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36%
  • 리뷰 총점8 64%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9.0
  • 40대 8.0
  • 50대 8.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파친코 구슬 - 엘리자 수아 뒤사팽
"파친코 구슬 - 엘리자 수아 뒤사팽" 내용보기
‘상실보다 더 아픈 것은 잊지 못하는 마음이 아닐까?’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을 오래도록 했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했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 다시 돌릴 수 없는 시절. 영영 잃어버린 존재들에 대하여, 완전한 상실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가장 덜 고통스러운 결론이 ‘
"파친코 구슬 - 엘리자 수아 뒤사팽" 내용보기

 

 ‘상실보다 더 아픈 것은 잊지 못하는 마음이 아닐까?’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을 오래도록 했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했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 다시 돌릴 수 없는 시절. 영영 잃어버린 존재들에 대하여, 완전한 상실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가장 덜 고통스러운 결론이 ‘잊어버리는 일’이겠지. 상실은 벼락처럼 내려오는 일이라면 망각은 내가 자처해서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그런데도 우리는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상실’을 왜 나의 의지로 ‘망각’하지 못하는가? 상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상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잊어버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아닐까 싶다.

 

 [파친코 구슬]을 쓴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프랑스의 젊은 작가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그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 존재에 대하여 고민해왔으며 그것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이 작품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 작가의 전 작품인 <속초에서의 겨울>은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예민하고 섬세한 작가로서 주목을 받은 동시에 자기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끝없는 의문을 소설로 드러내는 예술인으로서의 가능성도 함께 인정받았다. 프랑스의 피가 반, 한국의 피가 그 절반. 경계에 선 사람은 이 쪽 편도 저 쪽 편도 아닌 법이기에, 아마 저자가 살아온 (30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일지라도) 동안 그는 언제나 자기가 누구냐에 대하여 민감한 촉을 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나의 현재는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데 어디로 갈지를 알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애써 거부하고 도망쳐도 미래는 다가와 현실이 되는 시간의 섭리 속에서 어쩌면 저자가 치열하게 꼬리를 물고 파고 들어가는 자기 본질에 대한 고민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나아가 우리 모두의 고민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리라.

 

 유사 도박.. 이라고 해도 맞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파친코가 일본 전역에 빠르게 퍼지고 지금까지 성행하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파친코가 뭔지 관심도 없었던 나는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고 막연하게 시작하는 이 작품의 끝에서 적잖이 놀랐다 저자가 안개 속에 보이는 등대의 빛처럼 거시적이지만 분명한 관점으로 한국을 바라보기 위해서 이 작품을 설계했다고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실감했다. 가까이에서, 그 결과 색과 형태에 주목하여 매달리는 방법이 아니라 이토록 먼 거리에서 관찰하는 것으로도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탐구할 수 있구나.

 

 엘리자 수아 뒤사팽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써 나갈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녀가 더욱 집요한 설계와 관찰, 끝없는 의문과 탐구를 이대로 지속해 나간다면 앞으로 놀라운 작품을 많이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o********e 2019.03.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