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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김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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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고 울고 싶은데 뺨 때리던 시기가 있었다. 아프다고 소리치는데 그게 다 젊어서 그래, 청춘인데 무슨 엄살이 심해라며. 아프다고 하는데 병원에 데리고 가고 약을 사다 주지는 못할망정. 아프면 청춘이 아닌 환자다. 보살피고 걱정해 주어야 한다. 김의경의 소설집 『쇼룸』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한다. 전작 『청춘 파산』에서 빚 갚느라 봉고차에 실려 전단지 돌리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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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고 울고 싶은데 뺨 때리던 시기가 있었다. 아프다고 소리치는데 그게 다 젊어서 그래, 청춘인데 무슨 엄살이 심해라며. 아프다고 하는데 병원에 데리고 가고 약을 사다 주지는 못할망정. 아프면 청춘이 아닌 환자다. 보살피고 걱정해 주어야 한다. 김의경의 소설집 『쇼룸』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한다. 전작 『청춘 파산』에서 빚 갚느라 봉고차에 실려 전단지 돌리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청춘을 담았던 김의경은 『쇼룸』에서 더 팍팍해진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다. 작가의 경험담을 살린 소설들은 현장감과 깊이가 더해져 읽을수록 짠하고 서글프다. 『쇼룸』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들은 우리가 가질 수 없어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화려한 '쇼룸'의 세계로 데려간다.


가구 공룡 이케아. 광명시에 생기고 고양시에도 생겼다는 이케아에 가본 적은 없다. 김의경은 소설을 쓰기 위해 여러 번 그곳에 다녀왔다.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는 가구들을 보면서 소설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처음부터 비싼 가구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이들이 2년에 한 번 꼴로 바꿀 생각으로 이케아에 간다. 조립도 해야 하고 물건도 직접 날라야 하는 불편을 돈으로 주고 사면서도 그들은 가구가 방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며 행복해한다. 이케아에 가는 이들은 적어도 방이 하나씩은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데 우리는 너무 작은 것들에게서 미세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야 할 정도로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아니 느껴야만 한다. 그래서 슬프다. 『쇼룸』에 실린 첫 번째 소설 「물건들」에서 '나'는 없는 게 없는 가장 비싼 물건값이 5000원인 다이소에 가는 것을 즐긴다. 1층부터 5층까지 물건으로 빽빽한 그곳에서 필요한 걸 산다. 필요하지 않아도 천 원, 이천 원인 물건들을 가책 없이 고른다. 많이 사도 이만 원이 넘지 않는다. 머그컵과 식기, 청소 도구, 애완용품을 고르며 월급날에 탕진잼을 만끽한다. 그곳에서 '나'는 애인도 만든다. 작지만을 빼고 다시 쓴다. 확실한 행복. 확실한 행복 앞에 붙은 '작지만' 때문에 우리의 세계는 더 작아진다.


「물건들」의 '나'는 다이소에서 사온 물건을 들여놓을 집이라도 있다. 「2층 여자들」의 여자들은 집이 없어 고시원보다 조금 나은 곳에서 의심과 불만을 숨기고 살아간다. 가난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본적인 예의도 잊게 만든다. 공용 부엌에 놓인 냉장고에서 누군가는 우유를 몰래 먹고 익명으로 게시판에 불만을 늘어놓는 등 소통의 창구마저도 닫아 놓고 살게 한다. 『쇼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쇼케이스」이다. 부부 작가인 그들은 생활에 치여 남편은 정육점에서 일하고 아내는 집에서 소설을 쓴다. 남편이 일하는 것을 모니터로 보면서 그가 가진 꿈의 크기가 오래되어 갈변한 고기의 빛깔처럼 변하지 않을까 아내는 걱정한다.


