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영선생을 소개하는 말 - 소설과 사진, 음악 등 여러영역의 미적 현상들을 다양한 이론의 도움을 빌려 읽으면서 자본주의 문화와 삶이 갇혀 있는 신화성을 드러내고 해체하는 일에 오랜 지적 관심을 두었다. 시민적 비판정신의 부재가 이 시대의 모든 부당한 권력들을 횡행케 하는 근본적이 원인이라고 믿으며 신문, 잡지에 칼럼을 기고했다. 여러대학에서 예술과 철학에 대한 강의를 했으며 철학아카데미를 비롯한 인문학 기관에서 철학과 미학을 주제로 강의했다.
1952년에 태어나 2018.8.20, 하늘나라로 가셨다, 불과 석달전,
자목련님의 블로그에서 책 소개를 읽고 나서야 김진영선생이 칼럼에서 간혹 봤던 분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제법 오래 연재하고 있던 칼럼이었다. 이럴 때는 당혹스럽다. 왜 나는 이런 분을 흘려 읽었을까? 세상에는 사라지고 나서야 기억하고 애도하는 일이 많다. 그분의 짧지만 단정한 글을 한장 한장씩 넘겨가며 왜 몰랐을까 싶어 후회스럽다
이 책은 임종 3일전, 섬망이 오기 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쓴 글을 모았다. 그는 생전에 내려고 이 기록을 책으로 내려고 결심을 했고 그 까닭을 작가의 말에 밝혀놓았다.
"....환자의 삶과 그 삶의 독자성과 권위, 비로소 만나고 발견하게 된 사랑과 감사에 대한 기억과 성찰, 세상과 타자들에 대해서 눈 떠진 사유들, 혹은 그냥 무연히 눈앞으로 마음 곁으로 오고 가고 또 다가와서 떠나는 무의미한 순간들이 그 기록의 내용들이다. ....한 개체의 내면 특히 그 개인성이 위기에 처한 상황 속 개인의 내면은 또한 객관성의 영역과 필연적으로 겹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가장 사적인 기록을 공적인 매개물인 한권의 책으로 묶어보고 싶은 변명일수도 잇겠다. 하지만 이 책이 나와 비슷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의 위기에 처한 이들에 조금이나마 성찰과 위안의 독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반드시 변명만은 아니리라"
부인과 아들에 대한 글, 거리와 사람들의 풍경들, 세상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주장이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을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오직 사랑뿐이다. 오직 자기 안으로 천착하고 다른 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암 진단을 받고 나서 날마다 쉬지 않고 성실하게 기록한 일기, 삶에 대한 애정과 생활에 대한 경외. 버릴 것이 없는 문장들...
1. 아침의 피아노.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나는 이제 무엇으로 피아노에 응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틀렸다. 피아노는 사랑이다. 피아노에게 응답해야 하는 것. 그것도 사랑뿐이다.
4. 슬퍼할 필요도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7. 내가 존경했던 이들의 생몰 기록을 들추어 본다. 그들이 거의 모두 지금 나만큼 살고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내 생각이 맞았다. 나는 살 만큼 생을 누린 것이다.
14. 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다 내게는 이 삶에 성실할 책무가 있다. 그걸 자주 잊는다
61. TV를 본다. 모두들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79. 아침산책. 또 꽃들을 들여다본다. 꽃들이 시들 때를 근심한다면 이토록 철없이 만개할 수 있을까.
116. 사이사이 지나가는 천진하고 충만한 순간들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생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그래서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중립의 시간이 있다. 그 어떤 불행의 현실도 이 불연속적 순간들, 무소속의 순간들, 뉘앙스의 순간들을 장악할 수 없고 정복할 수 없다. 그래서 불행의 현실들 속에서도 생은 늘 자유와 기쁨의 빛으로 빛난다.
218. 걱정하지마, 라고 주영이 말한다 그래 걱정하지 않을게.라고 대답한다. 걱정하지 않으면 무엇이 대신 남을까. 명랑성.
234. 나는 편안하다.
로 이 일기는 끝이난다....
