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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의 소설 『점선의 영역』은 예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전쟁고아로 자수성가한 '나'의 할아버지가 까무룩 정신을 잃고 집안 식구들에게 들려주는 예언으로. 명절에 모인 식구들을 향해 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고 들려주는 예언은 대개 불길하고 어두운 징조로 가득했다. '나'의 고종사촌에 관한 예언은 정확히 들어맞았고 식구들은 무서워하면서도 섣불리 예언을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수능을 보고 할아버지에게 인사하러 들른 '나'는 유과를 먹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의 예언을 듣는 사람이 되었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 할아버지는 '나'에게 이런 뜻 모를 소리를 들려주고 얼마 후 돌아가셨다. 취직을 하기 위한 대학 생활을 보내지만 졸업 후에 취직은 머나먼 행성에서 일어나는 일로만 여겨졌다. 열한 번 취업에 실패하고 본 회사의 면접에서 '나'는 빨간 재킷을 입은 면접관에게 할아버지의 일화를 말한다. 앞날을 보는 할아버지를 둔 이상한 일을 겪은 자신은 운명 앞에 겸허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점선의 영역』은 단순히 면접에 실패하고 의지를 잃은 채 좌절하는 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나'와 연인 관계인 '서진'이라는 인물은 취업 관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프니까 청춘인 암담한 인생이다. 그들은 사랑을 하고 사랑을 이어갈 줄 아는 사람들이다. 어차피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전언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중반부로 가면 서진이 면접에 실패한 그날 자신의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건으로 이야기의 분위기가 바뀐다. 인턴 자리에서 밀려난 서진의 행동이 돌고 돌아 면접관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된 서진은 취업에 실패한다. 다만 그림자가 없을 뿐이다. 그런데도 서진은 자신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가볍고 이내 행복하다고까지 느낀다.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다. 나는 서진의 그림자를 찾아 주려 하지만 실패한다. 할아버지의 예언대로 만나면 안 될 사람을 만났고 소중한 걸 잃어버린 채 도망치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너무 푸르고 너무 작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점으로 기억될 우리는 그 안에서 아등바등 인생의 직선 하나 그리지 못하고 살고 있다. 이름이 있어도 숫자로 불리고 해고는 쉽고 취업은 다른 세계의 일이 되어버린 지구에서 운명이란 용기를 잃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상한 일이다. 이상한 세계에서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살아가면 된다. 어긋나고 뒤틀린 채 살아가는 것보다 그림자를 찾아다니며 하루를 보내는 게 이상한 세계에서 통용되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 실패와 절망 때문에 어둠으로 도망쳐 그림자를 지우며 살아가는 우리를 꺼내 줄 수 있는 건 사랑이다. 소중한 걸 잃게 되더라도 지켜 주고 싶은 한 사람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 그림자를 데리고 올 수 있다. 사랑을 쓸 수 있는 직선의 획은 그렇게 완성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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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예언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언이란 멀리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광인과 같다. 두렵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볼 엄두는 나지 않는. 그러다 그 광인이 실은 아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외면하고 도망친다. 난 저자를 모르고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누군가는 다가가 끌어안는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올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모른 척 가만히 있는 사람은 적다. 자기를 알아본 광인이 다가오는데도 가만히 있는 사람은 더 적다. 나는 맨 마지막, 소수파의 소수파였다. 그날 저녁 전까지는 그랬다. - p.7
서진은 벤치에 앉았다. 고개를 흔들며 쌀쌀하고 맑은 공기로 얼굴을 씻었다. 어지러움은 가라앉았지만 붕 뜬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지구보다 낮은 중력의 행성에 발을 디딘 것처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린 건 그때였다. 발치를 멍하니 바라보던 서진이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조경수로 심어놓은 길쭉한 편백나무 옆에 태양을 등지고 앉았는데, 나무 옆 그녀의 그림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새하얗게 깔려 있는 눈밭이 완벽하게 조율된 피아노에서 나오는 첫번째 음만큼이나 깨끗했던 것이다. - p.45
주인공인 "나"와 서진과의 관계는 다소 몽환적이다. 연애소설 같은데, 로맨스 판타지 같은 느낌이다. 그림자는 뭘까? 아마도, "나"와 서진과의 관계에서 비춰질 상징적인 의미의 매개체겠지. 난 전문 평론가가 아니므로,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과감하게 생략해 버리고....!
