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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떨어져 사는 연습
"살짝 떨어져 사는 연습" 내용보기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인간관계!"철이 들 무렵부터 항상 인간관계가 어려웠고 조심스러웠다.그럼 철들기 전에는 어땠냐면 그땐 전혀 그런 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내가 인간관계를 어려워하기 시작한 것은 자의식이 생긴 다음부터 아니었을까.기본적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하지
"살짝 떨어져 사는 연습" 내용보기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인간관계!"

철이 들 무렵부터 항상 인간관계가 어려웠고 조심스러웠다.

그럼 철들기 전에는 어땠냐면 그땐 전혀 그런 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인간관계를 어려워하기 시작한 것은 자의식이 생긴 다음부터 아니었을까.

기본적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남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남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면서 나의 인간관계는 수렁 속으로 빠져 버렸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책도 참 많이 읽었다.

예전에 비해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라 아직까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멘붕에 빠져 버린다.

직장과 사회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이런 껄끄러운 상대를 만나보았을 것이다.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책의 저자는 스님이자 정원 디자이너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 일본식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화려하고 장식이 많은 유럽의 정원과 비교하면 일본식 정원은 약간 심심할 정도로 밋밋한 편이다.

물론 일본식 정원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서양에 비해 여백의 미가 두드러진다.

저자는 인간관계도 일본식 정원을 꾸밀 때처럼 서로간에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너무 가까우면 상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인생에서 내가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의 마음과 앞으로의 미래'라는 구절을 읽고 무릎을 쳤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내 맘같이 않아 마음속에 짜증과 화가 잔뜩 쌓여 있는 상태였다.

내 마음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남의 마음을 내 의도대로 조종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그 이후로 다른 이들의 생각이 나와 다르더라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겼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려웠다.

그 이유를 이 책을 읽고 나서 깨달았는데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 두기'를 내가 잘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허영심과도 맞닿아 있다.


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친절을 베풀거나 괜한 오지랖을 떨어 지나친 배려를 해주다 보면 어느 순간 반드시 지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상대방은 지금까지 받아온 것에 비해 친절이나 배려가 못하다 싶으면 바로 나를 매정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

이 얼마나 생산성 떨어지고 어리석은 행동인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아니라 남을 의식한 행동은 오래가지 못한다.

의식하고 한 행동이기 때문에 내가 바라는 댓가가 어떤 식이든 분명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가 그에 걸맞는 뭔가를 나에게 주지 않거나, 내가 제 풀에 지쳐 나가 떨어진 다음 나에게 실망했다는둥,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는둥의 이야기를 해대면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요는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에 따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보다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일평생 가면을 쓰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언젠가는 내 본심과 실체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어차피 드러날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이고, 그런 나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면서 다가오는 이들이 나의 인연이다.

인연이 아닌 이들에게까지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할 필요는 없다.

일단 그건 내 본래 모습과 맞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살짝 떨어져' 사는 것을 강조했지만 나는 이 책에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나름대로 정리해 보자면(직업병 발동!), 일단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건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언제나 중심은 나에게 두어야 한다.

기본적인 배려와 나를 잃을 정도의 친절은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남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나와 맞지 않는 이들을 굳이 바꾸려 하지 말고, 진짜 모습을 숨기고 포장하면서까지 남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훨씬 인간관계가 쉬워지지 않을까.

오랜 세월 굳어진 생각이 하루 아침에 바뀌진 않겠지만 자주 떠올리며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과거와는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에도 몇백명의 사람들과 마주하는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t********1 2019.04.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