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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래의 역사학에서는 우리 민족의 기원을 유라시아 북방에서 시베리아를 경유하여 유입된 인종과 문명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이러한 학설에 의문을 던지고, 오히려 요하에서 시작된 문명이 중국과 중앙아시아, 한반도와 일본으로 퍼져나갔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에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 '삼각검증법적 분석에 따른 농작물의 확산과 트랜스유라시아 언어 확산'이 대표적인 예이다. 흔히 우리가 속한 알타이어족은 스텝지역에서 발원하여 유목민들에 의해 언어가 확산됐다는 '유목민 가설'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문은 약 9천년전 요하 지역에서 기장을 재배하던 트랜스유라시아 공통조어의 사용자들이 초기 신석기 시대부터 동북아지역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그들의 언어가 북쪽으로 시베리아, 서쪽으로 스텝지역, 동쪽으로 한국과 일본에 이르렀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는 한국을 포함한 10개국 41명의 언어학자, 고고학자, 유전생물학자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고대사 역사책을 읽는 분들은 알고 있다. 고조선, 그보다 앞선 홍산문화, 요하문명을 쓴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 고대사이고, 우리 선조에 대한 역사지만 자칫 재야, 이단, 국뽕, 환빠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학문적, 과학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 극소수의 허황된 주장도 문제지만, 이를 트집잡아 근 백년된 이론을 신주 떠받치 듯이 신봉하는 극소수의, 그러나 강력한 권력을 선점한 사학자들도 큰 문제이다. 이런 연유로 우리 고대사에 대한 제대로 된 책을 구하기도 어렵고, 정보를 구할 경로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이번 네이처의 논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앞으로의 역사학이 가야할 길을 보는 듯 하다. 연구실과 강단에서 쓰는 역사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철저한 검증과 학문간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역사학은 우리가 놓쳤거나 풀지 못했던 많은 숙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다. 요하문명, 홍산문화, 그리고 고조선 연구에 있어서도 우리의 역사학자와 고고학자 뿐만 아니라 지리, 기후, 천문, 언어, 의복, 석기, 옥기, 금속, 유전, 식물, 건축 등의 전문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기대한다.
서론이 길었다. 책과 방송을 통해 우실하 교수를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은 처음이다. 상당한 무게와 분량, 그리고 일반 독자에겐 부담스런 어마어마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다. 고조선과 요하문명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었다면 이번 독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덥썩 펴볼 책은 아니다. 하지만 책의 제목처럼 고조선 문명의 기원이 궁금하다면 지나쳐서는 안될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가치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역사연구의 다양한 시각과 방법을 제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요하문명의 발굴과 동북공정에 대응하고 제대로 된 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몇몇 역사학자들만의 노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더 많은 분야의 학자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에 참여해야 한다. 이번 네이처의 논문이 우리에게 준 시사점이 바로 그것이다.
요하문명, 홍산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책을 쓰고 있는 학자로 딱 두 분이 떠오른다. 우실하 교수와 이형구 교수이다. 어려운 길을 걷고 계신 두 분께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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