2.
튀어나온 그림자가 차츰 길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꼼짝 않고 서서 그걸 지켜보았다. 그림자의 움직임만 봐서는 그림자의 주인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장소에서 존재하지 않는 주인이. - p.62
그림자는 "나"와 서진과의 관계를 지켜보는 존재일까. "나"는 그 그림자에 왜 이렇게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나는." 서진이 선언하듯 말했다. "내 그림자를 거부한 거야." 침묵이 흘렀다. 나는 낮에 보았던 그림자를 떠올렸다. 벤치에, 아니 벤치의 그림자에 힘없이 앉아 있던 검고 가냘픈 형체. 주인에게 버림받은 붆신. 나는 이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질문을 했다. ":왜 그랬어?" "뭐가?" "그림자. 왜 거부했냐고. 무서워서?" "약간은. 하지만 그게 가장 큰 이유는 아니야." "그럼?" 서진이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그걸 직접 봤을 때 깨달았거든." "뭘?" "그게 없어서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사실을." - pp.91~92
어쩌면 "나"에게 그림자는 서진과의 인연을 이어주는 확실한 매개체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 그림자가 없이는 서진과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 그렇다면, 서진은 실존인물일까 하는 의문이 나온다. 실존인물이 아니란 근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실존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공상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는 준다.
3. 나는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한 다음 계속 말했다. "그게 네 탓이라는 게 아냐.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솔직히 네 탓이건 아니건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어. 정전 때문에 세상이 망하고 내가 실업자가 되는 건 괜찮아. 하지만 네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건 싫어." "그럼 난 불행해져." "내가 없는 것보다 더?" 서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더없이 온화했다. -pp.136~137
"나"와 서진과의 관계는 평평한 듯 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준다. 서진의 태도 역시 뭔가 불명확하다. 확실히, 서진은 모호한 존재다. 그 모호함이 『점선의 영역』일 거라 짐작해 본다. 사랑이든, 삶이든, 정답이 딱 떨어지는 건 없다.
4. "하나는 일어날 일, 다른 하나는 해야 할 일, 일어날 일은 어쩔 수 없어. 막을 방법이 없지. 따라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해. 그래야 일어난 일로 인해 생긴 결과를 감당할 수 있으니까. 사촌형도 그랬어.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받아들였지. 나도 그래야 해.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 거야. 그렇다면 용기를 가지고, 도망치지 말아야 하는 거지." 나는 잠시 생각한 다음 덧붙였다. "짐작일 뿐이야." 우리는 차를 마셨따다. 서진이 입을 열었다. "아무튼 나는 만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거지." "정확히 말하면 만날 수밖에 없었던 만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지." - p.162~163
서진과의 묘한 관계는 결말조차 모호하다. 그리고 『점선의 영역』에서 결과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일어날 일, 해야 할 일, 일어날 일...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중요한 건, 그것들에서 도망치지 말고 맞닥뜨릴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도망치려만 했던 나의 지난날은 이제 잊고 싶다. 세상풍파에, 그리고 살아가는 현실에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맞설 싸울 수 있는 용기. 그것을 가지고 나는 나의 영역에다 최소한의 점선을 그어본다. 삶과 삶의 어느 지점에 점을 찍고, 각각의 살아온 날, 살아가고 있는 날, 살아갈 날들의 좌표를 선으로 그어본다. 조금 더 선명하게 나의 삶이 보인다. 그러므로, 도망칠 필요도, 도망칠 이유도 없다. 그 선에는 굴곡이 많이 있으나, 어쨌든, 앞으로 잘 살아갈 예정된 좌표가 보이기 시작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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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야기다. 한번이라면 불길한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두번이면 무서워할 수 있다. 하지만 몇번씩 되풀이된다면 마음은 운명론을 따르게 된다. 할아버지 말대로 방법은 없으나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할아버지는 신기가 있었던 걸까? 할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예언들은 모두 적중했다. 그런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한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돼." 열한번이나 취업에 실패했다. 12번째 면접에서 취업을 하게되었고 여자친구 서진은 아직도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어느날 기이하게도 서진의 그림자가 사라진다. 하지만 두사람의 애정에는 문제가 없었다. 어느날 도시에 정전이 발생한다. 하지만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전이 있을때마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다. 서진은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진 뒤 부터 정전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회사 앞 밴취에서 목격한 공포스러운 그림자. 서진의 사라진 그림자, 그리고 공포의 그림자는 무엇을 말하려 함인가. 그림자가 사라지게 된 이유에 대해 무엇을 보았던가. 데이터는 신호일 수도 있고, 잡음일 수도 있는데, 사실 둘은 같다. 신호는 의미를 가진 잡음이다. 잡음이 신호로 바뀔 때 우리는 단순한 매혹과 맹목적인 호기심을 넘어 의미의 세계로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간다. p64 허구인걸 알면서도 소름이 돋는 페이지가 있었다.
