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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진가
이 책은
저자는 모데라타 폰테, 베네치아의 시인이다, 본명은 모데스타 포조, 1555 – 1592년, 16세기에 살았던 인물이다.
저자는 베네치아에 있는 일곱 명의 여성들이 모여 나눈 대화를 기록하였다. 물론 등장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이며 내용도 저자의 창작이다.
이 책의 내용은
글에는 일곱 명의 화자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일곱 명의 여자들에게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일곱 여자들은 서로 상당히 다르지만, 고등 교육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친한 친구들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의 관심사, 남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17쪽)
그 일곱 명의 이름에 우선 관심이 갔다. 그 이름들을 살펴보자.
아드리아나, 연장자이자 과부 버지니아, 그녀의 딸 레오노라, 젊은 미망인 루크레티아, 나이든 유부녀 코넬리아, 젊은 유부녀 디메사 코린나, 겸손한 자 헬레나, 어린 신부.
이 책에서 16세기의 이탈리아 여인들은 자기들이 너무 오랫동안 입 닥치고 살아왔으며, 그럴수록 더 고약한 것만 침묵의 대가로 주어졌다고 성토한다. (11쪽)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는 남자인데, 남자인 아버지, 남편, 아들, 오빠 등 전반에 걸친 남자에 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내용을 읽어보니, 이들이 남자를 성토하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남자들은 가족인 관계에서조차 여자들을 사람 취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베니스의 여성 지위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베네치아의 남녀 관계가 의심할 나위 없이 사회적으로 비우호적인 관계였다는 것은, 앞서 말한 자연스런 조화와 우주적 ‘우정’ 의 배경에 반하는 것이다. 남녀는 똑같이 살과 피를 지니고 있는 동일한 종족이며, 신에 의해 동반자로 창조되었다. 그러나 남자들은 자신들이 여자에 비해 우월하다고 굳게 확신한 나머지, 근본적인 진리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여자들은 ‘타자화’되어 덜 중요한 존재로 간주되고, 스스로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나 자원이 허용되지 않고 구차한 의존의 입지로 몰린 채 남편이나 아버지로부터 가해지는 학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여자들은 ‘독재의 희생양, 즉 불법 통치의 희생양인 것이다. >(34-35쪽)
그런 이유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셔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신랑감을 구하는 방법으로 상자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여기 모인 여성들은 남자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남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여자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희망에 대해서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이 책이 여성의 지위에 관하여 놀랄만큼 독창적인 담론이라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단지 여성들이 남자에 관하여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은 남자에 이어 자신들과 같은 여성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넓히고, 더 나아가 샘과 강과 도시들에 대해서도, 또한 물질의 근원인 4 원소 –물, 불, 공기, 흙- 에 관하여까지 대화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는 당시에도 여성들의 관심사가 그저 규방 차원이 아니라, 인간 세계, 더 나아가 자연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여성들의 사고의 폭이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하여 다음과 같은 기록을 통해 이들이 자질이 있는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의 이탈리아 여자들은 유럽의 타국가에 비하여 비교적 높은 문화적 가시성에 노출되어 있었고 또한 그것을 즐겼다. 우리는 15세기에 이미 드문드문 퍼져있는 학식있는 이탈리아 여성들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의 모방과 연구에 기원을 둔 르네상스 인문주의 운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목격한다.>(29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남자들은 아내의 도움 없이는 켜지지 않은 등불에 불과한 존재인 것 같아요. 혼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 누군가에 의해 등불이 켜져야만 그들은 가까이 두고 쓰기 편한 존재들이 되는 거죠. (75쪽)
남자는 애초 신에 의해 영혼의 시련 차원에서 여자에게 주어진 것이니까요. (77쪽)
로마인들은 아내가 없는 남자들에게는 어떤 중책도 맡기지 않았어요.(116쪽)
다시 이 책은