이 책을 대하는 자세, 한번에 읽지 말고 곁에 두고 두고 음미하면서 읽기. 발췌하고 싶은 문장은 모두다. 이렇게나 단단한 말들이 나에게 왜 이리 늦게 도착했을까 |
|
52.
내가 상상하지 않았던 삶이 내 앞에 있다. 나는 이것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철학자 김진영 선생은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를 번역했으며, 그 자신이 암 선고를 받은 뒤 그 형식을 빌어 13개월 동안 자신을 기록했다. 작가의 말에는 '이 기록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써진 사적인 글들이'라고 하면서 굳이 책으로 펴내는 이유에 대해 '나와 비슷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의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성찰과 위안의 독서가 될 수'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생소한 철학자의 이름은 격주로 나가는 모임에서 들었다. 소개한 분이 선생의 문장이 피아노 음률처럼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문장 아래 흐르는 정신이 우리가 추구하는 자세와 비슷하다며 몇개의 문장을 가져와서 읽어주었다. 이 책을 처음 폈을 때는 빈 공간이 많아서 좋았다.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있기에 생각지도 못한 책들 읽어야하는 부담이 적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오늘 아침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선생이 이 책을 펴 낸것이 내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여준 선생의 글들은 어떤 가식도 없이 내가 가야할 길에 발자국을 먼저 내주었고, 나는 그 발자국을 따라가며 지금 내 모습을 객관화 시키려 하고 있다.
40.
강의 중에 '사건'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입에 올렸던가. 그런데 그것들은 모두가 책에서 읽고 들은 풍문이고 코드들이었다. 사건은 그런 책들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위기를 만난 마음속에서 태어나는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은 놀랍고 귀하다. 정신과 몸이 함께 떨리는울림. 이 울림은 모호하지 않다. 종소리처럼 번지고 스미지만 피아노 타음처럼 정확하고 자명하다. 더불어 글이 무엇인지도 비로소 알겠다. 그건 이 사건들의 정직한 기록이다. 글을 어떻게 쓰는 건지도 알겠다. 그건 백지 위에 의미의 수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오선지 위에 마침표처럼 정확하게 음표를 찍는 일이다. 마음의 사건- 그건 문장과 악보의 만남이기도 하다.
글은 수식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사건을 정확하게 기록하는데 있다는 이 말이 내겐 새벽에 듣는 종소리처럼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요즘 내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름다운 문장의 이어짐이 아니라 투박하지만 깨끗하고 간결하면서 꾸미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좋은 글이라는 칭찬을 받고 싶어서 이리저리 글들의 배치를 고민하고 있던 내 모습이 얼마나 없어보이는지. 나는 이 단락을 인쇄해서 찗은 글이라도 끼적이는 책상 앞에 붙여 두었다.
145. 은혜와 공로
돌아보면 살아온 일들이 꿈만 같아서 모두가 고맙다. 나는 평생 누군가의 덕분으로 살았지 나 자신의 능력과 수고로 살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안다. 갚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내가 가진 것들이 있다면 그건 모두가 내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다. 이별의 행복, 그건 빈손의 행복이 아닌가.
161.
생은 불 꺼진 적 없는 아궁이. 나는 그 위에 걸린 무쇠솥이다. 그 솥 안에서 무엇이 그토록 끓고 있었을까. 또 지금은 무엇이 끓고 있을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생이 찾은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있기를 원했지만 선생은 6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독자인 나는 그가 남긴 '사랑'에 대한 글을 읽으며 내 인색한 날들을 반성하는 중이다.
