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베르토 피에루스 퀸타나(Alberto Pieruz Quintana). 스페인에서 태어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해온 작가인데 『시계 심장을 가진 로봇』으로 한국 독자들을 처음 만났지요. 제목만 보아서는 로봇이 주인공인 SF영화스타일 그림책인데, 첫페이지부터 등장하는 인물은 꼬마 루카스랍니다. 모두 바삐 움직이는 도시에서 시계 자주 보기를 거부하고, 시간표도 끔찍하게 싫어하는 소년이었지요. 그런데 소년과 함께 사는 마누티 할아버지는 시간 지키는 걸 어찌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집안 곳곳에 시계를 놓아두고 시간에 따른 규칙들도 많이 세워놓았지요. 루카스에게도 규칙과 시간 지키기를 강조했고요. 자, 과연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고 싶어하는 루카스에게 이런 규칙이 행동 다듬기에 효과가 있었을까요?
혼자서는 그 무거운 "규칙 엄수"에의 중압감을 견딜 수가 없기에 루카스는 상상의 친구를 불러내었지요. 덩치가 아주 크고, 루카스처럼 통통 튀는 빨간 풍선을 쫒고 있던 로봇 말이에요. 로봇은, 평소 루카스가 금기이기에 넘지 못하던 선들을 쉽사리 넘었어요. 온 집안을 휘젓고 다녀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는데 심지어는 욕조 수돗물을 콸콸 틀어서 온 집안을 물바다로 만들고 미누티 할아버지의 시계들도 망가뜨렸지 뭐예요. 손주를 끔찍히 아끼는 미누티 할아버지이건만, 아끼는 시계를 몽땅 망가뜨린 루카스에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죠. 루카스는 집을 떠났어요. 엄밀히는 잘못을 저지른 미안함에 도망나온 것 같기도 했지만 말이에요.
루카스와 로봇이 도착한 세계에는 시계도, 시간표도 규칙도 없었어요. 아무도 없으니 잔소리 할 사람도 없었지요. 놀고 싶을 때 놀고, 벌러덩 들판에 드러눕고 싶으면 눕죠. 자유로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이, 미누티 할아버지가 그리워지는 루카스. 같은 시각, 미누티 할아버지 역시 손주가 그리워 애타게 찾아 다니고 있었지요. 정확히 12시간 5분 12초 후, 미누티 할아버지는 루카스를 찾아냈고 루카스 역시 흔쾌히 집으로 돌아가자 했어요.
집으로 돌아온 루카스는 미누티 할아버지께 시계를 받았고, 시간의 중요함을 느낍니다. 역으로 손주에게 시계를 준 미누티 할아버지는 시계에 얽매일 게 아니라 진정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지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손주와 할아버지가 서로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동시에, 살면서 시간과 의무감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주인공으로서 우뚝 서는 법을 깨우치게 되지요.
시계를 손주에게 주고난 미누티 할아버지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눈을 뜨고 있네요. 작가 알베르토 피에루소 퀸타나는 이 그림으로 무슨 뜻을 나르고 싶었던 걸까요? 『시계 심장을 가진 로봇』을 읽으며 가장 오랜 시간 응시한 일러스트레이션이었습니다. 스페인어만 잘 한다면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물어보고 싶은 지경으로 궁금했어요.
시간 엄수 강박증에 걸린 도시인들을 등장시키는 그림책에서는 흔히 시간강박을 부정적인 태도로 묘사하는데 『시계 심장을 가진 로봇』에서는 시계로 대변되는 인간 사회의 규칙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이왕이면 시간 분배를 자기 행복 중심으로 하라는 응원도 하니 참신했습니다.