따라서 16세기에 쓰여진 이 책은 여성의 지위에 대한 놀랄만큼 독창적인 담론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문학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글도 중요하지만, 저자가 페미니즘 운동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16세기. 베네치아에서 있었던 여성들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니, 그런 생각들이 지금 페미니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점 또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것을 소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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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타 폰테의 1592년 대화록 『여성의 진가』는 그야말로 엄청난 작품입니다. 어째서 이토록 훌륭한 작품이 역사 속에 묻혀 있었는가는 시대적 물음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16세기 베네치아의 여성들의 대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내용들이 등장합니다. 모두 일곱 명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가장 연장자이자 과부인 아드리아나, 혼기가 꽉 찬 그녀의 딸 버지니아, 젊은 미망인 레오노라, 그리고 루크레티아라고 하는 나이 든 유부녀와 젊은 유부녀 코넬리아, 젊은 디메사(dimmessa, 겸손한 자 : 미혼의 평신도) 코린나, 그리고 어린 신부 헬레나. 재미있는 점은 책의 형식이 여성들이 나누는 자유로운 대화체인데, 실제 내용은 남성을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나누는 토론이라는 점입니다. 당시 베네치아의 여자들은 엘리트 여성조차도 구속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폰테의 책은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바로 죽기 바로 전날에, 이 책을 완성했다는 점입니다. 딸아이를 낳다가 생을 달리한 모데라타 폰테. 어쩌면 그녀는 평생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대신 책을 통해 울부짖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침묵했기 때문에 세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여성들이 이제서야 용기를 내어 "미투!"를 외치고 있습니다.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는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성의 진가』는 여성에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줍니다. 페미니즘은 남성을 적대시 하는 게 아니라 여성의 권리를 찾는 것입니다. 억압은 남성이 만든 체제일 수도 있지만 여성 스스로 만든 족쇄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권리가 여성과 남성으로 구별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성의 진가를 안다는 건, 단순히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약자를 대변하는 문제입니다. 폰테 자신은 생전에 누리지 못했던 자유지만, 그녀의 작품 『여성의 진가』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헬레나가 말했다. ".... 우리가 남자들에 대해 나쁘게 말한다면, 그건 우리가 그들을 부러워하는 처지에 몰리게 되는 거예요. 다시 말해 우리가 그들보다 열등하다는 걸 넌지시 암시하는 거죠." 레오노라가 반격했다. "우리는 부러움 때문에 그들을 비판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진실을 따라 말하는 것뿐이에요.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훔친다면, 그는 도둑으로 불려야 마땅하잖아요. 남자들이 우리 권리를 빼앗고, 우리를 부당하게 취급하는데도 우리는 아무런 불평조차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존재 가치 면에서가 아닌 사회적 지위에서 그들보다 열등한 상태에 있다면, 이건 일종의 학대죠. 세상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남자들이 점차 법과 관습 속으로 편입시킨 학대. 그래서 학대 시스템은 사회 속에 단단히 자리를 잡게 되고, 남자들은 여자들을 괴롭혀서 얻은 자신들의 지위를 권리로 얻었다고 주장하고 심지어 실제로 믿기까지 하는 거죠. ...." (79-80p) 퀸이 말했다. "당신이 그런 식으로 계속 나오면 남자들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건 그렇고 우리가 항상 남자들에 대해 이런식으로 험담을 하면서 어떻게 그들이 우리를 사랑하기를 기대한단 말이죠?" 헬레나가 말했다. "한동안 우리가 그냥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들도 태도를 바꾸겠죠." 레오노라가 대답했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너무 많이 닥치고 살았어요. 더 많이 닥칠수록, 더 고약한 것만 얻게 됐어요. 만약에 자기 돈을 누군가에게 주었다가 환수하려고 들 때, 그 사람이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을 뿐더러 더구나 돈을 돌려받아야 할 당사자가 입을 닥치고 있다면, 부도덕한 빚쟁이가 그 사람에게 만족가 따위를 줄 리는 만무하죠. 하지만 그가 재판관 앞에서 호소한다면, 정당한 권리로 그의 것을 되찾을 거예요." (173-17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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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의 여성들에 이어 21세기에도 여전히 크게 달라진것 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예전보다 나아질꺼란 생각보다는, 어쩌면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된다. 여성 연대라는 이름 하에, 그리고 판단 당하고 비난받을 거라는 두려움 없이 말이다. 