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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에릭 호퍼를 접한 것은 2004년도의 일이다. 반세기를 풍미한 군중운동의 성경이라고 광고를 때린 《맹신자들》이란 첫경험 덕분에 나는 호퍼를 군중운동의 사상적 멘토로 줄곧 이해했다. 하지만 뒤이어 자서전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를 읽고 나서부터 말그대로 오렌지 행상, 시간제 웨이터, 사금채취공, 부두노동자로 전전하며 길 위에서 노동하고 사색한 철학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호퍼의 말대로 그의 글에서는 땀 냄새가 난다. 2012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그와의 세 번째 만남을 갖게 되었다. 총 11권의 저서를 남긴 호퍼이기에 아직도 예정된 만남이 몇 번 더 남아있어 기분이 좋다.
이번엔 1969년에 출간된 호퍼의 일기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동녁, 2012)는 1958년 6월부터 1959년 5월까지 캘리포니아에 정착해서 부두노동자로 일하던 호퍼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한 일기다. 호퍼는 1943년 45세에, 부두 노동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저술활동을 병행했다. 그의 첫작품 《맹신자들》은 1951년에 출간되었는데, 출간 직후 호퍼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여성 '릴리'를 만나게 된다. 일기에 드러난 그의 사적인 삶도 릴리와 그의 아들 에릭에 대한 사랑으로 나름 충만했다. 호퍼 저작물의 모든 저작권을 가지고 있던 릴리는 2010년 93세를 일기로 캘리포니아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에릭 호퍼의 일기장은 몽테뉴의 오만한 백면서생에 대한 풍자가 노골적인 이 멘트로 시작한다. "나는 농사꾼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게 좋다. 그들은 맞지도 않은 말을 논리적인 이야기인 양 지껄일 만큼 교육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 지식인에 대한 아무런 구별없이 엘리트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을 불신하고 이들을 백면서생으로 비판하는 것은 다소 거슬린다. 물론 이런 반감은 상호적이다. 미국의 지식인들도 아무런 공교육을 받지 않아 학위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호퍼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내가 지식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 자리에서 간단하게 설명해도 전혀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지식인은 자신들이 교육받은 소수에 속하며, 세상사의 방향을 지시하고 세상사를 만들어갈 권리를 신에게서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지식인은 교육을 잘 받을 필요도, 특별한 지성을 갖출 필요도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교육받은 엘리트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이다. 지식인은 사람들이 자기 말을 들어주기를 원한다. 지시하고 싶어하고 대단한 취급을 받으려 한다. 자유로운 사람보다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관건이며, 무시당하느니 차라리 박해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지식인은 민주사회에서 압박감을 느낀다. 민주 사회에서 홀로 남아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는 행위를 광대의 방종이라고 부르며 공산 국가의 지식인을 부러워한다. 지식인을 대단하게 보는 공산 정부로부터 박해받는 사람들을. "(13쪽)
지식인에 대한 비판보다도 더 한국 독자들로 하여금 반감을 갖게할 만한 대목이 있다. 바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풍기는 비판 때문이다. 틀림없이 호퍼의 사적인 체험에서 우러나온 인식일 것인데, 일찍이 유행한 '정치정당성'이란 시각에서 보자면 호퍼의 이런 흑인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사회적 약자의 또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중의 차별을 드러내고 있기에 그리 좋지 않은 모습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나 역시 내 개인적인 체험에만 근거한다면 조선족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했을 것이다. 내 경험에만 근거한다면 조선족에 대해 호감을 갖기가 쉽지 않다. 사기꾼이 너무도 많았으니까. 나 역시 내 일기장에다 솔직하게 호퍼가 흑인을 묘사한 것처럼 그렇게 조선족을 비판하는 글을 끄적거릴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가 경험한 사실이니까. 그리고 일기장에다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 호퍼는 흑인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그동안 자기를 지지했던 진보주의 세력의 지지를 잃기도 했다.
"사람의 특징을 볼 때 백인보다는 흑인 쪽이 전형적으로 굳어진 면이 많다. 흑인 하면 맨 먼저 상냥한 척 위선 떠는 사람, 수염 없는 만질만질한 얼굴의 사기꾼, 수다쟁이, 호색한, 구두쇠 등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예전에 읽던 책이나 동화책에서 만나본 것 같은 유형이다."(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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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에서 일하며 살아가며 , 우리 시대를 살아가며, 시작과 변화를 바라보며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첨단을 달리는 현대사회와는 맞지않는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에 불과한 학문일까요?사색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 가서 자연물이나 어떤 형상을 보면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일까요? 아닙니다.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인간과 가장 밀접한 학문이고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역할을 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색이라고 하는 것도 꼭 한적한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느낄 수 있는 자기자신과의 대화이죠. 왠지 설득력이 없으시다구요? 그러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철학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며 또 가까이 있는 지를 보여주는 책이 나왔습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로 추앙받는 에릭호퍼의 신작이 새롭게 출시되었습니다. 부두노동자로 일하며 쓴 일기형식속에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대중운동, 지식인의 역학에 관한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며],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며 독창적인 그의 관점이 돋보이는 [시작과 변화를 바라보며].. 총 3권의 책이 여러분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에릭호퍼는 누구일까요?
