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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제시카 비엘"만 보고 선택한 영화... 2008년작 "East Virtue" 는 알프레드 히치콕이 영화로 만들 만큼 인정 받았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리메이크 과정에서 원작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오히려 뛰어난 연출과 명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조금은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도록 분위기는 가벼워졌고, 사랑이나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배우 제시카 비엘을 처음 알게 된 영화는 2005년 작품 "Stealth" 였다. 항공기 관련 영화라면 무조건 구해서 보던 시기에 지금에야 현실이 된 인공지능 탑재 전투기를 다룬 내용이었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양한 고민을 하게 했던 영화로 학생들과 재미있게 여러 번 봤던 기억이 있다. 액션을 잘하는 여배우로 인식이 되었고, 연기력보다는 건강한 이미지와 시원한 매력이 좋아서 팬이 되었다. 이후의 작품을 봐도 꾸준히 액션 장르물을 많이 했고, 얼마 전에 다시 봤던 "TOTAL RECALL" 2012년 리메이크작에 조연으로 출현하기도 했다. 건장한(?) 체격 덕분에 건강미를 뽐내며 활동적인 역할을 많이 했던 그녀를 멜러물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영화는 내게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와 함께 탄탄한 원작에 대한 믿음 덕분에 Easy Virtue 를 선택하는데는 주저함이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1930년대 영국의 귀족 집안에 반갑지 않은 며느리가 된 미국 출신 카레이서 "라리타"의 시집살이 이야기지만, 결혼의 중요성과 사랑의 의미를 짚어주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의 몰락한 귀족집안의 표리부동한 허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 문화로 비유하면 한국전쟁 이후에 시골에서 나름 번창했었던 양반집 아들과 결혼한 도시의 신여성 쯤 되는 설정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던가... 저택에 들어온 첫 날부터 고부간의 갈등은 시작되고, 시누이 둘과의 냉전도 만만치 않은 생활이 시작된다. 애초에는 며칠 방문하고 가려던 계획이었지만, 우유부단하고 순진한 아들은 어머니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고 가문에 대한 "책임감" 덕분에 결국 사랑하는 아내를 잃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주된 내용은 갈등과 고난의 연속이지만 신선한 연출을 통해 매력적인 화면을 보여주는 스테펀 엘리엇 감독 덕분에 곳곳에 웃음과 함께 기억에 남길 만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로맨틴 코메디라고 분류가 되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했다면 그렇게 분류하기 어렵다고 본다. 하인들마저 고개를 젓는 시어머니의 고집과 남편의 무지 사이에 라리타는 점점 외로움이 더해가고 갈등이 커져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편의 중재 역할이 중요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순진남은 남편의 역할보다는 아들의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 비슷한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도 우리나라에 많지만, 스토리의 전개방식이나 최종적인 결론은 많은 차이가 있다. 비슷한 주제의 그 어떤 영화보다 나는 이 영화의 결론이 마음에 든다. 전형적인 미국식 결론이기는 하지만,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깨끗하게 물러서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물론 애초에 이런 결정을 고민하지 않도록 결혼을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하는 것이 순서다. 영화의 대사에서도 라리타는 남편 존에게 "당신에게 하지 않은 말이 너무 많아." 라면서 자신의 결혼 결정이 즉흥적이었음을 시사했고, 말하지 않은 부분 때문에 결국 위기는 최고점으로 치닫게 된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바탕으로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는 점은 매력적인 모습이다. 우리 문화에서는 쉽지 않은 행동이겠지만,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은 배워야 하는 자세다. 모든 결정을 마치고 마지막 춤을 추는 장면이 압권이다. 시아버지 역으로 연기하는 콜린 퍼스와 탱고를 추는 제시카 비엘의 모습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제시카의 새로운 모습이자 액션만 가능한 배우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의 결말은 희망적이지만, 현실적으로 해석할 때 이런 결혼은 하면 안된다는 메시지로 해석해야겠다. 개인혼이 일반적인 서양 문화권에서는 결혼하는 당사자의 감정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쉽게 결혼을 결정하게 된다. 과도한 개인주의 문화에서 발생한 부작용이라 해석되며, 역시 그로 인해 이혼에 대한 부담도 늘어가며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전통적인 가족혼에서 개인혼으로 변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많은 행복을 위해서라면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하되, 영화 종반에서 라리타가 남편 존에게 하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은 사랑을 몰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심지어 상대가 너무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면 독을 가져다 줄 수도 있어. 당신은 나를 그정도로 사랑하지는 못할거야." 마지막 대사 한 줄로 영화의 장르를 결정한다. 사랑을 모르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라리타는 나이가 많았던 전남편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사실로 재판까지 받아야 했다. 첫사랑을 너무 아프게 보내버린 그녀이기에 두 번째는 오히려 순수함에 쉽게 빠져들었다 고백하기도 했지만, 이내 자신의 실수였음을 알게 되었다. 라리타는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애초에 연애과정에서 충분히 다양한 사랑을 경험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래야 결혼 이후에 더 큰 행복을 만들어가는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순진무구한 존의 가족들은 무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고집이 성장의 한계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존 역시 남편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이겠다. 그나마 존과 라리타 둘만 살았다면 결혼 생활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아이라도 태어났다면 더 힘든 시련을 경험하게 되었을 확률이 높다.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듯, 결혼을 앞두면 반드시 서로의 가족을 공유하고 충분히 인정 받으며 서로의 부모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결혼 이후에 만들어지는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지며, 그렇게 더 큰 사랑을 배워가며 살아가게 된다는 동서고금 모든 클레식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진리를 이 영화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이겠다.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다. 실제 제시카 비엘 역시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듯 싶어 반갑고... 영화에 등장하는 BMW 328 을 감사하는 즐거움도 큰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