이것이 언제나, 그리고 불가피 유효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리란 건 분명하다. (23쪽) 그들이 살았던 현실과 지금은 많은게 달라졌다. 여전히 여자에게 불합리한 부분이 많지만 16세기에 장식품처럼, 붙박이 가구처럼 생각했던, 지금이라도 그런말을 입밖으로 낸다면 욕을 사발로 먹지 않을까 싶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총 일곱 명이다. 그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과 그때가 크게 달랐노라 말하기에 좀 민망한 부분이 많다. 16세기를 살고 있는 그녀들이 21세기로 온다면 어떤면에서는 놀랄것이고 어떤면에서는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당시에 결혼은 필수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결혼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바뀌점이 있다. 어느 시점에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인생에 큰 문제가 될꺼라는 생각이 많았다. 결혼은 태어나면 당연히 하는 것이였다. 이혼이라는 것은 크나큰 재앙으로 다가오기 마련이였다.(주변에서 이혼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 이부분에 대해서는 그것이 더 큰 재앙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하여튼 이혼한 사람은 뭔가 성격에 문제가 있거나 여전히 편견의 눈길이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지만 어린시절 주변의 상황과 여러가지 교육적인 면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 남아를 선호하는 사상이 많이 달라졌다지만 그 세대를 지나온 사람으로써 사람에 따라서 그 집안에 따라서 다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딸많은 집의 아들이 어떻게 성장했지는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겪어 왔음으로 이또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있다. 다행히 모든 것이 다 그렇지 않으므로 그부분에 대해서는 다른이들도 안심하고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어차피 지구에는 남자 아니면 여자가 존재한다. 서로를 존중하며 잘 살아가면 좋으리라 생각된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 말한것처럼 말이 잘 통하지 않을수도 있다. 어차피 가족끼리 대화를 해도 때론 자기 주장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세 사람이 서서 말하면 때론 벽을 보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은 성이 달라서도 그렇겠지만 개개인이 다르므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 구지 이해할 필요도 없다. 서로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그저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다른 것이다. 무언가에 대해서 여자니, 남자니 그런 것에 대해서 따지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조금씩 배려하며 기분 나쁜말은 입밖으로 하지 말고 이세상에 태어난 것으로 그저 기뻐해주며 행복하게 살아가기에도 빠듯한 세상인데 말이다. <이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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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진가 시대와 공간이 다르다고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공통사들이 있기 마련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의 삶에는 결혼, 사랑, 신분, 체제 등에 거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남자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말이다. 초기 페미니즘을 다루는 고전이라고 해서 책을 선택했다. 사실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유롭게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삶을 행복하게 영위하기 위해서 어떤 생각과 생활방식 등을 가지고 있는지 중세 여성들을 살펴보고 싶었다는 마음이 더욱 컸다. 여성들을 옥죄었던 중세의 시대환경은 가혹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런 환경에서 스스로 자유의지를 내세우면서 저항하는 건 현대의 페미니즘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책속의 여인들을 시대와 공간을 뚝 떼어내서 현대로 데리고 온다고 가정하면 현대 여성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들은 바로 현대에서도 아주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들이 많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남성이 읽어도 괜찮고 좋다. 그 이유는 책은 여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부분이 아닌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 관점과 집중을 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보는 시각에 따라 말이다. 의견이 갈리는 건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다르다는 부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못 하면 거대한 충돌이 벌어지게 된다. 이런 부분은 바로 현대에서 성차별이나 미투 운동 등으로 아주 잘 나타난다. 