그림자가 사라짐으로 인해 서진은 홀가분했고 행복했다. 그림자가 다시 찾아온 듯 하였으나 서진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늘도 힘차게 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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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의 영역> 호러소설 같기도 연애소설 같기도 한 묘한 소설 그래도 마지막은 해피엔딩. "하나는 일어날 일, 다른 하나는 해야 할 일, 일어날 일은 어쩔 수 없어. 막을 방법이 없지. 따라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해. 그래야 일어난 일로 인해 생긴 결과를 감당할 수 있으니까. 사촌 형도 그랬어.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받아들였지. 나는 그래야 해.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 거야. 그렇다면 용기를 가지고, 도망치지 말아야 하는 거지." 점선의 영역은 판타지스럽기도 하면서 어떨 때 지극히 현실적인 것 같은 소설이다. 이 책은 <문학 3>의 문학웹에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연재했던 원고를 수정하고 보완해 엮은 소설로 주인공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맨 처음 등장하는데 운 좋게 상가건물을 매입하여 재산을 불리게 된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예언을 하게 되고 그 예언의 결과가 실현된다. 예를 들어 고모 사촌 형을 보고 교통사고가 날 것이다 했는데 진짜 교통사고가 나고, 집안에 도둑이 들 거다 했는데 진짜 도둑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한 예언은 주인공에게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뒤 세월이 흘러 어느새 주인공이 취업할 나이가 다되고 그 사이 사랑하는 여자, 서진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서진의 그림자가 사라지게 되고 점차 그림자가 사라진 서진은 투명해지며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과연 주인공은 서진의 그림자를 찾고 그녀와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판타지 소설 같기도 왠지 호러물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내용은 판타지일지언정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취업 현실을 드러내고 있는데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겨우겨우 취업하며 회사를 다니지만 그마저도 어렵게 취업한 회사를 퇴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들을 그려내며 서진과 '나'를 통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현실에 끌려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그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그림자까지 거부했던 서진의 이야기는 어릴 적 할아버지의 예언과 운명과 현실이 뒤섞이며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다. 이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까지 버리면서 행복하고 싶었던 서진과 자신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그 과정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간 '나'는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운명과 수많은 점선들 사이에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적극적으로 대결하기보다는 할 수 있고 해야 할 수많은 점선의 영역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는다. 운명을 받아들 이 돼 방향을 달리하며 적극적으로 점선의 영역에서 또 다른 실선을 그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삶이 수많은 점선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방향을 바꿔가며 새로운 실선을 그어 나가야 하는 삶이며 점선의 영역을 실선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역량이고 의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처음엔 미스터리 호러 소설인가 했지만 계속 읽어가다 보니 달달한 연애소설이자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 삶의 많은 순간에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수많은 점선의 영역 즉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나아가라는 위로와 용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점선의 영역>. 이 책은 그리 길지 않는 장편소설이라 빠르게 읽었지만 읽고 난 후 더 고민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앞을 알 수 없어 힘들어가는 분들이나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고 길지 않으면서 강렬한 소설을 찾고 계신 분들이나 판타지, 호러, 연애 이 모든 장르를 한 꺼번에 들어간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묘한 여운을 남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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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을 듣고 절망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럼 듣고 절망하되 다시 일어서라 " 라고 말하는 듯 한 이 책. 점선의 영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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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작가가 많다는 게 많다. 나에게는 뭔가 콕 하고 박힌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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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싹장입니다.
요즘 불어나는 살들 때문에 큰 결심을 하고 다이어트라는 놈을 시작했는데요, 밤 10시쯤 되면 냉장고 앞을 기웃거리는 제 모습을 보며 이거 참 쉬운 일은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이순간이 나의 제일 영한 순간이라 하지 않습니까. 이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하루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거 열심히 하시고, 후회없는 즐거운 삶. 살아가시기를 바라봅니다.
