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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바쁜 것들로 가득 찬 나의 다이어리를 서영인 작가의 책으로 눌러줌으로써 뭔가 조율을 하고 싶었다.
가난하다, 쓸데없다. 이 두 단어의 공통점은 기준이 '돈'에 있다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가난하고, 돈이 안되는 일은 쓸데없는 일이다.
내가 고등학생 때 친정엄마가 사주를 보러 가셨다. "아이구, 큰 딸래미 동에서 깨서, 서에서 자네." 그만큼 인생이 바쁠거라는 얘기를 듣고 난 친정엄마가 "그럼, 앞으로 내가 딸 덕보고 살 날이 오겠네요."라고 하자, "바쁘다고 했지. 돈을 많이 번다고 했나? 실속은 없고, 그냥 바쁘게 사네."라는 답변이 날아왔다. 날 때부터 가난하고 바쁜 인생이라니. 참 우울하다.
그래서 궁금했다. 나랑 똑같은 소리를 하는 이 사람은 대체 무슨 낙으로 인생을 사는지. 어떤 즐거움으로 인생을 버티는지.
큰 애와 같이 목욕탕을 갔다. 애를 씻기고 나니 도저히 내 몸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세신을 했다. 이렇게 호사를 부려도 되나 누워서 몸을 맡긴 채로 끝날 때까지 오버스러운 자책을 했던 기억이 난다.
p.37 단언컨대 세신은 내가 아는 한, 이만 원으로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호사.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여전히 전신을 하는 건 망설여지겠지만, 그래도 자책은 그만하겠다 싶다.
p.59 어쩌다 마라톤을 시작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외로워서라고 대답한다. 외로움이라고 하면 괜히 안쓰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외로움이라는 게 굳이 그런 반응이 필요한 감정은 아니다. 그저 심심함과 한가함을 공통분모로 하고 약간의 감상이 섞인 상태가 외로움이다.
살며 여러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 감정을 정의하려고 시도한 적은 없었다. 외로움이 이토록 담백한 감정이었다니. 쓸데없이 감상이 과해지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라.
p.68 달리면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들이, 매 순간 새삼스러운 내 몸의 고통스런 신호들이 나를 계속 달리게 한다. 내가 그깟 달리기를 계속하는 이유다. 목표같은 것 이루지 못해도 좋지만 저 풍경들과 만나는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아주 느리게, 천천히 달린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시도하는 여러가지 중 하나에 분명히 달리기가 있을 것이다. 동네 공원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한돌기. 이어폰을 꽂고 무심한 표정으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일정한 속도로 계속 돈다. 돌아버리겠다. 정말 왜 이러나 싶어서 그만뒀다. 아. 너무 목표에 집착했구나. 가는 과정 따윈 고려하지 않았던 선택. 그래서 나는 달리기가 그토록 싫었나 보다.
p.76 대부분이 월세, 좀 나아봤자 겨우 전세로 계약기간마다 집을 옮겨 가며 사는 이들에게 무겁고 부피가 나가는 책은, 게다가 그 책을 수납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책장은 이사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부담이다. 부자들은 돈이 생기면 불패의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명품들을 사느라 바쁘고 가난한 사람들은 책을 사도 둘 공간이 없어서 책 사기를 망설인다. 책은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팔리지도 읽히지도 않고,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책을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책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방황한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이라고, 정신문화가 척박한 천민 자본주의 세상이라는 한탄에는 어쩐지 선민의식이 섞여 있는 것 같아 불만이다. 책을 두는 공간마저 아껴야 하는 삶의 기반 자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참 다행스러운 것은, 집이 좁고 이사할 때마다 쓸데없이 책이 왜 이렇게 많냐는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내가 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세로 시작했던 책 모으기가 이젠 일상이 되었다. 다 버려도 책은 어찌하지 못하는 내 마음가짐을 훌륭하다 여기며 늘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준다. 세상 모든 즐거움이 나이가 들어도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책은 오롯이 나의 눈이 허락하는 그날까지만 가능하다. 그래서 이제는 더욱 더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어서 사람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지식의 총량과 인간의 됨됨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척박한 것이 독서량이 부족해서일까? 천민 자본주의가 단순히 독서를 하지 않아서일까? 자칭 지식인들이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 타인을 뭉개는 표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p.85 또래의 지인들, 친구들끼리 만나면 우리는 우리의 신체에 찾아온 비슷한 장애로 더욱 돈독해지곤 한다. 그리하여 언어의 장애를 넘어서는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인접성의 유추로 결속한다. 이를테면 "저기, 거기 사는 그이가 있잖아, 그랬다는데 글쎄", "진짜야? 그래서 어떻게 됐대" 뭐 이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유사성 장애 연대가 결성된다고 해야 할까.