|
|
작고한 철학자 김진영의 책을 근래에 자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생전에 그의 강연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벤야민에 대한 그의 연구 성과는 매우 탁월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이별의 푸가>와 더불어, 이 책은 저자가 유고로 남긴 수필집이라고 한다. 병상에 있으면서 틈나는 대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한 일종의 ‘병상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는 저자가 작고한 후에 출간된 이 책에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라는 부제를 덧붙였다. 아마도 생전에 저자가 바르트의 <애도일기>라는 책을 애독했고 이 책에도 여러 번 인용을 하고 있기에, 그렇게 부제를 붙인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책의 말미에 수록한 ‘작가의 말’에 의하면, 저자는 ‘2017년 7월 암 선고를 받’고 ‘그동안 이어지던 모든 일상의 삶들이 셔터를 내린 것처럼 중단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간혹 완치를 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아직까지 암이란 병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질병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게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고 환자의 삶을 살기 시작’한 저자는 틈틈이 일기를 남겼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2017년 7월부터 시작하여, 저자가 작고하기 직전인 2018년 8월까지의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진단을 받았던 초기에는 비교적 길고 상세한 내용의 글들이 이어지다가, 작고 직전의 글들은 몇 개의 표현을 나열하거나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 제시된 편집자의 전언처럼, 저자는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이 글들을 썼다고 한다.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 썼을 그의 글은 ‘내 마음은 평안하다.’라는 내용이다. 병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점점 악화되는 병세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던 이전까지의 글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다고 하는데, 저자 역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혹은 슬픔에 젖어 있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남기는 위로의 말은 아니었을까? 이 책을 통하여 병상에서 힘겹게 투병을 했을 저자의 생전 모습이 어느 정도 상상이 되기도 했다. 이제 고통과 질병이 없는 세상으로 떠난 저자의 명복을 빌고, 그곳에서는 부디 평안하기를 빌어본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
김진영이 쓴 『아침의 피아노』를 읽다가, 눈에 띈 한 구절을 옮긴다.
환자의 주체성은 패러독스의 논리를 필요로 한다. 생의 근원적 덧없음과 생의 절대적 존재성, 그 사이에서 환자의 주체성은 새로운 삶의 영토를 연다. (83쪽)
환자는 말 그대로 아픈 사람이다. 몸이 아픈 사람은 “생의 근원적 덧없음”을 느낀다. 몸이 많이 아플수록, 그래서 생이 위협을 받을수록 생은 그만큼 덧없어진다. 생명으로 태어난 존재는 어김없이 죽어야 하지 않는가. 지구도 한계지점이 있고, 태양도 한계지점이 있다. 그 안에 사는 인간이 어떻게 죽음이라는 한계지점을 벗어날 수 있을까? “생의 근원적 덧없음”은 그러므로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라면 어김없이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라고 하겠다.
지은이는 이러한 환자의 숙명에서 “생의 절대적 존재”라는 또 다른 면모를 본다. 덧없는 생명이 어떻게 생의 절대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까? 환자의 주체성을 패러독스의 논리에서 찾는 지은이의 관점을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생명은 죽음이라는 한계지점과 그 죽음을 넘어서는 무한성을 한 몸에 안고 있는 모순덩어리인지도 모른다. 생의 절대적 존재를 영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영생이란 생명으로 태어난 자는 이를 수 없는 지점이다. 영생이라는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생의 절대적 지점에 이를 수 있는 단서를 얻는다. 지은이는 생의 근원적 덧없음을 느낀 자리에서 동시에 생의 절대적 존재성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덧없음과 절대성 사이에서 환자의 주체성은 새로운 삶의 영토를 열어젖힌다는 점에 있다. 덧없음을 덧없음으로 한정하지 않고, 절대성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다면 생명은 새로운 삶의 영토에 이를 수 있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그 지점이 어떤지는 사실 그 지점에 이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덧없음을 넘어선 자리에 있다는 데서 그것은 절대성으로 이어지고, 절대성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것은 기꺼이 생의 덧없음을 받아들인다. 절대성이 곧 덧없음이고, 덧없음이 곧 절대성이 되는 이 패러독스에서 지은이는 환자의 주체성을 새로이 발견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이른 깨달음의 지점이 참으로 신묘하지 않은가.
