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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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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세 사람이 술에 관해 쓴 에세이다. 세 사람 다 젊다. # 1나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술을 좋아했다. 2003년 최후의 0인, 이었다. 03학번 중에서는 나와 JP만이 새벽 감자탕집에서 해장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아마 대동제였으리라. 낮 12시부터 과방에서 시작한 술판은 녹두로 옮겨져 새벽까지 이어졌고, 나와 JP는 다시 과방으로 올라와 쭈그리고 앉아 뜨는 해를 바라보기...는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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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세 사람이 술에 관해 쓴 에세이다. 세 사람 다 젊다. 


# 1

나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술을 좋아했다. 2003년 최후의 0인, 이었다. 03학번 중에서는 나와 JP만이 새벽 감자탕집에서 해장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아마 대동제였으리라. 낮 12시부터 과방에서 시작한 술판은 녹두로 옮겨져 새벽까지 이어졌고, 나와 JP는 다시 과방으로 올라와 쭈그리고 앉아 뜨는 해를 바라보기...는 개뿔. 과방에 널부러져 햇볕이 과방 창문을 통과해 벽면을 밝히는 장면을 보다가, 가장 먼저 등교한 SY 선배의 혀 차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 


# 2

그밖에 기억 나는 술자리라면, 새터 때, 역시 거의 자지 않고 술 마시다 눈에 핏줄 터져서 토끼눈으로 다녔던 적. 새터 끝나고 녹두 어딘가에서 처음으로 마신 빼갈. 과반 강촌 MT. 학회 일영 MT. 의경 근무시절 당직 반장님과 마셨던 술. 그 시절에는 왠지 모르게 술이 좀 들어가면 꺼이꺼이 울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전역하고는 딱히 많이 기억나는 술자리가 없네. 최근에는 역시 JP와 홍대에서 시작해 노량진에서 끝낸 술자리라든지, 안산 밑에서 마신 한라산 소주(숙취로 고생했다). 회사 술자리는, 소속 부서 바뀌고 나서 적응하지 못해 전팀 회식에 따라가서 전팀장님 붙잡고 하소연했던 거. 아, 동아일보 인턴했을 때도 몇 차례 술자리가 기억난다. 전날 먹은 게 입으로 올라왔는데, 1차로 막았더니 콧구멍으로 넘어와서 출근하다 말고 지하철 중간에서 내린 거.


# 3

그때 마셨던 사람들 중에는 그나마 JP가 1년에 1번 정도 보고, 나머지는 어찌 지내나 모르겠다. 잘 살겠지. 그래서 『취하지 않고서야』 중 장하련 님 글을 읽을 때 가장 울컥했다.


# 4

모든 게 그러하듯,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술 마실 수 있을 때 맘껏 마시고, 책 읽을 수 있을 때 양껏 읽고, 돈 쓸 수 있을 때 마음대로 쓰.....을 만한 돈이 있었던 적이 없네.


# 5

뼈 때리는 강력한 문장이 많다. 


# 6

취하지 않고서야 할 수 있는 말이 있는데, 요즘은 좀처럼 취할 일이 없다. 첫째, 술자리가 없다. 있어도 안 간다. 둘째, 마셔도 취하기 전에 위에서 신호가 온다. 그만 마시라고. 도돌이표인데, 그러다 보니 술 마시는 게 재미가 없고 술자리에도 그닥 흥미가 없어서 굳이 안 간다. 뭐, 그래도 워낙 술을 좋아했던 사람이라, 아주 종종은 술 약속을 잡고, 술을 마시겠지. 드미트리가 먼저 술 마시자고 청한 사람, 네 매우 매우 드미트리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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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생각보다 재빠르게 훌훌 넘어갔다. 새내기를 지나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했다. 서른 살이 훌쩍 넘어버렸다. 지갑에는 현금과 신용카드가 제법 그럴싸하게 채워졌다. 이도 저도 아닌 탐욕에 빠져 허우적대며 긁어댄 할부 결제로 빚진 인생이 시작되긴 했지만, 더 이상 종이컵에 소주를 마실 일은 없어졌다. 그렇게 지나버린 가난의 행복을 잊고 술을 마시게 되었다. 행복을 잃어 가난해진 기분이었다. (하련, 29쪽)


술을 좋아한다는 건 사람을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술도 좋고 사람도 좋아서 그 사람과 마시는 술이 맛있으면 좋겠고 곁들인 안주도 맛있으면 좋겠다. 서로가 만족스럽게 취해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의 틈이 좁혀지면 더더욱 좋겠다. 내가 당신들과 함께 마시고 취하기 위해 이렇게나 노력한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이건 내가 진짜 당신들을 좋아해서 그러는 거다. (재은, 42~42쪽)


우울할 때 술은 약인데, 우울함의 정체를 모르니 술이 독이 됐다. (재은, 189쪽)


취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말들이 많아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 취하고, 한참을 취하고 나서야 늦게, 보고 싶다는 말을 짧게 남겨요. 올여름 비가 내리는 날에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면 좋겠어요. 이번엔 조금만. 또다시 여름이네요. 곧 봐요. (현경, 224쪽)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8.11.1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