물론 이런 멋진 방에서 함께 글을 쓰는 것은 현실에선 요원한 일이었다. 설사 이런 방이 주어진다고 해도 집을 살 때까지 글을 쓰지 않겠다는 태환의 말이 사실이라면 희영의 상상 속 방은 희영의 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했다. 멋진 방에서 글을 쓴다고 멋진 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화려한 신혼집에서 행복한 신혼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희영은 머릿속에 환상적인 장면을 그려 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개연성이 없는 결말이라고 합평 시간에 혹독히 까일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원하는 대로 마지막 장면을 쓰곤 했던 습작 시절의 습관처럼.

(김의경, 「쇼케이스」中에서)


「쇼케이스」의 희영은 침대를 사러 이케아에 남편과 간다. 남편은 겨우 시간을 냈고 이케아는 너무 넓다. 너무 물건이 많다. 희영은 옷장에 숨어 있다가 하루만 지내 보자고 한다. 멋지고 근사한 '쇼룸'에서. 남편은 말린다. 희영이 침대 대신 사서 들고 온 건 조명이었다. 환해진 집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남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자신이 일하는 정육점처럼 밝아서.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조명은 집 안의 때를 더 잘 보여줄 뿐이었다. 곰팡이와 거미줄, 잡동사니들을 환하게 비추었다. 다음날 희영은 조명을 중고 장터에 올린다.


내게는 가구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책장이 있었는데 처리했다. 책상 하나와 서랍장 하나가 남았다. 가구를 사지 않고 짐을 늘리지 않은 이유는 이곳이 정류장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버스를 기다린다. 이곳은 잠시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곳. 그러니 더 이상의 짐은 안 된다는 생각. 『쇼룸』의 인물들은 집이 없거나 있거나 상관없이 이케아에 가서 쇼룸을 구경하고 예산에 맞춰 가구를 들여온다. 가구가 안되면 소품이라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도 그들에게는 필요하다. 천 원짜리 곰팡이 제거제를 사서 뿌리고 꽃과 잎사귀가 그려진 머그컵에 커피를 마신다. 쇼룸 전체를 사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며 조명을 사고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헤어진 전남친에게 배송을 부탁한다.


작은 것에 만족하라며 무소유가 곧 소유라는 프레임으로 청춘들의 희망을 파산 시키는 사회에서 소설가 김의경은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반짝일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어야 하는 『쇼룸』이 아니라고. 알지 않는가. 『쇼룸』에는 가구들만 있을 뿐 사람은 살 수 없다는 것을. 최종 목표는 서랍장 하나를 없애는 것이다. 책상은. 책상은 필요하다. 허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s*****m 2019.01.01.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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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역을 몇 번이나 지나치게 만든 쇼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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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좋게 봐서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기대치를 훨씬 넘어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청춘파산을 읽은 것이 벌써 4년이 넘었다. 작가는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고 왔을까. 전작보다 재미없는 두 번째 소설을 읽고 실망한 적이 많아서 기대와 동시에 걱정했던 것도 같다. 일 년간 소설을 읽지 않았다. 사는 게 바빠서 서점에 가면 먹고사는데 필요한 책만 소비했다. 소설이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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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좋게 봐서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기대치를 훨씬 넘어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청춘파산을 읽은 것이 벌써 4년이 넘었다. 작가는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고 왔을까. 전작보다 재미없는 두 번째 소설을 읽고 실망한 적이 많아서 기대와 동시에 걱정했던 것도 같다.

 

일 년간 소설을 읽지 않았다. 사는 게 바빠서 서점에 가면 먹고사는데 필요한 책만 소비했다. 소설이란 어차피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사는 게 팍팍하면 남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안가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소설 쇼룸은 나의 이야기였다.

  

처음 책이 나왔을 때 인터넷에서 본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시된 아름다움, 쇼룸을 향한 프랜차이즈형 욕망, 소비와 주거, 그리고 삶을 잇는 조립식 상상.” 광고 카피처럼 멋진 문구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치고 읽다 보면 저런 멋진 문구는 생각나지도 않고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다이소와 이케아 매장을 헤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몰입감이 정말 대단한데 전철안에서 환승역을 몇 번이나 그냥 지나쳤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학창시절 만화책을 읽으며 환승역을 놓쳤던 경험이 오버랩되면서 내 마음도 여고생이 되었다.

