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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있잖아. - 홍승연, 슬픔을 건너다 -
한 까만 사람이 있다. 네모기둥 위에서 힘 없이 구부정하게 서 있다. 그리고 저 멀리 나무처럼 보이는 그림자 하나. 한 걸음이라도 잘못 디디면 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다. 저 깊이가 얼마나 될까. 가늠하지는 못하지만 끝은 있을 거다. 아마도 ...... 있겠지?
끝도 없는 구렁텅이로 깊이 빠져들고 상황이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아, 계속 막연하고 막막하고 불안하다.
아무리 어두워도 실낱같은 빛이 있다. 희망이 없어도 마지막으로 남는 그 빛을 따라가보라고 하지만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희미한 빛 사이로 날아든 빨간 새는 자꾸만 나를 어딘가로 이끈다. 여기서부터 검은 사람이 빨간 새를 따라 깊은 슬픔을 건너는 여정이 그려진다. 출판사 책소개를 보았더니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순간들, 특히 세월호와 연관된 사람들의 상실감에 주목했다고 한다. 아직 살아있으니 그에 비할 수 없지만 나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 그날 이후로 일상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숨 쉬는 평범한 일상이 남의 일인 것만 같았다. 슬픔에 대한 다른 표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슬픔을 건너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날'이 오더라도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기에 슬픔을 건너는 일이 생에 한두 번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작고 때로는 큰 슬픔과 좌절을 겪으며 견디며 흘려보낸다.
이 과정을 거치며 처음에 흑백으로 시작했던 장면들이 조금씩 컬러를 찾아간다. 힘이 없고 구부정했던 사람도 이제 빨간 새와 함께 물가에서 발을 담그고 가만히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생겼다. 슬픔으로 가득 찬 순간도, 이런 여유로운 시간도 결코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가는 한, 또 다른 슬픔의 순간을 만나게 될 테니. 그리고 힘겹게라도 다시 그 순간을 건너가게 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래도 처음보다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으로 슬픔의 순간을 무사히 잘 건너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서로의 아픔을 비교할 수 없고, 슬픔에는 크고 작음 또한 없지만, 일상에서 예상치 못한 슬픔과 아픔, 좌절을 겪은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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