나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길어져버린 수명 때문에라도 우리에겐 유사성 장애 연대가 필요하다. "그게, 실은 좀 그렇다."라고 툭 던져도, "그렇지."하고 받아쳐 줄 수 있는 사람. 나이 40이 되니 그런 사람을 친구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p.152 오래 동네에 터를 잡고 있던 사진관과 세탁소가 없어졌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낡고 더러운 건물에 흰 타일을 붙이고 작은 나무 탁자를 갖다 놓고 오밀조밀한 액자와 엽서를 걸고 조명을 달아 반짝이던 파스타 가게도 커피 가게도 이자카야도 쥬얼리 숍도 이 년 후 혹은 사 년 후에는 또 다른 곳으로 밀려날 것이다. 아니면 임대료를 맞추기 위해 물건 값을 올리고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하는 환경 때문에 작은 가게의 예쁜 주인들의 표정은 점점 더 피로에 지쳐 갈지도 모른다.
작가의 인생에서 또 다른 '나'를 위한 즐거움이다. '나'의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 그들의 생김새, 분위기, 향기, 맛을 오롯히 느끼고자 애쓰는 마음. 동네에 뭐가 있는지, 뭐가 사라지고 뭐가 새로 생기는지 따위엔 관심이 없는 나로선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한 번에 하나. 인간이 할 수 있는 생각의 수다. 내가 어디를 가든 나는 동네의 구석구석을 다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좀 더 천천히 마음을 열고 그들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직 닥치지도 않는 카드 결제일에 벌써부터 인상 쓰지 말고, 그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즐겨보려는 마음을, 내일은 한 번쯤 시도해보려고 한다.
글은 후반부로 흐르면서 망원동을 샅샅히 훑는다. 워낙 미로같다는 그 말이 압도당해 애초에 골목을 머릿 속에 그려보기를 포기한 나는 작가가 불러주는 대로 그 모습을 음미하기로 했다. 카레, 우동, 맥주, 백반, 무엇 하나에도 대충 넘어간 부분이 없다. 어릴적, 내가 좋아하는 떡국에 엄마가 정성껏 고명을 얹이듯이 하나 하나 온 마음으로 그 순간을 보여주었다. 대구에 사는 내가 언젠가 망원동을 갔을 때, 그 모든 것이 하나도 없다 할지라도 조금도 서운함이 없게. 이제껏 수많은 맛집 프로는 '내가 못 가본 곳이 저렇게나 많다니, 다른 사람들은 다들 저렇게 맛난 거 먹으며 잘 사는데, 나는 이게 뭔가'라는 생각들로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서영인은 달랐다. 그녀가 먹어본 것을 내가 맛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강박감 대신, 삶이란 어디든 이러하고, 나의 맛을 찾는 모든 과정에서, 맛보는 매순간마다 온전히 '나'에게 마음을 기울인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다 누린 것이라 말했다.
기준을 바꾸면 제목도 달라진다. 오늘도 맛나고 보람차게 누렸지만 (아직도 누릴 것이 너무나 많다). 지금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듯이, 지금이 모인 오늘 또한 가난이라 칭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또 다시 쓸모없는 일들로 바쁠테지만, 적어도 이제는 누리면서 하리라.
*이 리뷰는 예스 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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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의 특산품은 누가 뭐래도 골목이라서,
골목과 골목 사이에서 또 길을 내는 골목을
떠돌다 보면 길을 잃기 마련이다.
골목을 돌고 돌아 큰길로 나오고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길인 것이
또 망원동 골목길의 매력이다. (p.215)
나를 무척이나 아껴주고 예뻐해주던 한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가 하루는 이런 말을 했다.
“만약 내가 서울에서 태어났고 우리집이 서울에 있었다면 이렇게
떠밀리듯 일찍 결혼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집이 없는 삶은 생각보다 많이 지치고 힘들더라고. 안주할 곳이 필요했던 것 같아. 나는.”