오늘의 간단리뷰는
창비에서 출간된 우리 소설 ‘점선의 영역’입니다.
저는 사실 좋아하는 장르, 좋아하는 작가만 들입다파는 (좋은말로 하면 지고지순 반대는 좀 편협한(?)) 스탈이라.. (국내 작가 책은 오로지 김영하 작가 책만..) 정말 오랜만에 읽어 보는 우리 작가님 소설이었습죠.
줄거리를 좀 들춰보자면, 우리 할아버지는 미래를 내다보신다. 할아버지의 말이 워낙 신통방통 들어맞으니,. 가족들도 할아버지의 이런 현상(?)에 처음에는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 부터 강령술까지.. 온갖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어느날 대학에 합격한 나는 할아버지의 금은방에 인사드리러 간 찰나, 할아버지의 예언을 듣게 된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거다.’ ‘소중한걸 잃게 된다. 힘들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돼.’
자, 서두에 시작되는 얘기만 보면 상당히 비현실적인 미스터리 물이 아닐까 싶은데요. 읽다보면 이거 미스터리구나!! 라는 심증이 점점 깊어집니다만..(그림자가 사라진 서진 이라던가.. 정전 이야기라던가..) 다 읽고 나면 또 그게 아니란 말씀.
그림자가 사라진 서진의 이야기에 ‘나 또한 그럴 수 있을거야‘ 라는 동질감도 느끼게 되고, (제가 원체 열이 많아서;;) 자신을 찾아온 그림자를 거부하고 ‘행복하다’ 라고 말하는 서진의 모습에서 힘겨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청춘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오지않을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듯 오기로 되어 있는 미래를 근심해봤자 소용이 없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인데 요즘 복잡한 일로 머리 싸매고 있는 저에게 딱 와닿는 얘기더군요.
무수히 많은 점과 점들, 그것들을 잇고 이어가며 점선의 영역 속 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그 안에 내 삶이 있고, 여러분들의 삶이 있지요. 나의 삶은 과연 어떤 점들의 이어짐 속에 그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지, 또한 나의 점은 타인의 삶속에 어떻게 녹아 들어가 있을지.. 이 책을 통하여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봅니다.
책은 정말 심플합니다. 160여 페이지 남짓한 분량인데 정말 금새 읽힙니다. 짧은 분량임에도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온전히 녹아들어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가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최민우 작가. 제가 정말 재미나케 읽었던 ‘오베라는 남자’의 번역가이시기도 하다네요. 정말 다재다능한 분이신 듯. 앞으로 여러분께서도 기억해 둬야 할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주인공 커플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오늘의 간단리뷰 싹장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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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을 보았다. 점이었다. 사람들은 그 점들을 이어서 별자리를 지었다. 그렇게 그 점들은 무한의 그 무엇이 되었다. 수많은 객체를 형상화할 수 있는 점. 그것이 선을 이루고 영역을 이룬다. 확실한 실선이 아닌 점선. 그 점과 점 사이에 상상이 채워진다. 상상이 녹아든 영역. 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다. 별도 점이다. 그렇기에 많은 예언을 낳았다. 그 예언은 점성술이라 불리고. 점, 즉 별의 빛, 위치, 움직임. 그것으로 앞날을 미리 보기한다. 모호하지만, 삶은 모름지기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살짝 기대를 갖기도 하고.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 -16쪽. 한 노인. 예언을 하신다. 신탁(神託)처럼 하시는 할아버지의 예언. 그런데, 불길한 예언이다. 기막힌 건, 그 예언이 적중한다는 거다. 두렵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예언을 손자인 내가 듣는다. 역시 불길. 나는 대한민국의 한 남자다. 열한 번의 낙방. 열두 번째에 합격 후 작은 회사에 다닌다. 그의 연인 서진. 취업하기 위해 어려운 싸움을 한다. 이 또한 대한민국 청춘의 얼굴이다. 그런데, 그녀. 어떤 면접을 보고 난 후, 그림자를 잃는다. 그리고 그. 사고로 한 눈의 밝기를 잃고. 겉은 깨끗한 왼쪽의 그 눈의 밝기를. '예언이라는 확고부동한 점이 있다고 삶이 분명해지지는 않는다. 그 점의 앞뒤에, 위아래에 다른 점을 찍는 건 우리 자신이다.' -164쪽. 또, 밤하늘을 본다. 역시 별은 점이다. 그 점을 이은 별자리. 많은 신화(神話)를 담고 있는 그 별자리. 영웅담, 연애담. 그 수많은 변주. 서진과 나의 이 이야기는 이 시대, 이 무대의 영웅담, 연애담이다. 현재 대한민국, 서울. 그 청춘남녀의 신화. 사실, 예언은 신화의 단골 손님이다. 소년, 소녀가 객제이며, 또 주체인 예언. 그 예언을 이루는 신화. 확실히 예언은 확고부동한 점이다. 예언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점의 바깥은 미지다. 그렇기에 모호한 예언. 그 해석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언으로 삶이 분명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점의 앞뒤에, 위아래에 다른 점을 찍을 수 있기에. 