|
|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나의 임종 앞에 취할 나의 태도는? 이 책 [아침의 피아노]는 지난봄 '예스24'와 'EBS'가 공동진행한 "대국민 독서챌린지'에 선정된 도서였다. 이번 가을 다시 한번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문득 지난 시즌 나왔던 책들이 궁금해서 살펴보던 중, 다분히 제목에 이끌려 구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올해 나에겐 유난히 삶과 죽음에 대해 돌아볼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제 한국사회도 고령사회로 진입했기에 이미 한 달이 멀다 하게 부고를 전해 듣고 있지만, 나이를 막론하고 여러 질병에 의해 죽음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음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이 시기에 나에게 [아침의 피아노]가 온 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과도 같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연스레 언제가 될지 모를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지금의 인생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라면 죽음의 품위를 지킬 수 있을까? 책을 읽은 약 2주간의 시간 중 실제 건너서 알게 된 사람이 암으로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예견된 죽음을 앞두고 평소 전화가 필요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그간 섭섭했던 일들과 감사했던 심경을 정리하였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 역시도 지면을 빌어 미처 세상에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 124. 나처럼 많은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받기만 하고 나는 그 사랑들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색한 부자의 곳간처럼 내 안에 쌓여서 갇혀 있는 사랑들. 이 곳간의 자물쇠를 깨고 여는 일 - 거기에서 내 사랑은 시작된다.
죽음을 앞두고 타자에 대해 사랑과 감사와 겸손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자신의 환자로서의 태도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육체가 힘들어지는 가운데에서도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모든 것은 걷는다. 몸도 정신도 마음도 걷는다. 보행이 생이다. 나는 이 보행의 권위와 자존감을 지켜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환자의 삶에 대한 주체성과 그 권위를 지키고자 의지를 다시 한번 부여잡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과연 나라면 죽음 앞에 여전히 강인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을까? 책의 끝부분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와 같이 이 책은 지극히 사적인 글인 동시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존재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성찰과 위안의 독서를 제공한다.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넓게는 가족과 지인들 모두에게도 해당되리라 생각한다. '차례'에서 처럼 2017년 7월부터 약 5개월 그리고 2018년의 8월까지의 기록들. 저자는 시간의 유한함에 대한 아쉬움이 역력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건만 나는 얼마나 열심히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가?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와 경이로움, 그리고 타향 너머의 비타노바(Vita Nova)의 삶으로의 여행! 어쩌면 시간이란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일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머물고 지나가고 또 다가올 것"처럼 나의 기억은 불연속적이고 무소속의 순간들로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지 아니한가? "세대의 유장한 이어짐", "오고 가고 또 가고 다가오는 것들", "지금과 그때 사이에 있는 무한한 지금들" 그래서 나는 이 삶에 성실한 책무가 있는 것이리라.이렇게 유한한 시간 속에서 나와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지만, 때로는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것이 있다. #195. 군포 병원으로 면역 항암제를 맞으러 가는 길. 꽉 막힌 고속도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차들을 내다보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어머니 얼굴. 강렬한 그리움. 아니 그리움이 아니다. 살아서 한 번도 품어보지 않았던 욕망의 충동. 어머니의 품 안에 안기고 싶은, 아니 품 안으로 파고들고 싶은, 그렇게 어머니의 몸속을, 그 몸 안에 어떤 갱도를 통과하고 싶은 절박한 충동.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멘트 바닥을 천공하는 지렁이처럼. 아~ 비타노바의 새로운 세계 앞에서 갈구하는 나의 원초적인 근원. 너무 슬퍼 계속 책 읽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 서두에 밝힌 그녀의 장례가 불과 하루밖에 안 되어 더욱 감정에 이입되는 것 같다. 저자가 보여준 삶의 자세처럼 늘 시간의 유한함을 염두하고 나의 주체성을 잊지 않고 세상과 타인을 사랑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마음속에 갖고 있는 사랑과 존경과 감사를 말과 행동으로 적극 표현하고자 조금씩이라도 변해보고자 한다. 지금 나에겐 긍정적이고 기쁘고 가슴 뛰는 즐거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
