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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의 사회 오성인(87년 광주 태생 시인) 국어시간 칠판에 시를 묶는 교사의 손이 수술용 장갑을 낀 듯 차갑다 에테르 적신 거즈로 아가미를 덮은 붕어처럼 누워있는 시 교사가 해부할 부위를 체크하듯 분필로 곳곳에 밑줄을 친다 단어와 문장이 하나씩 떼어지고 시는 의식을 잃는다 죽어버린, 시 개인이 전체로 이념이 신념으로 성찰이 절망으로 둔갑하는 세계 충실한 하수인인 칠판의 통제하에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배우는 아이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수업을 마친 교사가 교실을 나선다 쥐도 새도 모르게 버려지는 시의 주검 누가 아이들에게 검은 입을 달았나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없다 《푸른 눈의 목격자》오성인 시집. 시인수첩 시인선 017. 124~125쪽. 2018년 10월 25일 신간. * 여러 인연을 거쳐 젊은 시인의 첫시집을 읽었다. *제호 <푸른 눈의 목격자>는 5.18항쟁을 비디오로 찍어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 기자를 기리는 시이다. 영화 <택시 운전사>의 실존 인물. 시인의 시에는 우리 사회 구석 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비판하고 감싸안고 가슴아파 하는 맑은 영혼의 기록이 담겨 있다. 기자처럼, 화가처럼, 성직자처럼, 착한 동네 총각처럼....살아가는 모습이 어여쁘다. 시세계와 표현의 기법도 매우 다양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우리 전라도 구석구석의 삶이 담긴 시가 많아서 더욱 소중해 보인다. 잊지 말자. 전라도 시인의 목소리가 변방이 아니라 중심일 때가 많았다는 게 우리의 시문학사임을....내 제자뻘이나 시인으로서는 눈부신 별로 반짝이며 떠올라 많은 가르침을 주는 또 한 분의 스승으로 마음에 모시고 싶다. 많은 시 중에서 문학교육자로 마음이 매우 찔리고 아파서 위의 시를 일부러 필사하였다.이 시집과 새 시인의 탄생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