아마 인사동 어디선가 한정식을 먹으면서 한 이야기였던 것 같아.
선배는 틈틈이 내게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들을 사먹였다. 이십대의 나는 몸 돌보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대충 먹고 대충 자는
식으로 몸을 학대하고 있었으니깐.(그 결과가 지금의 나다.) 어쩌면
선배는 나를 볼 때마다 20대 때의 자기 자신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볼 때마다 잘 먹이고 싶었던 걸지도. 아마 그 말의 끝도 “제발 좀 잘 챙겨먹어. 제발 몸 좀 돌봐.”였을 것이다.
의식주는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라지만, 옷이나 먹는
것과 다르게 거주할 곳은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가령 강남에서 먹고 강남에서 옷을 사는
건 가능하지만, 강남에서 자기 ‘집’을 갖고 살 수 있는 건 선택된 소수에게만 가능한 거니깐. 따라서 ‘주’는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요소가 아닌 게 되어버렸다. 누구나 편안하고 안락한 ‘쉴 곳’을 원하지만, 서울에서 자기 집을
갖는다는 건, 적어도 혼자 사는 독신들에겐 매우 요원한 일이다.
사회생활에 지치고 힘들 때쯤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도피처’ 내지는 ‘피난처’로서의 집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누구에게나 거기서만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적어도 한 군데는
필요한 법이니깐.
그런 측면에서 ‘집’이 아닌 ‘방’의 삶을 살아야 하는 청년들의 삶은 외롭고 불안정하기 마련인데, 중년의 나이까지도 어떤 이유에서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 라이프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고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맨 앞에서 내가 인용한 그 선배의 말을 나는 정확히 이해했다. 왜냐하면
결혼하기 전까지 그 선배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아마 지방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을 왔거나, 여타 다른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살던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모두 충분히 공감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집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일년이나 이년마다 사는 곳을 옮겨야 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거처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를 알테니깐.
심지어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거주지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진다면 산다는 것의 고단함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나’라는 존재 자체가 초라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점을 간과하고 있는데, 정말 중요한 사실이 바로 이거다.
내 ‘주’가 나를 결정할 수는 없다. 내가 어디에 살건 상관없이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글쓴이가 그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점이 가장 고맙고 맘에 들었다.
이 책의 책소개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아무렇지 않게 말해서 더 슬픈 이야기들”
‘아무렇지 않게 말해서 더 슬픈 이야기들’이라는 건 시인 박준의
소감이다.
서영인 작가를 만날 때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작가는 그때도 망원에 있었고 지금도 망원에 있다. 사실 망원이 아니라도 상관은 없겠다. 울산, 도쿄, 뉴욕, 혹은 또
다른 어디든. 작가 곁에는 늘 가난이 있을 것이고 가난을 후려치는 유머가 있을 것이며 마르지 않는 맥주와
멈추지 않는 문학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서 더 슬픈 이야기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처럼.
박준의 이 글을 가장 먼저 발견했었다. 서영인은 문학평론가라는데
내 기억엔 이 사람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주변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한 포스팅을 유난히 많이 올렸다. 대부분은 ‘인간’ 서영인과의 개인적 관계나 에피소드를 곁들인 글이었는데, 그
포스팅들을 읽으면서 인간 서영인과 그가 썼다는 산문집이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깊이 애정하고 사랑하는 걸까, 실은 그게 궁금했던 것 같다.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책의 제목을 몇 번이나 입 속에서 궁글려 보았다.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가난한 건’ 어쩔 수 없는 숙명 같은 거지만, ‘바빴다’는 부분에서 지인들이 이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이 사람은 자기 일을 사랑하는
구나, 패배주의나 열패감에 빠져 있지 않구나, 스스로 자멸해가거나 타인이 자신의 삶을 파괴시키도록 하지 않는 사람이구나. 자기를
사랑하는 것처럼 자기를 둘러싼 것들에도 한결같이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을 통해, 그리고 그를 아끼는 지인들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을 통해 갖게된 작가와 산문집에
대한 이미지였는데, 이 책의 내용이 딱 그랬다.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의 무능이나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므로. 그러나
가난은 불편한 것이다. 따라서 그 가난의 구조적 원인이나 이유를 생각한다. 그것은 한 개인의 삶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는 데로까지 확장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하루하루를 공부한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고 날마다 삶을 성찰한다.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는 하루하루의 ‘삶’을 산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서영인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쩐지 황인숙 시인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보다는 좀더 당차고 올곧은 사람 같았다.