 

물건들을 읽으며 사랑했지만 놓아버린 옛연인이 떠올랐고 그 사람이 나에게 물건보다 소중한 존재였나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봤다. 오랜 시간 피해왔던 성찰을 소설을 통해 하게 될 줄이야...ㅜㅜ

  

세븐어클락에서 파산한 부부는 밤늦게 도망이사를 가면서 일부러 자동차를 주차장에 남겨두고 온다. 이사간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며칠 뒤 차를 가지러가지만 차에는 스프레이로 사기꾼이라고 휘갈겨 있다. 그 차를 운전해 돌아오는 장면에서 나도 감정이 격해졌다. 언젠가 빚 때문에 죄인이 되었던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겪어낸 부부는 관계가 더 공고해질수도 있겠지만 다시는 보기 싫어져 헤어질 수도 있겠다. 부부간의 정은 빚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상큼 발랄하면서도 애잔한 이케아 소파 바꾸기>. 개성이 확연히 다른 세명의 여대생이 소파에 나란히 앉은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노란색 크노파르프소파 만큼이나 상큼하고 예쁜 학생들이지만 그들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그들처럼 예쁘고 상큼한 학생들은 이케아 가구들 만큼이나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그들의 개성과 관계없이 그들은 이케아 창고에 쌓여있는 물품들처럼 비슷하게 사회에서 활용되고 해고될 것이다.

  

유부남을 사랑하는 여대생이 나오는 이케아룸은 흥미로웠다. 불륜녀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니 불륜 역시 사랑이다 싶다. 하지만 소희는 이케아 매장을 순회한 이후로 어떤 이유로 오빠를 놓아버리게 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쇼케이스아내를 위한 남편의 희생은 이케아 매장 안에서 가려진다. 아내는 이런 곳에서 살고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의 진심을 화려한 쇼룸들 앞에서 잊어버린다. 아내는 자신의 반지하방과 너무 다른 쇼룸 안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아참 계약동거>!! 이 소설의 백미 아닐까. 따뜻하면서도 분명한(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황혼의 사랑. 60대에도 저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빈집<2층 여자들은 오르내리던 감정을 달래주듯 아주 재미있다. 지금 사는 전셋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명희가 너무나 들어가 살고 싶게 꾸며놓은 이케아에 들어가 이케아를 점거한다는 이 이야기는 이 땅의 집없는 사람들에게 이케아와 같은 가구공룡은 욕망을 부추기기만 할뿐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욕망을 해결해줄 아무런 의무가 없음을 새삼 확인해준다. <2층 여자들의 배경은 여성전용고시원이다. 비밀스러운 금남의 영역. 이 단편 얘기는 안하련다. 모르고 읽어보는 것이 훨씬 재미날 테니.

   

감정을 쥐어짜지 않는데도 희로애락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관념적인 문구로 치장된 소설이 아니라 쉽고 단정한 문장으로 쓰여진 소설이기 때문이 아닐까.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민망하게도 몇 번이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게 만들었던 쇼룸. 반짝이는 책만큼이나 안에는 반짝이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s****1 2018.10.27.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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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회전문은 꿈으로 통하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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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쇼룸. 한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어 비교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많이 다른 소설 같지만 소설집과 장편소설 모두에서 ‘감정’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콜센터의 청춘들도, 쇼룸의 등장인물들도 감정을 조절하며 살고 있다. 아슬아슬 언젠가는 울컥, 치밀어 오를지도 모르는 감정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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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센터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쇼룸. 한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어 비교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많이 다른 소설 같지만 소설집과 장편소설 모두에서 감정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콜센터의 청춘들도, 쇼룸의 등장인물들도 감정을 조절하며 살고 있다. 아슬아슬 언젠가는 울컥, 치밀어 오를지도 모르는 감정들을 가까스로 참고 있다. 그 참는 시간에는 이케아, 다이소 매장을 거니는 시간도 포함된다. 속상했던 일, 울컥했던 일들이 매장을 거닐며 카트에 저렴한 물건들을 담는 사이, 쇼룸처럼 우리 집을 꾸미는 상상을 하는 사이에 휘리릭 잠시 잊혀진다. 어떤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는가, 어떤 공간에 있는가에 따라 우리의 기분은 자주 바뀐다. 그것은 물건과 공간이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일 것이다.

