 대한 나름의 성실한 접근이 그것이다. 사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쿠데타와 군사독재 부패 민주화여정 등 비슷한 과정을 겪어온 나라들이 지구상에 많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문화는 각기 다르겠지만, 제1세계 혹은 제국주의자들이라는 원인이 똑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미덕은 딱딱하게 접근하지 않고 유려한 문장으로 대중의 눈높이에 서서 작가의 느낌을 공유하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는 한, 이 미덕을 독자들이 공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작가가 직접 찍었다는 사진들이 딱딱한 제3세계 문학 관련 기행서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미덕의 반대편에 아쉬움도 있다. 각 꼭지의 원고량이 적다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이었는지 후기 형식의 짧은 글을 덧붙여 놓아 약간 보완이 된 것 같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잡는 순간 끝까지 읽어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렬했다. |
| 아주 우연히 다시 들어와보니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평을 쓴다는 건 모욕이라는 질타가 올라와 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아래의 평을 쓰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 책을 다 읽었는데 다시 평을 올리는 걸 잊었다. 책을 사자마자 읽어보지도 않고 아래와 같은 평을 쓴 이유를 변명하자면 난, 이렇게 사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책에서 사진에 곁들인 멘트는 대단히 중요하며 그 책의 내용을 엿볼 수 있게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깔끔하고 아름다운 사진들과 편집의 수려함에 비해 멘트들에 많이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발끈하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다. 내가 저지른 부당한 행동을 만회하기 위해 난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나마 내용에 대한 내 느낌을 적기 위함이다. (설마 아래 나의, 읽지않고 썼다고 분명히 밝힌 평을 읽고 이 책의 구매를 망설인 사람이 없겠지 하는 바람을 동반하며) 참 묘한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문학기행이라기 보다는 리포트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문학작품은 단지 여행을 인도하는 이정표 같아 보였다. 그러니까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문학이 여행을 하기 위한 핑계인지 모호해 보였다. 우리에게 낯선 세계의 문학과 문화를 대략적으로나마 알려주고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의도였고 그런 것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환영 받을 내용이라고만 생각했다. (이때 난 여전히 사진의 멘트와 글을 쓴 작가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번에 다시 읽으며 책의 내용에 문학의 비중이 내가 느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걸 발견했다. 깊이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작가의 작품에 대한 태도나 찾아가는 공간에 대한 시선에 사뭇 진지함이 묻어났다. 그런데 이 번에 난 사진의 멘트들이 작가가 직접 쓴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본문에서 표현들이 매우 현란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들에서 시대적 공간적으로 난폭하고 불안한 배경을 끄집어내며 그 속에 그려진 어찌 보면 척박하달 수 있는 삶들을 반추하고 있는데 정작 그 표현은 퍽이나 감성적이다. 음… 감성적인 것과 감상적인 것의 차이라면… 아래의 평을 쓴 게 아마도 출간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다. 너무 일찍 평을 썼고 너무 늦게 다시 봤다. 그 부실한 작은 평 하나가 사람들이 이 책을 평가하는데 어떤 형태로든 무슨 영향을 끼쳤으면 어쩌나 내심 저어 된다. 출판 관계자나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
| 글이 중심이고 사진이 몇 장 곁들여 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받아보니 사진이 중심이고 글은 부수적이다. 여행기라는 말에 한참을 망설이다 문학기행이라는 설명을 믿고 구입했는데 그나마도 예상이 빗나갔다. 그래도 사진들은 아름답고 디자인도 시각적으로 대단히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종이질도 그만큼 훌륭하다. 아직 책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훑어보는 과정에서 사진에 곁들여진 설명들이 책의 성격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검은 여인의 고개 숙인 포즈 속에 알라신이 깃들인 것 같다" "천년 미로를 굽어보는 페스의 남자" "어지럽게 찍어놓은 발자국 끝에서 사막의 이방인을 기다리고 있다" "카렌이 살던 때의 체취가 그대로 배어 있다" 등 문학의 이름을 걸고 나온 책에 게다가 작가가 쓴 설명이라고 믿기지 않아서 저자가 누군인가 확인했다. 초중고생이 여행을 하고 돌아와 자신이 찍은 사진에 멋진 설명을 붙힌다고 작문을 하면 이 정도가 될까. 깔끔한 사진에 곁들여진, 저급한 감상주의가 물씬 풍기는 성의없는 설명. 물론 너저분한 설명없이 이름만 달고 있는 사진들도 책 속에 많다. 다 그랬으면 차라리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 평을 쓰면서 문득 부연설명들은 어쩌면 작가가 쓴 것이 아니고 출판사 직원이 (사실 직원이 썼다고 해도 성의가 없다고 할 판이지만)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진만 보고 쓴 설명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어쨋든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저자에게 돌아가는 법이니...게다가 사진이 주인공아닌가. 문제는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는 데 있다. 언젠가 읽기는 읽겠지. 시간이 좀 지나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