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정의 달인 김정선 작가는 어느 날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빼 든 책의 첫 문장을 읽고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온몸이 굳어버리는 걸 느꼈다고 한다. 책의 제목은 <베니스의 상인>, 작가는 그 후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탐독하며 지냈다.
그리하여 셰익스피어의 작품 리뷰이면서 소설인 정체불명의 책이 완성되었는데, 작가는 그 책의 제목을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로 정한다.
바로 자신의 온몸을 굳어버리게 만들었던 <베니스의 상인> 첫 문장이다.
김정선 작가의 글 구석구석 묻어나는 우울함이 때로는 내 기분을 처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라서, 솔직해 보여서 좋다. 김정선 작가의 작품이 내게 영감을 마구마구 불러 일으키는 종류의 작품은 아니지만 평온하고 차분한 글의 분위기가 나를 평화롭게 만든다. 전쟁 중에 갑자기 휴전을 맞이한 병사가 된 기분일 거라고 하면 대충 설명이 되려나.
나는 김정선 작가의 글을 읽으며 혼자 낄낄 웃기도 하고, 당장 작가를 만나러 가서 안부를 묻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과장되지 않고 부족함도 없는 김정선 작가 특유의 매력적인 글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