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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의 시대냐 노년의 시대냐, 고것이 문제!
"미성년의 시대냐 노년의 시대냐, 고것이 문제!" 내용보기
에릭 호퍼(1902-1983)는 떠돌이 노동자, 부두 노동자, 사회철학자다. 우리 눈엔 얼핏 모순되어 보이는 세 가지 신분이지만 곰과 같은 체구의 호퍼 자신에게는 전혀 어색한 조합이 아니었다. 다만 학술계의 먹물들과는 거리를 둔 거리의 철학자이기에 지식인의 권력 욕구에 대한 그의 비판에는 깊이 공감이 가면서도 막상 그에게 지적인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짝 의심스럽기도
"미성년의 시대냐 노년의 시대냐, 고것이 문제!" 내용보기

에릭 호퍼(1902-1983)는 떠돌이 노동자, 부두 노동자, 사회철학자다. 우리 눈엔 얼핏 모순되어 보이는 세 가지 신분이지만 곰과 같은 체구의 호퍼 자신에게는 전혀 어색한 조합이 아니었다. 다만 학술계의 먹물들과는 거리를 둔 거리의 철학자이기에 지식인의 권력 욕구에 대한 그의 비판에는 깊이 공감이 가면서도 막상 그에게 지적인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짝 의심스럽기도 하다. 떠돌이 노동자가 미국 문화에 영향을 미친 지식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문화의 숨은 저력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있다는 것은 지식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명예다. 2001년 제정된 에릭호퍼 문학상은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의 불완전한 삶의 미학에 대한 강한 긍정의 의미일 것이다.

 

1967년 출간된 [우리 시대를 살아가며](The Temper of Our Time》는 호퍼의 사회철학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에세이라 평할 수 있다. 미성년자의 시대, 기계화·자동화 시대, 흑인혁명, 대중운동, 지식인의 시대에 대한 호퍼의 사회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은 21세기에도 여전히 호소력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호퍼는 20세기를 '미성년자가 판치는 시대'라고 규정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호퍼는 우리 시대의 기질을 '성급함'이라 규정한다. 에릭 호퍼는 청소년기를 급격한 변화의 단계에 처한 과도기의 정신상태로 규정한다. 호퍼가 보기에 청소년과 혁명가의 정신 상태는 가족유사성이 있다. 이들은 격정의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부적응자들이며, 철이 들기 위한 '통과의례'가 필요한 미성년자들이다. 혁명가의 범주에는 저개발국가의 대중운동가를 비롯하여 이슬람 극단주의자나 테러리스트도 해당한다.

 

경제적 정체가 혁명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혁명이 사회의 변화를 초래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변화가 정치적 혁명의 기반을 마련한다. 호퍼의 눈에, 대중운동, 폭동, 전쟁은 변화의 부산물이요, 현대화 과정의 부작용이다. 그리고 청소년화는 사회의 원시화를 초래한다. 가령 부족주의, 카리스마 강한 지도자, 주술사, 절대적 맹신, 부족전쟁의 시대로 퇴보한다. 혁명운동의 원인과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호퍼가 대중운동의 선지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막상 대중운동에 대해서는 늘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한 인물이다. 대중운동은 오늘날이 청소년화의 시대, 원시화의 시대임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문화적 낙인이 된다. 설상가상 미국에서 대중운동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작되는 것들은 결국에는 부정한 돈벌이나 광신적 종교집단, 기업체로 끝이 난다고 비판한다. 대중운동은 일종의 쇼, 일종의 가장무도회가 되고, 무명의 평민들이 벌이는 사기적인 영웅극이 된다.

 

z***a 2013.02.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