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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이현의 산문집 풍선, 가볍고 리드미컬해서 잘 읽힌다. 이해가 잘 된다는 뜻도 있고, 낭독이 잘 된다는 뜻도 있다. 2줄을 넘지 않는 간결한 문장이라 더욱 그렇다. 1.5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에 43편의 영화에 대한 감상 등 71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작가와 비슷한 연령대여서인지 공감 백배, 착착 달라붙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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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작가하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ㅣ문학과지성사 ㅣ2006>를 손꼽지만, 그 소설 보다는 <너는 모른다 / 정이현 ㅣ 문학동네 ㅣ 2009>가 나에게는 더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책을 쓸 당시에 <달콤한 나의 도시>와 <오늘의 거짓말>로 꽤 유명 작가가 였고, 제1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2002), 이효석 문학상(2004),'현대문학상(2006)을 받을 정도로 다채로운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너는 모른다>는 '정이현'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었는데, 이 책은 작가 자신이 말하기를 "진심을 다해 소설을 썼고,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이 전부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 소설은 첫 문장의 '시간'에 대한 묘사부터 예사롭지가 않은 세심하게 공들여서 쓴 흔적이 흠뻑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추리소설이라는 형식만을 빌렸을 뿐이지, 전체적인 구성은 '부모의 잘못된 결혼에 의한 자녀들의 문제','화교문제', '장기밀매' '실종사건' 이라는 소재들이 뒤엉킨 등장인물 개개인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 소설은 가족소설이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특이하게도 누구를 주인공이라고 하기보다는 등장인물 모두가 각 장마다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기에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삶에 있어서의 관계에 대한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책을 읽은 이후에 '정이현'의 소설들을 몇 권을 더 읽었는데, 이번에는 우연히 그녀의 첫 산문집을 읽게 됐다. ![]() 풍선(風船)은 투명한 날개로, 하늘을 둥실 떠오르는 작은 배 떠오르는 생각은 낭만, 천진난만, 놀이동산, 기쁨... 그러나 한 편으로는 허무함... 풍선이 빵 터져서 울던 어린시절의 기억때문일까?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읽은 <풍선>은 작가의 말에 의하면 명랑한 사랑을 위해서 썼다고 한다. ![]() " <풍선>에는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문화 현상, 작가의 유년과 청춘 시절, 생활 주변에 대한 진실된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 소개글 중에서)
<풍선>에 담긴 이야기들은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의 한 부분이나 줄거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거기에 작가의 유년과 청춘 시절의 이야기가 더해지고, 생활주변에서 일어난 진실된 이야기가 또 더해졌다. 드라마나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주 소재라는 점이 나에게는 공감을 느끼기에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워낙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이현은 영화를 통해서, 책을 통해서 드라마를 통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의 생활 속에 찾아내는 글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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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무엇보다 현란한 글솜씨에 이끌릴 때가 많다. 오늘 우연히 그냥 지나쳤을 핸드폰 배경에 눈이 갔고, 낯익은 작기 이름, 정이현을 발견했고 바탕화면 글귀에 이끌려 부랴 부랴 도서관으로 향했다. 한 달 전 받아 놓았던 바탕화면에 좀 더 일찍 눈길을 돌려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해 본들 이미 늦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거!라고 위로하기로 하고. 나의 두 눈을 촉촉하게 했던 글귀는:
"두고 온 것은 사랑이 아니라 청춘의 한 시절이다. 그들은 각각 그 시간을 통과해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바로 이 구절의 이끌림 때문에. 어제 읽기 시작했고, 오늘 다 읽을 만큼 술술 읽히는 책이다. 아이와 사투를 벌이는 중간 중간 읽은 것 치고는 빨리 읽었다. 산문집, 어떤 내용들로 채워졌을까? 의심해 보지도 않고 그녀니까!! 선택했던 책이다. 제목이 왜 풍선일까, 생각해보니, 읽고 난 소감은 풍선 맞다!! 알차게 꽉 채워진 풍선이다. 심지어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보라!! 알록달록 하기까지 하다. 이런 책 쉽지 않은데. 내가 그녀의 책에 이끌리는 이유는 아마도 동시대를 살아왔다는 이유 하나로 괜히 정감이 가고 내 얘기 갖고 뭐든 공감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였다. 그녀의 서체며 그녀의 고뇌 감성 등 다 내꺼였음 하는 욕심을 내 보았다. 욕심 그딴 거 집어치우고 나의 삶을 살자. 롸잇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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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정이현 씨의 산문집 <풍선>. 비슷한 시기에 나온 책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제가 변한 건지 아님 책이 다른 건지 <작별>을 읽을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세 가지가 물씬 느껴지더군요^.^
1.문장력 2.통찰력 3.씨니컬~ 이 그것인데요.
