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님의 역량이 가장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그리고 내가 너무나도 아끼고 있는 만화책이다. 하지만 갈수록 우울해지는 만화책이 분위기가 점점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일어나게 될 비극적인 전조가 되는 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만화책이 바로 이 『바람의 나라』다. 머드 게임으로 더 유명한 이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유리왕에서 시작하여 대무신왕. 그리고 그 아들 호동왕자의 이야기까지 펼쳐지는 대서사시이다. 바람의 나라는 이렇게 고려 건국초이기의 일을 그리고 있지만 그 장대한 역사만큼이나 장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 이상의 것을 그려 주고 있다. 어릴 때 사랑했던 차비 연을 잃고 아버지인 유리왕처럼 살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왕이기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의 문을 닫아가며 고독한 모습을 하고 있는 무휼, 그리고 아버지인 무휼과 상극을 이루며 점차 무휼의 고독한 모습을 닮아가는 너무나 여리고 착한 호동, 예쁘고 착하지만 아들 호동을 지키기 위해 너무 빨리 생을 마감한 연,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신통력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잃고 두 번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 했던 세류, 원비이지만 연의 자리가 너무 커서 무휼의 사랑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이지, 해명태자, 괴유, 가희, 용, 남조, 사비, 운, 선우 등등... 행복할 것 같은 사람들이지만 가슴에 상처를 안고 슬픔을 간직한 많은 등장 인물들의 모습들이 제 각기의 색을 잃어버리지 않으며 나온다. 그리고 역사물답게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있음에도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짜임새 있게 진행되어 가고 있다. 나는 고등학생일 때 이 만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좀 더 나이가 든 지금 다시 읽으면 그 땐 느끼지 못해던 새로운 것을 보게 되고 느끼게 된다. 중간중간 나오는 독백이나 시조, 글귀들이 참으로 마음을 울려댄다. 이 책은 유쾌하거나 코믹하다거나 간단히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니다. 오히려 가슴이 서걱대는 슬픔과 아픔으로 가득 차 있는 내용이다. 만화가 만화 같지가 않고 좀 어렵고 복잡해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바람의 나라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고구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러했고. 그래서 중고등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많이 추천하는 작품일게다. 연재가 시작된지도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완결은 언제쯤 나오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