불길했던 할아버지의 예언. 그런데, 그건 더 불길한 걸 막기 위한 불길이었을 수도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아니겠는가. 슬프지만, 빛나는 신화의 두 남녀 같은 이 이야기. 두 남녀가 사랑하니, 상승 작용이 일어난다. 그 부드러움에 더해 가볍고, 따뜻해진다. 점선을 어떻게 이어야 하고, 아직 남은 점선의 영역을 어떻게 갖추어야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소중히 그린다. 이 이야기를 꼬옥 안아 본다. 역시 부드러운 가운데 가볍고, 따뜻하다. 덧붙이는 말. 이 소설은 '문학3'의 문학웹에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연재했던 원고를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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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자식의 앞날, 궁합, 운수를 알기 위하여 무속신앙인을 찾아가거나 타로 카드를 보곤 한다. 과연 미래를 안다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불행을 알 수 있을까? 상가주인이자 보석상을 운영하는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앞 일을 볼 수 있는 분이였다. 다만 점쟁이처럼 전문적이 아닌 예언의 당사자를 향해 한 두 마디씩 내뱉고 의식을 잃으시면 자신이 한 말을 잊어버리고는 하지만 할아버지의 예언은 항상 적중했고 그런 예언은 가족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곤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할아버지의 마지막 예언 대상자는 바로 주인공. 단 두마디였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 할아버지의 임종 후 주인공은 취업을 하고 일을 위해 방문한 공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서진을 만나 고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해 간다. 인턴을 그만두고 직장을 알아보던 서진은 취업준비에 열심이지만 취업의 문턱은 매우 높다. 전 직장상사의 험담으로 인해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로 낙인찍히며 이 바닥에서 취업은 힘들것이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서진의 마음 속에 강한 증오감이 발생하며 그 날 서진은 자신의 몸에 그림자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서진이 그림자를 잃어버린 순간 주인공은 할아버지의 예언이 실현되었음을 알게 된다. <점선의 영역>에서는 우리에게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 우리가 잘 알지 못해도 잘 움직이기만 하면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스마트폰의 원리를 알지 못해도 작동만 하면 그대로 괜찮은 것인가? 우리 주변의 일들이 내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준다면 그 자체로 괜찮은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저자는 서진을 통해 보여준다. 처음에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의문을 계속 추적해 나가던 서진이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진 이후 자신이 반감을 가지던 사람이 겪는 사건들을 지켜보며 후련함을 느낀다. 그리고 더 이상 의문을 갖지 않고 의미 찾기를 포기한다. 잘 됐다, 상관없다라고 생각한 이후 자꾸만 희미해져가는 서진의 모습을 통해 의미를 잃은 채 포기해 버리는 순간 우리의 삶도 희미해져감을 말해준다. 할아버지의 예언은 실현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는 건 결국 할아버지의 예언이 아닌 주인공과 서진의 몫이었다. 그들이 새로운 점을 찍고 점선을 만들어갈 때 더 이상 예언은 그들에게 장애가 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할수록 점쟁이에 더욱 많은 돈을 쏟아부을 것이다. 결혼,대학입시, 취업 등을 물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건 예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인생의 도화지에 어떤 점선을 그릴 수 있는 부분은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다. 내가 스스로 점선을 잇고 의미를 만들어 갈 때 진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말해 준다. <점선의 영역>, 얇지만 책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읽는 내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게 해 주는 이 작은 소설이 읽는 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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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퓨즈가 나가듯 "만나서는 안될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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