사회적인 부조리를 빠르게 바꿔나가야 하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겠다. 다만 그런 잘못들을 언제 어떻게 고치는지 등에 대해서 이해관계 등이 갈릴 뿐이겠다. 이 책의 여성들도 이런 부분에서는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책을 통해 여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된다. 그녀들이 바라는 건 어떻게 보면 크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르게 보면 어마어마하게 거대할 수도 있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존중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행복함을 꿈꾸는 것!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너무 어렵다. 오늘도 이런 사랑을 찾기 위해 남과 여는 내달린다. 여성의 진가는 삶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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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진가>를 읽으면서 내내 읊은 건 ‘모데라타 폰테’라는 저자의 이름이었다. 저자 소개를 보면 <플로리도로>라는 로맨스를 쓴 시인이라는데 나는 모르는 책이고, 본명이 모데스타 포조라는데 역시나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된 사람이 되고 싶어 계속해서 읊어봤다. 모데라타 폰테, 모데라타 폰테. 여류 작가들은 저작을 한 두 편 남기고 아이를 낳다가 죽는 경우가 왜 그렇게 많은지. 모데라타 폰테도 역시 딸에게 생명을 주고 자신은 하데스 강을 건넜다. 한 명의 작가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 작가는 작가의 인생은 부수적이고 그보다는 엄마로 아내로 더 많은 시간을 살아야 한다. 모데라타 폰테가 좀 더 창작에만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면 좀 더 많은 작품을 남길 수도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 그 많은 생각을 머릿속에 넣어둔 옛 여인들이 출산이라는 난관을 이기지 못하고 사그라져야했다는 것도.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부수적인 문제. 나는 <여성의 진가>를 읽는 동안 내용이 집중하고 싶었다. 500년 전에 살았던 여인들은 어떤 고민을 하면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 싶어서. 당연히 오래 전 이야기를 읽을 때는 오래 전 그 사람들이 처했던 상황과 사회적 배경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16세기 베네치아라는 시대적 한계를 품고 있는 여인들 입에서 나오는 과학은 거의 대부분 틀렸다(더구나 그 과학 분야도 점성술이니 현대 지식에 비추어 보지 않더라도 그 당시 아주 똑똑한 여인이 알고 있던 과학 지식의 한계가 그 정도였구나 라는 사실이 충분히 실망스러운 동시에 사실 귀엽기도 하다). 하지만 여자들이 남자와 동등해질 수 있는 방법이 그 시대의 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는 동의한다. 자기 처지를 제대로 인지하고 남녀의 지위 차이를 분명히 깨닫고 있었던 여인들이 500년 전에도 있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데는 조금쯤은 쓸쓸하기도 하다. 지금도 상당히 들어맞을 남자를 향한 성토들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리 깨어 있는 여성이라고 해도 한 시대에 갇힌 여자로서 모데라타 폰테는 결국 아내로서 여자로서 책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 두 페이지의 그 실망스러운 결론이라니. 그 쓸쓸한 체념이라니. 하지만 꼭 알아두고 싶은 여인을 만났다는 데 만족하고 싶은 독서이다. 부랴부랴 읽고 우리 딸아이에게도 읽어보라고 했다. 물론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일 테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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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타 폰테는 16세기 베네치아의 시인이자 작가다. 폰테가 태어난 건 엘리자베스 1세가 왕위를 계승하기 3일 전, 셰익스피어와 말로가 태어나기 9일 전이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수녀원과 외할머니 집에서 성장한 폰테는 일찍이 탁월한 명석함으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일찍부터 글을 썼고 1981년 26세가 되던 해에는 첫 책 <플로리도로>를 출판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급격히 생산력이 저하되었고, 이 책을 끝으로 1592년 서른일곱의 나이에 네 번째 아이를 분만하던 중에 사망했다. 이 책 <여성의 진가>는 1980년대 전까지 사실상 읽히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았다. 이 책은 알려지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에서 출판되고, 연극으로 만들어져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 상연되었다. 이 책이 그토록 단기간 내에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의 대화와 관심사가 놀라울 정도로 현대 여성들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드리아나, 버지니아, 레오노라, 루크레티아, 코넬리아, 코린나, 헬레나 이렇게 일곱 명의 여성이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나이도 신분도 결혼 여부도 저마다 다르지만, 아버지, 남편, 아들, 형제를 포함하는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 적지 않게 실망했다는 것은 동일하다. 