1.문장력 - 이건 소설가니까 당연한 걸까요? 하지만 <작별>을 읽을 땐 다소의 심심함으로 담담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이번 책에서도 소박함의 미학을 예상하며 책을 펼쳐들었는데 어머나 어쩜. 이래서 소설가인가봐 .. 하는 감탄을 거듭했어요. 생각을 말로 구성하여 풀어내시는 실력이 어찌나 맛깔스럽고 입에 짝짝 달라붙으며 어찌나 적절한 단어와 또 그 단어들의 배열과 조합을 어쩜 그리 오밀조밀 똑똑하게 하시는지.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이 참 많더군요.
정이현 씨의 그 멋드러진 글들을 읽다가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자니 제 문장들이 어찌나 낡은 보릿자루같은지 모르겠어요. 아~ 초라하다 초라해 ㅡㅜ
2.통찰력 - 주로 작가로서의 삶과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에 관한 글을 썼던 <작별>과 달리 이번 책에선 영화를 보고, 그리고 드라마나 음악을 듣고 그 외에 소소한 일상과 관련된 글들이 주를 이루는데요.
참 예리한 눈을 가지고 계시구나 싶더이다. 현상만을 보는게 아닌 현상 이면에 감춰진 의미와 여러 담론을 날카롭게 번뜩 포착해내고 이야기를 풀어가시는 솜씨가 대단했어요.
3.그리고 씨니컬~ ㅎ 이건 정말 예전 책에선 몰랐던 건데요. 읽으면서 '한 씨니컬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짜증이 나는, 신세한탄이나 열등감이 뒤섞인 그런 씨니컬이 아니고 왜 감칠맛 나는 깔끔한 동치미 같은 씨니컬?^^; 그런 씨니컬이 있다면 말이죠. 이런 친구 옆에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 외에, <작별>을 읽을때와 마찬가지로 아니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역시 '통쾌함'이었답니다.
아직 '여성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반의 반도, 날것 그대로의 현실에 부딪혀 본 적도 별로 없는 애송이인지라 잘 모르는 저 이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조금씩 느끼고 있곤 하는데요.
그런 현실에서 만나는 스트레스와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 드는 통쾌함을 주는 지적과 비판들이 속을 쉬원하게 해 주더군요.
결론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고 펼쳐들 수 있는 재미있고 읽기 쉬운> 산문집 이었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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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영상문화가 문자문화의 결락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믿음은 이미 오래전에 조각났다. 영양가 없는 고만고만한 이야기로 매주 반복되는 연속극이나 시청자의 말초적 신경을 건드리기 분주한 쇼·오락프로그램의 부박한 수준은 심히 넌덜머리가 날 정도다. 그럼에도 즐겨보는 TV프로가 없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금년에 신설된 M본부의 <명랑 히어로>를 매우 즐겨본다. 소위 '막말'로 대변되는 리얼리티 쇼프로의 골격을 답습하곤 있지만, 방송의 구성과 취지가 마음에 들어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편이다. 점차 희망과 행복을 잃어가는 이 시대에 '명랑'한 사회를 꿈꾸며 수다를 떠는 그들네의 '막말'이 내게는 그닥 밉게 다가오지 않는다.