곧 마흔이
되는 후배가 마흔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냐고 물었다. 40대가 되는 게 불안하다고, 어떻게 40대를 준비해야 하냐고.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했다. 요가도 좋고 웨이트도 좋고 유산소도
좋고, 뭐든 좋으니 건강을 잘 챙기라고. 그리고 잘 먹으라고. 사십 대가 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건강도 확 안 좋아질 수 있으니 삼시 세끼 몸에 좋은 걸로 잘 챙겨먹고
운동 열심히 하라고.
물론 이것도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긴 한데, 사실 정말로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일상을 튼튼히 하라는 것.’ 성경의 비유를 패러디 하자면 “너의
일상을 모래 위에 세우지 말고 반석 위에 세우라는 것”이다.
중년의 삶은
청년의 삶보다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직장도 있고 가정도 있고 집도 있다. 그게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선 불안정한 것이지만 자신도 타인도 그런 가정은 안 하려고 한다. 직장도 가정도 집도 ‘늘’ ‘거기’ 있으니깐 지금 그런 것처럼 앞으로도 그러려니 한다. 그럴 때 찾아오는 가장 무서운 게 ‘권태’다. 내가 암에 걸려, 내 부모가 암에 걸려 삶에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늘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이 무료해서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후자가 전자보다 결코 가벼운 위기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삶의 아이러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바람을 피고, 누군가는 알콜 중독이 되고, 누군가는
도박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한 번의 실수 내지는 일탈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삶을 진창으로
만든다. 일상이 무너지고 나서야 후회하지만, 다시 그 일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가난’이 그런 것처럼 ‘공허’도 순간 순간 도둑 같이 찾아오는데, 평소에
일상을 튼튼하게 다져놓지 않으면 백전백패하게 된다. 그렇게 무너지는 사람들과 가정을 주변에서 수도 없이
많이 본다.
교보문고와 알라딘의 베스트셀러 목록보다 동네 서점의 처음 보는 책들이, 길 건너 한강문고의 ‘청년을 위한 책’이나 ‘여름밤의 추리소설’ 같은 목록이 나는 더 좋다. 예상 못한 언더그라운드가,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꾸만 깨우쳐 주는 맨홀처럼, 존재감을 발하는 동네서점들도 더 많이 생겨서, 주야장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보이는 세계 안쪽의 지층에서
원룸의 구석에 작은 책장을 놓고 이상한 목록을 구성하는 인류가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저는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만” 하고 답하며 고개를 돌려 조용히 책을 읽는. (서영인, 「동네 서점에 간다」, p.80)
동네서점에
가는 게 뭐가 중요한가? 자기만의 책장을 만들고 목록을 만들어 책을 읽는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자신의 일상을 튼튼히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한동안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일상을
튼튼히 하는 방법’은 ‘소확행’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서영인은 그 방법은 잘 알고 있고, 자신의 삶을 그렇게 튼튼히 구축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은 ‘가난’할지언정 늘 바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가난이 자신을 파괴하게 하지도 않으면서 그로
인해 타인도 불행하게 만들지도 않으면서. 그래서 그의 친구들도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걸게다.
우리 부부는
정말 가난하게 유학생활을 했다.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데 일년에 한 번도 스타벅스를 못 갈 정도였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 제일 큰 벤티 사이즈로 하나를 사서 둘이 나눠 먹을 정도였다. 삶은 달걀과 감자가 우리의 주식이었다. 그래도 종종 꽃은 샀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경우냐. 그럴 돈 있으면 밥을 사먹어라. 꽃이 밥 먹여주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꽃을 사는 행위, 작은 방 안에 꽃을 꽂아두고 그것을 보는 행위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향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걸 포기할 수가 없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지켜야 하는 게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품위라고 생각하니깐. 내가 가난한 유학생활에도 피폐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 내 인간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이 작가가 참 좋았다.
