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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바람이 분다. - 언젠가는 멈출 삶의 바람
"지금도 바람이 분다. - 언젠가는 멈출 삶의 바람" 내용보기
오늘 아침에도 으레 창문의 커튼을 열어젖힌다.아! 쟂빛 하늘이구나. 그런데 어디까지가 땅이고 어디부터 하늘이지?하늘과 땅은 아마 오늘 이른 아침 어느 순간부터 잿빛으로 슬그머니 이어졌을 거다.아무리 응시해도 그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땅과 하늘은 그래서 한 몸을 이룬다.  제법 선선해진 아침 기운에서 성큼 다가온 초가을 냄새를 맡는다. - 본문 중에서  이번주, 두권의 책을 가
"지금도 바람이 분다. - 언젠가는 멈출 삶의 바람" 내용보기

오늘 아침에도 으레 창문의 커튼을 열어젖힌다.

아! 쟂빛 하늘이구나.

 

그런데 어디까지가 땅이고 어디부터 하늘이지?

하늘과 땅은 아마 오늘 이른 아침 어느 순간부터 잿빛으로 슬그머니 이어졌을 거다.

아무리 응시해도 그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땅과 하늘은 그래서 한 몸을 이룬다.

 

제법 선선해진 아침 기운에서 성큼 다가온 초가을 냄새를 맡는다.

 

- 본문 중에서

 

 

이번주, 두권의 책을 가방에 넣어다녔다.

어쩌다보니 한권은 양재오신부님의,  또 한권은 원영스님.

두권 다 읽고싶던 책이라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종교에 팔이 안으로 굽어

양재오신부님의 책을 먼저 집어들었다.

 

아, 이 책을 더 뒤에 볼껄.

그래야 오래오래 가방에 넣어다녔을텐데.

다 읽은 책을 빼내지못하고 그대로 넣어둔 것은

알지못할 미련이 남아서다.

혹시 다시 한번 읽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미리 이야기하자면,
이 책에만 있는 진리가 숨어있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읽어서 돈이 되는 책도 아니고.
이 책은 그저, 한 신부님이 가톨릭 사제로서 살아온 삶을
인간으로서 살아온 삶을 그저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타 종교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종교의 경계를 넘어 함께 사는 삶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래서 이 책은 가톨릭 신부의 책이지만, 가톨릭 서적만은 아니다.

 

 

신부님은 노년기의 삶은 기뻤던 일이나 슬픈 일을 막론하고
자신의 삶에서 한걸음 물러나 관조해야 한다고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우리처럼 아직은 젊을 때 읽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노년기에 읽는 것도 좋겠지만
젊었을 때 한번쯤 읽어둔다면
살다가 넘어졌을 때, 풍랑을 만나게 되었을 때
"아, 내가 지구라는 배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다보니
잠시 길을 잃었구나,
궤도를 조금 이탈했구나- 하고 털고 일어날 수 있을테니.

 

 

이 책을 젊을때 읽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현재를 사는 법을 꾸준히 이야기하시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는 젊었을 때는 미래를 바라보고 살고
나이를 먹으면 과거를 바라보며 산다.
그래서 젊었을 땐 멀리 있는 별을 쫒느라 힘이 들고,
늙으면 지나간 과거를 추억하느라 눈물이 난다.

 

하지만 신부님은 말한다.

과거는 말그대로 이미 지났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고,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고.

그러니 해야할 일도, 할 수 있는 것도
다른 곳이 아닌 여기에서,
나를 나답게 하고, 지금을 지금답게 살으라고 말해주신다.

 

쉽지않은 일이지만, 꾸준히 연습한다면-

우리는 적어도 오늘부터는

오늘을 살아가는 법을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오늘, 오늘을 사는 법을 생각할 수 있게 되면

내일은 "오늘"을 살 수 있겠지.

 

그래서 나는 흔들리는 청춘들과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만 흔들리라고, 너를 흔드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네 자신이라고.

 

 

많은 말들이 한마디 한마디, 복음말씀을 듣듯
편안하고 쉽게 다가왔는데
내가 특히나 잊을 수 없던 구절은
하느님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정도로
소중한 나를 제대로 발견하라는 구절이었다.

 

우리는 흔히 귀한 자식을 두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라고 말한다.
내 부모에게도 나는 그런 자식일테고
나에게도 내 아이는 그런 아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우리자신을 그렇게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나의 건강, 나의 기분, 나의 상태에는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않는다.

 

그러다 많이 아파지고 나서야
아, 내가 아팠구나.
내가 힘들었구나 하고 뒷북을 치고
뒤늦게서야 날 아프게 방치한 주변사람들을 미워한다.
원망하고, 야속해하며 내마음을 더욱 좀파먹는다.

정작 내 마음을 몰랐던 건 내가 제일 먼저면서.

 

 

 

늦은 밤, 한권의 책을 통해 작은 세상을 하나 만났다.

그 세상은 나에게, 추운 겨울의 하루를 사는 내가 아닌

오늘, 지금 따뜻한 담요안에서 책을 읽는 나 자신을 만나게 한다.

 

그래서 따뜻한 집을 가질 수 있음에,

체온유지를 돕는 담요를 가질 수 있음에,

읽을 수 있는 책을 가짐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글씨를 배울 수 있었음에 감사하게 한다.

 

 

 

 

돌이켜보면 하나하나 모두가 눈물나게 감사한 세상인 법이다.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모른 척 살아갈 뿐.

신부님말씀처럼- 언젠가는 우리 삶의 바람은 멈출 것이다.

더 불어달라고 기도해도 말이다.

하지만 언제일지 모를 그날을 두려워하거나 기다리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 바람은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니.

 

 

겨울의 길목, 마음의 난로같은

양재오신부님의 글을 읽을 수 있었음이 나에겐 은총이었다.

 

g********r 2018.11.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