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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한 인간이 모든 것을 품어 내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한 인간이 모든 것을 품어 내기 위해" 내용보기
페르난두 페소아의 산문집 『불안의 서』를 2년에 걸쳐 읽고 있다. 아마 내년 이맘때쯤에는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소아의 글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영혼의 전율을 느꼈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던 것을 이렇게 정확한 언어로 쓰다니? 심지어 이렇게나 모든 걸 담아 내는 글을 쓴다고? 거의 페소아라는 종교에 입문한 것 같은 심정으로 그의 글을 읽었다. 워낙 두꺼운 책이라서 이따금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한 인간이 모든 것을 품어 내기 위해" 내용보기

페르난두 페소아의 산문집 『불안의 서』를 2년에 걸쳐 읽고 있다. 아마 내년 이맘때쯤에는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소아의 글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영혼의 전율을 느꼈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던 것을 이렇게 정확한 언어로 쓰다니? 심지어 이렇게나 모든 걸 담아 내는 글을 쓴다고? 거의 페소아라는 종교에 입문한 것 같은 심정으로 그의 글을 읽었다. 워낙 두꺼운 책이라서 이따금 페소아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날마다 몇 꼭지씩 읽다 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내가 페소아에 강렬히 매료된 이유를 말로 설명할 수 없었고 그저 만났다는 것에 안도하며 내 영혼의 밥처럼 조금씩 삼켰다. 그의 글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하루에 적정량을 넘어서 읽으면 영혼이 체하는 것을 느낀다. 체기가 들기 직전에 책을 덮으며 이번 생에 페소아의 글을 만나서 너무 다행이라고 혼자 생각하곤 한다. 


그러다 정신분석학을 접하고 페소아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조금씩 모으게 되었다. 페소아는 인간의 공통된 운명, 즉 매 순간 오직 한 가지 삶만 허락하는 몸에 무한을 꿈꾸는 내적 자아가 깃들어 있다는 모순을 직시한 시인이다. 특히 몸이 인간에 부과하는 필연성의 한계를 어떻게서든 벗어나 자아가 허락한 무한한 가능성을 향유하고 싶어 했다. 그런 까닭에 그의 글에서 '모든 것'을 탐하는 마음이 자주 드러난다. 한 인간이 모든 것이 되려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어야 한다. 그래서 페소아는 자기 자신을 잘게 쪼개어 고정된 정체성에 갇히지 않으려 했다. 무수한 '이명'으로 분해 다양한 글을 남긴 것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인간이 되어 모든 장소에 가보고자 하는 자신의 삶을 건 실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타고난 성(姓)인 '페소아'는 포르투갈어로 '인간'을 뜻한다고 한다. 구체성을 포기하고 추상적인 인간이 되고자 했던 그의 삶이 마치 타고난 운명이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아 절묘하다. 


그러니 페소아의 시가집 제목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는 삶의 모든 기력을 들여 최대한의 영혼들을 짊어진 그의 삶을 압축한다. 이 시가집은 페소아가 본명으로 발표한 작품들 중 옮긴이 김한민이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선별해서 엮은 것이다. 무수한 영혼을 품은 자가 쓴 시어들은 그 의미가 한 손에 쉬이 잡히지 않는다. 어렴풋이 뒤를 따라가다 보면 최대한의 세상을 보아 내는 확장된 시선과 본 것을 적확하게 담아낸 시어에 경탄이 치솟는 순간들이 온다. 내가 페소아에게 매료된 건 하나의 정체성에 붙박여 있기를 거부하고 기꺼이 부유하는 존재였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그 길의 끝에는 한 인생이 부서지는 위험이 도사린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페소아의 글에서는 그 위험에서 딱 한 발자국 물러서 있는 자의 아슬아슬한 피로감이 묻어난다. 이것을 이해하게 된 나는 그 길의 끝자락에 페소아가 서 있음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돌아서 나올 수 있었다. 이런 나약함을 용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계속해서 페소아의 글을 읽는다. 

YES마니아 : 로얄 t********3 2020.11.27.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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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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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흔들리는 영혼이 담겨있다. 읽을 때면 나의 많은 영혼도 같이 흔들리지만 그 중 하나는 안정을 찾게 되고 나는 덜 불안해진다. 불안을 잠재울 순 없지만 그 속에서라도 잠은 잘 수 있었다. 같이 흔들리다보면 털어지는 것 같고 그래, 뭘 그리 걱정이 많은지 싶으면서 내려놓게  되고 내려놓음으로써 몸은 바닥과 붙어 잠을 잘 수 있게 된다.아침에 일어나선 다른 영혼으로 가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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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흔들리는 영혼이 담겨있다. 읽을 때면 나의 많은 영혼도 같이 흔들리지만 그 중 하나는 안정을 찾게 되고 나는 덜 불안해진다. 불안을 잠재울 순 없지만 그 속에서라도 잠은 잘 수 있었다. 같이 흔들리다보면 털어지는 것 같고 그래, 뭘 그리 걱정이 많은지 싶으면서 내려놓게  되고 내려놓음으로써 몸은 바닥과 붙어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선 다른 영혼으로 가볍게 책을 펼치고 책을 한껏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 찾아오는 밤을 조금은 유의하면서 "거짓 죽음 속에 평온히 우리에게 노출된, 가슴을 누르는"책에 영혼을 옮겨 놓는다.

g******3 2020.06.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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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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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변하면 죽는다지.근데 죽을 때까지 배우고 변화하는 게 인간이라지.모순에 모순의 탑을 쌓아갈수록 내가 나를 놓치고 방황한다.그러다 그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방향성을 정비하는 그 모순까지, 대칭과는 참으로 거리가 먼 존재의 삶이다.지구가 더 피폐해지기 전에 페소아의 도시에서 그의 책을 팔에 낀 채 포트와인과 바다의 물결에 잔잔히 젖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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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변하면 죽는다지.
근데 죽을 때까지 배우고 변화하는 게 인간이라지.
모순에 모순의 탑을 쌓아갈수록 내가 나를 놓치고 방황한다.
그러다 그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방향성을 정비하는 그 모순까지, 대칭과는 참으로 거리가 먼 존재의 삶이다.
지구가 더 피폐해지기 전에 페소아의 도시에서 그의 책을 팔에 낀 채 포트와인과 바다의 물결에 잔잔히 젖어들고 싶다.
c********3 2025.03.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