이들은 아버지들이 왜 같은 자식인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지, 남편들이 왜 자신들의 배우자이자 자식들의 어머니인 아내를 무시하거나 학대하는지, 아들들이 왜 자신들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를 증오하거나 냉대하는지에 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이는 마치 현대의 여성들이 커뮤니티나 SNS에서 자신들의 아버지와 남편, 아들, 남자 형제를 비난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연상케 한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너무 많이 닥치고 살았어요. 더 많이 닥칠수록, 더 고약한 것만 얻게 됐죠." (18쪽) "남자들은 결혼하고 나서야 비로소 몇몇 장점들을 갖게 되죠. 즉 그들이 자신들의 아내와 연합하게 될 때만 말이에요." (19쪽) "아직도 많은 남성들이 이 세상을 편협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자신들이 여자들보다 우월하게 창조되었다는 근거 없는 오류에 단단히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독재자처럼 야만스럽게 여자들을 다루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고 있죠. 하지만 스스로의 오류를 납득할 수만 있다면, 자신들이 고수해 왔던 방식들을 바꿀 수밖에 없을 거예요." (22-3쪽) 저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그릇되고 어떤 식으로 여성의 삶을 좀먹는지를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나아가 저자는 남자들이 스스로를 여자에 비해 우월하다고 믿는 것이 군주제를 비롯한 독재 체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남자들이 여성들을 향해서만 흉포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며, 남성들 사이에서조차 살해나 절도 같은 온갖 악행들이 저질러지는 것으로 보아 이는 남성과 여성의 권력관계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남성 자신의 문제라는 지적도 통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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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진가>는 16세기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여성 작가 모데라타 폰테가 쓴 문학(소설?) 작품이다. 이 책은 가든파티에 참석한 기혼녀, 과부, 미혼녀, 약혼녀 등이 남자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대화 형식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모데라다 폰테는 그 대화를 통해 당시 사회의 남성-여성에 대한 인식과 현실을 그리고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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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역사가들이 말하는 남녀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는 거예요? 이런 역사는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는 남자들에 의해 씌어졌다는 걸 기억하세요. 어쩌다 실수로 사실을 말해 버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죠" p101
우리 사회에 미투 운동으로 인해 페미니즘이 화제가 된지도 꽤 되었습니다. 뻔뻔한 가해자들의 행동은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밝히고 전면에 나서게 만들었고 한편으로는 이 물살을 타고 극우 페미니즘 단체는 더욱 거세게 움직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미투 운동 이전에 데이트 폭력이 간간이 매스컴에 나오기 시작했지만 일부 사람들의 일이라 여기며 별 관심을 못 얻던 것이 2018년 1월 30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청 내부 성추행에 대한 고발로 인해 본격적인 한국의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지요. 성폭력도 아니고 성추행 정도임에도 검찰이라는 단체의 특수성으로 인해, 대한민국 최상위 지성인이라 여겨지는 그들의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 분개했던 걸까요. 사실 보통의 여성들에게 성추행은 일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서적 또한 많이 출간되는 것 같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책이 있었으니, 초기 페미니즘을 보여주는 고전이라 하며 출간된 문학세계사의 '여성의 진가'입니다.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여성의 진가'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옮긴이의 말, 소개, 모데라타 폰테의 생애와 삶 등에 대해 서술하고 뒤이어 여성의 진가가 나옵니다. 모데라타 폰테는 이 책의 작가 모데스타 포조의 필명입니다. 모데스타는 첫돌이 되기 전에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고아가 되어 수녀원에서 잠깐 생활하기도 하지만 주로 외할머니와 의붓 외할아버지에 의해 양육됩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 외에도 악기 연주 등 다방면에 능력을 발휘하지만, 결혼을 하고 4번째 자녀를 출산하다가 사망하게 됩니다. 모데라타 폰테는 당시 결혼한 여성에게 주어지는 집안 일과 자녀 양육에 충실하면서도 글쓰기를 이어가며 몇몇 작품을 남기는데요. 다행히도 사망 직전 초기 페미니즘 작품이라 불리는 '여성의 진가'를 탈고하게 됩니다.
