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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집안의 종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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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명숙씨의 '허난설헌'을 읽었다. 솔직히 허난설헌은 나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였다. 나는 그녀를 그저 시작에 소질이 있었던 허균의 누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누가 나에게 조선시대에 시인으로 명망을 떨쳤던 여인들 이름을 대보라고 했다면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신사임당이나 황진이라고 얼른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작가의 말처럼 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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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명숙씨의 '허난설헌'을 읽었다. 솔직히 허난설헌은 나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였다. 나는 그녀를 그저 시작에 소질이 있었던 허균의 누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누가 나에게 조선시대에 시인으로 명망을 떨쳤던 여인들 이름을 대보라고 했다면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신사임당이나 황진이라고 얼른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작가의 말처럼 황진이와 신사임당은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상에 부합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남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추앙 받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허난설헌은 씩씩하고 강인한 성품에 더해 글씨와 시작에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사대부가 부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남편 김성립을 비롯한 주변의 보잘 것 없는 남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시어머니 송씨 등 여자들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허난설헌은 시대를 잘 못 만난 여장부였다. 칠거지악, 삼종지도를 가르치며 여자에게 복종만을 강요하던 조선시대와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허난설헌은 애초에 궁합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불공평한 관습에 맞서 허난설헌은 처절하게 투쟁했지만 결국 여성을 억압하는 시대에 굴복하고 만다. 그리고 27세 젊은 나이게 한 많은 세상과 이별을 고한다. 솔직히 여성차별과 억압의 역사를 말하는 것은 이제 지겹다. 물론, 지금은 조선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인식이나 대우가 향상됐다. 하지만 그런 역사는 너무 뿌리가 깊기 때문에 은연중에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 한 채로 지나쳐버린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은연중 일어나는 남녀 차별을 못 본 척 혹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고백 컨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가슴이 뭔가에 짓눌리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잠시동안 과연 그것의 정체가 뭘까 고민에 빠졌지만 곧 나를 짓눌리게 한 놈의 정체를 밝혀냈다. 그것은 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의 삶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조선시대가 가졌던 폐쇄성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허난설헌은 후세 사람들에게 두 명의 아이를 잃고 외롭고 고달픈 일생을 살다간 불쌍한 여인으로 전해지고 있다. 허난설헌의 몸종인 감정은 심지가 굳고 페미니스트적 성향이 강한 여성이지만 어릴 적 허구한날 엄마를 구타하는 아빠에게 성적 모욕을 당한 끝에 집을 나온 딱한 소녀이다. 또한, 허난설헌의 시어머니 송씨에게 자신의 삶은 중요치 않다. 아들래미 김성립의 대과 급제가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보람이다. 그래서 며느리가 아들보다 성품, 재능 어느 모로 보나 뛰어나다는 알면서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허난설헌이 우리에게 국제적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각인 되어 있었다면?, 허난설헌의 시어머니 송씨가 남편, 자식보다 좀 더 자신의 인생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았다면?, 허난설헌의 몸종 감정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페미니스트였다면? 부질없는 가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상상을 해본다.

[인상깊은구절]
난설헌이 비단옷 곱게 차려 입고 서실로 쓰는 방에 들어서면 이달은 부신 듯한 눈길로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난설헌에게 그런 눈길은 낯선 게 아니었지만 스승인 이달이 그런 말을 할 때면 유난히 가슴이 설레며 어린 마으메 자만심까지 느끼곤 했다. 당대의 풍류남아로 장안의 이름 있는 기생들을 다 만나고 다닌다는 그가 아닌가. "오늘은 두목지를 만나야겠다. 당송 이래로 시가로 이름을 날린 사나이들이 많다마는 그 중에서 네 배필을 찾는다면 아마 두목지가 아닐까 싶구나."
a****r 2000.11.1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여성들이여, 읽어라~
"여성들이여, 읽어라~" 내용보기
여성들이 알아야 할 여성이, 명성황후, 신사임당, 클레오파트라 등이겠지만, 허난설헌을 모르고서, 조선의 후예라고 할 수 있을까? 불꽃의 자유혼, 허난설헌! 그녀의 비참할 정도로 불운했던 일대기, 읽어야 산다! 한국 여성들이여, 허난설헌을 읽어라~ 이 책의 주인공인 김신명숙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모두 써 지은 이름으로, 지은이부터가 비범치 않은 사람인데, 여성의 관점에
"여성들이여, 읽어라~" 내용보기
여성들이 알아야 할 여성이, 명성황후, 신사임당, 클레오파트라 등이겠지만, 허난설헌을 모르고서, 조선의 후예라고 할 수 있을까? 불꽃의 자유혼, 허난설헌! 그녀의 비참할 정도로 불운했던 일대기, 읽어야 산다! 한국 여성들이여, 허난설헌을 읽어라~ 이 책의 주인공인 김신명숙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모두 써 지은 이름으로, 지은이부터가 비범치 않은 사람인데, 여성의 관점에서 쓴 글들이 공감할만하고, 허난설헌의 찾기 힘든 시들도 많아 좋은 자료가 될 법하다. 이야기도 재밌어, 소설읽는 기분으로 줄줄 일거나갈 수 있다는 게 또 장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허난설헌의 팬이 될 것이다. 읽어보시라, 무작위 추천이다.
YES마니아 : 로얄 y***n 2002.08.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