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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보고 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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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나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천사의 사슬』 최제훈, 문학동네, 2018년"를 읽고       얼마 전 읽은 기사에 지난 십여 년간 대한민국 독서인이 가장 많이 사랑한 작가가 일본의 추리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발표가 있었다. 또 고대의 영웅 신화나 현대의 영화, 드라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서사는 타당한 동기에 의한 살인과 추리를 동원한 범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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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나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천사의 사슬최제훈, 문학동네, 2018년"를 읽고

    

 

얼마 전 읽은 기사에 지난 십여 년간 대한민국 독서인이 가장 많이 사랑한 작가가 일본의 추리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발표가 있었다. 또 고대의 영웅 신화나 현대의 영화, 드라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서사는 타당한 동기에 의한 살인과 추리를 동원한 범인 찾기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장르소설에 매력을 느낀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대중적 관심만큼 추리소설/범죄소설이라는 장르소설은 제도권 문학에선 문학성이 떨어진다고 폄하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근대 소설의 고전이 범죄의 카테고리(살인, 불륜, 폭행, 사기 등)를 벗어나지 않은 게 없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소재가 문학성을 좌우한다고 볼 수는 없다. 살인을 통해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지 작가 정신과 형상화의 성공 여부가 작품 비평의 관건이 아닐까.

 

첫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이후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나비잠등으로 항상 실망시키지 않는 매력적인 서사를 펼쳐 온 작가 최제훈이 5년여 만에 발표한 장편 소설 천사의 사슬은 범인을 좇는 추리소설의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이주 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폭력과 왕따 문화라는 사회문제를 적시하고, 박식한 지식과 자신의 독서력을 바탕으로 한 신화와 상징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의 층위를 두껍게 하며, 본격소설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균형점을 찾는다.

 

소설 천사의 사슬은 추리 소설의 전형적인 서사를 따라 시작한다. 신문 사회면에 1단으로 등장한 화재 사건에 살을 붙여 가며, 감추어진 이 사회의 거대한 범죄를 백일하에 드러내는 구조. 원인을 알 수 없는 불, 고통에 몸부림친 흔적이 전혀 없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사체. 미궁으로 빠질 것 같던 사건은 또 다른 화재 현장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된 혼혈 소년 마롤리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하긴 그런 얘길 누가 믿겠어요. 거짓말이거나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어느 쪽이 더 나쁠까요?” 스리랑카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혼혈 소년의 이름은 마롤리, 타밀어로 메아리라는 뜻. 그를 취조하는 중에 유사한 다른 화재 사건의 두 명의 희생자가 드러나고, 용의자로 지목된 마롤리는 취조실에 앉아 담당 형사 이석에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어머니가 죽은 후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떠난 여정에서 마롤리는 불사의 인물인 아담과 만난다. 세계사의 현장 곳곳을 직접 경험한 인물, 영화 맨 프롬 어스에서 불사의 존재로 등장한 인물을 연상케하는 아담은 단순한 화재 사건에 인류 역사와 신화의 세계를 끌어들여, 상상력의 극한으로 이끌어간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서부터 논픽션인지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때론 산책로를 벗어나 나무들이 기괴하게 우거진 숲을 헤매는 게 유용한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불과 연금술, 최초의 인간과 불멸의 존재에 대한 인류의 희구, 자신의 불길로 상대와 합일하여 영원의 세계로 이끌었다는 아담에 관한 마롤리의 목격담을 듣고 형사 이석은 혼란에 빠진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사실인지 망상인지 모를 기묘한 이야기. 그런데 너무나 우연으로 점철된 마롤리의 이야기와 사건 현장의 불가사의한 모습은 소설의 맨 앞에 무심히 깔아둔 복선들이 끼워 맞춰지면서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서사 구조를 갖게 된다. 원래 이야기는 사소한 우연에서 시작된다. 우연은 변신에 대한 꿈이자 가능성, 필연적으로 시들어 떨어질 꽃들 위를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는 한 마리 나비가 아닌가.

 

천사의 사슬은 사건의 열쇠를 쥔 마롤리가 털어놓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뼈대로, 소설의 안과 밖이 서로 얽혀들며 메타 소설(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에 대해 직접 개입하여 평가하는 방법)의 방식을 끌어들여 독자의 거리두기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현실과 환상이 엇갈리는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 소설 곳곳에 흩어져 있던 자그마한 단서들이 낱낱의 기계 부속처럼 절묘하게 맞물려 들어가며 또 다른 진실을 만들어내는 반전.

 

지붕을 뚫고 솟구쳐 머리를 풀어헤친 불보라가 내 안으로 침투해 오장육부를 헤집어놓았다. 텅 빈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조악한 문명의 흔적 하나를 품고 밤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붉은 괴물을, 사물의 경계를 허물고 카오스로 역행하는 검은 구멍을. 그건 정말이지, 황홀한 광경이었다. ”( p.100~101)

 

방화범이자 살인범을 찾는 스토리는 소설의 중반을 넘기면서는. 불법 체류하는 이주민 노동자의 가정에 가해진 우리 사회의 악마적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며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남의 약점을 파고들어 그것을 잔인하게 희롱하는 악마의 모습.“악마는 사람들 안에 잠복해 있는 것도 외부에 별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야. 악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 부싯돌이 부딪쳐 불꽃이 일듯, , 그렇게 생겨나는 거지.”( p.251) 인간 심성에 내재된 악마성, 이를 작가는 성선설이나 성악설이 아닌 인간 관계에서 일어나는 불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우리 하나하나는 선도 악도 아니지만 어떤 인물과 엮이면서 분노가 일고, 폭력이 일고, 살인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꽤 서늘한 통찰이 아닌가.