에릭호퍼는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아간 사람입니다. 부친은 가구제작일에 종사하였고 가족 모두가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너무나도 빨리 비극이 찾아오게 됩니다. 바로 어릴때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사람의 신체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위는 없지만 눈이라고 하는 것은 더욱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비극도 잠시 15살에 기적적으로 다시 시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그후 그는 부모를 잃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부두의 하역꾼, 금 시굴자등으로 일하면서 엄청난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1941년에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합니다. 다독가 에릭호퍼. 그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51년 <대중 운동의 실상>이라는 저서가 나오고 나서부터 입니다. 나치즘의 광풍속에 발발한 제 2차 세계대전과 그에따른 유럽황폐화이후에 집필된 이 도서는 오늘날까지도 테러리스트,자살폭탄자들의 경우에 유용하게 적용되며 집단 동일시에 관한 연구서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밖에 그는 <마음의 열정적 상태와 그 밖의 잠언><우리 시대의 기질>,<에릭호퍼, 길위의 철학자>등의 저서를 지으면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였고 1983년에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에릭호퍼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저서가 출시된 것입니다.
먼저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는 1958년 6월부터 1년간의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은 일기문 형식의 책입니다. 본래부터 출간할 생각이 아니라 이보다 나중에 나온 자신의 저서를 구상하면서 쓴 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도서는 에릭호퍼의 소소한 일상과 생각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깨알같은 재미가 있죠. 누군가의 생각과 일상을 엿보는 재미. 그런 재미와 함께 그의 위대한 철학까지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막막하다, 수메르와 이집트, 중국의 초기문헌 자료를 살펴봐야겠다." "오늘은 거의 글을 쓰지 못했다"등의 매우 일상적인 모습과 함께 사소한 작업얘기까지 들어있는 이 작품은 에릭호퍼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고 그가 얼마나 이 시대를 분석하려 했는지도 볼 수 있는 좋은 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도서 <우리 시대를 살아가며>는 에릭호퍼가 잡지와 신문에 기고한 글을 엮어서 만든 작품으로 부두 노동자 생활을 끝내고 집필 활동에 전념하면서 쓴 책입니다. 그는 학생 소요사태를 언급하면서 청소년기의 정신상태와 대변혁을 헤쳐나가야 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유사하다고 말하며 혁명운동의 원인과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 도서에서 그는 사회변화를 화두삼아 대중운동을 분석하고 자동화시대의 미래가지도 예견하는 통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와함께 변화 못지않게 집착했던 지식인의 문제도 전면에 내세우며 독자에게 지식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가 조금은 쉽게 읽힐 수 있는 글이라면 <우리 시대를 살아가며>는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고 그의 통찰력을 잘 볼 수 있는 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릭호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인 '흑인 비판'도 여기에서 언급됩니다. 이 책에서 에릭호퍼는 흑인혁명은 사기일 뿐이라고 단정시켜 버립니다. 흑인은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 역량이 부족하고 진짜 싸움터, 절박한 상황은 피하려 하면서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승리와 수월한 길을 원한다고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릭 호퍼의 생각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고 많은 진보주의 세력의 지지를 잃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우리시대를 살아가며>에서 쓰인 그의 흑인비판과 그에 따른 논점을 보면서 독자여러분도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살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시작과 변화를 바라보며>는 역시 1960년에 호퍼가 잡지에 기재한 글을 모아놓은 9개의 에세이집입니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모음집을 보는 듯 하지만 훨씬 더 깊이있고 사색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독창적인 관점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으며 1960년대의 미국사회 문제점, 사회 동향,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해법들이 간결하고 힘있는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가 공교육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그에게 있어서 놀라운 통찰력과 힘이 나오는 것은 아마도 어마어마했던 독서량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책이라는 것은 곧 학교였고 살아가는 힘이었기 때문입니다.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못하면 안절부절 하지 못하였던 그에게 있어서 다독은 필수불가결한 모습이었고 오로지 다독만으로 이런 놀라운 글들을 적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추앙받으며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에릭호퍼의 책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서 이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 모습이 더해지고 있는 요즘에 얼마나 책이 중요한 지도 잘 일깨워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퍼의 생각이 재미있고 가치있는 것은 그 독창성뿐만 아니라 기성 지식인들과는 색다른 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절박하고 정말 원해서 그러한 것이 나오는 게 아니라 놀이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인간의 중요한 발명품이 나오고 자연을 찬양하고 떠받드는 자세가 오히려 역사의 퇴보를 부른다는 등의 생각등은 당시의 지식인들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의 생각을 보는 것은 비록 그가 1960년도에 한 생각이지만 지금 시대와도 부합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충분히 현대인들에게 가치있고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귀에 착착 감기는 느낌과 머릿속의 강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진동과 파급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저서 3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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