마음이 울적해서 오랜만에 그냥 아무런 목적 없이 순수하게 끌리는 책을 샀습니다. 우울하신 분들, 그럼에도 인생을 사랑하시고 삶이 소중하신 분들께 추천해요. 최근 오픈한 예사 챌린지에도 이 책이 있어서 그 이벤트와 같이 다시 한번 읽고 있어요. 이별의 푸가도 읽을 준비가 되면 구입하려고요. 오랜만에 친구에게 추천한 책입니다. 글자수는 많지 않아요. 하지만 다가오는 문장은 많은 책이랍니다. |
|
김진영 작가님의 아침의 피아노 리뷰입니다.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된 책입니다. 에세이는 읽지 않지만 이 책은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짤막한 글 안에 많은 것들이 담겨있어 읽는내내 묵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묵묵하게, 덤덤히 글을 써 내려가는 작가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삶은 향연이다. 너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귀한 손님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 이 세문장이 기억에 오래남아 곱씹게 됩니다. 글에도 무게가 있다는 걸 알려준 책입니다. 짧지만 가볍진 않습니다 이 책을 구매한 것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필사하면서 재독할 생각입니다. |
|
아침에 일어나서 조금씩 읽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아침에 일어나서 조금씩 읽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아침에 일어나서 조금씩 읽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아침에 일어나서 조금씩 읽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아침에 일어나서 조금씩 읽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아침에 일어나서 조금씩 읽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
|
하루 하루 인생을 살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읽었던 경요의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를 통해 존엄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었고 가까운 사람의 치매를 돌보거나 또는 내가 치매가 되는 상황들을 그려보며 마음이나 태도에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인생의 마지막을 알고 그곳으로 가는 과정에서 김진영 선생님께서 남기신 단상과 소감들을 엮은 책을 접하게 되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매 달의 글들을 엮어 놓은 분량이 점점 줄어 드는 것을 보며 그의 투병이 어떠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갔다. 유방암 투병을 하셨던 어머니가 계셔서 그 아픔이 고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곳곳에 글을 읽는 남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곱씹을 얘기들을 남겨 주셨다.
나도 언젠가 생을 마감해야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절절히 느낀다면 지금 이렇게 철없이 하루 하루를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을까? 아니며 내일의 근심 없이 오늘을 만개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게... 지금 살아 있는데 그걸 자구 잊어버린다. 아니, 살아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여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 나 지금 살아 있구나.... 살아 있는 거구나.... 참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능력 - 직립 보행... 그래, 보행을 지켜낼 수 없으면 몸도 정신도 마음도 허물어진 폐허이다. 그래서 재활을 할 때 걷고 또 걷고 하는 것인가? 허리가 90도로 휘어 땅만 보고 걷는 노인들이 그래서 안쓰러운건가? 그래서 나는 죽도록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것인가? 생을 마감하는 그 날까지 나도 똑바로 서서 걷고 싶다. 보행의 권위와 자존감을 지키면서.... 아직은 살아 있다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끝이 없어 보이는 그래서 마지막은 생각도 해 보지도 않으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삶을 조금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과 생각할 여지를 얻었다. 내년에, 3년 후에, 5년 후에 그리고 10년, 20년 후에 다시 한번 읽어 보면 또 다른 것들을 배우게 될 것 같아 책장에 다시 꽂아두었다. |
|
#김진영 #아침의피아노 #아침의_피아노 #한겨레출판
가끔은 너무나 슬픈 날이있는데, 그런 날에 대한 설명은 없는 날이 많았다. 이 책을 쓴 철학자 김진영의 (남은) 날들은 슬픔으로 가득했고, 이유는 명확했다. 그리고 그는 하루하루가 소중했고 귀했고 세상이 아름다웠다. 한 줄 한 줄 읽히는 귀한 감상들이 가슴속으로 뚝뚝 흘러들어오고, 세상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어느날은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학생들의 맑은 얼굴들을 바라보고, 빗물이 고이는 그 웅덩이를 들여다보고, 책을 다시 한 조각 한 조각 읽는다. 사랑이 지천이라고 말하는 그의 글 속에서 줄어들기만 하고 있던 그의 생生은 문득 더 슬퍼진다. 왜 이사람은 이렇게나 하루하루가 담담한가. 인생에서 사랑이 빼면 무엇이 남는가, 감사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후회 없는 삶이란 무엇일까를 새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는 사랑이 지천이다, 사랑이 삶의 증거라도 되듯이.
#에세이 #한국에세이 #일기 #철학 #철학자김진영 #애도일기 #아포리즘 #철학자의일기 #애도일기 #애도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