 

 해외에 있었을 때 이케아에 자주 갔다. 이케아는 사실 거대한 생활용품전문점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구를 사러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일단 그곳에 들어가면 화려한 쇼룸에 사로잡혀 매장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게 되었다. 그곳에 가면 괜히 결혼이라는 걸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고 결혼은 아니어도 예쁘게 꾸민 집에서 룸메이트와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아직 알록달록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고 싶은 것 같다. 물건들은 생활의 증거이기도 하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채색의 삶보다는 화려한 무지개색으로 살고 싶지 않을까. 비정규직 여대생들도, 사업이 망해 경기도로 내몰린 부부도, 황혼의 커플도 이케아 가구들 사이에서 작은 위안을 얻는다. 퍼포먼스에 실패한 명희는 그 이후로도 이케아에 몇 번 더 들르지 않았을까. 이케아로 통하는 문은 아주 쉽게 열리므로.

 

 하지만 쇼룸에 속으면 안 된다. 쇼룸에서는 멋져 보이던 가구와 물건들이 내 방으로 들어오는 순간 초라해진다. 내 방은 빛도 잘 들지 않고 바닥 장판은 뜯어져 있고 벽지도 누럴 테니까.

그래서 이케아 회전문은 꿈으로 통하는 문이다. 거대한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면 둥실 몸이 가벼워지며 스위트홈의 꿈에 젖지만 그곳에서 나와 전철을 타고 자신의 보금자리로 들어가는 순간 꿈에서 깨어난다.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은 가구보다는 물건들로 시선이 향할 것이다. 다이소는 잠시나마 고민을 잊게 해주는 보물창고다. 그곳은 어느곳에서 존재한다. 어느 동네에나 대형 다이소가 존재하니까 말이다. 하루종일 물건 구경을 해도 나가라고 하지 않는 다이소가.

 

 부모님 세대보다 수입이 적고 내 집 마련이 거의 불가능한 이케아 세대의 삶이 이 소설속에는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부모님 세대보다 취향만은 고급진 청년들. 그들이 이케아, 다이소에서 길을 잃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이케아가 무엇인가. 싸구려 플라스틱이지만 스타일 하나만은 그럴듯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조립식 가구다. 하지만 이케아 가구마저도 어떤 이들에겐 사치다. 고작 그들이 가질 수 있는 건 이케아의 저렴한 베스트 상품이거나 환한 조명 아래 진열되어 있는 다이소 물건들이다.

 