 

불이란 건 참 신기해요. 피어오르는 순간 어떤 장소든 경건하면서 아늑한 분위기로 물들이잖아요. 살갗이 녹아 서로 들러붙는 것 같은, 무슨 얘기를 털어놓아도 마음으로 곧장 스며들 것 같은 분위기. ”( p.125)

 

불을 소재로 한 범죄소설을 구상하는 소설가, 그가 설계하는 대로 진행되는 소설 속의 이야기. 소설가를 둘러싼 현실의 세부가 소설 속에서 같은 듯 또 다르게 반복해서 등장하면서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고, 소설가가 현실에서 수집한 소재와 인물들이 그에 의해 상상의 숨결이 더해져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그렇게 현실과 환상, 진실과 거짓이 서로 몸을 바꾸어 현실도 환상도 아닌, 진실도 거짓도 아닌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그럴 때 이야기는 누구의 것이 되는 것일까. 아니, 이야기는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일까. 결국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라는 것일까. ”(341)

 

천사의 사슬의 서사를 추리소설에 붙잡아 두지 않은 힘은 무엇보다 치밀한 조사와 독서를 통한 신화와 상징, 인간 심리의 근저에 대한 이해다. 그것을 풀어내는 풍부하고 디테일한 묘사와 연금술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다채로운 시각이 한순간도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불과 연금술을 비롯한 흥미로운 모티프와 숱한 신화적 상징들. 이는 소설 전반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일 뿐 아니라 치밀하게 안배된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이자 복선, 나아가 종국에는 소설 자체를 다시 쓰이게 하는 원리이기도 하다.

 

신들은 영향력에 비해 책임감이 부족한 존재 같아요. 일관성이 없고 매사에 제멋대로잖아요. 사람들이 너무 떠받들어줘서 그래요. 엄마만 해도 좋은 일이 생기면 항상 신에게 감사를 드리지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카르마를 들먹이며 전생의 업보라고 자책했거든요. 전 그 말이 싫었어요. 기억도 못하는 전생의 죄를 왜 내가 뒤집어써야 하죠? 작년에 핀 벚꽃과 올해 핀 벚꽃은 엄연히 다른 꽃인데.” (p.141)

 

코리안 드림을 안고 이 나라에 와서 가장 열악한 노동 현장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우린 왜 이다지도 사악한 편견과 따돌림을 보이는가. 멀리 있는 아프리카 난민에겐 구호의 성금을 보내면서, 인생의 핍진함을 극복하려고 애를 쓰며 노동 현장에 편입된 이주 노동자들을 우린 왜 이렇게 사악하게 대하는 것일까, 지독하게 유색 인종에 대한 편견이 강한 우리의 뇌구조는 본인이 머리 검은 선텐한 백인이라고 착각하는 것일까. 차별과 배제와 상대를 깔아 뭉개지 않으면 제대로 말도 못하고 숨도 못쉬는 이 열등감이 얼마나 사악한 폭력을 가져오는지 언제쯤 우린 통한의 눈물을 흘릴 것인가. 중국과 미국과 러시아와 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사대주의와 주인도 아닌 것이 더 주인 노릇하는 병든 머슴 의식은 우리에게 언제부터 이리 공고하게 각인되어 자리잡은 것일까.

 

추리소설인지 알았는데 통렬한 인권소설로 탈바꿈하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반전이다.

YES마니아 : 로얄 m*****8 2019.02.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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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훈, 천사의 사슬
"최제훈, 천사의 사슬" 내용보기
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을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천사의 사슬>도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풍부한 인문학적 상식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를 가로지르고 넘나드는 최제훈 특유의 서술 방식은 여전했으나, 나는 좀 더 집중된 스토리를 원했던 것 같다.중반부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했고, 이 모든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끝까지 읽어낸 독서였다. 물론 많은 스릴러/추리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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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을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천사의 사슬>도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풍부한 인문학적 상식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를 가로지르고 넘나드는 최제훈 특유의 서술 방식은 여전했으나, 나는 좀 더 집중된 스토리를 원했던 것 같다.

중반부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했고, 이 모든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끝까지 읽어낸 독서였다. 물론 많은 스릴러/추리 장르의 소설들이 끝에 가서야 명쾌해지지만, '최제훈'이기에 좀 더 다른 걸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잘 쓴 소설이고, 결말까지 모두 읽은 후에는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과 제목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의 마지막에 휘몰아치듯 밝혀지는 진실과 일련의 사건들은 특히 흡입력 있었다.

아무튼 최제훈은 확실히 탁월한 이야기꾼이고,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작가에게 나는 언제나 기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s******5 2019.06.23. 신고 공감 1 댓글 0