8살 꼬마에게는 다소 어려운 철학적 그림책이 아니었나 싶었는데, 꼬마가 써놓은 독후감을 읽어보니 루카스에게 격한 동감을 하며 8살다운 이해를 했네요. 아이도 시간에의 압박을 느껴왔고, 벗어날 수 없이 죄여드는 학원 스케줄보다는 좀 더 자기가 주인되는 능동적 시간표만들기를 원했나봐요. 독후감을 읽으며 꼬마의 마음을 읽어봅니다. |
|
[라임 그림동화] 시계 심장을 가진 로봇
미세먼지가 요며칠 극성이니 주말 아이들과 나가지도 못하고.. 이럴땐 책보는게 인지상정(?)이지요.^^ 지금 딱 독서의 계절이니 아이들도 그 계절 만끽하기에도 좋고..ㅎㅎ 부모님, 아이 함께 보면 더 좋은 그림책이랍니다. ![]() ![]()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걸 좋아하는 미누티 할아버지.. 루카스는 미누티 할아버지의 정해둔 규칙때문에 다른집 아이들 처럼 신나게 놀고만 싶어한 루카스 앞에 어느날 거대한 로봇이 나타나는데.. 로봇은 어딘가 모자라 보였어요. 자세히 보니 왼쪽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었어요. 로봇에게 차을 대접하기 위해 주전자를 내미니 로봇이 왼쪽 가슴의 구멍에 쑤셔넣었요. 뜨거운 주전자를 넣은 로봇을 마구 뛰고 그바람에 집은 엉망진창!! 화가난 할아버지는 루카스와 로봇을 쫓아내는데.. 시간의 틀에 얽메여 하는 미누티 할아버지와 여유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루카스의 갈등을 로봇의 등장으로 찬찬히 풀어 가고 있답니다. 요즘을 사는 사람들은 바쁜 시간에 노예처럼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정해진 틀에 사는거 어쩜 당연해 보이는 우리의 삶에 한번더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그림동화가 아닌가 싶어요.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살고 있는 저와 또 그런 삶에 아이를 동참시키게하는 저를 반성해봅니다. 심장이 없은 차가운 삶을 사는 로봇도 따뜻함을 갖기 위해 심장을 가지려 하는 것처럼~ 우리도 삶의 여유와 따뜻함을 함께 누리고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럼 우선 시계를 보지 말아야 할까요? ^^; |
|
한 때 하루의 시간을 잘게 나누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時)테크를 따라해본 적이 있습니다. 대중문화사전에 따르면 시테크는 ‘시간을 돈으로 인식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시간을 관리하는 시간 경영’ 이라고 풀이되어 있더군요. 회사를 다니며 업무의 효율은 좋아진 듯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바쁘게만 살았던 것 같아요. 이 그림책의 한 페이지에서 문득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시계 심장을 가진 로봇 알베르토 피에루스 글/그림 48쪽 | 396g | 240*240*10mm 라임 그림책 속에서도 계획된 일정표에 따라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할아버지가 보입니다. 늘 시계를 확인하고 있죠. 주인공 루카스는 하루하루가 똑같이 반복되는 것이 지루하고 못마땅했다고 하는군요. 그러던 어느 날, 루카스네 동네에 엄청나게 큰 로봇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저런 소동 끝에 루카스네 집으로 들어왔는데 심장부근이 뻥 뚫린 로봇이었죠. 처음에는 로봇을 두려워했던 루카스였지만 차를 대접하려고 하죠. 그런데 로봇이 빈 곳에 차주전자를 넣어버립니다. 뜨거운 주전자를 심장으로 삼은 로봇은 몸도 뜨거워집니다. 그리고 집안에서 다른 소동을 일으킵니다. 그 모습을 참을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루카스에게 규칙을 지키지 않으려거든 집에서 나가라고 합니다. 이런. 절대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인 것을.. 그러나 규칙을 강요하는 모습은 부모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지점이기는 합니다. 아이와 충분히 대화하지 않은, 부모의 일방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나무랐던 기억은 저도 많습니다. 인근 숲에서 자유롭게 노는 천진난만한 두 영혼(?)들.. 처음에는 무척 신이 났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루카스도, 할아버지도 서로를 슬슬 그리워하기 시작합니다. 할아버지는 루카스를 찾으러 갑니다. 그리고 루카스에게 시계를 줍니다. 할아버지는 루카스에게 시계를 주고 난 뒤에 아주 홀가분해졌어요 그리고 깨달았지요. 시간의 주인은 시계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란 사실을요. 루카스는 받은 시계를 로봇의 텅빈 가슴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루카스는 로봇의 왼쪽 가슴 텅 빈 구멍에다 시계를 쏙 넣었어요.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요. 로봇이 갑자기 똑똑해지기 시작했어요. 심장이 생기면서 비로소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시간이 곧 삶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도 말이죠.
할아버지도, 루카스와 로봇도 모두 깨달은 삶의 진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문장이 얼굴 가득 웃음을 피워낸 그림과 함께 가슴을 울립니다. 텅 비어버린 가슴에 무엇인가를 채우는 부분은 『오즈의 마법사』 가 떠오르기도 하고, 시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이민희 작가의 『돌시계가 쿵!』 이라는 그림책도 떠올랐다지요. 돌시계가 쿵! 리뷰 : ( 아래 제목을 누르시면 연결됩니다. ) 이민희 작가의 우리 현실풍자 그림책, 돌시계가 쿵! / 비룡소 지금도 여전히 시간'관리' 에 대한 저만의 정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정말 한없이 나태해지고, 어느 날은 정신없이 바쁘고.. 기본적으로 게으른 제가 못마땅했던지라 규칙적인 습관만큼은 아이에게 배우게 해주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 글쵸. 본인은 못하면서 아이가 잘 하기를 바라곤 하죠.. ) 그러나 문득 이렇게 어딘가 모르게 허술해도 삶의 중심을 잡고 내가 해야할 것들을 잊지 않고, 가끔씩 (규칙에서) 일탈도 해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의 주인은 '시계'가 아니라 '나 자신' 이니까요. 가끔은 느리게도 가고, 가끔은 빨리 가보는 거죠. 로봇이 알게 된 진실은 루카스에게도 전해졌겠죠. 문득 이 로봇은 삶을 겸험하며 배워나가고 있는 루카스의 마음 속 분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상친구' 였을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루카스의 할아버지도 여전히 삶을 배워가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