 소설을 펼치기 전에는 한숨을 한 번 내쉬어야 한다. 숨가쁘게 책 속으로 빨려들어 갈 테니까. 시대를 잘 반영한 흥미로운 책 쇼룸. 하지만 우리는 당분간 굳이 꿈에서 깨어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s******1 2019.02.2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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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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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들 첫 작품이 강렬했다. 다이소를 중심으로 친구를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다. 인간의 본능마저 물건의 지배를 당하는 서글픈 청년들의 현주소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다이소 백화점보다 싼 물건들이 백화점만큼 구비된 곳이다. 소비하며 존재감을 확인하고 좌절하길 반복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의 씁쓸함에 현미경을 들이댄 작가의 글이 이채롭다. 대안은 없다. 삶이 원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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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들 첫 작품이 강렬했다. 다이소를 중심으로 친구를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다. 인간의 본능마저 물건의 지배를 당하는 서글픈 청년들의 현주소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다이소 백화점보다 싼 물건들이 백화점만큼 구비된 곳이다. 소비하며 존재감을 확인하고 좌절하길 반복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의 씁쓸함에 현미경을 들이댄 작가의 글이 이채롭다.
대안은 없다. 삶이 원래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닌가. 소설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따르길 바란다면 횡포가 아닌가. 살아가면서 대안이라 믿었다가 무너지고 다시 모색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h****d 2019.02.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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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평균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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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공간, 타인의 방, 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별다른 노력 없이도 손바닥처럼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잘 연출된 이미지로 쌓아올린 내게 없는 타인의 것들을 질투하면서, 대량 생산된 삶의 표본과 나의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면서 살아가는 지금에 대한 지금 여기 한국을 보여주는 따끔하고 즐거운 단편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부드러운 문장들에 기분이 좋았고, 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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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공간, 타인의 방, 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별다른 노력 없이도 손바닥처럼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잘 연출된 이미지로 쌓아올린 내게 없는 타인의 것들을 질투하면서, 대량 생산된 삶의 표본과 나의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면서 살아가는 지금에 대한 지금 여기 한국을 보여주는 따끔하고 즐거운 단편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부드러운 문장들에 기분이 좋았고, 차마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느껴왔던 불편한 생각들을 꼬집어주는 묘사에 부끄러움도 많이 느꼈습니다. 이케아 1호점이 한국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떠들석했던 분위기가 아직 기억이 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줄 서서 입장하며 62개의 쇼룸을 보며 느꼈던 감정들이 스쳐가며, 또 그런 일상들이 이렇게 정제된 단편소설집으로 묶여져 있는 것을 보며 생각할 점이 많아집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밌게 읽었던 단편이 「쇼케이스」였는데 이후 작가의 말을 보며 왠지 자전적인 이야기일것 같아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표준화되고 평균화 될 수 없는, 온기를 가지고 맥이 뛰는 내 곁의 사람과의 행복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g******9 2019.03.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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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또 다른 결핍을 야기하고, 나아가 불필요한 것들의 과잉으로 파급된다
"결핍은 또 다른 결핍을 야기하고, 나아가 불필요한 것들의 과잉으로 파급된다" 내용보기
이케아에 딱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각종 가구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늘어놓은 그곳에서 (그렇게 꾸며놓은 곳을 쇼룸"이라 부른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보고 침대에 누워보고 찻잔을 들어보는 사람들이 참 생경했었고, 처음 간 걸 티 내기라도 하듯 어정쩡하게 구경을 하는 내가 그들 눈에는 이질적으로 보일 것만 같았다.하지만 넓고 긴 쇼룸들을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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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에 딱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각종 가구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늘어놓은 그곳에서 (그렇게 꾸며놓은 곳을 쇼룸"이라 부른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보고 침대에 누워보고 찻잔을 들어보는 사람들이 참 생경했었고, 처음 간 걸 티 내기라도 하듯 어정쩡하게 구경을 하는 내가 그들 눈에는 이질적으로 보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넓고 긴 쇼룸들을 몇 번쯤 지나치니 나도 곧 자연스럽게 그들 틈에 섞였다. 이질감에서 동질감으로 바뀌는덴 채 몇 분이 안 걸렸다.


책에서는, 갓 자취를 시작하는 취준생의 방이나 고액의 채무를 갚지 못해 야반도주를 한 부부가 지낼 공간, 아내와 아이가 있는, 열여덟 살이나 많은 남자와 연애 중인 대학생의 오피스텔을 채워주는 살림으로 '이케아의 가구'들은 묘사된다.