'여성의 진가'는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7명의 여성들이 모여 나누는 이틀간의 대화를 보여줍니다. 이제 막 결혼한 헬레나로 인해 남자들에 대한 화제를 꺼내들게 되고 곧, 남자의 편을 들 사람과 비판할 사람을 구분하여 토론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이 구성원들은 나이 든 과부와 유부녀, 젊은 미망인과 유부녀, 갓 결혼한 어린 신부와 미혼 여성 2명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어서 더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얘야, 결혼에 관해서라면 난 네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싶다. 하지만 네 삼촌은 너를 결혼시키기로 결심했어. 네가 그렇게 많은 유산을 상속받았는데, 그건 안전한 손에 들어가야 하거든. 그러니 나로서도 결혼 외에 어떤 해답이 있는지 정말 모르겠구나. 하지만 어쨌든 기운을 내고 두려워하지 말아라. 모든 남자들이 똑같진 않으니까. 아마 너는 다른 사람들보다 행운이 따를지도 모르잖니." p58 아드리아나는 그녀의 딸 버지니아에게 결혼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으니 따르자고 합니다. 혹시 우연히 행운이 따를지도 모르는 그 혹시에 기대하자고 말입니다. 어찌 보면 이 말은 현대에 들어, 다들 하는 결혼이니 그냥 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토론에서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작가 코린나와 젊은 유부녀 코넬리아, 젊은 미망인 레오노라였는데요. 남자들의 장점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남자편의 토론자들에 비해 이들은 기독교적으로나 사회계층적 관점 혹은 사랑의 관점으로 남자들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차지한 우위는 불공정하게 가로채서 선점한 거에요. 여자는 필연적으로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라고 말할 때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인간은 자연 재해, 질병, 삶의 모든 사건 사고에 종속된 존재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아요. 그건 순종한다는 차원에서 종속된 것이 아니라 부담감으로 고통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두려워하며 그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 사랑의 정신으로 그들을 견디는 걸 의미해요." p77 "남자는 여자 이전에 창조되었지만, 그것이 그들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여자의 우월함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죠. ······ 우리는 남자의 내조자로, 동반자로, 그들의 기쁨이자 더없는 영광으로 창조되었어요. 하지만 남자들은 여자가 얼마나 가치 있고 그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을 주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장점을 시기해 우리를 파괴하려 들죠." p79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훔친다면, 그는 도둑으로 불려야 마땅하잖아요. 남자들이 우리 권리를 빼앗고, 우리를 부당하게 취급하는데도 우리는 아무런 불평조차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거에요? 존재 가치 면에서가 아닌 사회적 지위에서 그들보다 열등한 상태에 있다면, 이건 일종의 학대죠." p80 그리고 이런 남자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모색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모두 동의하고 맙니다. 또한 여성들의 뛰어난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배움이 짧은 여자들이 얼마나 어리석게 남자들에게 자신들의 권한을 내어주는지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현대의 여성들이 토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게다가 남자의 편을 든 헬레나는 레오노라가 가진 남자의 단점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남자들에게 당할 그녀의 안전 문제를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에 레오노라는 그건 남자에 대한 증오를 표출한 것이 아니라, 일부 못된 남자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며, 그들이 가진 세상에 대한 편협한 시야에 비판을 가합니다.
어떤가요? '여성의 진가'라는 책의 전반적 흐름과 극히 일부 발언을 적었을 뿐인데도, 그녀들의 대화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만일 미투 운동 따위라고 생각한다면, 난 여자가 아니니까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냥 참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당한 건 아니니까라고 생각한다면 그 어떤 선택도 자유지만, 이왕 사회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현시점의 미투 운동에 대해 올바른 시선을 가지고자 하는 의지와 생각에 많은 도움이 될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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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적으로 페미니즘 논쟁이 뜨겁습니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의견 개진 및 직접적인 행동이 활발한데 지금은 과열된
나머지 합리적인 비판이나 토론을 넘어 남혐, 여혐 등 서로를 혐오한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네요. 미투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감추고
억눌러야만 했던 일들이 법의 공정한 심판을 받게 되기도 했지만 무고로 인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자살을 하기도 하는 등 일부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되고 있는 만큼 성에 대한 고정 관념이나 차별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충분한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같이 찾아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