타인이 인정해주건
그렇지 않건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품격을 유지하는 것. 나의 가치는 누구도 훼손할 수 없다는 걸 기억하고
삶을 통해 그걸 유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삶을 지탱하게 해준다. 의식주보다 중요한 것,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중요하고, 어디에 사느냐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건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품격을 유지하는
일이 아닐까.
다정함과 무심함 사이, 모르는
척 지나칠 때마다 잠시 뒤통수를 긁적이는, 이 골목에서 우리는 딱 그만큼의 공동체로 산다. 나름대로 자기만의 생활과 비밀을 가지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재미있을 거라고 호의적으로 상상하고 내색하지는 않으면서. (p.243~244)
이러한 가치가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타인의 가치도 인정하고 인류의 품위와 품격까지도 생각하고 존중하는 사람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불안 때문이든
권태 때문이든, 혹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이유 때문이든 일상이
흔들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당신이 사는 그곳에 견고히 발 딛고 살면서 일상을
튼튼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의 가치를 알고 어느 순간에도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는 것을,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각인시켜줄테니 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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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본 순간 책 제목이 주는 느낌이 매우 강렬했다.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쁘고... 하지만...
가난, 쓸데없음, 바쁨, 하지만... 이 말들을 모아놓은 책 제목에서 깊은 공감이 느껴졌고, 슬프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지금의 내 삶이 그런 것 같다. 그다지 부자가 아니니 가난하다고 할 수 있고, 매일 매일 바쁘게 살고 있는데 쓸데없이 바쁠 때도 많은 것 같고, 하지만 이런 가난과 바쁨속에서 항상 더 나은 내일과 미래를 꿈꾸고는 있다. 이 책도 '만'이라는 말 속에 반전과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문학평론가, 한국문학연구자, 대학 시간강사, 번역가, 에세이스트... 다양한 직업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이 책에 담아낸 것 같다. 이 책의 배경은 서울 망원동이다. 망원동이 어디지? 검색을 해보니 서울 마포구에 있다. 아직 망원동에 가본 적이 한번도 없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은 '망원동에 살고 있는 나이 든 독신 임시 거주자의 삶에 대한 관찰기'라고 말하고 있다.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는 글이 아니라 저자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이다. 내가 예상한 내용과 달라서 책을 읽으면서 그 기대감이 낮아졌지만, 읽다보니 저자의 일상이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보이는 점이 나름 매력이 있는 책이다. 관찰력과 필력이 탁월한 작가의 에세이이다. 책 중간 중간에 예쁜 그림(삽화)가 있고, 책 내용은 마치 친구가 "나 이렇게 살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편안하다. 집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집은 임시 거주지... 우리나라에서 거주할 집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말하는데, 집 없이 살 수 없는 똑같은 사람이기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전세를 구하는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고, 쫓기듯이 계약을 해야 하는 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망원동에 있는 술집, 밥집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근데, 술집과 밥집에는 '집'이 붙고, 옷가게와 신발가게는 '가게'라는 말을 사용할까 하는 별난 궁금증이 생겼다. 술과 밥은 집처럼 더 가깝고 친근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목욕탕에 가서 세신의 신세계를 경험한 이야기, 채식을 선호하는 식성에 대한 이야기, 하수구가 고장나 집수리를 하던 이야기, 동네 서점 이야기, 마라톤 풀코스를 뛰던 이야기, 망원동의 음식점 이야기... 저자는 2002년부터 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매번 있었다고 한다. 미선이 효순이 추모 항의 집회,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 국정농단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촉구 집회... 집회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혼밥을 즐기고, 마라톤을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마라톤을 해 본 나로서는 저자의 마라톤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폐활량보다 통증이 더 문제라는 것, 느리게 천천히 달린다는 것... 한국에서 열리는 조중동 개최 마라톤에는 참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자기 주관이 확실하고, 자기 주장도 강하게 하는 저자이다. 