방 하나를 전부 구매하는데 백만 원도 안 드는 그곳의 물건들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조립이라는 불편"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아름다운 물건을 살 수 있지만, 견고하지 못해 내구성이 떨어지고 질리기 쉬워 딱 그 가격만큼의 기능을 한다. 값비싼 제품을 들여 긴 세월 이고지고 다니면서도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과, 기분전환하듯 몇 년에 한 번씩 색상과 디자인을 바꿔 새로 들이는 것, 어떤 걸 선택하고 선호하느냐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이점만은 책을 읽고 보다 명확해졌다.

결핍은 또 다른 결핍을 야기하고, 나아가 불필요한 것들의 과잉으로 파급된다는 것.



[책 속에서]

"빈집은 늘어가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줄어만 가는데 집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는 가구 공룡 이케아는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니."


'"스웨덴 요리는 대체로 밋밋한데 링곤베리 잼은 음식의 풍미를 더해 주거든요. 마치 인생의 힘든 시기가 한 사람의 인생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에요. 링곤베리 잼을 어떻게 사용할까는 요리사 마음이에요."(중략) 그 끔찍한 경험이 이제 얼마 안 남은 내 삶에 풍미를 더해 줄 수 있을까. 슬픔의 재료로 사용해 평생 우울하게 살 것인가, 더 큰 열정의 조미료로 사용할 것인가는 내 마음이었다.'

a*****0 2020.12.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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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를 통해 이런 이야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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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김의경 작가의 쇼룸을 읽었다. 전작인 청춘파산도, 콜센터도 재미있게 읽은지라 기대감이 컸다. 무엇보다 소설의 주된 배경이 이케아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들었다. 이케아를 검색해보면 얼마나 많은 포스트가 쏟아지는지. 이케아는 한국인이 궁금해하는 공간인 것은 분명하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는 것이 힘들었는데 적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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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김의경 작가의 쇼룸을 읽었다. 전작인 청춘파산도, 콜센터도 재미있게 읽은지라 기대감이 컸다. 무엇보다 소설의 주된 배경이 이케아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들었다. 이케아를 검색해보면 얼마나 많은 포스트가 쏟아지는지. 이케아는 한국인이 궁금해하는 공간인 것은 분명하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는 것이 힘들었는데 적당한 긴장감과 공감으로 술술 잘 넘어가는 페이지는 몰입감이 상당했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는 내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이케아에 들어가 있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등장인물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는 나를 발견했다.

 

취향 따위 무시하고 베스트상품만을 구입해야 하는 이십대 비정규직 청춘이 되어 분해해 주저앉은 크노파르프 소파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절절히 느꼈고, 결혼식도 하지 못하고 오래도록 산 남편과 가구를 사러 왔지만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길을 잃기도 했고, 철없는 아들 때문에 재혼을 망설이는 중에 갑자기 감정이 울컥해 이케아 가구 안에 들어가 엉엉 울었다. 이기적인 유부남 남자친구와 진열된 침대 속에 들어가 키득대기도 했고, 그가 구해준 오피스텔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떠올린 윤리의식으로 누군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다는 생각에 커튼 뒤에 숨었고, 오피스텔에 함께 올라탄 자기 또래의 오피녀들과 자신과 뭐가 다른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영화를 찍겠다고 들어간 이케아 매장에서 자신의 꿈과 맞바꾼, 오래전에 잃어버린 자신의 가정을 떠올리다가 술에 취해버린 명희의 심정에 매우 공감이 갔다. 누구나 이루지 못한 꿈은 있으므로.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감추고 태연히 이케아 매장을 거니는 사람들이 가깝게 느껴졌다. 이케아에 가게 된다면 매장을 거니는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보게 될 것 같다.

 

소설을 통해 한동안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게 된다. 그것이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인 것 같다. 이케아, 다이소,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 작가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앞으로도 계속 그녀의 책을 기다릴 것 같다.

 

 

    

l****7 2019.03.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