http://blog.naver.com/gilsam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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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마음산책│2007.12.10│p.245
텍스트에 지쳐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기 부끄럽고 불편하지만 - 내가 좋아서하는 일임에도 - 텍스트는 그저 백지 위에 검은 잉크의 흐름, 그 흔적에 불과하고 나는 습관적으로 그 움직임을 눈으로 쫓을 뿐입니다. 그러니 방금 전에 읽었던 내용이 무엇이었더라, 나는 몇 번이나 되짚어 따라가지만 그 흐름을 놓치고 망연히 구경하는 날들이 늘어갑니다.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올라 전국적으로 봄비를 뿌릴 준비를 하던 스산한 겨울의 끄트머리,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갑자기 음악의 템포가 알레그로에서 안단테로 바뀌듯 다른 세상을 만난듯해서 그 경쾌한 침묵에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립니다. 그 날에 만난 책 <풍선>, 나는 소설가가 쓴 소설이 아닌 이야기가 참 좋습니다.
정이현 작가는 <달콤한 나의 도시>로 만났었는데 그녀의 텍스트가 어떠했는지 이젠 기억조차 가물합니다. 소설 밖에서 만난 그녀의 글은 언제나 내가 쏟아내고 싶은 날을 감춘 보드라움, 그러함을 가까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도 보았음직한 영화, 드라마들을 소재로 하여 그녀의 단어를 쏟아내는데 역시, 다르구나 합니다. 그 중에는 나도 보았던 영화가 제법 있는데 역시, 다르구나 감탄합니다. 대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투영하는 능력, 그것은 소설가들에게 점지된 능력일까요. 반복하고 반복하다보면 내게도 얻어질까요?
p. 26 나는 치명적인 것을 잃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무섭다. 그들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나머지, 타인에 대해 아주 쉽게 품평하고 또 충고한다. 오만한 게몽의 태도로 자신과 다른 타인의 방식을 '바로잡아' 주려 한다.
p. 35 다 괜찮다. 다만 뭘 해도 행복하기를. 절벽 끝에서라도 스스로에게 상처 주지 말기를.
p. 51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분명히 '거는' 쪽이 더 아프다. 그렇지만 '걸'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사랑이다.
p. 64 남루하고 고당한 현실과, 그럼에도 아직 신기루처럼 붙잡고 있는 꿈의 갈피 사이에서 옴작달싹 못하는 30대 여성의 초상에 입맛이 썼다.
정신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주워 담습니다. 내가 글로 풀어내지 못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따르며 공감하는 순간 만끽하는 달콤함이란 그것에 중독되어보지 못한 사람은 차마 상상도 하지 못할 짜릿함입니다. 마치 내 손 끝에 써진 양 의기양양해서는.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릴 역을 한참 지나쳐버린 지하철에서처럼 망연해집니다. 터덜 터덜 돌아오는 기분이 몽연(蒙然)합니다.
p. 106 "그러게. 내가 지금보다 네 살이 어리다면 매일 춤추고 다니겠다. 근데 <싱글즈>의 나난도 그러더니 왜 영화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노처녀들은 죄다 스물아홉 살인 거야?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걔들 서른 살 맞이하는 자세가 너무나 비장하지 않아?" "꼭 일이냐, 결혼이냐, 양당간에 결정을 내려놔야 삼십대를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스물아홉 살짜리 남자가 자기 나이의 무게 때문에 괴로워하는 영화 본 적 있어? 이게 바로 서른 넘은 여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재생산하는 거라고!"
p. 179 시간이 괜히 흐르지는 않았구나. 안도감이 들었다. 나이가 든다는 게 반드시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간의 흐름을 견디는 법은 배우게 된다.
별로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날들이, 스치고 지워졌을 순간이 그녀의 손 끝에서 꽃을 피웁니다.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에 현혹되었는데 장을 채울수록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이야기에 맥이 빠집니다. 드문드문 옹졸해지기도 하는데 배슬배슬 웃음이 납니다. (소설가라는 명함은 잠시 잊고) 뜨끈뜨끈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워 군것질거리를 잔뜩 쌓아두고는 두서도, 맥락도 없이 수다를 떨며 까르까르 웃다보면 나를 한 뼘은 자라게 할 것 같은 언니를 만난 것 같아 반가운 마음만 기억합니다. 다음엔 그녀의 소설을 다시 만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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