집에 대한 단상은 공감이 더 강했다. 기승전부동산으로 종결되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와 급증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내 관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내 집이 아니더라도 집값이 오르나 안오르나 상관없이 사는 동안 자신의 생활에 맞는 구조를 찾고, 조금씩 고쳐 가기도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전세 아니면 월세일텐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세상 평화로운 얼굴로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세입자를 보면 좋겠다.(p.120, 121)" 이 책은 두 가지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누가 그랬니, 인생이 마라톤이라고'에서는 저자가 살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이야기해주고, '이상한 나라의 토끼처럼, 오늘의 망원동'에서는 망원동을 말해주고 있다. 한 편 한 편이 마치 오늘의 이야기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한번에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각 챕터에서 마음에 드는 소제목의 글들을 먼저 읽었고, 지금도 다 읽지 못한 소제목 글들을 밤에 잠을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읽고 있다. 나의 마라톤 편력기, 펄럭이는 태극기 골목, 하수구가 막혔다, 독신을 위한 아파트는 없다, 루진과 기본소득, 짬뽕 없는 중국집... 글을 읽다보니 짜장면과 짬뽕이 없다는 망원동 '진진' 중국음식점에는 꼭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서 중국요리에 술 한 잔을 하고 싶었다. 평론가가 쓴 책을 어찌 감히 내가 서평이라고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책은 저자의 일상과 삶을 옆에서 바라본 느낌이다. 동수저 하나도 물지 못하고 태어난 나, 보통의 대학을 졸업하고 보통의 직장에서 생계를 위해 일하는 나, 보통의 아파트에서 가족들과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행복을 찾는 나에게는 이 책의 저자가 보여주는 삶은 "나와 비슷하구나.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위로와 격려를 기대하면서 책을 펼쳤기에 그렇지 않은 내용에 독서 초반에는 기대만큼의 재미와 몰입감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한 편 한 편 읽을수록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는 책인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내가 살아오고 살아갈 삶을 이 책처럼 써보고 싶다는 충동도 조금 느껴졌으니 이 책이 내게 적지않은 재미를 준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읽지 않은 나머지 내용들도 간간이 조금씩 침대에 누워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마포구 망원동에 가서 저자가 말해준 밥집과 술집에서 이 책을 떠올려보고 싶다. 에세이 책을 읽고, 그 에세이 속에 나온 동네에 가서 책에서 말해준 내용들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 만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서유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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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한국문학 연구자 의 에세이다.
이름만으로 왜 이십대의 아가씨가 연상됐는지 모르겠다. 책을 다 읽어갈때까지도 젊은 화자를 상상하며 읽었다. 어디서 그런 느낌을 받은 걸까? (갸우뚱) 글에서 종종 나이가 예측되기도 하는데, 저자의 글에서는 젊은이가 느껴졌었나보다.
마라톤, 맥주, 채식주의, 망원동.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일치하는지를 비교해서 공감하고, 신선한 충격에 기분이 좋아지거나 하는 게 내가 에세이를 즐겨 읽는 이유다. 이 책은 에세이를 읽는 이유가 조금 덜 했다.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괜찮았다. 2부는 망원동에 있는 맛집을 투어하는 느낌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맛있음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한번 가보고 싶다", "나도 맛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기대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음식점 소개로 책장이 줄어드는게 아쉬웠다.
'망원동' 이 어떤곳인지 한번도 가본적 없다. 잘 모르는 동네인데, 소설에도 에세이에도 자주 언급된다. 검색을 해보니 예능프로에서도 자주 나오는 동네인가보다.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나보다. 소비가 많고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더 발전하고 유명해진다. 이런 선순환이 망원동 여러곳곳을 '핫플레이스' 로 자리매김하게 했나보다.
"이 층 높이만큼만 떠나와서 약간만 고급인 맥주와 함께하는 비좁게 드러난 하늘 정도의 낭만.
저자는 망원동에서 생활한지 5년차라고 했다. 이번에 전세를 연장하면서, 세면대도 고쳤다고 했다. 망원동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진 듯 보였다. 정착해 살면서 자연스럽게 정이 드는 애정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망원동을 탐험하고 속속들이 방문하며 몸소 체험하며 능동적으로 생겨난 애정이다. 책 한권을 할애해 망원동을 탐구하고, 좋은 것들만 기록한 '망원동 탐구기'에 가깝다.
책에서 언급한 사랑했던 가게들이 없어져, 혹여나 독자들이 일부러 찾아왔는데 문 닫은 경우의 낭패감을 우려하기도 했다. 행복과 기쁨을 줬던 단골가게가 사라지는데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또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난다. 사라지고, 새로 생긴다. 생명체든 건물이든 살아있는 것들의 공통점이다.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것.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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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읽고 싶었던 책, 책의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책, 나에게 이책은 그런책이었다. 책속에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서울에 살지 않아도 망원동이라는 동네를 들어본적이 있다. 어쩌면 서울 나들이를 하면서 망원동을 지나갔을수도 있고 그곳을 거닐었던 적이 있을수도 있을것이다. 작가는 망원동에 살면서 동네를 구석 구석 다녀본 이야기를 이책에 담고 있다. 아주 평범한 이야기들, 집에 대한 이야기와 밥에 대한 이야기, 술집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냥 평범한 이야기라고 할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음에 좋았던것 같다. 글들과 함께 있는 그림이나 사진도 너무 좋았다. 그냥 보면서 읽고 있는 그순간이 좋게만 느껴졌던것 같다. 저자가 살아가는 지금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그런가보다. 이책의 저자는 마라토너이기도 하고 문학 평론가이기도 하고 한국 문학 연구자이기도 번역가이기도 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라는것을 알고는 더 놀랬던것 같다. 독특한 이력들과 다르게 너무 평범한 모습을 담고 있어서 그랬던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떠오른 생각은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모습이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이 공간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면서 망원동, 그곳의 모습을 알지 못하지만 책을 통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모습이 맞는지 나중에 서울 나들이를 가면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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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주민의 망원동 탐방기. 10년 살던 동네에서 이사한 지 2년이 되었다. 난 아직도 원래 동네에서 머리를 하고, 치과검진을 받고, 반찬가게에 가서 반찬을 사오고, 분식을 포장해온다. 일주일에 2-3회는 방문하는 것 같다. 이유는 원래 동네랑 가깝기 때문에 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거기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저자도 망원동에서 세탁소, 서점, 빵집, 편의점, 문구점 등 단골집이 생기면서 진정한 망원동주민이 되어간다. 넓디넓은 서울에서 ‘우리동네’라고 불릴 곳이 생기는 건 좋은 일 같다. 1인용 옻칠식기세트에 예쁘게 밥을 차려먹어 보기도 하고(한 달 후 그게 사치인지 깨닫게 됨), 집근처 작은 서점을 탐방하기도 한다. 하수구가 막힌 이야기가 가장 웃기면서 생활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수구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한지 깨달았다. 우리집도 하수구 이음새에서 냄새가 난 적이 있는데 머리가 아플 정도고 집 전체가 악취가 진동했다. 실리콘으로 이음새를 막고 나니 평화가 찾아왔다. 생활이라는 건 모름지기 그런 작은 것들이 다 편안한 상태일 때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여유일지도..... 내가 좋아하는 작은 가게들, 밥집들, 술집들....의 목록과 거기에 대한 나의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니 나도 (새로 이사한) 우리 동네에서 그런 가게들을 찾아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진정한 **동 주민이 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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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선택하게된 책이었다. 제목을 조금 바꿔보자면 쓸데없이 바쁘지만 오늘도 가난한 사람들의 공감 에세이였다. 망원동의 임시 거주자라고 밝힌 작가님은 책 곳곳에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한번도 가본적 없는 망원동이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눈감고 그의 집주변을 상상하면 적당히 동네가 그려질 정도였달까? 그렇게 연상하며 읽다가 망원동은 나도 모르게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있었다. 동네 예찬과 더물어 인상깊던건 채식주의자로써의 작가님이었다. 주변사람들과 식사를 하게되면 겪는 소소한 에피들을 읽을때 내 지인이 생각나곤 했는데 가끔 곤란한 상황들 겪는 모습을 옆에서 봐왔던 터라 작가님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가려는 모습이 왠지 더 대견하게 느껴졌고 기억에 남는것 같았다. ?또 기억에 남던건 하수구가 막혔다라는 에피였다. ?매번 이용하는 집안 핫플레이스가 고장났을때 혼자 최대한 해결해보다 손쓸 수 없어 설비 아저씨를 부른 일은 나의 자취생활이 생각나면서 괜히 눈가가 촉촉해지는 에피여서 이것 또한 인상깊었다. 그리고 하나 더 동네 맛집이야기!? 음식을 사랑하는 작가님이라고 느껴진게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이 꽤 컸는데 그 중에서도 망원동에 살면서 하나하나 개척해나간(?) 작가님만의 맛집 리스트들이였다. 생각해보면 이것 때문에 책을 다 읽고나서 망원동이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진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던것 같다. 문학평론가이자 대학강사라는 작가님의 소소한 여러 이야기들로 행복했고 다시 책으로 만나보고 싶은 작가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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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이 든 독신 임시 거주자로 택한 삶의 보금자리는 망원동이다. 어릴 적에 살았던 망원동이 불쑥 나와서 반가웠다. 그녀가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들 속에 묻어나오는 인간미 넘치는 에피소드들은 정겹기만 하다. 예전에 살던 동네가 아닌 곳에 살게 되면 주거 반경으로 뻗어나가는 모든 일상이 새롭게 다가오게 마련이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내 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그렇게 소소한 일들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느끼고 근처 맛집을 하나둘씩 찾아가서 맛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싶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예전에 살 때는 그래도 이웃과 소통하며 지냈다는 걸 잊은 지 오래되었다. 익명의 사회에서 일상은 개별 공간이 되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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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서영인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두 남매가 어린 시절 머물던 우리 동네의 옛모습을 추어하게 한다. 모든 것이 한가하고 조용하며 짭쪼름한 바닷 내음과 함께 애잔함이 그득 느껴지던 그 곳. . 나에게도 그런 추억의 장소가 있다라는 것이 그동안 바삐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기분 좋은 회상이 일상에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망원동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이 책을 보면서 나도 그곳 어딘가에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 사이에 한적한 곳을 찾아 그곳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책을 생각하면 자꾸 그런 이미지만 떠오른다. 상업적 가치를 포기하고, 남들이 부추기는 생활의 윤택 같은 것 보기를 돌같이 하며, 어쩐지 은밀한 왕따가 되어 자신의 삶을 밀고 나가는, 그런 은둔자의 이미지가 마뜩치 않으면서도 그게 부러운 것도 어쩔 수 없다. 햇빛이 잘 드는지,나중에 집값이 오를 건지, 지하철 역이 가까운지를 따지기보다 좋은 공원과 좋은 도서관이 있는지를 따지는 취향. 돈을 벌기보다 소비를 줄이는 삶을 택해 매일 도서관에 가서 그 전날 읽던 책을 이어 읽는 일을 반족하는 삶./p78 집 근처에 작은 책방이 생겼다고 하며 꼭 가본다. 나에게서 도서관을 땔래야 땔 수 없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큰 대형 서점이 주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독립 책방들이 여기저기 생긴다는 건 나에게 참 반가운 일이다. 망원동의 작은 책방을 나또한 방문해보고 싶다. 그리고 너무도 공감했던 것은 내 취향 또한 이와 비슷하다. 집을 사는 데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도서관에 가까운 것을 염두해두고 있다라면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은둔자의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럼 어떤가.. 나만 좋으면 되지 않는가.. 나와 생각과 방향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신이 나는 것처럼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들을 순간순간 많이 하게 한다. 내 맘을 어쩜 그리도 잘 아는지.. 오래된 연립을 개조해서 새 가게가 생기는 광경을 목격하고, 낡은 지붕과 붉은 벽돌로 된 벽들이 어떻게 기우뚱한 개성을 얻어 가는지를 지켜보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거기에 줄을 서고 사진을 찍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되는 것도 물론 즐겁다. 그러나 그 와중에 힙하지도 트렌지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촌스럽고 당당하게 자신의 밥을 먹는 일이란, 얼마나 한결같고 얼마나 놀랍도록 참신한지를 이렇게 가끔 깨닫는 일은 훨씬 더 경이롭다./p147 그곳에서 망원동의 밥 냄새를 함께 느끼는 기분이 든다. 꽤 거창하고 화려한 모습은 아님에도 문밖을 나서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풍경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소박한 글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내 동네 또한 그와 비슷한 정취를 느끼게 되는 묘한 동질감은 뭘까. 그렇게 모두의 망원동이 우리에게 있는 듯하다. 유난스럽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게 말을 건네주는 편안한 글 속에서 가을이 깊어지면서 바깥의 차가운 기운과 함께 동네의 별 다를 바 없는 풍경들이 나에겐 다시 비춰보인다. 우리 동네를 조용히 걷고 싶어지는 마음에 주말엔 보지 못했던 풍경을 마음에 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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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좋아하는 과목중에 '사회'가 있었다. 분명 산수나 자연보다 쉬웠고 무엇보다 아기자기한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